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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 슬픔을 다루는 법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슬픔을 다루는 법" 내용보기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와 이모, 무섭기만 하던 외삼촌까지 눈물을 보이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부모님의 경우는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아직 다가오지 않은 점점 두렵기만 한 미래다. 실제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이지만 막연하게 그 슬픔이 얼마나 클지는 짐작할 수 있다. 아마 내 짐작보다 더 크면 컸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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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와 이모, 무섭기만 하던 외삼촌까지 눈물을 보이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부모님의 경우는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아직 다가오지 않은 점점 두렵기만 한 미래다. 실제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이지만 막연하게 그 슬픔이 얼마나 클지는 짐작할 수 있다. 아마 내 짐작보다 더 크면 컸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마흔 즈음의 주인공 블랑카는 엄마의 죽음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과 두 전 남편과 유부남 남자친구들까지 그녀를 위로하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슬픔을 이겨낼 수가 없다. 매 순간순간 엄마가 떠오른다. '기분전환'을 좀 하자며 친구들과 전 남편들은 엄마가 물려주신 집도 있는 카다케스로 놀러 간다. 전 남편들 혹은 애인들과 섹스를 하며 살아있음을 느껴보기도 하고, 즐겨보려고 하지만 슬픔은 떠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해주신 말씀대로, 이 모든 게 결국 지나가리라는 걸 안다. 

200페이지고 조금 넘는 분량이다.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200페이지에 다 넣을 수 있을 리는 없지만, 200페이지 내내 그 감정이 흘러넘쳐 읽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한순간 이겨내는 것 같지만 다시 제자리.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좀 이겨내는 듯하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되면 다시 스멀스멀 들어차는 슬픔. 한편으로는 굉장히 현실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서 소설 같은 느낌은 오히려 덜 받았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거 알지?"
최근 며칠 동안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조용하면서도 수다스럽게 떼를 지어 등장한 셈이다. 하필이면 내가 바라는 단 한 가지가 침대에 누워 혼자 조용히 있는 것뿐인 바로 그 순간에, 엄마가 내 곁에 앉아 내 손을 꼭 쥐고 이마를 맞대주기를 바라는 그 순간에. -25쪽


40대의 예쁜 아줌마. 개인적인 차이? 문화적 차이? 모르겠다. 그 슬픔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방법은 전혀 공감이 안됐다. 1차원적인 본능에 충실하면 슬픔이 이겨지나? 결국 그건 순간의 행복, 순간의 망각을 위한 행위 밖에 더 되려나? 블랑카는 친구와 싸우기도 한다. 물론 친구가 예민하긴 했지만, 그녀는 블랑카가 철저히 본인 위주로만 생각한다고 불평한다. 이 생각이 좋고 나쁘고, 나누긴 어렵지만, 그녀는 확실히 그렇다. 본인의 슬픔에 몰입해서 나머지는 나의 슬픔을 잊게 해주는, 느슨하게 해주는 도구로만 보는 듯하다. 하지만 결국엔 또다시 본인의 슬픔에 몰입하고, 최종적인 결론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 

결국은 지나가겠지만, 내 슬픔에 충실하기 위해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건 옳은가? 타인의 감정 때문에 내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면 바보인가? 어려운 문제다.  

번역서를 읽은 것이지만, 실제 어떻게 쓰였을지 굉장히 궁금해지기도 했다. 1인칭의 시점에서 쓰였는데, 주관적이지만 객관적인 사실들을 묘사하다가 갑자기 감정의 소용돌이 후 엄마를 떠올리는 식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xx를 사러 슈퍼에 갔다. 엄마 기억나요? xx는 엄마가 좋아하던 것이었잖아요' 같은... ? 그러니까 뭔가 끊김이 없이 내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소설이었다. 아마 그래서 더 현실감 있지만, 감정의 소모가 컸던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 그 외 밑줄 쳤던 내용들

언젠가부터 할머니는 흠칫 놀라곤 했다. 평생 두려움이라고는 모르던 분이 기력과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과 친구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자 겁을 먹기 시작했다. ("늙어가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게 뭔지 아니?" 어느 날 할머니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거란다.") 할머니는 당신의 인생이 서서히 저물어가면서 삶에 대한 강한 집착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 62쪽

사랑이 지닌 놀라운 힘 가운데 하나는 차갑게 식어버린 사랑이라도 기적처럼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162쪽

"아니에요. 이봐요, 그렇지 않아요." 나는 그를 '이봐요'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들도 있어요. 사실 우린 우리가 가지고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들로 이루어진 존재예요." -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렇다. 나는 한때나마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191쪽

침대에 누워 요양할 때처럼 가벼운 통증이 느껴지면서 피로가 몰려온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내 마음에 달라붙은 채 떨어지지 않는 막연한 슬픔이 또다시 목구멍으로 차오른다. 어떻게든 떨쳐버리려 애써보지만, 슬픔은 언제나 눈송이처럼 소리 없이 원래 그 자리로 내려앉는다. - 212쪽

f********r 2018.06.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