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가 국민을 죽였다. 2015년 11월 14일 집회 도중 경찰의 물대포 공격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혼수상태 317일만에 끝내 운명했다.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는 1년여의 시간 동안 어떠한 진상규명도,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가장 잔인한 살인자로 둔갑했고 폭력적으로 진실을 덮었다. 누구나 세월호 희생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백남기'가 될 수 있는 현실. 세계 11위 규모의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이처럼 섬뜩하고도 참담하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 한참은 멀었건만....
노르웨이의 사회운동가 아스비에른 발은 책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 신자유주의 시대, 복지국가를 통해 성취된 사회적 진보의 후퇴와 복지국가 모델의 변질에 관해 분석했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라는 북유럽 모델조차도 자본의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공세 앞에서 흔들리는 현실은 여전히 복지국가를 향해 갈 길이 먼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복지국가를 이해하는데는 권력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복지국가'란 복지정책과 이에 투여되는 재정의 총합, 그 이상의 무엇인가로 이해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복지국가를 발흥시켰던 두 가지 힘은 강력한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확산이었다.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이 요소들는 사회의 권력 관계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떼어놓고 복지국가의 현재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지국가'는 고정적인 모델이 아니라 사회의 권력관계가 끊임없이 대립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역사 발전의 구체적인 단계다.
복지국가의 형식과 내용은 사회의 다양한 이익 집단들 사이의 투쟁의 결과물이다.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에 권력관계가 시장의 힘을 강화하는 쪽으로 극적으로 변했다. 복지서비스에 대한 공격은 권력균형의 이동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중략)...그러나 복지국가의 훼손이 복지 축소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노동의 상품화 뿐만 아니라 위험에 대한 개인의 책임 확대, 권위적 통제의 강화, 사회적 배제, 점점 심화되는 빈곤, 사회의 불공평 같은 추세로도 나타난다. 게다가 복지국가를 위한 투쟁에 따라 서비스의 질과 수준 뿐만 아니라 복지국가 조직되고 관리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민영화와 경쟁적 입찰, 수혜자 부담의 범위와 규모 등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장의 힘이 더욱 커진 가운데 사람들은 또한 자신의 일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으며 또 근무 조건이 열악해지고 주거공간을 확보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당연히 사회문제들도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복지국가를 어떤 것으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복지국가의 현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164쪽~165쪽)
이러한 관점에서 '복지국가'를 사유한다면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정치 권력의 공백과 부재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 기간 내내 전방위적으로 벌어진 양극화와 빈곤의 확산, 민주주의의 후퇴는 복지국가의 동력이 되어야 할 진보정당과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의 기반을 흔들었다. 야당다운 야당의 부재와 진보정당의 약화 속에서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한 진실조차 밝혀내지 못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과연 부분적이고 다분히 시혜적인 복지정책 몇 가지를 바꾸거나 늘린다고 해서 한국이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복지국가 발전의 중요한 이슈인 빈곤의 퇴치와 사회경제적 평등의 확산 측면에서도 지금을 '위기'라고 본다. 복지국가의 전성기 동안 줄어들었던 불평등과 빈곤이 다시 확산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볼 때, 사회적 진보는 퇴보하고 복지국가라는 사회모델은 약화되고 있다. 그는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운동이 허약하여 수세에 몰리고 있고, 좌파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으며, 또 현행 경제모델을 대체할만할 야심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복지국가의 목표를 달성할 전략과 전술 뿐만 아니라 대안적인 사회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주 긴요한 문제가 되었다"고(6쪽) 지적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복지국가의 변질
지난 20년 내지 30년 사이에 복지국가는 강력한 경제적 파워와 정치적 파워로부터 계속 공격을 받아왔다. 국가에 따라 공격의 강도는 달랐지만 공격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정치적 규제들이 풀렸고 공공연금이 약해졌으며 공공 복지기구에 접근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보편적 혜택이었던 것들이 엄격한 심사의 대상으로 바뀌엇고 수혜자 부담이 범위나 규모 면에서 더 커졌고, 민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지국가의 중요한 영역까지 침투했다.(27쪽)
저자가 보기에 복지 프로그램의 감축과 함께 복지국가의 변질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소위 '워크페어 정책'(workfare policy : 근로연계복지정책)이다. '근로'를 조건으로 복지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노동시장과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배제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복지제도에서 배제당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로 복지를 대신하겠다'는 워크페어 정책은 취지와는 반대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징계하는 도구가 됐다.
저자는 "복지정책의 중요한 부분들은 사람들이 임금노동에 근거한 경제시스템에서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으로부터 개인과 집단을 보호하는 것과 관계 있다. 달리 말하면, 복지정책은 국가가 운영하는 보편적 사회보험을 통해 위험을 집단에게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영역들이 상당히 약화되거나 시장으로 넘어간 지금, 위험이 다시 개인화되고 있다. 건강서비스의 부담을 수혜자에게 더 많이 떠넘기고 실업혜택을 줄이고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강화하는 것도 똑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208쪽)고 분석한다.
