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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구수한 입담, 이야기꾼의 발견
"『놀러 가자고요』구수한 입담, 이야기꾼의 발견" 내용보기
누군가의 기록때문에 역사가 살아 숨쉰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작가가 써낸 글 속에서 경험하게 된다. 한 나라의 문화 또한 그렇다. 우리가 무심코 행동해왔던 것들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게 하나의 문화가 되듯, 누군가의 기록은 필요하다. 그게 부모님의 일일지라도, 그게 자기 고향의 이야기일지라도. 고향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여겨
"『놀러 가자고요』구수한 입담, 이야기꾼의 발견" 내용보기

누군가의 기록때문에 역사가 살아 숨쉰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작가가 써낸 글 속에서 경험하게 된다. 한 나라의 문화 또한 그렇다. 우리가 무심코 행동해왔던 것들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게 하나의 문화가 되듯, 누군가의 기록은 필요하다. 그게 부모님의 일일지라도, 그게 자기 고향의 이야기일지라도.

 

고향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여겨진 제목때문에 읽기 시작했던 책이 하나의 에세이처럼 여겨진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굳이 특별한 인물들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우리 부모님들이라고 해야 옳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던 우리의 부모.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남은 건 노인들 밖에 없는 시골. 이곳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소설집으로 엮였다.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했지만, 작가는 유달리 자신의 고향집 이야기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소설로 남겨 고향은 흔적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 달인의 경지에 가까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부녀회장이 미워 질투로 인해 욕설을 내뱉는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 사람들과 닮았다. 정확히는 시골의 풍경이 그려졌다. 오늘을 사는 시골의 늙은 사람들. 한 마을의 이웃 숟가락 숫자까지도 꿸 수 있다는 시골 사람들의 인심과 과도한 관심이 불러온 이야기들이었다.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결국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데, 유달리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작가의 가족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이런 소소한 기록과 이야기들이 뻔한 이야기라 싫은 사람들도 있겠으나 나는 재미있게 읽혔다. 시어머니가 한번씩 말씀하시던 시골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글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배길 그런 이야기들의 집합이었다.

 

 

바쁜 모내기 철이 오기 전 시골 사람들은 여행을 다닌다. 그렇게 해서 간 여행이 도시의 어머니들 못지 않다. 소설의 표제작이기도 한  「놀러 가자고요」는 소설의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노인회장 김사또의 아내 오지랖 여사가 마을 사람들에게 여행을 독려하는 이야기다. 방송을 해버리면 간단할텐데 이러저러한 사유로 거절할 사람들을 줄이고자 마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한다. 어떻게든 30명을 채우고자 분투하는 것인데 놀러 못가겠다는 이들의 사연이 다 제각각이다.

 

평소 남편에게 꼼짝 못하는 오지랖 여사의 기지가 빛난 부분이 있는데, 돼지 잡는 곳에서 꼬박 몇 시간을 기다려 자식들을 위해 갈비를 사왔는데, 오지랖 여사가 그만 태워먹었다. 순간의 기지로 며느리에게 고기를 사오라고 시켜 가족들이 맛나게 먹는데 이 또한 김사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 주었지 않았나 싶다.  또한 아들과 며느리에게 친척을 대동하고 온 방문판매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만병통치 욕조기를 사고 싶은 어머니의 속내, 금방이라도 카드를 긁어 어머니에게 사주고 싶은 아들. 그러나 400백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사줄 수 없다고 따지는 며느리의 속내를 밝힌 이야기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심각할 이야기들인데, 김종광의 글로 읽고 있노라면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살아온 부모님들의 이야기와 자식들의 이야기. 농촌에 청년회라고 해봤자 50대가 태반인 곳에서 울력을 부치는 애환들까지 위트있게 읽힌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동네의 모든 이야기들을 들고 사는 어머니들의 입담이 퍽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게 왜 김종광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여태 읽지 못했는가 이다. 물론 익숙한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소설이 궁금해졌다. 작가의 출간 작품 중 최근에 출간한 작품이 『조선 통신사』다. 전자책으로 구매한 것 같아 살펴봤더니 구매하겠다고 생각만 했지 아직 미구매 상태였다. 그 책 부터 시작해봐야겠다. 이번 소설집에서 느꼈던 맛깔스러운 문장을 그 소설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8.06.14. 신고 공감 13 댓글 13
리뷰 총점 종이책
범골, 그곳에 가고 싶다.
"범골, 그곳에 가고 싶다." 내용보기
돌아가신 엄마는 말이 많지 않으셨다. 그건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말을 참고 사셨다는 거다. 그러니 내 기억에는 누구와 말싸움을 하지도 않으셨고 이웃 아주머니의 통박스러운 말투도 그냥 듣기만 하셨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웃 아주머니는 말이 참 많으셨고 말도 빠르셨다. 해서 좋은 소리도 때로는 무섭게 들리기도 했다. 이제는 곧 여든을 바라보고 있지만 현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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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신 엄마는 말이 많지 않으셨다. 그건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말을 참고 사셨다는 거다. 그러니 내 기억에는 누구와 말싸움을 하지도 않으셨고 이웃 아주머니의 통박스러운 말투도 그냥 듣기만 하셨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웃 아주머니는 말이 참 많으셨고 말도 빠르셨다. 해서 좋은 소리도 때로는 무섭게 들리기도 했다. 이제는 곧 여든을 바라보고 있지만 현재도 아주머니는 걱정도 많이 하고 싫은 소리도 많이 하고 다정한 말도 많이 하신다. 김종관의 『놀러 가자고요』를 읽으면서 내 고향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일손이 모자라 품앗이로는 절대 농사일을 할 수 없는 현실, 논과 밭을 모두 팔아 자식들 보태주고 노인네만 남은 모습, 누구 자식이 무슨 자동차를 몰고 왔더라, 누구 자신이 사업을 망했더라, 누가 아프다더라. 한데 모여 점심을 먹고 소리 없는 말들이 넘치는 마을회관까지. 어쩌면 내가 시골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김종관 소설 속 인물이 쏟아내는 걸쭉한 사투리로 이어나가는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한 번 예배를 드리면서 뵙는 어르신들의 바로 그들이었다. 여전히 농사를 지으시고 만나면 마늘 값을 걱정하고, 아직 끝내지 못한 모내기며 요양원에 계신 이들의 안부를 묻는 익숙하고 친근한 모습 말이다.

 때문에 ‘장기호랑이’란 아이디로 온라인에서 장기를 배우며 오프라인에서 마주한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장기호랑이」와 한 숨 쉬는 아홉 살 아이를 걱정해서 병원을 전전하며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홉 살배기의 한숨」을 제외한 7편의 단편은 범골이라는 동네를 배경으로 한 하나의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특히 범골 마을 역사책을 만들기 위해 자료 조사격인 「『범골사』해설」이나 범골 동네 인물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범골 달인 열전」을 읽다보면 누구라도 범골이라는 마을을 아는 것마냥 느껴질 정도다. 한 동네 사람만 알 수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을 들은 것처럼.

 여전히 농사를 짓는 오빠와 한때 1가구 1소를 키우던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구제역 때문에 외부와의 소통도 어렵던 때 곧 새끼를 낳을 어미소의 장기가 먼저 나와 죽을지 살지 모를 소를 지켜보는 「산후조리」는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쏟아진 장기도 걱정인데 새끼를 낳으니 어미소와 송아지를 챙기느라 어머니는 말 그대로 소 산후조리를 한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소를 키우던 외양간을 떠올렸다. 정성껏 소죽을 쑤고 새끼를 낳을라치면 전선을 이어 환하게 불을 밝히던 밤. 그때는 요즘처럼 심각한 구제역도 조류독감도 없었다.

