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연히 마음에 들어 구입했던책을 낡은 책꽂이에서 오랜만에 꺼내읽었다 전자기기며 삶이며 피폐해져 있던 나에게 꿈과 희망 가득하던 몇년 전의 내 모습을 떠오르게 해주었던 책 안의 내용도 여유롭고 아름다운 정원과 홍차의 이야기기에 오랫동안 여유없이 지내왔던 나에게 잠시간의 휴식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
|
# 홍차를 알아가는 당신에게
홍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홍차를 비롯한 허브티는 커피에 비해 그나마 카페인이 덜하다는 생각 때문에 저녁 이후에 카페에 들러야 하거나 이미 커피를 마셔서 더 마시기 부담스러울 때 어쩔 수 없이 찾는 정도였고 달달하고 진한 밀크티는 즐겨 마시는 정도였다. 전에 위가 많이 아팠던 적이 있어서 커피는 되도록 피해야지 하면서도 카페에 들어서 커피 향을 맡는 순간, 의지가 힘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우연히 애프터눈 티를 비교적 저렴하지만 정석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마신 향기로운 홍차가 인상 깊었다. 처음 듣는 홍차의 이름이었고 처음 마셨다. 그 뒤부터 애프터눈 티는 무엇인지, 그리고 왜 홍차와 함께하는 건지, 그리고 홍차면 홍차지 무슨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호기심이 일었다. 처음엔 샌드위치와 함께 달콤한 케이크와 스콘이 예쁜 트레이에 담겨 나오는 것에 혹해서 애프터눈 티를 찾았고, 애프터눈 티를 통해 홍차를 찾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출간된 책이지만, 영국에서 다년간 거주한 저자의 이력과 홍차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현지의 다양한 티 룸을 소개한 목차에 끌렸다. 그녀 역시 처음엔 홍차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영국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홍차와 티 룸을 접하면서 그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일하는 직장인이든, 농장의 파트 타임 잡이든, 수업을 듣는 학생이든 홍차를 마시는 시간은 반드시 지키는 그들의 문화. 부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만큼 차를 마시는 행위를 중시하고 있는 영국이기에 홍차와 티 룸의 동경 대상이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가든마다 반드시 숨어 있다는 티 룸 외에도 옛 귀족들이 즐겨 찾았을 고급 호텔의 티 룸까지 소개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가 비싸다는 영국에서 티 룸이라는 이유만으로 호텔을 찾았을 저자를 생각하니, 직접 가지 않은 나까지 손이 떨리는 느낌이었다. 저자가 대신 사진과 함께 들려주는 티 룸의 이야기로 간접으로나마 체험했다.
평소 영국을 그리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딱히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었다. 어쩌면 영국을 매력적이라 느끼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그곳만의 맛있는 음식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홍차와 티 룸에 대해 알아가고 특히 이 책을 통해 여러 티 룸의 모습을 접하면서 영국 중에서도 특히 런던을 꼭 찾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느 가든의 숨겨진 티 룸을 찾고 싶고, 저자가 유난히도 스콘이 맛있다는 그 집도 꼭 가고 싶다.
티 룸과 티를 파는 숍을 소개하는 중간중간에 홍차의 종류, 브랜드, 차를 우려내는 방법, 애프터눈 티와 하이 티 등의 기원 등을 수록해 자연스럽게 홍차에 대한 지식을 지루하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좀 더 홍차의 종류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해 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대표적인 홍차 종류는 소개했지만 저자가 티 룸이나 티를 파는 숍에서 접했다고 이야기한 그 수많은 종류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내용과 별개로 구성이나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단 여러 티 룸을 소개하고 있는 점은 아주 좋았지만 그 구성이 조금 정신없었다. 목차만 보아도 어떤 기준으로 티 룸을 나눈 건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읽으면서도 이런 기준으로 나눴구나 생각하다가도 너무 자주 나눠진 것 같은 챕터에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텍스트 자체는 깔끔한 편이었지만 기본적인 띄어쓰기 오류가 자주 눈에 띄었는데 그 오류마저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거의 발견하지 못하는 편인 내 눈에도 자주 보였다는 건 기본적인 교정을 거치지 않은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영국 현지의 많은 티 룸을 소개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티 룸과 홍차를 사랑하게 된 저자의 애정이 묻은 이야기를 담은, 충분히 가치 있고 홍차를 막 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다.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나 그다지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추후에라도 개정판식으로 다듬어서 다시 출간되면 하는 바람이다.
