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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잔혹하다 이를 데 없는 호러물이나 미스터리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 기왕이면 유혈낭자한 토막살인사건에 더 흥미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tvn 드라마 <마더>는 시청하기를 꺼려했다. 우연히 딱 한 번 보았던 장면 이후로 애써 외면하며 두려워했다.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 엄마가 자신의 어린 딸을 쓰레기 취급하며 봉투에 묶어 내다버린 그 상황이 너무나 끔찍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리메이크작으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드라마였던지라 아쉬움이 남았던 터였다. 감사하게도 일본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원작 대본집을 읽을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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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드라마 <마더> 홈페이지
![]() tvN 수목드라마 '마더', NTV '마더' 공식포스터
읽는 동안 너무 많이 울어버렸다. 단순히 선악 대립의 구도을 취한 것도, 고전적인 소재를 다룬, 뻔한 감상이나 최루성이 아니다. 물론 스토리 자체는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충분히 감동적이고 긴 여운이 남는다.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큰 거짓말은 나오와 레나의 만남이다(p9).' 현실의 레나와 나오는 만나지 못할 것이며, 지속적인 학대와 방치로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목이 마더라서인지 대본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지극히 빈약하거나 전무할 정도다. 온통 엄마와 미래 엄마가 될 딸들만이 등장한다. 레나의 진짜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주인공 나오, 지속적인 학대와 방관을 버텨내는 레나(쓰구미), 일찍 남편을 사별한 뒤 홀로 레나를 키운 히토미, 일곱 살 나오를 입양해 정성을 다해 길러준 도코, 다섯 살의 나오를 길가에 버린 친모 하나, 혼전 임신한 아이의 심장 장애에 고민하는 도코의 둘째딸 메이, 다섯 살 나오를 입양전까지 돌봐준 아동보호시설 원장 모모코 등이다. 마더의 주제가 <파더의 부재>인 이유다.
나오 : 당신이 아직, 아직 그 애를 가슴에 품고 있고, 아직 그 애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안아 줄 수 있다면, 난 기꺼이 벌을 받겠어요. 기꺼이....... 미치키 레나의 행복을 빌겠어요. -p4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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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에서 '마더'라는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딸이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내가 원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내용보다는 아역배우의 연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역배우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대본을 그녀에게 맞출 정도였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총 11부작으로 이루어진 드라마 '마더'는 제목이 성투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보고나면 그 제목만큼 이 드라마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던대로 아역배우의 연기는 대단했고, 드라마의 내용은 더욱 더 감동적이었다. 그런 시점에 일본 원작 '마더'의 대본집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드라마의 장면 장면들이 오버랩 되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
근무하던 대학의 연구실이 없어지면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을 하게된 나오는 레나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자꾸 그녀의 시선을 끌었고, 레나 또한 나오에게 관심을 보였다.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 레나는 '좋아하는 것 노트'에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적어서 다녔다. 레나에겐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법노트였다.
싫어하는 걸 생각하면 안 돼요. 좋아하는 걸 계속, 계속 생각해야 돼요.- p 40
그런 레나가 쓰레기 봉지에 넣어져 영하의 온도에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 나오는 레나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 " 난 너를 유괴할거야. 나는 너의 엄마가 되려고 해" 라는 말을 하는 순간, 나오의 말을 빌자면 아동학대에 대한 방관자에서 범죄자가 된 시점이었다. 범죄자가 되어버린 나오는 레나를 구해낼 수 있을까? 진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나오의 양엄마 도코는 그런 말을 했었다. 부모와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는 게 아니야, 그냥 만나지는 거지.)