 

 그런가 하면 노인회장의 아내와 통화로 시작하는「놀러 가자고요」는 고령화된 농촌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방송을 통해 공지했지만 참여율이 낮아 직접 전화를 걸 수밖에 없다. 노인회장을 대신해 마을 사람들과 일일이 상황을 전달하는 노인회장의 아내는 같이 놀러 가자고 말하면서 안부도 묻고 각 가정의 속 사정도 듣는다. 정작 전화를 한 노인회장의 아내는 몸이 아파서 놀러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젊어서는 일하느라 바빠서, 늙어서는 몸이 따라주지 못해 놀 수가 없으니. 거기다 자식들이 온다고 하면 자식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가정을 꾸린 자식에게 부모는 뒷전이다. 남들 다 사서 효과를 보는 욕조기를 하나 샀으면 싶은데 선뜻 사주지 않는 아들 내외에게 속상한 어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만병통치 욕조기」는 씁쓸하다. 필요할 때만 전화하고 찾아오는 자식과 다르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살뜰하게 챙겨주니 노인들이 정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상술을 부리는 판매원이 밉기까지 할 정도다. 호기롭게 4백만 원을 할부 결제할 수 없는 아들 내외의 심정은 곧 우리의 그것과 같다.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는 광고로 노인들을 불러 모으고 결국엔 안마기나 온열기를 결제하게 만드는 이들이 이곳에도 많아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길 수 없다.

 이제 이 모두가 김종광의 고향 이야기며 가족 이야기라는 걸 눈치챈다. 도시가 아닌 시골의 일상,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낯설고 생경하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친근해서 소설 같지 않은 이야기. 한가하고 여유로운 농촌이 아닌 누구보다도 바쁘고 치열한 삶의 현장. 힘들고 고단한 농촌의 민낯을 너무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김종광. 이쯤 되니 범골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소설의 독자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  

r*********s 2018.06.14.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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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치이고 흔들리지만 변함없이 삶을 견인해가는 우리네 이야기
"놀러 가자고요, 치이고 흔들리지만 변함없이 삶을 견인해가는 우리네 이야기" 내용보기
책을 읽기 전, 표지를 바라보며 단편을 모은 '소설집' 이라는 것, 그리고 '놀러 가자(고요)' 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새겼다. 파스텔톤의 풀과 꽃그림이 그려진 잔잔한 표지가 에세이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표제의 이야기는 상큼발랄하게 일상을 벗어나 놀러가자는 이야기려나? 무더워지기 시작하자마자 여름휴가 계획부터 세워보는 내 마음이 반영된 판단이었을지도. 단편집인지
"놀러 가자고요, 치이고 흔들리지만 변함없이 삶을 견인해가는 우리네 이야기" 내용보기

책을 읽기 전, 표지를 바라보며 단편을 모은 '소설집' 이라는 것, 그리고 '놀러 가자(고요)' 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새겼다. 파스텔톤의 풀과 꽃그림이 그려진 잔잔한 표지가 에세이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표제의 이야기는 상큼발랄하게 일상을 벗어나 놀러가자는 이야기려나? 무더워지기 시작하자마자 여름휴가 계획부터 세워보는 내 마음이 반영된 판단이었을지도. 단편집인지라 표제의 이야기부터 찾아 읽었는데,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섣부른 판단은 처참하게 깨졌다.  



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소설집

작가정신


이 단편집에는 아홉 편의 소설이 담겨있다. 단편집을 읽는 버릇대로 책 제목이기도 한 『놀러 가자고요』 부터 펼친다. "그간 무고하신가요. 노인회장 김사또 조강지처 오지랖입니다.' 로 시작되는 이야기. 이름도 범상치않은 화자와 전화를 받은 이의 전화통화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놀러갈 인원을 확정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는 화자. 읽다보면 마치 스피커폰으로 내 어머니의 전화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는 기분이 절로 든다. 놀러갈 지, 말지만 결정하면 되지만, 전화받은 이와 안부를 주고 받다보면 '용건은 간단히' 가 될 수 없는 통화. 


이 동네 노인회관에서는 해마다 놀러갔지만 매번 반기는 이, 관심없는 이, 반대하는 이들은 늘 있다. 이들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대답하고 반박하는 오지랖 여사의 언변이 놀랍다. "매번 놀러갈 때마다 다리 아프다. 허리 아프다 해서 버스에서만 죽 때리잖아." 라고 하면 "이번에 가는 데는 버스에서 서른 발짝만 걸으면 된대요" 라고 대꾸하고. 농사철에 일정 잡았다고 걱정하는 이에게 어차피 추우면 추워서 안 되고, 더우면 더워서 안되고 먼지 많아도 안 되고 바람 많이 불어도 안 되고 비 맞아도 안 되니 딱 이맘때밖에 없다고 설득한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하필이면 사월 초파일에 딱 맞춰 태어나신 것도 다 까닭이 있다고요." 라는 말에 나까지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골마을에서는 남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고 있다더니 오지랖여사와 다른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보니 인물들의 성격은 물론이고, 과거의 일도, 현재 건강도, 자식들의 일까지 훤히 알게 된다. 가슴 혈관에 뭐 끼고 살면서 남편이 바빠 자발적으로 전화를 돌린다는 오지랖여사의 통화에 정말 요즘 말로 '오지라퍼' 맞네 라고 중얼거려본다. 노인회에서 놀러가기 위한 통화이기에 젊은 이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기도 하지만 실제로 현재의 시골마을들에 노인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 그 분들의 각양각색의 삶이 이 짧은 통화기록에 풍성하게 담길 수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몇가지 에피소드와 어투, 단어들만으로.  


그나저나 몇백(?)통에 이른다는 통화의 결과는 확실히 가겠다는 분이 열댓, 그날 돼봐야 알 수 있다는 분이 여남은, 생각해보겠다는 분이 네다섯이란다. 보고를 받은 노인회장님의 일갈. 그리고 회장님과 오래 살아온 오지랖여사와의 투닥거림과 주거니 받거니 장면. 아..! 오래 함께 한 부부의( 아니, 아내의 ) 내공이 느껴져서 소리내 웃었더니 옆지기가 뭐가 그리 재밌냐고 묻는다. 이 두 부부의 이야기는 『김사또』,에서도 계속되는데 이미 인물의 성격이 짐작되는지라 비어져나오는 웃음을 막기가 어려웠다. 


 

-어디 봐봐. ...... 재수 없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많아. 놀러 가는 거에 환장한 것처럼 방방 떨고서는 못 가? 가자고 지랄을 떨지 말든가.

: 전화하다 죽을 뻔한 마누라한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면 어디가 덧난대요?

- 누가 하랬어?

: 미안해요. 하지 말라는 전화 2박 3일 해서.

- 애썼어. ...... 엎드려 절 받으니까 속 시원해?

: 그 말 많은 노인네들 데리고 다니려면 당신도 참 고생이겠네요. 유치원 선생이 따로 없겠어요. 

-『놀러 가자고요』 , p133



김종광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나봐서라고는 하지만 나는 어떻게 이 소설집을 상큼발랄 에세이 같은 소설들이 담겨 있을거라 생각한 것인가. 장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장기호랑이』, 라던가 『아홉살 배기의 한숨』 은 지금 내 곁의 이웃 이야기처럼 생생하다. 작가의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무심하게 툭 던져놓은 '웃픈' 이웃들의 삶의 편린들에 웃음이 비어져 나오지만 돌이켜보면 그 삶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한숨, 안 쉬고 사는 사람 없다.

