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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 길, 나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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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문화사학자인 신정일이 이중환의 [택리지]를 다시 쓰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전 국토를 두발로 걸었다고 한다. 크고 작은 400여 개의 산을 오르고, 남한 땅 8개의 강과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를 따라가며 인문지리 내지는 역사지리학의 측면에서 현재의 택리지로 다시 쓰고자 했다고 한다. 이중환이 살다 간 이후 이 땅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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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문화사학자인 신정일이 이중환의 [택리지]를 다시 쓰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전 국토를 두발로 걸었다고 한다. 크고 작은 400여 개의 산을 오르고, 남한 땅 8개의 강과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를 따라가며 인문지리 내지는 역사지리학의 측면에서 현재의 택리지로 다시 쓰고자 했다고 한다. 이중환이 살다 간 이후 이 땅에서는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300여 년간 이 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산과 강을 오랫동안 걸어 다닌 그는 택리지를 10권으로 다시 썼다고 말했었다. 당시 나는 반가운 마음에 시리즈를 읽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중 첫 번째 책인 [신 택리지_살고 싶은 곳]을 읽었다. 그리고 그만 두었다. 오래전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우리나라의 지리를 알게 된다는 기대감에 읽었지만, 그 고장의 인물과 가문에 대한 너무 많은 할애가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았나 싶다.

 

  이 책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는 예전 [신 택리지] 시리즈의 전면 개정판이라고 한다. 그때의 기대와 실망이 교차되면서 떠올랐지만 우리 땅에 대해 알고 싶다는 기대가 일단은 1권을 읽어보는 쪽으로 만들었다. 예전과 달리 1권은 서울 편이었다. 그래서 더 쉽게 예전의 기억을 뒤로하고 다시 읽어보겠다고 선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30년 이상을 서울에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서울은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도시임에도 의외로 모르는 게 많다. 때로는 생소함을 느끼고, 또 때로는 처음 와 보는 도시 같은 감정이 들기도 한다. 아마 서울에 사는 동안에도 그저 내가 살고, 생활하는 공간 중심으로만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고궁에도 가보았고, 주변 산에도 오르고, 이곳저곳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인문학적 혹은 역사학적 지리에 대한 관심없이 그저 대한민국 수도로서의 서울, 내가 살고 있는 도시로서의 서울만 생각했지 싶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서울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는 물론 서울이라는 한 도시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울의 유래부터 시작하여 궁궐, 한양도성,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한강의 변천을 살펴보고, 도심 속 근대사의 자취와 함께 서울의 풍속, 그리고 지명속에 숨겨진 역사까지 살펴보고 있다. 말 그대로 서울에 대한 인문 지리서인 셈이다. 내가 서울에 대해 몰랐던 많은 부분을 새롭게 알아가면서 서울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서울은 조선시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수도로 우리나라의 중심지이다. 그런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우리말 땅이름이라고 한다.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서라벌이라 부르고, 백제말기 수도인 부여를 소부리라 부른데 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은 원래 나라의 수도를 뜻하는 보통 명사였으나 지금은 대한민국 수도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서울, 서울 하면서도 그 유래가 어떠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서울은 조선의 왕도였기에 많은 궁궐이 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의 5대궁궐과 종묘는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이기에 많은 책들이 나와있지만, 저자 역시 이 책에서도 궁궐들의 역사와 그 궁궐이 지닌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관심을 가지고 읽은 부분 중 하나는 한양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산이었다. 조선은 내사산으로 남산, 낙산, 북악산, 인왕산을 정하고 이들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았다. 이른바 한양도성이다. 18.6킬로미터의 이 성곽길을 한바퀴 도는 것을 조선시대에는 순성놀이라 했다고 한다. 저자는 숭례문에서 시작하여 사소문과 사대문을 거쳐 다시 숭례문에 도착하는 서울성곽 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의 역사와 유적지에 대한 해설을 곁들인다. 서울은 또 이들 내사산 외에도 크고 작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다. 조선은 한양의 바깥 경계에 해당하는 산을 외사산이라고 하였는데, 동쪽의 아차산과 서쪽의 덕양산, 남쪽의 관악산과 북쪽의 북한산이 바로 그 산들이다. 그 외에도 청계산과 불암산, 도봉산, 수락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자의로 혹은 타의로 다들 몇 번씩은 올라가본 기억이 있는 산들이다.

 

  서울은 또 한강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저자는 말한다.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1300리를 흘러 김포시 월곶면에서 서해로 접어드는 한강은 우리나라에서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에 이어 네번째로 긴 강이다. 중국 위진 시대에는 대수로 불렸고, 광개토왕릉비에는 아리수, 백제 건국설화에는 옥리하 등으로 나타나다가 조선시대 비로소 한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1960년대 이후 한강종합개발의 여파로 모습이 많이 달라졌지만, 저자는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오며 한강변의 나루와 섬들, 그리고 주변의 역사를 더듬고 있다.

 

  그 밖에도 저자는 정동교회, 구러시아공사관과 같이 서울 도심 속에 있는 근대의 자취를 찾아보고, 서울의 풍속과 지명속에 남겨져 있는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진고개, 피맛골, 왕십리, 말죽거리 등 지금은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있는 지명의 유래를 알아가며 다시 한번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권인 경기도 편에서는 내가 몰랐던 어떤 것을 알게 될 지 자못 기대가 된다.

k*****1 2018.06.29. 신고 공감 4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