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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진정한 목적은 환자의 증상 뒤에 숨어 있는 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환자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과 치료의 방향에 대해 의사가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 이상 그를 의심 없이 믿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환자와 가족은 힘든 일을 겪고 있으면서도 주체가 되지 못하고 불안 속에 시간을 보내기만 할 뿐이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또 겪기도 하는 현실이다.
심장전문의 버나드 라운 박사 역시 이 책에서 ‘치유healing는 처치treating로 대체되고, 치료caring 대신 관리managing가 중요해졌으며,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던 의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의료장비가 대신한다.’ 고 말하고 있다. 즉 병원의 의사들은 환자 신체 각 부분을 쪼개어 문제가 있는 부분들만 치료함으로써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왜곡되어 가고 있는 심각한 현실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수필가 아나톨 브로야드가 “의사들이 내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단 5분만이라도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한번이라도 그들의 진심어린 배려를 받고, 나의 전립선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까지도 살펴봐주기를 원한다. 이러한 것들이 없다면, 나는 그저 하나의 질병에 지나지 않는다.”고 사망하기 직전 쓴 글은 죽음을 그 곳에서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르는 한 인간이 바라는 것 그리고 의사들이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일해야 하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버나드 라운 같은 의사를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심장마비로 가족과 이별의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돌아가신 내 엄마에게도 이런 의사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으로 잠을 설치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버나드 라운 박사는 환자에게 만날 때마나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환자의 치유를 촉진시킬 수 있는 신중한 말을 건넴으로써 환자로부터 나의 몸과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친구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의사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나 죽는다. 의사들은 영원히 살 수 없다는 현실을 환자들이 슬프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또 영원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이 전파하지 않도록, 태어남이 있으면 노쇠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앎으로써 평화롭게 세상과 이별할 수 있도록 쓸데없는 심장보조창치로 환자를 마지막까지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죽어가는 행위에 병원이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 때만이 “죽음에 존엄성을 부여한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병원과 집 사이에서 호스피스가 중간 정거장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갖췄으면 한다.
책 끝부분 의사를 대할 때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지식들도 도움이 된다. 의료인들의 필독서이면서 내 삶의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누구나에게 필요한 책이다.
<오디오클럽 한주한책 서평단 제자리에 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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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빨간아로하입니다.
생사를 가르는 시기를 간접적으로나 겪으면서 이런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가끔식이지만 병원의 알콜 냄새가 나면 진저리를 치게 됩니다. 엄마의 수술로 병원에서 여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불볕더위도 힘들지만, 그 더위가 없었던 그 해 여름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여는 글에서 보면 오늘날 현대희학이 겪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술이 본래의 형태와 신념을 망각한데 있다며 치유는 처치로 대체되고, 치료대신 관리가 중요해졌으며,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던 의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의료장비가 대신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을 주츼의라는 개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머라가 아픈게, 배가 아픈게 특정부위가 잘못된게 아니라 감정의 변화로 신채가 겪는 부작용이라고 말해주는 동네 의사 말입니다. 이 약을 계속 먹으며 이런 부부이 나빠지니 어떻게 처치를 해야 하는지 조언해줄 수 있는 동네 약사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병장수 시대라지만, 장수하면서 병환이 있는 삶은 싫습니다. 삶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출생은 내가 어찌 할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삶을 가꾸고, 변화시키며, 마감할 수 있는 의식이 본인에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니까 존엄사가 논의되는 것이겠지요.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품에 안겨들면, 부모는 따뜻하게 안아주며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게 되면 아이의 복통은 대부분 아픈게 사라집니다.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환자의 질환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우리에게는 부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1분도 안되는 진료를 받으러 1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소아과여서 엄마들이 아이가 조그만 아파도 병원으로 바로 찾아와서 늘상 북새통이지만. 아이의 목구멍을 한번 보고, 두어마디 질문 하고는 "다음 분이요"이러는데 정말 열 받았습니다. 진료를 잘하든 못하든 중요한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는 안심시켜줘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이후에 그 소아과를 안찾습니다.
추천사를 작성한 서울대 의과대학 정현채 교수는 글에서 두 명의 현인들을 인용합니다. 마음과 몸이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알려진 이야기이니까요.