사람은 한숨을 달고 산다. 더욱이 한국인은 한을 자랑으로 아는 족속답게, 한을 촉매로 삼은 들숨 날숨에 일가견이 있다. 한자어 '한(恨)'과 우리말 '한숨'의 접두사 '한'이 원판 다른 말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쩐지 같은 구멍에서 비롯한 말인 것만 같고, 영어 '스트레스'를 한 자로 줄이면 '한' 이지 않느냐는 엉뚱한 생각도 드는데, 하여간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한숨을 토하지 않고는 일상이 불가능한 한국인이 수두룩할 테다.

누가 한숨 좀 쉰다고 대수로울 것 없다. 

그러나 그 한숨이 아홉 살배기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이 아니라 종일토록 나오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아홉살배기가 다른 사람의 새끼가 아니라 내 새끼라면?

-『아홉살 배기의 한숨』, p275-276


아이고야. 내 새끼라면.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는다. 책 속 아빠의 말처럼 '한숨 쉬는 녀석보다 녀석의 한숨 쉬기를 지켜보는 아내가 더 힘들었'을터. 그 한숨을 없애기 위한 모든 이들의 노력이 참 눈물겹게 진행되는데 결과적으로 아이의 한숨은 싱겁게 끝을 맺는다. 


책 뒷면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김종광 작가의 '아이'는 늘 '노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격을 형성하고 성장을 경험하지만, 그것이 단순하게 교훈적으로 귀결되지는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아이의 모습은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그래서 늘 양가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농촌의 풍경과 닮아 있다고. 


생각해보면 장기라는 게임이 처한 상황이 곧 그런 것이고, 그것은 말년의 노인과 회락한 농촌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며, 그런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김종광의 소설은 그런 회환이나 쓸쓸함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낡고 오래된 것들의 풍부한 사연을 통해 삶의 동력을 끊임없이 찾아낸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희망적이다. 

- 작품해설, 노태훈(문학평론가), p328


표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연결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시골마을은 배경이었을 뿐, 단편집의 이야기들은 벌어진 일에 쩔쩔매며 보이는 어수룩한 모습, 세련되지 않게 서툰 한마디에 담긴 진심 등 이리저리 치이고 흔들리면서도 변함없이 삶을 견인해가는 우리네의 이야기로 읽혔다. 어느 단편의 구석에서 튀어나오려는 내 모습을 발견하며 내가 사는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할까. 어떤 면에서는 내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이가 든 앞으로의 내 모습을 미리 생각해봤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을 덮고 슬쩍 옆지기에 들이민다. " 아까 내가 웃어서 궁금했죠? 이제 당신도 직접 읽어봐요.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a 2018.06.2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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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뭐 있나요, 그저 놀다 가는거죠!’ 김종광의 유쾌한 농촌소설[놀러가자고요]
"‘인생 뭐 있나요, 그저 놀다 가는거죠!’ 김종광의 유쾌한 농촌소설[놀러가자고요]" 내용보기
언젠가 이문구 작가의 [우리동네]를 읽으며 농촌 풍경을 이토록 유쾌 통쾌하게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했는데 그에 못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종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농촌을 배경으로 그들의 삶을 무척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달변의 글로 잘 풀었다는 것만은 안다.소설속에도 등장하는 ‘놀러가자고요’ 라는 이 문장! 아마도 뭘 하는지도 잘 모르
"‘인생 뭐 있나요, 그저 놀다 가는거죠!’ 김종광의 유쾌한 농촌소설[놀러가자고요]" 내용보기
언젠가 이문구 작가의 [우리동네]를 읽으며 농촌 풍경을 이토록 유쾌 통쾌하게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했는데 그에 못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종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농촌을 배경으로 그들의 삶을 무척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달변의 글로 잘 풀었다는 것만은 안다.

소설속에도 등장하는 ‘놀러가자고요’ 라는 이 문장! 아마도 뭘 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바쁜 척, 어른인 척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고대 문서 같은데서나 등장할법한 농사짓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이 한권의 책속에 웃픈 현실처럼 담겨 있다. 어느새 도시화 바람이 불어와 그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져가고 있는 세상이지만 어쨌거나 백년도 못사는 인생 지지고 볶으며 재미지게 놀다 가는거지라고 범골 마을 사람들이 알려준다.

온갖 인간 군상들이 모여 있는 백호리 범골마을, 아무도 알리 없는 이 마을에 등장한 성염구는 범골마을 120년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게 되는데 그 전모를 밝히는 글을 통해 범골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 보게 한다. 범골사를 쓰기 위해 수집한 자료들에 등장하는 범골 마을 사람들과 기록에 얽힌 에피소드가 참으로 실감난다. 범골 마을의 농사를 도맡아 좌지우지한 김천소의 노트, 분명 소설가인데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이담무의 범골 배경 소설, 도시로 갔다가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 농사꾼이 된 한때 라디오 방송에 나가기 위해 쓴 이덕순의 엽서등 범골사보다 더 알찬 해설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장난 아닌 네이밍 센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캐릭터인지 딱 와닿는 이 범골마을에는 생활의 달인에 등장할 수준의 온갖 달인들이 산다. 모내기달인, 부업의 달인, 견인의 달인, 바둑의 달인등 그들의 에피소드들이 하나같이 재미지다. 그와중에도 농촌 사람들끼리 한번씩 나들이를 하는데 어느날 놀러가자고 마을 주민들에게 일일이 전화거는 노인회장 조강지처 오지랖의 전화통화가 이 소설의 하일아리트!

그저 간다 안간다 한마디면 되는데 보청기를 끼고도 잘 들리지가 않는다는 할아버지에게 외치는 그 말은 바로 ‘놀러가자고요’! 악을 쓰며 놀러가자고 외치는데도 각자 자신들의 개인 사정 이야기만 늘어놓는 마을 사람들과 목이 쉬어터질 지경으로 대거리 하는 오지랖여사의 그 오지랖은 정말 못말리는 수준! 바로 옆에서 전화통화를 듣는 기분으로 손녀 자랑하는 할머니, 아직도 기회만 생기면 작업을 거는 55년전 첫사랑, 마누라 힘든일 시킨다고 걱정해주는 사람, 자식 사업이 폭망해 마누라가 들어 앉았다는 사람, 노인회장 마누라랑 통화하면서 노인회장 험담을 늘어 놓은 할머니, 마을 왕따들과 통화를 하게 된다. 요즘같이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이런 세상에 보기드문 안부전화통화가 문득 그리워진다.

살면서 제대로 놀아 본 적 얼마나 있을까? 진짜 사는게 무엇이고 노는게 무엇인지 아는듯 살아가는 범골마을 사람들!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제대로 소풍 즐기고 가는 범골마을 사람들과 함께 현대인들도 인생 소풍 즐길 수 있길 바래본다. 그런 의미에서 놀러가자고요!^^



k*******7 2018.06.20.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놀러 가자고요-김종광
"[서평]놀러 가자고요-김종광" 내용보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송된 드라마는 무엇일까? 정확한 정답은 모르지만 아마도 <전원일기>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오랜 시간동안 한자리를 꾸준하게 지켜왔왔던 드라마는 요즘도 가끔 케이블에서 보인다. 어쩌다 한번 본 드라마는 왜 그리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는지를 여실히 잘 설명해주는 듯 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인간살이 이야기. 저마다 각 가정의 관계를 보
"[서평]놀러 가자고요-김종광" 내용보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송된 드라마는 무엇일까? 정확한 정답은 모르지만 아마도 <전원일기>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오랜 시간동안 한자리를 꾸준하게 지켜왔왔던 드라마는 요즘도 가끔 케이블에서 보인다. 어쩌다 한번 본 드라마는 왜 그리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는지를 여실히 잘 설명해주는 듯 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인간살이 이야기. 저마다 각 가정의 관계를 보여주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그역시도 농촌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할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도시화되어가는 시골의 모습을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유정의 [봄봄]이나 [메밀꽃 필 무렵] 같은 한국 소설들은 농촌들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때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그렇게 소설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요즘은 시골에서 살고있는 사람들도 잘 없고 저마다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서는 젊은이들이 없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당연히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없는 편이다. 