정치가 경제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신자유주의 시대, 재분배의 도구로서 복지국가는 훼손되고 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노동의 잔혹화, 높은 실업률, 빈곤의 확산과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등 복지국가는 전방위적으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저자는 "권력관계의 상당한 이동을 전제로 하는 변화는 어느 시대나 사회의 꼭대기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며 "변화는 아래로부터 위로 강제도어야 한다. 만일 오늘날 대중의 압박이 충분히 강하지 않으면 이 시대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변화는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308쪽)이라고 강조한다.
만일 복지국가를 보호하고 더욱 발전시키겠다면 사회적 동인들과 권력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장의 권력과 투기 경제, 사회와 노동의 잔혹화에 맞서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민주적 통치와 통제이다. (350쪽) |
|
복지와 포퓰리즘 논쟁이 한창이다. 양쪽 모두 그럴듯한 논리를 펼치기 때문에 이 논쟁에 끼어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지난 IMF 이후 국내의 상황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급격히 변화한 시기였는데 최근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환상이 깨지며 다른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고 그 중의 하나가 복지국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복지포퓰리즘 논쟁이 낯익은 느낌이 드는 건 신자유주의 경제 사상이 주도하고 있는 영국이나 미국 경제학자들의 책을 통해 소개된 논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인 듯 보인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80년대 이후 이를 주도해 온 건 영국과 미국이었고 특히 미국의 경제 규모와 헤게모니 때문에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세계화는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유럽식 복지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널리 퍼지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복지는 포퓰리즘인가? 하지만 복지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건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같은 북유럽 모델이다. 어쩌면 그동안 영미계열 경제학자들의 논리에 치우쳐 있느라 성공적인 복지 국가들의 모델을 소홀히 한 채 공허한 복지 논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노르웨이의 복지 모델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어떤 상태에 있는지 분석하고 더 나은 복지국가가 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놀랍게도 북유럽 복지모델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피해가지 못해서 오늘날 복지의 후퇴와 시장화(자본, 노동시장의 개방과 민영화 같은)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힘의 대결 즉 권력 투쟁의 결과로 본다. 세계의 변화가 시장에 우호적인 방식으로 변하면서 노동자들의 단결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힘의 균형이 급격하게 사용자측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이제 노르웨이 같은 복지국가에서도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개인은 희망이 아닌 수치심과 절망을 느끼기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인 워크페어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운데 워크페어정책이란 ‘일이 곧 복지다’라는 주장으로 복지를 축소해서 사람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자는 것인데 이는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효율과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취약한 계층을 그대로 노출시켰고 이들 중 많은 노동자들은 더 가혹하고 열악한 노동에 투입되어 ‘노동의 잔혹화’라고 할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노동에서 배제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들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란 이름으로 북유럽 복지 모델을 변화시켜 왔으나 그럼에도 노르웨이가 여전히 복지 모델을 유지하고 또한 미래를 위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에 있다고 한다. 비록 현재 힘의 우위는 사용자측에게 있다고 해도 언제든 노동자들이 다시 뜻을 모아 힘의 우위를 역전시킬 때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복지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가 어떻게 복지국가가 되었고 이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면 결국 그 힘의 원천은 민주적이지만 단결된 노동자들의 힘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사회체제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노동 형태가 다양해지고 개인화 되면서 예전처럼 노동자들을 모으고 단결하는 것이 쉽지 않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복지국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선 진정으로 복지가 필요한 계층이 스스로 뭉치고 행동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오늘날의 북유럽 모델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복지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선물이 아니었고 힘으로 쟁취해야 하는 것. 투표를 통한 민주적인 절차일수는 있겠지만 그 역시 엄연한 힘의 행사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
이 책을 보고 가장 놀란 점은 복지가 가장 잘 되어있다는 북유럽 국가에 대해 복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르웨이의 제인이라는 한 여성의 예를 통해 북유럽 국가의 복지 정책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있는가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기 위해 저자는 먼지 복지국가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에서부터 살펴보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복지국가는 사회 투쟁의 결과물로서 노동과 자본 사이의 적절한 타협에 의해 발생했다다고 한다.(여기에는 공산구가의 위협이라는 외부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이러한 타협이 작금 신자본주의 발흥과 득세로 인하여 흔들리게 되었다. 노동자의 발언권이 약해지고 자본이 역할이 커지면서 둘 사이의 균형이 깨어지고 결국 복지 정책이 후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요지는, 복지국가는 사회적 타협의 결과이며 따라서 복지 문제는 단순하게 복지비를 증액하는 정도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의 다각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의 위협은 자본의 세력의 증대에 따른 것으로, 자본과 시장에 대한 포괄적 규제와 공공 서비스의 확대가 될 때 비로소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복지가 사회적 화두요 정치인들의 주요 공약으로 남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시점에서 이 책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선은 정치인들의 공약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포퓰리즘적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내건 공약들은 복지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좀 더 공부하고 심도있게 정책을 내 걸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책을 보면서 한가지 불편하게 느꼈던 점은, 과연 복지정책을 계급투쟁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옳으냐하는 것이다. 