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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시골에도 집성촌이 아니면 한옥 찾기가 힘들고 도시에서는 서울 북촌, 전주 한옥마을이나 용인 민속촌 등 관광지에 가야 중국 등 외국 관광객들과 함께 한옥을 제대로 구경할 정도의 시대가 되었다. 어릴 적만 해도 친가 시골집에 가면 옛날 정이품 이상 양반들이 살았다는 99칸 한옥집은 아니더라도 소박한 한옥의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여름에는 매미소리 가득한 시골집 대청마루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수박을 먹었고, 겨울에는 얼어붙은 논에서 실컷 눈썰매를 타고 돌아와 따스한 온돌방에서 몸을 녹이며 할머니가 쪄주셨던 고구마를 맛있게 먹었다. 하루는 창호지문이 신기해서 손으로 건드리다가 구멍을 내기도 하고 마당에서 한참을 놀다가 마당에 있는 장독대 하나를 깨트리기도 했다. 덕분에 화들짝 놀란 할머니한테 나와 동생은 싸리빗자루로 엉덩이 한대씩을 맞았다. 낮에 손자 엉덩이를 한대씩 때리신게 내내 마음에 걸리셨는지 저녁 때 할머니께서 닭 한마리를 잡아서 백숙을 해주셨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햇빛과 바람이 정겨운 집 우리 한옥>은 초등학교 권장도서로써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등 햇빛과 바람이 통하지 않는 집에서 살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사람과 자연이 정과 추억을 함께 나누기 위해 지었던 한옥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책은 옛날 큰 제사를 지내기 위해 종손 집에 모이는 가족들의 일과를 스토리로 구성하여 사랑채, 안채, 부엌, 사당 등을 설명해 주고 있다.
큰 제사를 맞아 먼 곳에서 찾아온 친척들과 솟을대문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집안 어른들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옥집에 들어서기 위해 첫 번째로 만나는 문인 대문은 보통 두 짝으로 된 문을 달고 안쪽으로 열리게 되어 있고 대문에는 솟을대문과 평대문이 있다. 솟을대문은 조선시대 고급 관리들의 집에서 볼 수 있는 대문으로 대문의 지붕이 좌우 건물보다 높이 솟아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대문이 높아야 가마나 수레를 탄 채로 드나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대문은 대문과 대문 양옆에 붙은 건물의 지붕 높이가 같은 대문이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고위 대신들이 가마를 타고 집 안까지 들어가는 씬을 보곤했는데, 그 대문이 솟을대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조선시대는 유교국가로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할만큼 남녀가 한자리에 앉는 것은 유교의 가르침에 어긋나다고 생각했기에 한옥의 구조 또한 남자와 여자가 생활하는 공간을 구별하여 안채와 사랑채로 나누었다. 사랑채는 남자들의 공간으로 이 곳에서 책을 읽고, 손님을 맞고,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여기에서 의논을 했다. 사랑채는 사랑방, 사랑대청, 누마루, 그리고 잠을 자는 침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방은 바깥주인이 머무는 곳으로 우리에게는 컬투 김태균의 목소리 흉내로 유명한 옥희가 주인공이었던 옛 한국영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에서 나중에 옥희 어머니와 안타까운 사랑을 나누었던 죽은 아버지의 친구인 화가 아저씨가 머물던 사랑방이 기억에 남는다. 한옥의 마당은 큰 나무를 심지 않고 비워 두지만 사랑채 앞마당 한쪽에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이 모여 학문, 정치 이야기를 하거나 정원의 꽃과 나무들을 보며 풍류를 즐기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시들로 꽤 전해진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사랑채 정원에 핀 매화를 매우 좋아했나보다. 매화가 거의 다 진 아쉬움 가득찬 어느 달 밝은 밤. 환한 달빛이 매화 져버린 빈 가지 위에 쏟아졌다며 한시를 지은 걸 보니.... 매화 지고 달이 찼다
집안 여자들이 안채에 모여 제사를 준비 하는데, 여자들의 공간인 안채는 집을 지을 때 조상을 모시는 사당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물이었다고 한다. 바깥 사람은 물론 남자들도 함부로 안채에 드나들 수 없었고 부부끼리도 같은 방을 쓰지 않았다. 안채는 안채의 큰 마루 안대청, 안방과 건넌방, 부엌, 우물 등이 있어서 집안의 살림을 이끌어 가는 안주인이 생활하는 곳으로 결혼 같은 중요한 집안 행사와 제사를 안대청에서 지냈다고 한다. 부부가 따로 생활은 했으나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부부를 위한 문을 만들어 남편이 안채에 드나들기 좋도록 해서 서로간 왕래를 했다.
책은 밤이 깊어지자 집안의 남자들이 모두 사당으로 올라가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내고 다음날 친척들이 아침밥을 먹고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햇빛과 바람이 정겨운 집 우리 한옥>은 도시 속에서 살며 한옥을 접해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채, 안채, 대청마루, 사당 등 한옥 구조에 대하여 그림을 곁들인 자세한 설명과 함께 햇살과 바람이 편안히 드나드는 한옥의 문과 창, 우리나라의 독특한 난방법인 뜨끈뜨끈한 온돌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추가로 윤증선생 고택, 연경당, 소쇄원, 하회마을, 북촌 한옥마을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대표 한옥들도 소개해 주고 있으니 요즘같이 상쾌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초입에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한옥에 찾아가 방마다 마루마다 정겨운 웃음소리가 들렸던 한옥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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