그런 소설계에 작가가 나타났다. 작가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만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아홉편의 이야기는 언뜻 보아도 풀냄새와 시골냄새가 강하게 흐른다. 정겹다. 구수하다. 할머니 집에 온 듯한 반가움이 전면에 흐른다. 시골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으례히 그렇듯이 갈등과 반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이야기에 더욱 즐거움을 준다. 저마다 별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 같은 이야기지만 언뜻 보면 반복되는 인물들이 보인다. 굳이 이 사람이 저사람이다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돌아가는 형편상으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이 짧은 이야기들을 연결시켜 읽는 즐거움을 준다. 


표제작인 <놀러 가자고요>에서는 정작 놀러 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는 없다. 친구들끼리 만날 약속을 정해본 적 있는가. 어디서 몇시에 만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이런 귀찮음을 동반하는 일이다. 한번 만나는 것도 그럴진대 어디론가 놀러를 가는 것을 더한 일이 아닐까. 그런 번거로운 일을 동네에서 계획중이다. 


그저 방송만 한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아~아~ 이장입니다. 금일 어디로 놀러가고자 하오니 가능하신 분들은 모여주십시오' 하고 말이다. 노인회장이 주최하는 놀러감에 아내인 오지랖이 전화를 돌리고 있다. 한 사람 하나사람 빼놓지 않고 전화를 돌리며 놀러가기룰 부추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댄다. 물론 흔쾌히 가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그 대답은 나중이고 수다를 떨기에 바쁘다. 


성경 이야기가 생각난다. 부자가 잔치를 벌여 놓고 사람들이 오기를 청하지만 다들 결혼을 합네, 일을 합네 하면서 바빠서 못 왔다던가. 노인회장의 놀러가자는 전화에 사람들은 얼마나 모일까. '놀러 가자고요' 하는 말이면 선뜻 나설줄 알았다. 그렇게만 생각했던 내 생각은 분명 빗나갔다. 그곳에도 저마다의 삶이 존재하는 것을 말이다. 


장기를 잘 두고 두고 싶어하는 아이를 위해주는 아빠의 마음이 살아있는 <장기호랑이>를 비롯해서 <범골사 해설>, <범골 달인열전>, <놀러가자고요>, <김사또>, <봇도랑 치기>, <산후조리>, <만병통치 욕조기> 그리고 마지막 <아홉살배기의 한숨>까지 총 9편의 이야기는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범골사 해설>은 독특한 컨셉트로 진행이 되지만 <범골 달인 열전>에서는 진짜 '세상에 이런 일이'나 '생활의 달인'에 소개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했으며 <김사또>나 <만병 통치 욕조기>는 나이든 노인들과 자식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엿볼수가 있다. <산후조리>는 얼결에 소의 산후조리까지 하게 된 노년의 이야기를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서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까지도 살짝 느낄수가 있다. 


저마다 다른 듯 비슷함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슬슬 넘겨가면서 읽노라면 어느샌가 살랑거리는 바람이 부는 나무그늘의 원두막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제 계곡물에 담궈놓은 시원한 수박만 한쪽 베어 물면 되겠다. 여름을 나는 방법이 따로 있으랴. 놀러가자고요.

b***8 2018.06.12.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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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웰컴 투 김종광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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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봐봐...... 재수 없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많아. 놀러 가는 거에 환장한 것처럼 방방 떨고서는 못 가? 가자고 지랄을 떨지 말든가. 전화하다 죽을 뻔한 마누라한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면 어디가 덧난대요? -누가 하랬어? 미안해요. 하지 말라는 전화 2박 3일 해서. -애썼어..... 엎드려 절 받으니까 속 시원해? 표제작인 <놀러 가자고요>는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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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봐봐...... 재수 없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많아. 놀러 가는 거에 환장한 것처럼 방방 떨고서는 못 가? 가자고 지랄을 떨지 말든가.

전화하다 죽을 뻔한 마누라한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면 어디가 덧난대요?

-누가 하랬어?

미안해요. 하지 말라는 전화 2 3일 해서.

-애썼어..... 엎드려 절 받으니까 속 시원해?

표제작인놀러 가자고요는 노인회장의 아내인 오지랖댁이 동네 주민들에게 제목 그대로 '놀러 가자'고 전화를 돌리는 내용의 이야기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 중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중의 하나였다. 동네에 귀 어두운 노인 분들이 태반이라 아침나절부터 전화로 소리를 박박 질러대는 오지랖댁은 노인회에서 놀러 가기로 한 날짜에 몇 명이나 참석할 수 있는 지 확인 중이다. 30명은 가줘야 된다며 확인할 겸 웬만하면 가자고 설득할 겸 전화를 돌리는 중인데, 가겠다는 사람은 없고, 다들 엉뚱한 소리만 해대고 있다. 손녀딸이 백일장에서 상을 탔다는 얘기, 둘째 놈 사업이 망해서 부인이 병원에 누워 있다는 얘기 등 각자 자신의 이야기만 해대거나, 엉뚱한 소리만 하다가 결국 못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렇게 전화를 삼백 통은 한 거 같다고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고서야 겨우 돌아오는 대답은 "애썼어." 농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독특한 정서가 다양한 마을 사람들의 사연과 성격을 통해 보여지고 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대부분 작가가 나고 자란 백호리범골이라는 농촌 마을을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 소설이라고 해서 따분할 거라는 예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이 작품 속 농촌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소위어르신이라 불리는 노인들은 우리가 쉽게 예상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코앞까지 닥친 상황에서 키우는 소의 산후조리를 하게 된 사연, 시골집으로 어머니를 뵈러 와서 만나게 된 욕조기 외판원과의 에피소드, 아홉 살짜리 아들이 내쉬는 한숨이 성장통과도 같은 평범한 현상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 부모의 이야기, 못자리철이 한창인 마을에 모인 일꾼들이 봇도랑 치기 내기를 벌이는 이야기 등등.. 다양한 사연들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펼쳐진다. 소박하지만 사람 냄새 나고, 쓸쓸한 정서 너머로 풍겨나는 묘한 활력이 인상적인 이야기들의 향연이다. 그야말로 김종광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김종광 월드인 셈이다.

어머니 일기장을 보면 안심이 된다. 어머니가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그 마음을 누구에게 혹은 어디에다가 풀었을 것인가. 어머니는 죽고 싶을 정도로 거시기한 마음을 종이에 풀었을 뿐이다. 요즘 일기에 쓰는 어머니의 '죽고 싶다'는 그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별생각 없이 그냥 쓴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도시의 자식은 섬쩍지근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

