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서울 하면 떠올리는 장소가 몇 있다. 대표적인 게 궁궐. 또는 아파트. 전자는 조선 왕조가 살던 곳이고, 후자는 고도 성장 시기 중상층의 거주 공간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공화국은 시민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이러한 궁궐과 아파트는 서울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내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선왕조와 지금 서울 시민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파트 역시,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라곤 해도 여전히 서울에는 아파트가 아닌 다른 주거 형태도 많다.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등. 부제가 '문헌학자 김시덕의 서울 걷기'이다. 문헌학자의 서울 걷기란 어떤 의미일까. 문헌학이란 기존에 주목받지 않았던 텍스트까지 세세하게 검토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는 학문이다. 이 방법을 서울 답사에 적용해본다면, 그간 주목받지 않았던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문헌학자의 서울 걷기라 할 수 있겠다. 부제처럼, 이 책에서 다뤄지는 공간은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곳이다. 도로, 골목, 단독 주택, 다세대 주택 등등. 서울이 이토록 다채로운 공간이었다니! 하는 사실을 깨닫게 한 책이다. 그러고 보니, 지인 중에 외국여행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는데, 그 지인은 서울이 워낙 다채로워서 밖에 나간들 별로 새로울 게 없어서 굳이 안 나간단다. 적확한 말이다. 대한민국 여권 소지의 목적은 탕진 잼이지, 타자의 경험으로 자아를 각성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지. 아 물론 이런 사고도 국뽕빨이 좀 들어간 거고, 서울보다 더 다채로운 도시도 꽤 있다. 만, 웬만해선 그러기 힘들지. 답사책인데, 실전 편 마지막 장은 공단 이야기다. 조선 왕조가 아니라 노동자 이야기. 사회학 저서에서나 다뤄지는 노동 이야기를 서울 답사 책에서 다뤘다. 그만큼 특별한 서울 답사서다. |
택배 5일만에 받아서 그런지 더욱 기대가 됐던 책. 기사를 먼저보고 이런 분도 있구나 하면서 얼른 사서 보았습니다. 문헌학자라는 생소한 분야를 연구해 어려운 한문만 읊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어려운 문구는 단하나도 없고 흥미로운 시각이 가득해서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서울은 대도시라고 생각하고, 화려한 모습만 좋아하던 저인데 이분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매력을 발견하는 시각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부동산업자도 아니면서 낙후된 곳을 보면서 재개발대상지라고 생각하거나 더럽거나 슬럼화돼 있어 피해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지역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거나 친일잔재라고 생각해 얼른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죠. 책을 읽다보면 당장 나가서 걷고 싶어집니다. 그동안 별 관심없이 지나쳤던 곳을 그의 시선을 담아 걷고 싶어집니다. 김시덕 샘과 함께하는 서울선언 투어?같은 게 생기면 좋겠습니다. 책 내용 중 대서울이라는 부분이 흥미로운데요. 사대문만 서울도 아니고 행정구역상 서울인 구로, 잠실까지만 서울도 아니고 근교의 부천 일산 등 서울권과 이어진 경기도도 대서울이라는 것입니다. 일제 시대와 60년대? 대서울이라고 규정된 면을 소개하고 근교 경기도민들이 실제로 서울 생활권에서 일하고 생활한다는 측면을 이야기한거죠.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으로서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고 이렇게 얘기해주니 고마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은 안그래도 대도시이고 권력을 가진 메트로폴리탄인데 주변 경기도권까지 흡수해 더 큰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책구성은 사진이 많아서 좋지만 글의 흐름을 끊는 게 좀 불편했고 쉼표가 있어야하는 자리에 마침표가 있어서 요즘 새로운 편집방법인가하고 보았지만 흐름이 끊기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
육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도의 지위를 지켜온 고도 서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려의 수도는 개성이였으니 두 도시간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서울의 번영은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뤄진게 아닌가 합니다 저자분은 그 서울을 직접 걸으며 사진과 문자로 서울을 재해석합니다 서울이 지리적인 위치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게 가장 크게 와닿았네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자랐던 눈에도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들과 현재의 서울이 성립되기 까지의 이야기들, 그 이후의 이야기들,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머리속을 복잡하게 하네요 다 읽었지만 읽은 느낌이 들지 않는 책입니다 주말에 다시 한번 재독해보려고 합니다 |
서울 선언/ 김시덕/ 열린책들/김시덕/2018 아, 그런데, 이게 왠 걸. 완전히 오판이었습니다. 저자는 조선 시대 이후 일제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의 서울이 어떤 정책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개발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서울에 어떻게 모이고 어떻게 쫓겨나고 또 모이고 쫓겨나고 하는 저간의 사정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을축년 대홍수로 한강의 물길이 완전히 바뀌고 엄청난 수재로 이후 복구 과정까지 거치면서 서울의 지도가 바뀌기도 했고, 지금은 부의 상징인 강남이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영동부터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저자가 서술하는 이야기를 따라 인터넷을 켜고 지도까지 돌려보면서 찾아보면서 책을 읽다 보니 진도는 더딜 수 밖에 없었지요. 저자는 그동안 제가 보고자 했던 서울과 아주 다른 서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서울이란 공연을 보고, 맛집을 즐기고, 역사와 문화 유산을 구경다니는 관광지였으니까요. 저에게 서울은 잠깐 직장이었던 적은 있었을 뿐, 어떻게 보면 탐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서울을 시대별로, 계층별로 다채로울 수 밖에 없고 그 서울을 온전히 다 끌어안는 일은 참으러 어려우면서도 또한 대화와 양보를 통해서 해나가는 일이어야겠지요. 굳이 서울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해 봄직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대, 근대, 현세의 삼문화 광장이 펼쳐질 수 있는 것, 원주민이 바뀌어가도 그 이전 원주민의 모습을 존중하고 작게 나마 기념하여 남겨 두는 것, 바로 그런 문화가 조금씩 정착되어야 우리가 지금 사는 모습도 개발 시대처럼 완전히 포크레인에 부서져 사라지지 않고 조금은 어딘가에 남겨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일제시대에 관한 책을 읽을 때 마다 어슴푸레 느꼈던 것인데, 구한반 이후 식민지를 거치면서 외세의 압박으로 우리 나라 백성(국민, 시민)들이 스스로 민주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식민 시대의 백성들과 그 문화를 식민 시대라고 깡그리 무시하고 지우려고만 하는 일이 역사를 바로 잡는데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아주 엉뚱한 생각이긴 한데, 아파트 개발하려 하면 자꾸 유적지가 발굴되니 이를 은폐하거나 없애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대목에서 가치가 충분한 곳이라면 지하를 그대로 문화 단지로 발굴하고, 지상에 아파트 올리면 안되나 하는 거였습니다. 뭐, 어이없는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은. ^^;; 생각할 것도 찾아볼 것도 많고 조금 불편하기도 했습니다만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덕후들이 세상을 새롭게 보는 법이지요. 저자의 팬이 되었고 그래서, 갈등 도시도 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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