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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의 나쓰메
소세키, 『라쇼몬』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그리고 『아베 일족』의 저자 모리 오가이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이런 말은 그냥 '권위적'인 허울일 뿐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라 할지라도 세월이 흘러 잊히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은
인정 받는 것이다. 하루에도 전 세계에서는 수만 종이 세상에 빛을 보겠다며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그런 악전고투 상황에서 살아 남은 작품인
것이다. 세월이 검증한 것만큼 뛰어난 검증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고전을 읽으라고 누누이 얘기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베일족>은
세계적으로 인기있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본 근대문학에 없어서는 안되는 대표 작가라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한다, 라는 건 말도 안
되는거고. 관심 있는 작품 '아베일족'을 접하다보니 자연스레 '모리 오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됐고 그 작가의 단편집을 찾아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쓸데 없는 얘기들을 들먹거리며 모리 오가이란 작가를 얘기하는 것일까? 모리 오가이의 작품들을 아는 이들이 극히 적다.
극히가 뭔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작가이니 말 다 했다. "그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니 만큼 중요한 인물이니 당연히 읽어라!" 가 아니라 "향수
냄새처럼 어디선가 그윽하게 끌리는 매력이 장난 아니다. 근데 이
작품 나만 읽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 같다. 그래서 한번 권해본다."는 게 더 정확하다. 다시 말해 권위적인
타이틀에 기대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서 이 작가에 대해 어필해본다.
오리 모가이의
단편집이다. 그의 자전적 소설이 많다. 그래서 더욱 이야기가 실감나는지도 모른다. 또한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은 작가를 떠올리며 상상할 수 있으니
그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은 소설일 뿐-
<아베
일족>은 실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역사소설이다. 사무라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쉽고 재밌게 읽겠지만 그
반대라면 그저 그런 소설이 될 것이다. 지금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지만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를 말해주는 사건이라 생각하면 그래도 색다른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사무라이들의 최고
영예인 순사를 거절당한 아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본은 자기가 모시던 주군이 죽으면 그 밑에 사무라이들도 따라 죽는 이른바 '순사'를
요청한다. 그게 사무라이의 명예이자 사명이라 생각한다. (중국의 왕이 죽으면 신하들과 하인들을 같이 묻는 것과는 다르다.) 어쨌든 그 명예로운
순사를 거절 당한 아베가 자기 분노에 못이겨 스스로 할복하며 비극적인 이야기는 시작한다. <기러기>는
돈이 없어 일수꾼의 첩이 된 여자와 도쿄 대학 의대생 간에 묘한 사랑이야기다. 이 글의 주인공은 모리 오가이일 것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한 일수꾼에게 부인과 자식들이 있었지만 돈으로 새로운 첩을 맞이했다.그에겐 예쁜 첩이 필요했고 그 첩은 자신과
아버지를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돈'이 필요했다. 그 첩의 효심으로 아버지는 새로운 집과 하인과 돈을 얻을 수 있었으며 그
딸은 일수꾼이 얻어준 집에서만 생활할 수 있었다. 이제 제법 먹고살만 하니 첩에겐 갖혀 있어야만 하는 처지가 결딜 수 없이 서글펐다. 그래서
매일 밖에 나가 산책이라도 하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젊고 잘생긴 도쿄 대학 의대생. 서로의 눈빛만 교환하며 매일같이 애를 태우는 첩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과연 그 둘의 애틋한 애정은 연결될 수 있을까? <무희>는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사랑이냐? 사회적인 출세냐? 이렇게만 말하면 당연히 '사랑'이라고 백이면 백 다 얘기할
것이다. 과연 전부 그러할까? 오타 도요타로는 독일
유학에서 우연히 만난 독일 여성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카세부네>는 죄인을 호송하는 배다. 범죄자를 유배지인 섬으로 보내는 시간 동안 호송을 책임지는 관리는 죄인의 슬픈 이야기를 배에서 듣게 된다. 예전에 한창 시끌시끌했던 안락사 논란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고 있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새벽에 어두운 곳에서 읽으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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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마음조차 변하기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제의 옳음이 오늘의 그름이 되는 순간순간 변하는 나의 감각을 글로 써서 누구에게 보인단 말인가!(...)"/64쪽
<도련님의 시대>2 부 '무희'편 "(...) 나의 도요타로님, 이렇게까지 저를 속이셨습니까? 라고 외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고 한다.(...)잠시 후 깨어났을 때는 눈은 똑바로 뜨고도 옆 사람을 몰라보고 내 이름을 부르며 몹시 욕을 퍼붓고 머리를 쥐어뜯으며(....)"/90쪽 <도련님의 시대> '무희' 편을 읽지 않았다면 모리 오가이 라는 작가는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 아베..라는 제목때문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을수도 있겠고.. 무튼 온통 도련님에 관련된 이야기인줄 알았던 만화 <도련님의 시대>는 메이지 시대를 관통하는 가운데 문학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 해서 2부는 무희의 작가에 대한 부분이 언급된 덕분에 호기심을 갖게 된거다. 작가의 경험담이 녹아 있는 소설이라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그녀에 대한 묘사를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희'는 아주 짧은 단편이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처럼 엘리스의 묘사는 너무 달랐다. 남자를 찾아 일본까지 찾아온 여성을 매몰차게 돌려보낸 남자의 마음에는..그녀가 차라리 시원하게 욕이라도 해 주길 바랐던 걸까.. 아니면, 그녀와 헤어지게 된 것에 대한 비겁한 변명이었을까...자전적 소설이란 생각을 하며 읽어서 인지 유독 '마음' 이란 단어가 와서 박혔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고, 내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는, 나 보다 국가와 가문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남자..마음 대로 살아가는 것을 자각했음에도 여전히 용기는 나지 않았고..그래서 부끄러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소설 <무희>에 등장한 남자는 내 마음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그렇다고 그녀에 대한 애틋함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무희'를 발표하고 난 후 이혼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소설에서 나약하기만 했던 남자는 '무희'를 통해 자신의 용기없었던 한 때를 고해한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모른 채로 읽었다면 조금은 평범하게 느껴질 법한 이야기였는데.. '마음' 이란 단어가 언급될 때마다 답답함 보다 안타까움이 느껴진건,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를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그러니까 그가 고해한 건 사랑하는 여인을 버렸다는 자체 보다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살았던 시절에 대한 고해는 아니었을까....."다른 곳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건 그런 곳에 마음을 두지 않을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다른 길이 두려워서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았을 뿐이었다"/6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