작년에조선통신사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김종광 작가의 소설집이다. 네 번째 소설집 이후 8년 만에 다섯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고 하는데, 작가의 단편은 처음 만나는 독자로서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일반적으로 국내 소설 작가들이 그려내는 분위기와 김종광의 그것이 매우 달랐기 때문인데, 인물이며, 말투며, 분위기며 아무래도 2018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옛날 옛적의 그것 같았으니 말이다. 농촌을 배경으로 노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도 그러했고, 위트와 유머보다는 해학과 풍자가 더 어울리는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을 읽는 기분도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어쩌면 내가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려서인지도 모르겠고, 김종광 작가의 특유의 걸출한 입담과 페이소스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능청스런 입담을 갖춘 작가라는 평가가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루하고 사소한 농민으로서의 삶을 경이롭고 기억할 만한 사건의 연속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이 작품에서 보여진 것 같아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농촌이라니, 꼭 옛날 옛적의 이야기 속에서나 배경으로 등장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r*******n 2018.06.20.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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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라는 겨! 놀러 가자고요!! 『놀러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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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도 시골의 삶을 잘 모른다. 아마도 그건, 우리 집의 직접적인 생계 수단이 농사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집주변으로 몇 발자국만 가면 누구네 밭, 누구네 논, 누구네 과실수 등.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흙을 밟고 돌보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도 내가 직접 그 흙을 손에 묻히지 않고 살아왔기에, 그저 노인네들의 습관적인 넓은 오지랖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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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도 시골의 삶을 잘 모른다. 아마도 그건, 우리 집의 직접적인 생계 수단이 농사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집주변으로 몇 발자국만 가면 누구네 밭, 누구네 논, 누구네 과실수 등.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흙을 밟고 돌보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도 내가 직접 그 흙을 손에 묻히지 않고 살아왔기에, 그저 노인네들의 습관적인 넓은 오지랖이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정도였다. 아마도, 앞으로도 여기에 계속 살게 되더라도 나는 영원히 ‘시골의 삶’이라는 것을 다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달라진 마음이 남았다. 이 소설, 김종광의 『놀러 가자고요』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동안 느꼈던 게 겉으로만 보았던 어떤 어르신의 표정에서 다 읽지 못한 마음이었다면, 누군가의 푸념 같은 진심을 듣고 나니 조금 더 알게 되는 마음이 여기 있었다. 아마도 많은 부모의 생활이 그러하리라, 시골에서 사는 많은 이들의 진짜 속내였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주변의 작은 모습에서 유추하는 분위기 정도로만 봤던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피부에 와 닿는 듯하다. 모두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단편은 하나의 단편소설이자 서로 연결된 장편소설이 된다. 작은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연작소설 느낌이 난다. 구석구석 시골의 삶이 묻어난다. 범골의 역사로 마을의 시간을 유추할 수 있는 「『범골사』해설」, 「범골 달인 열전」은 구수함이 풍기는 시골의 모습이었다. 어느 시간에 누가 어떤 행적으로 그 마을의 이름을 오르게 했는지, 글로 전해지는 범골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산후조리」는 농촌의 생활 그대로를 전하는 강한 메시지처럼 들린다. 자녀의 산후조리를 끝으로 더는 산후조리를 할 일이 없을 거로 여겼던 어머니는, 송아지를 출산한 소의 산후조리를 맡게 된다. 장기까지 쏟아내며 자식을 내놓았던 소의 모습에서 인간의 탄생이 동시에 보인다. 어머니는 마치 딸을 돌보듯 소의 산후조리를 하는데, 그 모습이 애틋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밤을 새워가며, 젖병에 우유를 물려가며 돌보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막상 어머니들이 우리를 그렇게 키웠다고 생각하니, 세상 모든 일에 그런 최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뜬금없는 다짐까지 생기려고 한다. 농작물을 키워내는 일, 가축을 돌보는 일,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 모든 일이 생계와 연결되어 있다면 더더욱.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들어왔던, 누군가의 입에서 우스갯소리로 들었던 그 말이 생각났다.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 뭐.’ 농촌의 삶을 만만하게 봐서 나온 말일 테다. 지금은 농촌의 모습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모든 것을 바쳐 농사를 짓고, 자식들의 뒷바라지에 남은 것들을 다 쏟아붓고 남은 것은 늙은 몸과 농사일이 버거운 현실이었다. 소문처럼 누구네 자식 일이 입에 오르내리고, 마을회관에서나 어울려 점심 한 끼를 때우는 일, 명절날 누구네 집 마당에 늘어선 승용차들로 그 집 자식들의 생활 정도를 점치고... 정작 그곳에 남아 생을 이어가는 노인들의 마음을 듣는 이들은 없다. 그저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서로의 입장을 나누며, 같은 삶을 이어가려 애쓰는 정도다. 4백만 원이라는 욕조기를 사드릴 수 없는 아들의 마음을 그대로 읊은 「만병통치 욕조기」로 그 모습을 확인한다. 다리가 아픈 어머니에게 찾아온 만병통치 욕조기를 파는 외판원의 온갖 꼬임에도 넘어가지 않는 며느리의 태도는, 시어머니의 아픈 다리보다 자기가 새로이 일군 가정의 안위가 먼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아들은 손에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도 선뜻 내놓지 못한다. 아내가 또박또박 쏟아내는 불매의 이유를 반박할 수 없어서다. 바쁜 농사철이 지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시골 마을에 찾아드는, 흔히 행사장이라고 부르며 호객을 하는 집단에 찾아간 노인들이 두 손에 화장지며 달걀이며 바리바리 싸 들고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출입문을 통해 슬쩍 엿봤는데, 어르신들이 신나게 한 판 놀고 배를 채울 것들을 안고 가는 듯한 표정은 웃음꽃이 만발했다. ‘어르신, 어르신’, ‘어머니, 어머니’라고 부르며 안마를 해주고 노래를 부르면서 제품 홍보를 한다. 흡사 문화센터의 노래교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그들이 결국 마지막에 내놓는 건 고가의 제품들이었다. 처음에는 몇천 원짜리 생필품, 시간이 흐를수록 고가의 제품을 권한다. 무릎 통증에 좋다는 약, 가스 마시지 않아도 된다며 인덕션을, 누워있으면 허리가 저절로 찜질이 된다는 전기 매트,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준다는 약탕기. 필요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안 산다고 하면 자식들이 그거 하나 사주지 못하냐고 자존심을 건드린다. 「만병통치 욕조기」의 외판원은 현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구수한 입담을 쏟아내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을 퍼부으며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가발댁, 손만 댔다 하면 완벽하게 해내는 부업의 일인자 마늘댁, 돈벌이도 안 되는 노인회장으로 선출되어 아내를 더 바쁘게 만드는 김사또, 놀러 가자면서 2박 3일 일일이 전화를 하면서 남편의 일을 덜어주는 아내 오지랖, 진실을 왜곡하며 부풀리는 거짓말 제조기 소설가 소판돈, 견인차를 부를 필요도 없이 마을의 도랑에 빠지는 모든 차를 꺼내주는 김견인 등.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각각의 개성이 넘쳐흐른다. 어디 개성뿐이랴. 그들이 한데 모여 만드는 범골은 눈물 나게 웃기고, 웃음 나게 슬프다. 그곳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상에, 거를 것 없는 푸짐한 말들, 정말 들어야 할 말을 듣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게 하는 노인들의 ‘썰’들이 웃기다. 일할 젊은이가 없고, 5대의 거주민들을 청년이라 부르고, 농촌 노총각의 인생이 의미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오는 자식을 기다리며 음식을 준비하고, 좀 괜찮아졌나 싶으며 어김없이 터져버리는 구제역이 모든 것을 잃게 하는 삶. 어릴 적 경험하고 피부로 접했던 농촌의 푸근함은, 현실의 팍팍함과 힘듦으로 푸근함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어떡하나. 그들 삶의 터전에서 그 삶을 이뤄주는 것들을 보듬어 안으면서 또 살아가야 할 것을...