저는 기본적으로 아버지는 드라마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서 아버지는 어딘가 전형적이라고 할까, 손에 잡힐 듯이 알기 때문에 드라마를 쓰는 보람이 없다고 할까요? 아버지의 고민은 너무 평범해서 깊이가 별로 없죠. 반면에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나 많아요. 너무 복잡해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고민은 아들이 같이 목욕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거나 아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거나 그런 거니까요. -p 651 ( 작가의 말 중에서 )
그렇게 복잡하다고 하는 엄마와 자식의 관계가 여럿 등장을 했다. 폭력을 썼던 남편에게서 딸을 지켜야했던 나오의 친엄마 하나. 입양을 해서 사랑으로 키웠지만 마음을 열지 않는 나오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도코. 뱃 속의 아이가 기형일지도 모른다는 검사결과를 듣고 지우려했지만 결국 모성으로 아이를 선택한 메이. 사랑으로 레나를 키웠지만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면서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었던 히토미, 남자친구로부터 레나를 지켜내지 못하고 방관자로 있었던 히토미를 용서할 수는 없지만 레나를 사랑했던 그 시간들 또한 무시할 수는 없었다. 버림 받았다는 생각으로 절대 엄마가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레나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녀를 지켜내려했던 나오. 나오와 레나를 중심으로 하여 펼쳐지는 엄마의 이야기들는 하나 하나가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 감동으로 다가왔다. 30년만에 버렸던 딸 나오와 재회한 하나는 나오와 쓰구미(레나)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해주려했다.
나오 전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죠!? 하나 그건 너도 알쟎아, 나오 ······· 속죄인가요? 하나 아니야. 지금이 행복해서 그래. 나오 (놀란다) 하나 행복이란 건, 누군가를 소중히 생각하는 거쟎아. 잠든 쓰구미를 바라보는 하나. 하나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게 생기는 것, 그보다 행복한 게 또 있을까? 쓰구미를 바라보는 나오.
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엄마는 자식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딸아이가 6살쯤 되었을때 나에게 말했었다. "엄마가 나를 지켜줄거쟎아요? " 그 말의 엄청난 무게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이름에 감사한 맘이 드는 것은 저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의 중심 인물은 나오와 쓰구미다. 그들이 엄마와 딸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은 정말 험난했다. 친엄마인 히토미의 고발로 법정에 서게 된 나오는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선고를 받게 되었고, 레나는 시설로 들어가게 되었다. 서로 만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하나 나오는 단지 쓰구미를 위해 ······· 슌스케 그게 범죄입니다. 하나 (깜짝 놀란다) 슌스케 앞으로 재판에서 큰 쟁점이 되겠죠. 자신이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 그건 학대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니까요. 하나 !
아동학대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장치는 얼마나 잘 이루어져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야기라 법이 보호해줄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도 궁금해졌다. 방관자아니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동학대를 취재하던 중 만났던 아이를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나오를 응원하는 기자 슌스케가 있다. 나오의 엄마 하나는 남편을 죽였다는 혐의로 15년형을 받고 감옥살이를 했는데, 하나와 잘 지내는 이웃 노인 다다와의 대화에서 모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슌스케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합니다. 그렇게 온화해 보이는 분이 정말 살인을 했을까요? 다다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인간은 세 가지 종류가 있어.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 말이야 이건 우리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지. (그러면서 미소를 짓는다)
대본집은 처음이었다. 공간적 배경이 주어지고, 장면에 대한 설명이 되고 있다. 그리고,지문과 대사. 이러한 대본집으로 배우들은 연기를 해내는걸까? 연출자의 능력도 많이 작용하겠지만, 각 장면마다 감정을 잡고 연기를 해나가는 배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집의 특성상 읽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지 않고 만난다면 상상력을 발휘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듯하다. 하지만, 이 대본집을 보고 감동을 받은 독자라면 드라마를 꼭 한번 챙겨보라고 말하고 싶다. 11화에서는 시설에서 나오를 만나려고 힘들게 찾아온 쓰구미를 다시 시설로 데려다 주는 장면이 있다. 나오는 '스무살이 된 당신에게'라는 편지를 전해 주고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되는데, 나오의 목소리로 편지의 내용이 전해지는 장면은 너무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대본으로만 만나도 울림이 커지만, 절제된 배우들의 표정연기와 대사들은 대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정말 진한 감동을 선물할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 부키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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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드라마 <마더>로 ‘제65회 더텔레비젼드라마 아카데미상 각본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는 대본이다. 그동안 읽던 책과는 완전 색다른 느낌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기분? 바로 그것이다.