환자가 고통받는 나의 친구임을 잊지 않게 해주소서. 그리고 내가 그에게서 질병만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도록 하소서. -12세기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마이모니데스의 기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을 때 의술은 사랑이 된다. 어떤 환자들은 의사가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들을 안심시켜주기만 해도 건강을 회복한다. -히포크라테스
이런 부분때문에 의료인들이 필수적으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추천하는 모양입니다. 의사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다루는 전문가인지, 단순히 고장 난 신체 일부를 고치는 기술자인지는 의료인들의 자성과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저자의 글에서 한국이 전문의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으며 일반의는 전체의 3분의 1을 밑돌고 있으며, 전문의도 4분의 1이 두가지 이상의 전문과목을 표방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전문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내과·가정의학과는 3년)을 수련받은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다. 일반의는 별도의 전문의 취득(인턴, 레지던트) 없이 바로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의사를 지칭하는 말. 한국의 경우 의대 졸업 직후 활동하는 의사와 인턴만 마치고 활동하는 의사를 모두 일반의라고 부른다. )
저자인 버나드 라운은 개별 환자의 안녕을 생각하며 혼자의 이야기를 듣는데 관심을 갖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환자가 말하는 대부분의 건강 문제를 비싼 진료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해결할수 있다고 합니다. 본문은 진단/치유/생명과학/노년, 그리고 죽음/의사와 환자간의 특별한 관계/환자의 역할로 6부로 나누어서 임상 경험들을 통해 의사가 왜,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애를 지는 의술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심을 두고 쓴 책이기에 인간의 삶이 가지는 고귀함에 대한 존경심을 높일 수 있기를 독자인 저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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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유물론적 지식에 입각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일은, 막힌 배관 파이프를 뚫어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정현채 7쪽. 이나 윌리엄, 쿠웬호벤(William Kouwenhoven)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그는 심장을 압박하는 인공호흡법을 생각해 낸 사람이다. 버나드 라운(Bernard Lown M.D.)이라는 이름은 낯선 이름이지만 심장 제세동기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이는 많을 것이다. 버나드 라운 박사는 심장 제세동기를 만든 의사이자, 핵전쟁반지국제의사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버나드 라운 박사는 개발 도상국의 의사들이 최신 의술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단체의 의장을 역임했다. 버나드 박사는 1985년 노벨평화상 외에도 명예로운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상은 버나드 라운 박사를 소개한 책 날개의 내용이다. 도서를 읽어보니 저자의 화려한 수상 내역보다 그가 ‘치유자’로서 얼마나 위대한 길을 걸었는지에 대한 감동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현대 의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 데 비해 의사의 사명감이나 의사에 대한 존경심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의사는 치유보다는 의료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혹은 더 큰 이득을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치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심리상태와 병증과의 관계를 기술한 부분이었다. 불만으로 가득한 주변환경이나 가족관계가 병을 만들어 오는데 심지어 뮌하우젠 증후군처럼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큰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실제 그러한 증상을 드러내는 환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가 진정한 치유에 이르기 위해서는 병에 관한 증상 너머 한 인간과 그의 생애에 깊게 관심을 가져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 과학적인 진단 외에도 환자와 그를 둘러싼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얼마전 피부염 증상이 있어서 몇달간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의사가 피부염의 원인이 스트레스성이라고 해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거의 6개월을 염증으로 고생하고 약을 먹어도 그때 증상만 괜찮고 약을 끊으면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 마음을 편안히 하라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이 이상 뭘 더 내려놔야 하는가 싶은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아니겠는가 말이다. 피부염 증상은 약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이번엔 소화계통까지 문제가 생겨 고생을 하고 있다. 책대로라면 내과를 간다고 해서 내 증상이 치유될 것 같지는 않다. 근본적인 마음의 상태를 점검해야 진짜 치유의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치유를 위해서는 예술과 과학이 동시에 필요하며 신체와 정신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고통과 두려움에 싸인 한 인간 존재의 운명을 깊이 생각할 수 있어야만 의사는 개인적 특수성 속으로 편입해 들어갈 수 있다” (15쪽) 버나드 박사는 치유에 이르는 길도 ‘말’이지만, 사람의 심리상태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말’이라고 지적한다. 의사의 한 마디는 환자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기적을 일으키는 단어가 되기도 하다는 것을 몇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준다. 의사는 환자의 말을 경청하면 불필요한 검사 없이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쉽다고 말한다. 의사가 긍정으로 가득한 격려를 환자에게 해 줬을 때 수명이 얼마 안남은 환자가 기적처럼 생존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반면에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의사의 말에 급격하게 병색이 안좋아서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있었다. 왜 그럴까. 그건 ‘의사’라는 지위는 생명에 대한 권위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의사뿐이겠는가. 요즘 우리 사회는 청와대 청원이 마치 유행처럼 된 듯하다. 심지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조차 청와대에 민원을 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는 권위 있는 사람들이 평범한 시민을 위해 원칙을 지키기보다 억울한 사례로 얼룩진 경우가 많이 알려져서였을 것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차별을 거쳐 왔던가. 이제 겨우 원칙이 통하는 사회로 가려고 하는 과도기에 있는 우리 사회. 그래서 병원에 가거나 송사가 있을 때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정보와 힘이 없는 위치에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 아니던가. “의학적 지혜란 무엇인가? 그것은 환자가 안고 있는 임상적 문제들을 신체 기관별로가 아니라 환자라는 한 인간 전체 속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368쪽.)
최근 다녀온 병원에서 의사를 만난 시간은 2분이 되지 않았다. 내가 만날 의사들이 나와 좀 더 시간을 보내주실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