 

농사철에 일정 잡았다고 걱정하셨는데요, 노인분들이 농사철 아니면 움직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잖아요. 추우면 추워서 안 되고 더우면 더워서 안 되고 먼지 많아도 안 되고 바람 많이 불어도 안 되고 비 맞아도 안 되고 딱 이맘때밖에 없어요. 괜히 옛날부터 사오월에 놀러 가는 게 아니라고요. 석가모니 부처님도 하필이면 사월 초파일에 딱 맞춰 태어나신 것도 다 까닭이 있다고요. 농사철 중에도 논갈이 끝나고 못자리하기 전에 좀 한가하잖아요. 그래서 딱 그때로 정한 거라고요. 그것도 회장님 혼자 정한 게 아니고 회의에서 여러분이 정한 거라고요. (113페이지)

 

표제작 「놀러 가자고요」는 이곳의 삶이 어떻게 흐르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일 년에 한번 놀러 가자고 하는 마을 사람들의 약속. 오지랖 여사는 놀러 간다는 사람의 확답을 듣기 위해 마을 주민 모두에게 전화를 건다. 저마다의 사정과 핑계로 인원을 추리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자식이 온다고 해서, 다리가 아파서, 그날은 국민안전의 날이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확답을 안 한다. 대신 전화를 건 오지랖 여사를 붙잡고 시시콜콜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한다. 손녀가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다는, 치매 부모를 모시기가 힘이 든다는, 무릎 수술을 할까 말까 고민된다는, 생일이라고 자식들이 와서 생일 밥 먹자는 이야기 같은.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좀 들어주었으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싶은데 대상이 없었다는 듯이, 지금 전화를 건 당신이 아니면 누구에게 말할까 싶은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런 마음은 비단 시골 생활이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따로 사회생활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아닌 이상, 노인의 삶은 말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아니, 말할 대상이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누구 하나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덜 외로운 노년의 인생을 지낼 것만 같다는 듯이.

 

작가가 풀어내는 『놀러 가자고요』 속 범골의 이야기는 범골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00 마을에서 지내는 우리 모두의, 우리 부모의 이야기이자 삶이었다. 혹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눈에 담았던 풍경들을 확인하는 듯해서 소설 속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았다. 오히려 농사와 상관없는 삶을 이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9편의 단편이 전하는 것은 농사를 생계로 하는 시골의 삶뿐만이 아니라, 노인의 삶도 같이 비추고 있었다. 우리네 부모의 삶이자, 어쩌면 우리가 곧 만날 시간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살기 좋게 발전하고 변한다고 해도, 노인으로 가는 인생의 이치는 바뀔 수 없으니까 말이다.

 

웃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고이는 웃픈 이야기다.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야기마저 마지막에는 씁쓸한 속내를 들킨 기분으로 읽게 된다. 몇 문장만 읽어도, 나른한 오후의 풍경처럼 여겼던 농촌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확인하게 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또 살아갈 그곳 사람들의 풍경이 가슴에 깊게 남는다. 작가가 풍성한 입담으로 쏟아낸 이야기가 인생의 고충을 그대로 담아내서일 테다. 아직은 내가 다 겪지 못한 그 삶의 고뇌 같은 것을 미리 맛본 기분이다. 어른의 삶은 이런 것인가 싶어 서글퍼지다가도, 아직 남아 있는 어린애 같은 마음에 또 웃음이 나는 일의 반복. 그러다 보니 인생이 뭐 별건가 싶기도 하고, 걱정 앞에서는 한숨도 쉬고, 즐거운 일에는 실컷 웃기도 하는, 이런저런 눈치나 사정 같은 거 잠시 접어두고 잠시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가보자는 게 뭐 어때서.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서른 명쯤은 채워야 버스 움직이는 게 좀 신날 텐데, 오지랖 여사가 돌린 전화가 의미 있을 텐데, 범골 노인들 미적미적 뒤로 빼는 분들 많던데 확답을 줬는지 모르겠다. ‘그날 봐서’가 아니라, 그날은 그냥 다 같이 놀러 가는 날로 도장 쾅~! 찍었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n******i 2018.06.19.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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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소설, 놀러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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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내가 주로 읽는 책 장르는 역사·문화가 80%다. 나머지 20%가 여행서·에세이·소설. 그나마도 소설의 경우 역사소설을 비롯하여 미스테리나 추리, 환상문학 등을 주로 읽는 지라 이른바 문학소설이라고 하는 류는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아 물론! 그렇다고 문학소설을 한번도 안 읽어 봤다고 하기에는, 한창 공부를 했어야 할 중·고등학교 때는 꽤 읽어 보긴 했다. 다만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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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내가 주로 읽는 책 장르는 역사·문화가 80%. 나머지 20%가 여행서·에세이·소설. 그나마도 소설의 경우 역사소설을 비롯하여 미스테리나 추리, 환상문학 등을 주로 읽는 지라 이른바 문학소설이라고 하는 류는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아 물론! 그렇다고 문학소설을 한번도 안 읽어 봤다고 하기에는, 한창 공부를 했어야 할 중·고등학교 때는 꽤 읽어 보긴 했다. 다만 기억이 안날 뿐. , 머리통이 커지고 나서는 문학소설과 완전 담을 쌓았기 때문에, 처음 읽는 거라고 해야 하는게 맞을 지도.

 

그런 내가, 출판계 인싸작가정신 박대리님(ㅋㅋㅋ) 영업에 홀려 문학소설, 그것도 농촌을 바탕으로 하는 놀로 가자고요를 구입하였다. 내 스스로 문학소설을 구입하다니! 호기롭게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일단 작가님 이름을 보니 완전 초면! 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또 완전 초면은 아니었더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예전에 역사소설(팩션) 왕자 이우를 구입한 적이 있는데, 그 소설을 쓴 작가님이 었다. 물론 이 책은 지금도 친정집 책장에 고이 꽂혀있다. 뭐랄까, 역사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역사서나 혹은 진짜 관련 장르의 소설만 쓸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분의 작품들을 보아하니 그런 건 전혀 아니었나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 책을 세 번 정독했다. 처음 이 책을 다 읽고 순간적으로 느낀건 뭐지? 이렇게 읽으면 안되는 건가? 왜 남는게 없지?” 였다.

너무 오랫동안 역사서나 관련 책을 읽으며 익숙해진 읽는 방식이, 이런 소설을 읽을 때에는 완전 불필요한, 아니 아예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었던 거다.

두 번째 정독. “아 농촌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남아낸 거구나”. 그리고 다시 세 번째 정독. “이 책은 농촌 이야기지만, 그 안는 지금이 남겨 있었네?”

 

선거철의 시끄러움은 도시만의 자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농촌 더 시끄러울 수도 있었다. 색깔도 다양한 선거운동 차량이 중략 줄줄이 이어지는데, 집들이 대게 도로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고 늙은이들 귀가 대체로 어두우니 스피커 음량이 무지막스레 높았다. - P 162

 

요새 가장 만만한 타작거리가 이태백이란다. 스카이를 나온 젊은 놈이 왜 시골에서 어영부영하고 있는가. 모자라고 부실하고 능력 없고 그러니 도시에 못 살고 기어이 내려와 농촌 백수로 빌빌대는 거지 ……. 형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암튼 그러니 이태백들이 다 수도권에 있는 거다. 촌구석에는 백수 짓도 못한다. 좀 있어보이려고 해도, 말질에 된똥 쌀 판이니 배겨날 수가 있겠느냔 말이다. - P 190

 

내가 벌써 몇 년 독잰가! 두환이 경력은 넘었고 승만이 경력에 도전 중이구먼. 누가 이놈의 이장질을 하려고 해야 말이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흐으, 실은 선거서 당선이 되어버렸네. 중략 민주주의로 뽑아놓은 시장 군수 것들 다 감옥 가 있는 거 보면, 민주주의란 것도 빛깔 좋은 호박댕이여. 그래도 민주주의밖에 방법이 없다니께 따르기는 하는디 - P 199 ~ 200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도 솟값이 안 오른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 떠들던 어떤 박사 말대로, 그 정도 죽어서도 솟값이 안 오를 만큼 이 땅에 소가 많은 것일까. 그렇게 한국 소가 많다면 미국 소는 왜 또 수입하는 걸까? - P235

 

도시에서 바라보는 농촌은 뭔가 여유롭고, 한적해 보인다. 큰 사건 없이 조용하게, 푸르른 산과 나무를 벗 삼아 살고 있는 그런 곳이다. 물론 그 속에서 농사 짓는 어려움, 하루 종일 뙤양 볕 아래 땀 흘리고 허리 한번 못 피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 적어도 도시에서 바라보는 농촌이라고 불리우는 그 곳에 대한 이미지는 딱 저렇게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조용할 것 만 같은 농촌에서, 실은 도시에서 보이는 그런 문제들이 속속들이 나타난다는 점이 신기하다면 정말 신기했다. 뉴스에서 쉽게 볼 법한, 늘상 우리 옆에 있는 그런 사회 문제들이 농촌소설이라는 방패막이 안에 들어와 제 각각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창 시절 문학시간에 배우던 아니, 그냥 머리속으로 외우기만 했던 소설 속 현실 풍자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을 읽는 내 제일 거슬렸던 사회 문제 (....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소설 전반에 나오는 아이와 아이 부모의 태도였다.