내가 일드를 접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일본어 듣기 공부를 위해서였는데, 그 시작은 <최고의 이혼>이다. 와, 이런 파격적인 제목의 드라마도 하는구나, 놀랐었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까 궁금할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리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의 세계. 일본의 드라마는 대개 10화나 12화로 짧게 구성되어 있는 점이 신기했다. 두 쌍의 부부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빚어지는 애환을 다루었기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였다. 어느 가정이나 고민이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 중 하마사키 부부 쪽이 좀 더 비중 있게 나오는데,(내 생각인지는 몰라도) 남자는 영업직 회사원이고 엄청 깔끔하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신발이나, 세수하고 난 뒤의 엉망인 세면대 등을 그냥 못 본다. 자신이 다시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털털한 아내에게 투덜거리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로 말다툼을 하던 어느 날 홧김에 이혼하자는 말이 나와서 그러자고 했는데, 가족들의 반응을 떠올리며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차일피일하며 시간이 흐른다. 그러던 중 여자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짐을 정리해 놓고 남편이 귀가해서 먹을 음식을 만들어 놓고, 편지를 쓴다. 편히 잠들었던 침대, 따뜻한 밥을 같이 먹었던 극히 소박한 일 등에 대해 고마웠다고 편지지에 쏟아낸다. 편지를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다가 울컥해져서 결국은 못쓰고... 이 장면이 7화였다고 기억하는데, 아마 일고여덟 번을 봤을 것이다. 그 장면이 배경음악과 함께 애잔한 감동을 주어 결국은 눈물을 떨구면서도 그렇게 좋았다. 보통 이혼을 다룬 드라마라면 막장을 치달리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장면이 아니던가. 아, 나라는 달라도 감동의 정서는 비슷하구나. 왜 이렇게 다른 작품을 길게 언급 하느냐 하면, 작가의 프로필을 읽다가 놀랍게도 이 작품을 썼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여운으로 남았기에 <마더>로 다시 만난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무로란 마루야마 초등학교 1학년 임시 교사였던 나오가 학대를 당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제자 미치키 레나를 구하고 지키기 위해 유괴범이 된 이야기다. 선생님들에 의해 레나의 몸에서 멍과 상처투성이를 발견하게 되고 학대를 받는 정황을 아동상담소에 의뢰도 했으나, 명쾌한 대답이 없이 흐지부지 하게 되고 추운 겨울 날 버려진 레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기사로 접했던 유괴 사건이라면 돈을 요구하거나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생명을 빼앗기도 하면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이유를 들어볼 것도 없이 흉악한 범죄로 말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유괴 사건의 전면에 가려진 다른 방향의 시선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상황은 거의 없을 것이지만. 부모가 낳아서 키우는 것만으로 아이에 대한 양육의 의무를 다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래로는 자녀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위로는 엄마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어린 시절에 받은 따뜻한 사랑과 추억이 성장하면서 진정한 인격을 지닌 어른이 되는 밑바탕 일 텐데, 학대를 당하다니. 그것을 견디면서 자라기도 전에 일그러진 자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가.
주로 여성이 나오는 여성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육아라고 하면 부부 공동의 책임으로 이루어져야겠지만, 아무래도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긴 만큼 드라마의 반영도 그럴만하다. 나오를 입양하고 자신의 두 딸과 함께 키운 엄마 도코, 나오를 버린 친엄마 하나, 아이를 잉태한 나오의 동생 메이, 레나를 버린 히토미 이렇게 다섯 명의 여성의 모성을 각기 다른 빛깔로 보여주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하듯이 여러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이 낳은 아이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하나, 히토미 같은 엄마가 있고, 입양을 해서 친딸보다 더 잘 대해주면서 키우는 도코 같은 엄마도 있다. 히토미는 자신이 일하러 나가 사이에 애인 우라가미가 레나를 학대하는 것을 눈치를 채면서도 당당하게 따지지 못한다. 부잣집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메이의 태도와 히토미와 겹친다. 아이를 버리고 유괴하는 것 모두 도덕적으로 정당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아픔을 알아차리고 나면 이들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나약한 인간의 단면이라고 할까. 그러한 사건이 터지기까지 일조한 남자도 있기 때문이다.
