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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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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비어는 그  독특한 작품 세계 때문에, 고국 덴마크를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행동파 영화 감독이다. 이 작품은 몇 년 전 오스카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는데, 막상 내용을 보니 참 광범위한 주제로 미시와 거시 세계를 잘도 넘나든다 싶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학교나 또래 집단에서의 왕따 만큼 절실한 문제가 어디 있을까?  또, 아무리 멀리 떨어진 지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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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비어는 그  독특한 작품 세계 때문에, 고국 덴마크를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행동파 영화 감독이다. 이 작품은 몇 년 전 오스카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는데, 막상 내용을 보니 참 광범위한 주제로 미시와 거시 세계를 잘도 넘나든다 싶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학교나 또래 집단에서의 왕따 만큼 절실한 문제가 어디 있을까?  또, 아무리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의 일이라고 하나, 자신의 세계관과 신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참사와 불의가 빚어진다면,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좌시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영화는 이처럼, 얼핏 보아 아무 관계도 없는 두 현상, 이슈를 오가며, 21세기에 지구촌인으로 산다는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맹렬한 기세로 탐구를 벌이는 다소 특이한 전개와 자세를 이루고 있다.

이 영화는 드라마가 뚜렷하기 때문에, 배경 지식이나 맥락의 先이해가 그 감상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영화의 캐릭터들(과연 우리는 이 닥터 안톤의 저 특이한 열정, 그 표출에 공감할 수 있는가?)이 보이는 행보를 (감독의 의도에 따라) 정확히 이해하려면 - 이 영화는 수산 비어 본인이 각본도 집필했다 - 먼저 관객들은 이 감독의 개인사를 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수산 비어는 덴마크 혈통이 아니라, 독일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사람이다. 그 부친은 나치의 핍박을 피해 덴마크로 이주한 내력이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머니 역시, 제정 시절이건 스탈린 독재 치하건 끊임 없는 박해흘 받은 유태계 출신이다. 그래서 유태계 러시아인은, 제국이 언제나 소외시키고 차별, 멸시의 대접을 베풀던 신민 아닌 신민이었으며, 그 정서 깊은 곳에 조국(?)을 향한 반감과 설움을 동시에 지닐 수 밖에 없던 숙명이었다. 이런 양친을 둔 그녀가 그 시선을 局地 아닌 범세계, 인터내셔널에 두는 건 당연하고, 부모는 물론 본인도 분명한 소속을 지니지 못한 정체성이기에, 소위 '왕따' 문제에 대해 민감한 것 역시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그러나 뻔뻔스럽게, 부실한 자기 성찰과 열등감의 호도, 아무 재능과 준비 작업, 노력도 없이 근거 없는 과시욕에 목매어 허튼 페미니즘 프로파간다를 떠들지 않는다. 이 영화도 찬찬히 지켜 보면, 여자라서 무슨 차별을 받았다느니 뭐니 하는 터무니없는 일반화, 혹은 초라한 자아의 근거 없는 보편 확장 따위는 조금도 시도하지 않는다. 당장 주인공만 봐도 남성 의사로 설정되어 있으며, 아프리카의 폭군에 학대 받은 여성들을 치료하는 숭고한 사명을 실천하는 듯하나 정작 자신의 처-여성-와 제 가정에 불성실한 모습, 이중성을 드러낸다. 이걸 통해 감독은 남성의 이중성, 권위 의식을 까대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페미니즘 -나아가 허울 좋은 국제 평화주의-의 자기 모순을 지적하며, 그 작업을 타자화(감독은 분명 여성이니 주인공을 남성으로 잡은 건 거리두기를 통한 객관화의 의도다)를 통해 관철하는 것이다.

영화는 재미있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제 입맛에 맞거나, 혹은 뜨끔한 구석이 제각각일, 독해와 감상의 다층 레이어가 매력인 그런 영화다.

s****o 2014.12.31.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