 

어떤 노인도 소리 질렀다. "먼저 사람이 돼야지, 사람이! 아무리 장기 잘 두면 뭐해. 사람이 안 돼먹었는데!"

무서웠다. 울면서 뛰쳐나갔다. 아빠가 노인들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는 나를 뒈지게 야단쳤다. - P 37

 

엄마도 분해서 소리쳤다. "다시는 거기 가지 마! 아니, 내가 못가게 할 거야! 그깟 놈의 장기 끊어. 그딴 거로 애를 왜 데리고 다녀서 애를 욕먹게 해!" - P 39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푹 빠져 있던 아들 녀석은 손님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녀석의 머리통을 툭 건드리며, 인사드려야지, 했다. 녀석은 아이씨, 할 뿐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좋게 말하자면 숫기가 없고 나쁘게 말하자면 버르장머리가 없다. - P 251

 

초등학생이 되자 당연하게도 힘이 세졌다. 녀석이 인정사정없이 날리는 주먹이나 발길질에 얼굴이나 사타구니 같은 데를 맞으면 무척 아팠다. 아내는 아이 버릇 나빠지게 왜 맞아주느냐고 힐난하곤 했다. "애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거 아냐. 아빠 말고 누가 맞아주겠어" - P 277

 

읽는 내내 뭐지?’ 했다. 버릇이 없어도 너무 없는 아이와 그 부분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 요새 학교에서 공부,공부,공부만 외치기 때문에 인성교육을 안한다는 건 워낙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는데, 가정교육은? 아이의 그런 태도보다, 그 태도에 대해서 오히려 가만히 두거나 고치려 하지 않는 부모의 태도에 놀랐다. 심지어 아이의 태도에 맞장구 치는 느낌이 들어서 황당하기도 했다. 요즘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무개념 부모를 그리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이 책 후반부에 실려있는 노태훈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을 읽고 나서 조금 당황했다.

 

'아이'라는 인물형은 특히 김종광이 사랑해 마지않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이 인물들에게서 그는 농촌의 '정서' 같은 것을 발견하는 듯 하다. 답답하고 고집스럽다가도 또 자유롭고 분방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그래서 늘 양가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농촌의 풍경과 닮아 있다. 김종광의 '아이'는 늘 '노인'과의 관계속에서 성격을 형성하고 성장을 경험하는데 그것이 단순하게 교훈적으로 귀결되지는 않는 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겠다. - P 328

 

문학과는 친하지 않는 나여서 그런걸까. 아니면 아직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몰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단순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시각차이일까.

ㅠㅠㅠㅠ........다시금 문학이 어려워졌다. 역시 문학은 어렵.....ㅠㅠ , 평론가들이 말하는 책에 숨어있는 메세지(?)를 읽어내기에는 실패했지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에게 가까운 농촌, 할머니댁이 계속 오버랩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진짜 농촌소설이구나. 싶었다.

 

자식 많은 늙은이는 꿈에도 상상 못 했던 주차장 건설 공사를 벌여야 했다. 마당이 넓다고 소문난 집도 마당을 더 넓혀야 했다. 주차장 만들고 마당 넓히는 김에 아예 집을 새로 지어버리는 집이 속출했다. - P81

 

내 친가는 강원도 춘천, 외가는 전라도 영광이다. 아무래도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친가는 밭농사, 외가는 논농사가 주였다. 이 소설 배경인 농촌은 아무래도 외가쪽과 비슷하다. 외가쪽을 빗대어 말하자면 농번기 때 할매,할배는 언제나 바쁘다. 우리 엄마, 아빠를 비롯한 자식들은 나이 드신 부모님이 농사를 짓다 몸이라도 상하실 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우리집은 시골에선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만, 삼촌들은 한 시간 거리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시간되는 한에서는 자주 영광에 내려가 일을 도우는 모습도 종종 보았다(사진으로^^..ㅋㅋ). 그리고 어느 순간 할매집이 바꼈다. 분명 옛날 기와집이었는데.....현대식으로 바뀌었다. 화장실도 2개가 되었고, 심지어 침대까지 생겼다(이 침대는 외가집가면 언제나 내 차지였..). 마당도 차를 가져온 자식들이 주차를 할 수 있도록 넓어 졌다. 심지어 외가집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도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이제 농촌도 옛날의 농촌이 아니라 현대식으로 재탄생한 농촌이랄까? 이런 농촌의 변화가, 내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보았던 할매집을 포함한 그 동네의 변화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정말 놀라웠다.

 

막연히 문학소설은 어렵다, 읽어도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그런 느낌이 늘었었는데.. 정작 읽어보니 그렇게 막 담을 쌓을 정도 까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 일반 문학소설도 조금씩 읽어 봐야겠다.

 

 

c******0 2019.06.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놀러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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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방금 전까지 여행을 다녀와서 오히려 놀러갔다온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질색을 했더니 요 근래 읽어보기 힘든 입담꾼이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 놓은 것 같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더라. 에세이는 질렸다, 솔직히 말하면 비슷한 사진 비슷한 문구, 그 중 독특한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는 작품이 있기는 했지만 출판업계에는 유명한 작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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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방금 전까지 여행을 다녀와서 오히려 놀러갔다온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질색을 했더니 근래 읽어보기 힘든 입담꾼이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 놓은 같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더라.

에세이는 질렸다, 솔직히 말하면 비슷한 사진 비슷한 문구, 독특한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는 작품이 있기는 했지만 출판업계에는 유명한 작가만 계속 소설책을 출간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도전하는 작품은 보기 힘든 같다.

"놀러 가자고요" 라고 써있어서 나는 오히려 놀러 다녀온걸 돌리고프다! 싶은 기분으로 시계를 하니 올려 놓았더니 

도시와 무언가 섞이지 않는 듯한 시골, 시골경찰이라는 예능 속에서 경찰관의 도움을 받으며 떠나가 있는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연로하신 할머님과 땡볕에서도 조금이나마 일하시려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섞이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나의 생각을 뒤집어주는 판과 같은 이야기 "놀러 가자고요"

호랑이가 살았던 곳이라 '범골'이라 불리는 곳을 배경으로 9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 작품 속의 농촌의 풍경이나 노인들의 모습은 쇠락해있지도 않으며 쓸쓸하지도 않다

성염구가 마을을 대표하는 역사서를 만들겠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 모은 자료들로 시작되는 「범골사 해설」 속에는 확증은 업지만 무언가 달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명씩 있고 분들의 이야기는 적당히 유쾌하면서도 진짜 어른의 세계를 보여주는 ' ' 가르쳐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말년의 모습과 욕망, 그리고 체념을 고스란히 비춰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상 누구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

'미래' 위해 투쟁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한 체념, 적당한 욕망, 무한한 요령과 끈기를 획득한 '진짜 어른들' 세계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는 김종광의 작품이 이해 되지 않는다면 작품 해설을 슬쩍 들여다 보는 것도 좋을 같다. 한국소설 중에서도 농촌소설인 같지만 뭔가 아리송한 느낌이 드는 김종광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의 이동이 자꾸만 벌어지고 있다.