나오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도 왜 레나를 데리고 도망쳤을까. 레나를 보면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 말고는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 레나는 쓰구미가 되고 도망의 여행길에 하나를 만난다. 낯선 여인에게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무한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정신없이 레나를 구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엄마 역할을 해 주고 싶었고, 이제는 진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민들레 홀씨를 불면서 까르르 웃다보니 엄마가 사라졌다는, 헤어지던 날의 기억을 또렷하게 이야기하는데 듣는 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압권은 단연 레나의 ‘좋아하는 것 노트’ 다. ‘해바라기 씨를 먹는 스즈의 모습, 눈 밟는 소리, 밤하늘의 구름, 크림소다, 회전의자, 구부러진 언덕길, 목욕탕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는 것, 깨끗하게 깎은 밤, 비에 젖은 길, 자전거의 뒷자리, 엄마가 토닥토닥 해 줄 때’ 등... 싫어하는 걸 생각하면 안 되고, 좋아하는 걸 계속해서 생각해야 된단다. 좋아하는 것을 얘기하면 즐거워진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자꾸만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얼마나 힘든 고통을 참아내며 그것을 썼을까, 이겨내기 위해 한 단어 한 단어를 떠올리며 적어나갔을 레나가 가여워서 목이 메어온다. 학대를 당한 아이라고 볼 수 없는 명랑함이 느껴져 더욱 짠하다. 아기의 생명을 구해주는 우체통이 있다면서 일곱 살짜리도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아, 얼마나 절실하면.
참 희한한 일이다. 사람은 나는 저렇게 안돼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되기도 한다. 인생을 살면서 힘든 건 거의 사람과의 관계이다. 가족도 사회도 모두 그렇다. 갓난아기였던 레나를 키우던 시절, 방송에서 아동 학대 사망사건을 보도하는데 히토미는 저건 부모도 아니라며 혐오감을 나타낸다. 훗날 자신이 그렇게 될 줄은 모르고. 세상일은 법과 규칙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정황이 다는 아닐 것이다. 사건의 정황은 무시하고 법적인 잣대로만 매도하는 행위는 항상 있어왔다. 나오는 방관하는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 ‘내’ 일로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범죄자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되기를 응원하며 읽었다. 여러 개의 드라마틱한 반전과 감성어린 맛깔난 대사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삶에 있어 자녀와 부모, 가족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세상에는 학대하는 사람과 학대당하는 사람이 있고 그 몇 배나 되는 방관자’가 있다는 나오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쓰구미: 엄마, 있잖아..... 히토미: 왜 쓰구미: 레나는 하늘나라에 갔어. 히토미: (깜짝 놀라며)..... 쓰구미: 레나는 이제 없어. 천국에 갔으니까. 히토미: 레나, 엄마 좋아하잖아? 왜 엄마는 안 썼어 쓰구미: 있잖아..... 히토미: 엄마 좋아하잖아? 엄마 싫어 쓰구미: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이제 엄마가 아니니까. 히토미: (아연샐색하면서)..... (P471) 쓰구미: 엄마! 나오: 미안해..... 미안해! 쓰구미: 보고 싶어요! 나오: 미안해! 쓰구미: 엄마..... 한 번만 더, 유괴해 주세요. 나오: ! 쓰구미: 한 번만 더 유괴해 주세요.(P583) 나오 목소리 혹시 알고 있나요 철새가 어떻게 해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새들은 별자리를 이정표로 삼지요.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등, 새들은 그런 별들에 의지하여 북쪽으로 가는 거예요. 새들은 어렸을 때 그걸 배워요. 어렸을 때 본 별의 위치가 새들이 살아가는 이정표가 되는 거죠.(P630~631) -스물 살의 레나에게 나오가 쓴 편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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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버려진 게 아니야. 네가 버리는 거야.(79p) 엄마. 누구라도 될 수 있지만 또 누구도 될수 없는 존재.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일 내 편. 전적으로 내게 의지가 되어줄 사람 엄마. 극 속에서는 여러 종류의 엄마가 등장을 한다. 아이를 낳아서 제대로 키우고 싶었지만 남편과 이혼하고 동거남과 살게 되면서 아이가 짐이 된 엄마.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남편을 죽인 것으로 하고 아이를 버린 엄마.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첫눈에 띄인 그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키운 엄마.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쓰레기봉지에 버려진 아이를 버릴 수 없어 '유괴'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품에 안은 엄마. 아이를 가졌지만 병으로 인해서 아이가 살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해야 할바를 알지 못하는 엄마. 여러 종류의 엄마들은 저마다 다 자신의 아이와 연결되어 있다. 엄마는 어떻게 해야 된다는 법을 알려주는 교과서도 없다. 어떤 책도 엄마는 이러해야 한다 것을 정확히 알려주지는 않는다. 아이를 가진다고, 낳는다고 다 모성애가 생기는 것 또한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았어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모성애는 생기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아이와의 교감도 생기고 그렇게 아이와 엄마는 연결되어 가는 것이다. 