# 인상에 남는 구절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흔한 로열 밀크 티지만 정작 그 메뉴는 영국에 없다. 로열+홍차, 그리고 '홍차의 나라'라는 영국 이미지 때문에 으레 영국에서 생겨난 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레시피는 일본에서 생겼다. 로열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우유가 많이 들어가 고급스러운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33쪽 <로열 밀크 티의 진실에 관하여> 중.
밀크티 하면 우유가 진하게 섞인 걸 생각했는데, 그 로열 밀크티가 영국이 아닌 일본에서 만들어진 레시피라니. 잠시 이 부분을 일고 멍했다. 정작 영국에서 즐기는 밀크 티는 우유를 색이 변할 정도로만 살짝 넣은 밍밍한 맛이라니. 그걸 무슨 맛으로 먹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히려 그걸 즐기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
|
저자는 정원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으로 영국에서 유학한 6년의
시간 동안 홍차 문화에 빠져 즐겼던 자신의 시간을 풀어낸다. 머리말에서도 밝혔듯 자신의 영국 생활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책을 낼 결심을 했다고 하는데, 저자의 눈높이에서 또래의 젊은 여성들에게 ‘영국에 대해 뭐라고 정의 내려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일종의 소명의식 같은 것도 한몫 거들었다고 덧붙인다. 글쎄, 한국인이 영국에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유학을 가기도 하고 블로그만 찾아보더라도 현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데 개인적 경험에 한계가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조금 거창한
의도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홍차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홍차에 담긴 영국 문화를 얘기하고 있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유학생활을 하며 느낀 경험담을 통해 영국 사람들이 얼마나 홍차를 사랑하고 일상적으로 접근하는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분명 홍차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이야기를 시작하는
역할로서 밖에 등장하지 않고 자신의 유학 생활을 되짚고 개인적 사담만 늘어놓는 형식이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각각의 챕터 또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어로 나누어져 있고, 무엇을
기준으로 구성한 건지도 애매모호하다.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유학 일기를 홍차 여행으로 짜 맞추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는 충분히 공감되고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주제였는데도 불구하고 보여지는 사진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듯
비슷한 단어를 계속 반복해 쓰는 것처럼 지루한 얘기만 이어간다. 정말 홍차에 대해 알고 싶다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영국의 티 룸에 관한 설명도 그다지 성실히 쓰여있지는
않다. 어디에 위치했으며, 어떻게 찾아가는지, 그리고 저자가 먹어본 티 세트의 가격은 대체적으로 얼마 정도 하는지에 관한 정보가 들쑥날쑥 등장한다. 정보를 위주로 전달하는 책이 아니더라도 지극히 개인적 경험으로만 채워진 글 안에서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조차도
미약하게 쓰여있다. 차라리 티 룸의 웨이터나 주인과의 간단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훨씬 흥미로운 책이 됐을 것 같다.
다른 홍차 관련 책을 읽으면서 항상 그 시간을 음미하는 듯한 공감 가는 글귀가 참 좋았다. 추운 계절에 따뜻한 차가 담겨있는 잔에 두 손을 감싸고 있으면 전해져 오는 온기가 금세 마음에까지 닿아 작은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도 그런 비슷한 느낌과 홍차 문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국의
티 룸에 관한 이야기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탓인지 이야기는 저자의 유학생활의 여담이 내용의 반을 차지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나마 사진으로 티 룸을 구경하며 위로를 해보려 하지만, 책에 실리기에는
구도도 엉망이고 밝기도 보정되지 않아 알아보기 힘든 사진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책을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갔다. 어쨌든 저자는 정말 많은 티 룸을 방문했고, 사진으로
남긴 기록만으로도 영국의 홍차 문화를 사랑하는 내겐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책을 고르기에 앞서
책에 실린 홍차 사진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에 내용면에서도 그렇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로 인한 실망감이 너무 컸지만, 처음 홍차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에겐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꼭
서점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