길어진 서두를 뒤로하고 범골 달인 열전을 들어가면 아이코 작가인지 입담가인지 흡사 정자에 모여 앉아 이야기꾼이 전해주는 흥미진 것들을 듣는 기분이 드는 소설사실 성염구는 결혼한 와이프와 새로운 터전을 잡기 위해 알아보다 국문학자 임교수가 칼럼 범골을 찾아 갔는데 사석에서 만난 임교수가 던진 이야기가 공감이 가더라! 그래그래좋은생각에는 좋게 글을 쓰지만 입으로 말하면 아이고 지긋했던 시절아

"나는 고향 하면서 되지도 않는 감상에 빠지는 것들이 싫어요. 굶주려서 아무거나 주워 먹고 배탈 기억밖에 없어. 아버지한테 술주전자로 두드려 맞기나 하고, 꿈속에 다시 볼까 두려운 고향이여."

"칼럼에 뭔데?"

"그럼, 고향을 나쁘다고 쓰냐? 말은 나쁘게 있어도 글은 좋게 수밖에 없다니까. <좋은생각몰라?"

모내기의 달인들, 견인의 달인, 부업의달인, 바둑의 달인들 같은 범골 달인 열전 넘어 노인회장 김사또의 아내 오지랖이 집집마다 전화를 걸며 놀러 가자고요 외치는 이야기가 우여곡절이 많아 인상적이더라, 전화를 걸었더니 귀가 안들려 누구냐 묻는 사람, 자식자랑 하기 바쁜 사람, 노인회장과 오지랖댁의 부부사이부터 생일떡은 기본이요, 전화있는 집은 걸어 삼백 통을 2 3 걸려 했네

그런데 유일하게 반대한 사람 말이 목이 메이더라

땅속에 묻힐 것들이 기어코 놀러 가겠다니. 어이가 없어. 팔구십 노인네들이 버르적버르적 기어 다니는 보고 뭐라고 하겠어? 단체로 고려장 왔나 그럴 아냐.

소싯적 만큼 놀아본 범골 어르신들이 가르쳐준다는 수가 세월의 흐름에 어느새 체념하고 순응하며 사는 모습, 악착같이 살기 보다는 자신네를 어느정도 감추려고 하는 같아 마음이 찡하기도 하더라.

「산후조리」는 구제역이라는 문제를 앞에 두고 임신을 '얼간년' 산후조리를 하게 이야기다. 안되는 소이지만 자식같이 키운 얼간년과 새끼마저 한꺼번에 죽을 있다는 상황 앞에서 어떻게는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반대되는 목소리로 뒈져라, 뒈져! 외치는 목소리에서 차마 생명을 놓칠 없는 끈질긴 모성이 느껴졌다.

12편의 단편소설을 나눠서 읽다보면 능청스러우면서도 인생의 삶을 감정적 보다는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놀러 가자고요」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이 아니라 속에서 서로의 씁슬함과 그리움을 공유하며 우리의 마음 속에 '고향'이라는 단어로 주는 한결 같은 느낌

평범한 시골도시에서 사는 청년들과 어르신들의 조금은 조미료 달인이야기와 도시와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까지, 동떨어져 도움이 필요한 모습이 아니라 마을은 마을대로 형성되어 하루, 365, 수년, 그리고 고향이라는 곳으로 유지되어가고 있다.고향은 곳은 멀리 떨어진 어려운 곳이 아니라 마음 켠에서 매일 품고 있는 곳이라는 새삼 공감하는 나는 고향으로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순간 순간 것만 같다.


j*****3 2018.06.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놀러 가자고요, 지금 아니면 언제 가냐 이거쥬~
"놀러 가자고요, 지금 아니면 언제 가냐 이거쥬~" 내용보기
놀러 가자고요, 지금 아니면 언제 가냐 이거쥬~     춥지도 덥지도 먼지 많지도 바람 많이 불지도 비 오지도 않는 딱 이맘때! 놀러 가자고요!       노인회장 김사또의 처 오지랖이 마을 사람들에게 '놀러 가자'고 전화를 돌린다.여러 명과 전화통화를 하지만 모두들 뭔놈의 곡절이 그리 많고 공사가 다망하신지!안 들린다고만 연신 외쳐대는 팔순 노인, 자식의 사업이 망해 집안이 풍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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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지금 아니면 언제 가냐 이거쥬~

 

 

 

 


춥지도 덥지도 먼지 많지도 바람 많이 불지도 비 오지도 않는

딱 이맘때! 놀러 가자고요!

 

 

 

 

 

 

노인회장 김사또의 처 오지랖이 마을 사람들에게 '놀러 가자'고 전화를 돌린다.
여러 명과 전화통화를 하지만 모두들 뭔놈의 곡절이 그리 많고 공사가 다망하신지!
안 들린다고만 연신 외쳐대는 팔순 노인, 자식의 사업이 망해 집안이 풍비박산 된 사라므
팔구십 노인네들이 단체로 가면 고려장이라는 소리만 듣는다고 타박하는 사람,
죽을병에 걸렸는데 놀러 가는 게 웬말이냐라고 타박하는 사람...
30명 정원의 버스를 꼭꼭 채우고 싶은 오지랖 여사의 마음과 달리
"하늘이 무너져도 널러 가겠다"는 확답을 주는 사람은 몇 안 된다.

그렇게 놀고 싶다고, 여행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결국 인생살이에 치여 놀지도 못하고 나들이도 못하는 사람들,
거기 어딘가에 글꽃송이도 끼어 있다.
추우면 추워서 안 되고 더우면 더워서 안 되고
먼지 많아도 안 되고 바람 많이 불어도 안 되고 비 맞아도 안 되니
딱 이맘때밖에 없다는 소리에 사뭇 움찔한다. 양심에 자극받는다.

'놀러 가자고요,'
말은 쉬워도 막상 실천하려면 그 얼마나 어려운지.
마치 어디선가 흐르는 민요라도 듣는 듯, 눈앞에 만담이 펼쳐진 듯
범골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복작복작 내 눈을 아니 내 귀를 파고든다.

 

 

 

 

 

 

 

 

 

 

 

 

<장기 호랑이> 속 소년은 '장기왕'이 되겠다는 집념을 마구 표출하지만
결국 장기판에서 난무하는 훈수 두기를 견디지 못하고 어르신들 앞에서 쌍욕을 해댄다.
아버지는 소년 대신 연신 사과를 하지만 급기야 퇴출 명령을 받는다.
과연 소년은 장기왕이 되었을까?

 

<김사또>에서는 날이 갈수록 깜빡깜빡하느라 집도 태워먹을 뻔한 오지랖이 등장한다.
김사또가 돼지 잡는 날 고이 모셔온 갈비를 샘가 가스불에 올려두고는
텃밭에서 개죽을 끓이느라 잊어먹은 오지랖, 끝내 숯검댕을 만들고 만다.
남편의 불벼락이 떨어질까 싶은 참에 큰며느리와 의기투합하는 오지랖.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이 외에도 <『범골사』 해설>, <범골 달인 열전>, <봇도랑 치기>, <산후조리>,
<놀러 가자고요>, <만병통치 욕조기>, <아홉 살배기의 한숨> 등 총 9편의 이야기가

각각 캥거루처럼 또 다른 에피소들을 안고

농촌 마을 범골을 배경으로 투박하게, 소소하게, 활기차게 펼쳐진다.
걸출한 입담이 펼쳐져 꼰대같은 느낌 풍기지만

사실은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는 범골 사람들.
그들의 세상 살아온 지혜와 낙관, 여유 등을 함께 느껴보자.

 

 

 

 

 

p********g 2018.06.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