엄마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엄마다. - 하지만 인간은 세 가지 종류가 있어.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 말이야. 이건 우리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지.(592p) 아이를 낳고 한 가족을 이루면서 잘 살아보려고 했다. 남들 부럽지 않게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히토미는 그랬다. 레나와 함께 남편과 함께 살 때는 이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남편이 떠나고 아이에게는 죽은 것으로 했다. 그렇게 레나와 둘이 남았지만 세상은 살아내기란 힘들었다. 끊임없이 일을 해야 했고 아이는 징징거리고 보챘으며 아이를 맡길 곳은 없었다. 힘들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좋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동거남이 생겼다. 그 남자는 하루종일 게임을 했다. 그리고 아이를 학대하고 방임했다. 그 남자가 그렇게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랬는데도 그가 떠날까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이가 부담스러웠다. 그 남자가 아이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정도까지 했으면 아이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적어도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였다면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차라리 아이를 입양보내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쓰레기봉투에 아이를 담아서 밖에 버릴 정도라면 차라리 그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말이다. 새로운 엄마가 생겼다면 기뻐해줘야 하는 일이 아니냐는 말이다. 그 여자를 고발할 것이 아니라 말이다. 자식을 위한다면, 새로운 엄마가 더 잘 돌봐줄 엄마가 생겼다면 마음이 아프더라도 인정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나는 엄마가 아니라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레나 또는 쓰구미라고 불리어웠던 그 아이가 가장 안됐다는 생각만 계속해서 들 뿐이다. 6백여 페이지가 넘는 책이 술술 넘어간다. '대본집'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장면전환이 빠르고 몰입도가 뛰어나다. 군더더기 없이 탁탁 튀어 올라간다. 이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느 틈엔가 눈물이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엄마의 '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영되었다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본의 드라마가 원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일본과 우리네 감성은 비슷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욱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드라마와 한국의 드라마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가면서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잘 만들어진 대본집은 역시 영상을 보는 것 이상의 감동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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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 대가 없는 사랑을 주는 건 부모가 아니라 아이예요. 하나: ....... 나오: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령
버려지거나 심지어 죽을지 몰라도, 부모를 사랑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요.
하나: (고개를 끄덕인다)
나오: 그래서 부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떼어 놓으면 안 돼요.
대학에서 철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 나오는 갑자기 대학 연구실이 폐쇄되는 바람에 초등학교에 임시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그곳에서 일곱 살 아이 레나를 만나게 되는데, 아빠를
일찍 여의어서 그런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고 선생님들 사이에선 좀 독특한 아이로 알려져 있다. 나오는
평소에 애들을 싫어한다고 말을 할 정도로 학교 생활에도,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동료 선생님들이 레나가 엄마나 엄마의 애인한테 학대 당하는 것 같다고 의심을 하게 된다. 작고 마른 체구에 온몸에 멍과 상처가 나 있는 것이 발견되어 가정 방문을 했으나, 딱히 의심스러운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나오 역시 굳이 참견하고 싶지 않아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오의 집에 갔다 차도 옆 검은색 쓰레기봉투에서 머리칼과 온몸에 음식물을 뒤집어쓴 레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오는 다섯 살 때 친엄마 하나에게 버림받아 시설에서 자라다, 일곱
살에 양엄마 도코에게 입양되어 살아왔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 받은 기억 때문에 양엄마가 아무리
챙기고, 애정을 쏟아도 평생 마음을 열지 않고 살아 왔다. 그랬던
그녀가, 여섯 살에 자신은 절대 엄마가 안 될 거라는 맹세를 했던 그녀가, 지금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것도 아이를 유괴하는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말이다.
