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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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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민낯으로 다니는 걸 그다지 민망해하지 않고, 차림새에 공을 들이는 편이 아니다. 시니컬한 동생은 '저 잘난 맛에 사는 재수없음이 가득'해서라고 (감히 언니에게)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주변에 나보다 더한 분들이 많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데 되돌이켜보니 스물 무렵 첫 번째 연애에서는 내가 눈썹에 신경을 썼었던 것 같다. 화장을 하지 않을 때라 신경은 쓰이는데 어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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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민낯으로 다니는 걸 그다지 민망해하지 않고, 차림새에 공을 들이는 편이 아니다. 시니컬한 동생은 '저 잘난 맛에 사는 재수없음이 가득'해서라고 (감히 언니에게)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주변에 나보다 더한 분들이 많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데 되돌이켜보니 스물 무렵 첫 번째 연애에서는 내가 눈썹에 신경을 썼었던 것 같다. 화장을 하지 않을 때라 신경은 쓰이는데 어쩌지는 못했다. 상대에게는 신경 안 쓰이는 척했더랬다. 짙지 않거니와 모양도 안 예쁜 눈썹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거다. 어쩌겠나, 타고난 걸. 그런데, 인정할 것은 대상에 따라 눈썹이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부위라는 것이다. 무서워서 귀도 못 뚫는 인사라서 눈썹 문신 같은 건 상상도 못 하지만, 그래도 예쁜 눈썹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적어도 예뻐 보이고 싶은 상대 앞에서는.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를 뭉클한 느낌으로 읽었다. 아내를 여의고서 책을 엮은 지은이의 마음이 잡혀와서다. 한 이십 년 살고나니 부부라는 게 남녀라기보다 동지같은 느낌이라 이 넓고 황량한 세상에 단 하나의 동지를 잃고 살아갈 나를 상상하다 참 먹먹해져서다. 한시 모음집인 이 책은 장부의 눈물과 여인의 마음이라는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뉘는데, 여자인지라 여인의 눈물 쪽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눈썹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과연, 이라는 마음.

 

실은 1995년에 천경자 화백의 에세이를 리라이팅해서 엮는 일을 한 적이 있다. 아무 경력도 없던 때라 오로지 표지와 판권에 엮은이로만 이름을 올렸었다. 당시에 하도 몰입해 열심히 읽어서인지 지금까지도 많은 부분이 떠오르는데, 이 책으로 또다시 한 대목이 떠올랐다. <탱고가 흐르는 황혼>이라는 제목의 그 책에 '눈썹'이라는 글이 있었다.

 

정작 내가 눈썹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게 된 것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합되던 날부터였다. 동이 터 올 무렵 나는 그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하여 눈썹을 그렸고, 그때문에 눈보라치는 겨울 날에도 얼음을 깨고 세수를 했다. -166쪽.

남편이 깨기 전에 얼음물에 세수하고 눈썹을 그리던 화백의 마음이 아름다웠다. 사랑이란, 다름 아닌 그런 정성이 아닐까? 이어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에서 눈썹이 제재인 시 중 가장 인상적인 시 한 편을 옮겨본다.

 

거울이야 있건마는

 

최기남(1586~?)

 

저에게는 장식을 한 거울 있어서,

당신께서 처음 준 때 생각합니다.

당신 가고 거울만이 남아 있지만,

거울보고 다신 눈썹 안 그립니다. 

-235쪽

다시는 거울을 보며 눈썹을 안 그리겠다는 마음이, 알알이 잡혀온다. 다시는... 시름에 겹고, 사는 일이 재미없고, 웃을 일 없는 나날에는 세수를 하는 일조차 의미 없고 귀찮다. 먹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에 눈썹 그리기가 가당키나 할까.

 

밤에 소리 내어 읽다가 울컥하는 시들이 여럿이다.

한시 특유의 운율에 맞추느라 번역을 너무 조절하셨다 싶기는 하지만 진심이야 어디 안 간다.

게다가 작고한 저자의 아내가 찍은 사진들이 참 아름답다. 모노톤의 사진들에서 찍은이의 시선이 들여다보인다.

p****1 2012.04.04.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