"난 너를 유괴할 거야.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 너를 더 슬프게 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너의..... 너의 엄마가 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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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그 애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고 왜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몰라요. 분명히
백 가지, 천 가지 이유가 있었겠죠. 하지만 그 모든 게
옳으면서도, 그 모든 게 틀렸어요.
엄마와 아이는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이 섞인 강에서 헤엄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서로 껴안는 것과 상처 주는 것 사이엔 경계선이 없죠.
이 세상에는 아이를 귀찮아한 적 없는 엄마도 없고, 때리려고 마음먹은
적 없는 엄마도 없어요.
이 작품은 일본 드라마 사상 최고의 문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마더의 원작 대본집이다. 국내에서도 2018년 리메이크작이 방영되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일본의 레전드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국내 첫 출간작인데, 웬만한
소설보다 더 속도감 있는 전개에 군더더기 없는 플롯으로 빨려 들어갈 듯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엄마의
애인에게 학대 당하는 아이 레나, 남자가 떠나갈 까봐 그걸 보고도 방관하는 엄마 히토미, 그런 레나를 유괴해 엄마가 되려는 나오, 나오를 입양해 키운 양엄마
도코, 어린 나오를 버린 친엄마 하나, 그리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임신한 나오의 동생 메이.. 이 작품 속에는 서로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다섯 엄마가 등장한다. 모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엄마라는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아동 학대는 지금도 여전히 뉴스에서 숱하게 보도되는 안타까운 현실이고, 이를
소재로 만들어지는 작품들도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모성'이라는 것을 하나의 정해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각각의 여러 다른 모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깊이 있게 고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학대하는 사람과 학대당하는 사람이 있고 그 몇 배나 되는 방관자가 있다. 이 작품은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괜히 참견했다 무슨 피해라도
얻을 까봐,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세상의 수많은 방관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이를 구하는 방법은 오직, 부모에게서 벗어나게
해주는 거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그걸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뿐. 그런데, 이 작품 속 나오는 그 어려운 걸 실제로 해낸다. 자신이 범죄자가
되면서까지, 학대 받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유괴를 한 것이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게 생기는 것, 그보다 행복한 게 또 있을까?"
엄마가 되고 보니 세상이 전과는 달라 보였다. 하지만 가끔은 일상에
지쳐 그 소중함을 잊어 버리곤 한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가 나에게 생겼다는 그 감사함을 잊어 버리면
안 되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엄마로서의 여성에 대해서,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 대해서 이 작품만큼 아프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 또 있었을까 싶다. 국내 버전 드라마를 이미 봤던 이들이라면 원작과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될 테고, 드라마를 보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온전히 이 작품을 하나의 소설처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두툼한 페이지가 무색하게 순식간에 몰입해서 보게 될테니 말이다. 부모와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는 게 아니다. 그냥 만나지는 거지. 당신도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나오의 공범이 되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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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에 관해 이야기하며) 일곱 살이라도 들어갈 수 있나요? 키가 104센티미터여도 들어갈 수 있나요? 흔히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을 ‘내리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자녀는 부모를 잊을지언정, 부모는 아이를 절대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부모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편을 먼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을 칭하는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자녀를 자신보다 앞세운 부모를 일컫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도 더 큰 불행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못 박듯이. 그렇지만 우리는 과연, 세상은 과연, 이들에게 ‘자녀를 사랑하라’고, 모성애를 가지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는 게 아니야. 그냥 만나지는 거지. <마더>에는 다섯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평범하지 않은’, 조금 특별한 선택을 한 다섯 명의 엄마들이. 그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의 사랑 가지고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15년 형을 선고받은 엄마. 친모에게 버림받아 양모에게 길러져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결국 엄마가 되기로 선택한 엄마. 양딸을 친딸과 함께 똑같은 사랑으로 기른 엄마. 친딸을 학대하고 법정에 서서 ‘저를 사형시켜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엄마. 아이를 낳기 전, ‘과연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고 자신의 모성애를 의심하는 엄마. <마더>가 꼬집어내듯, 사회가 그러하듯, 나도 모르게 언제부터인가 엄마들에게 모성애를 당연하다는 듯이 강요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것도, 방관했던 것도, 결국은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으니 ‘강요했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엄마니까 일도, 사랑도, 꿈도 다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엄마니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엄마니까, 엄마니까, 엄마니까. 사회적인 시선과 세상이 요구하는 모성애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현실이 녹록치 않을 때 좌절하고, 분노하고, 슬픔이라는 감정에 휩싸여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모습을 엄마들의 모습을 보았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입양, 유괴, 한부모가정, 미혼모 등을 다룬 대본집 <마더>. <마더>에서는 어머니의 존재만 부각될 뿐,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그 이유를 나 홀로 생각해서 나름 그럴듯한 가설을 하나 만들어보게 됐다.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어지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육아는 여자의 몫이고, 모성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행위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가, 엄마가 등장한다. 이런 차별을 역설적으로 만들어 모성애가 없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엄마를 만들어내서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 엄마라는 존재는, 모성애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왜 강요하느냐고.
소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대본집을 훌륭한 작품으로 처음 만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모성애에 대해서, 빈번하게 들려오는 아동학대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때론 눈물을 흘리고, 때론 화도 내며 공감했던 대본집 <마더>. 나만의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 상영되듯, 술술 읽혔던 책으로, 또 훌륭한 책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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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엄마라는 이름의 구원자 엄마라는 단어는 항상 들을 때마다 마음한켠에 쿵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는 단어이다. 나역시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엄마의 딸로 사는 지금 특히 딸인 나는 엄마가 된 지금 그 이름에 더욱 그리움이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마더는 책보다 드라마를 통해 먼저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TV브라운관을 찾은 배우 이보영의 선택 드라마라며 홍보하던 어느 글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지인들의 입소문으로 학대받은 아이를 납치해 자신의 딸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터라 낯설지 않은 제목과 이야기였다. 그리고, 일본 원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 책은 그 일본 원작이 드라마화 된 대본형식이 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접해보는 대본집의 대화체 형식의 글들이 처음에는 낯설어 제법 두꺼운 이 책을 내가 소화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 그건 나만의 착각! 오히려 더 집중하고 몰입하며 나만의 드라마를 머리 속에 그려보며 책을 펼쳐 덮는 순간까지 쭈욱 함께했다. 5살때 엄마에게 버림받아 입양된...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학대 받아 버려진 레나를 보며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는 나오, 엄마와 엄마의 애인에게 학대를 받아 버려졌지만 선생님이였던 나오를 엄마로 따르며 함께 떠나오는 레나 / 쓰구미 남편없이 아이를 키우고, 애인 우라가미의 학대를 알면서도 그가 떠날까 참을 수 밖에 없는 레나의 엄마 히토미 어린나오를 버리고 떠났지만 현재 그녀의 주변에서 그녀를 돕는 친엄마 하나 첫째 나오를 입양하고 , 가호와 메이의 2딸과 함께 하는 엄마 도코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책은 학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니 책 자체는 어둡다고 봐야하겠지만 - 엄마가 되어주려는 나오, 그런 나오를 도와주고 싶은 친엄마 하나, 항상 아픈 손가락이였던 나오를 돕고 싶은 도코 임신한 아이가 심장이상으로 인해 낳아야하나 고민하는 메이를 만나보면 어둡다기 보단 마음한쪽이 뭉클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엄마라는 존재라 그런지 아이의 학대는 많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남자때문에 검은 비닐봉투에 아이를 넣고 버린 모습은 충격적이다. 그 모습에 엄마의 존재를 부정하고 원치않은 나오도 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그 아이를 유괴하지 않았을까? 보면서 해선 안돼는 행동이지만 - 나도 모르게 나오를 응원하게 되었다. 꼭 그녀가 법적으로도 레나 아니 쓰구미의 엄마가 되어주길 바랬다. 내가 원하는 해피엔딩은 아니였지만...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안도감이... 그리고 눈물이 그렇게 나오는지... 난 그들이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생각한다. 아니 맞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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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부모, 아이... 학대와 아픔... 좀 더 생각해보게 된 책이였다. 나 역시 히토미와 같은 극단적인 학대는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니였는지 다시한번 돌아보게 한 책. 부모에 대한 자격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보게 된 책. 마더, 엄마라는 이름의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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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는 2010년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올해 초 tvN에서 리메이크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마더>는 친부의 부재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아동학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아동학대에 대한 소식을 뉴스 사회면으로 종종 듣곤 한다. 어디선가 남 모르게 아동학대를 받고 있을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구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는 없는 것인가? 스즈하라 나오는 무로란 초등학교에 임시교사로 부임하는데 원래는 훗카이도 무로란 대학에서 철새를 연구하던 연구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레나라는 아이를 알게 되고, 또 아동학대를 받고 있다는 걸 의심하게 된다. 미치키 레나 또는 스즈하라 쓰구미는 밝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소녀이지만 집에서는 아동학대를 받고 있는 아이다. 친모인 미치키 히토미가 있지만 거의 방치되다시피 집에서 생활한다. 그녀의 동거남인 우라가미는 레나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다가 어느날 추행하게 되고 이를 목격한 히토미는 레나를 쓰레기 봉투에 담아 집밖으로 버리게 된다. 과연 엄마로써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일까? 그 추운날에 자신의 딸을 감싸주지는 못할 망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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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다섯 엄마. 스무살이 될 딸에게 편지를 쓰는, 나오 나오는 잠시 근무하게 된 초등학교에서 엄마, 히토미에게 학대받는 레나를 만난다. 처음에는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죽음의 위협을 받는 상황을 보게 된다.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에 스스로 레나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약속하고 레나와 길을 떠나는데... 사회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유괴. 나오는 자신이 저지른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잠든 레나의 모습에서 엄마로서의 마음을 키워 간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조금씩 커지는 모성애처럼 그렇게 나오는 아이에 대한 사랑을 키운다.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라는 기억을 쌓고 그리고 쓰구미에게 당신을 만나길 잘했다고, 당신의 엄마가 되길 잘했다고 말하는 엄마. 나오를 입양한 엄마 도코. 자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오가 가장 하고 싶은 일, 도쿄타워에서 망원경으로 친엄마를 찾는 일을 매일 함께하며 묵묵히 나오를 기다리던 도코. ‘다녀왔습니다’라는 나오의 한마디에 이 세상에서 이 아이의 엄마는 나 하나뿐이라고 결심했던 엄마. 또 한명의 엄마 하나 하나는 나오의 친엄마이다. 폭력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갈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딸을 잃을 수밖에 없던 엄마. 나오가 자신의 딸인 것을 알고 있지만 미안한 마음에 말을 못한다. 이발소 깜빡 아줌마로 나오와 쓰구미를 돕는 과정에서 쓰구미에게 접어 준 비행기 때문에 나오에게 자신이 친엄마라는 사실을 들키게 되는 사람. 쓰구미의 도움으로 딸과 함께하는 하루를 간직할 수 있게 되는 엄마. 레나의 친엄마 히토미 미혼모로 레나를 낳고 잘 돌보고 싶었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며 감당해야하는 삶의 무게에 점점 지쳐갔다. 그리고 새로운 남자친구가 레나를 학대하는 것을 알게되지만 묵인하고 자신도 동조하게 된다. 레나가 사라진 날, 자살했다고 믿으며 아동학대 죄값을 치를까봐 두려워 하던 중 나오가 레나를 데리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오를 찾아와 자신은 새출발 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레나와 좋은 기억을 가진 동네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는 엄마. 아이를 만나고 싶은 메이. 혼전 임신으로 아이를 가졌지만 아이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말에 아이를 지우겠다고 매몰차게 이야기하는 메이. 그렇지만 속으로 히토미를 떠올리며 자기는 좋은 엄마가 못될 것 같다며 불안해한다. 아이가 자신과 같은 엄마를 용서 해줄까, 좋아해 줄까 걱정하는 엄마 쓰구미가 엄마를 위해 떠나며 남긴 편지에 담긴 한마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 우리 딸내미도 이렇게 말해주는데. ‘언제 데리러 와요?’라고 묻는 쓰구미. 아... 이 상황에서 엄마인 나오가 얼마나 아플까. 나오, 쓰구미, 메이, 가호, 도코, 하나의 마지막 밤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딸들, 20살 쓰구미에게 편지를 쓰는 나오. 나도 엄마라서 그럴까 나오와 쓰구미의 대화,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읽는 내내 몰입하게 했던 좋은 소설이다. 권선징악처럼 뻔한 전개가 아니라서 더 좋다. 특히 엄마들, 딸들에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