저자는 일관되게 노동과 자본을 대립의 관계요 적대적 관계임으로, 자본과 싸워서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물론 저자의 분석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지만 복지를 투쟁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소위 우파들에게는 상당히 불순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그들에게 복지는 사회와 국가를 망치는 주 원인으로 보일 것이다. 모든 것을 권력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은 맑시즘이요,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이러한 시각 역시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일 수 밖에 없다. 이데올로기는 결국 폭력으로 이어진다. 복지를 위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다면(그것이 비록 거대 자본가라 할지라도) 희생자의 입장에서 그것은 근절해야 하며, 투쟁해야 할 사회적 악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인간과 공동체라는 철학의 입장에서 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용은 별로 어렵지 않은데, 왠지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가끔 그런 책들이 있다) 그러나 복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생각해 보게 한 좋은 책이었다. 복지 정책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있는 분들이 읽을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
|
한국 사회에 복지국가 담론이 한창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 복지국가 논의에 수준을 높여 줄 책이다. 이 책이 주로 논의하는 복지국가는 가장 수준 높은 단계에 이른 북유럽 복지국가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공정할 뿐만 아니라 생산적이기까지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적인 예를 들면, 덴마크는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데, 단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가장 높다.
복지국가에 대해 논의하려면 우선 복지국가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부터 점검해야 할 테다. 이 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정의부터 깔끔하다. 복지국가는 복지 재정이나 몇 가지 정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복지국가는 강화된 민주주의와 활발한 노동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투쟁의 결과물이다. 자본과의 격렬한 투쟁을 통해 마침내 얻어낸 성과물이다. 자본은 노동을 파괴할 수 없고, 노동은 자본의 고지를 넘어설 수 없는 교착 상태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다. 즉 노동과 자본 사이의 권력 균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핵심은 권력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다. 자본 우위에서 자본과 노동의 합의로 권력 관계의 변화가 복지국가가 유지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래서 자본의 힘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균형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계급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련 사회주의 사회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본의 욕망은 통제되었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불황 없는 자본주의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경제의 50% 가까이 공공소유가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북유럽 복지국가가 성장하던 시절과 상황이 다르다. 신자유주의 광풍이 불어닥치면서 복지국가도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본의 힘에 대한 규제가 풀리고, 지난 2, 30년간 복지국가는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그 결과 권력 균형은 깨지고, 자본은 날뛰었다. 공공소유는 민영화되어 자본의 욕망에 따라 널뛰었다. 많은 복지 정책이 후퇴했으며, 일부 보편적 복지가 선별적 복지로 후퇴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노동시장과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배제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노동은 자본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동시에 민주주의도 훼손되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복지 수준이 후퇴했다고 해도,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해 보면 완전 천국처럼 보인다.)
자본의 힘도 영원할 수는 없다. 자본이 그토록 활개를 치고 다니다가 급기야 파국을 몰고왔다. 맑스는 <자본>에서 자본주의는 그 속성상 공황이 주기적으로 올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 예측이 다시 한번 맞았다. 고삐 풀린 자본이 활개 치고 다니다가 2008년 급기야 공황을 몰고왔다. 거품이 급속히 꺼졌다.
그런데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파국을 몰고왔음에도 여전히 사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 문제를 만든 투기 자본에 대한 견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자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본의 힘을 규제하고 복지국가를 회복하기 위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한편 이 책은 유럽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움직였다고 본다. 유럽연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봐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다. 살펴보았듯이, 복지국가를 세우려면 그 사회의 권력 관계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능할까? 강화된 민주주의와 활발한 노동운동이 뒷받침이 되어 있는가? 이 책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
|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속 시원 하다는 느낌이 컸다. 저자가 조목조목 짚어주는 이야기들이 이 시대의 흐름을 잘 이해하게 해 주었고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혹자는 어렵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신문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읽다 보면 어느새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내 놓기 위해 썼으며, 복지국가의 발달을 이해하려면 권력분석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자선의 차원에서 행해지던 복지가 보편적인 복지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민들은 각종 사고나 질병, 실업 등의 늪에서 보다 용이하게 빠져 나올 수 있게 된 것이 사실이다. 현대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복지를 순수한 복지차원이 아닌 효율성과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하고 정책을 실행하는데, 공공지출과 보편적인 복지제도가 경제성장과 혁신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권력구조와 노동운동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복지국가를 탄생시킨 원동력 자체가 노동운동에 의한 것임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라고 인식하고 있는 기업 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완화와 민영화, 그에 따른 구조조정, 혁신 등등 각종 현상으로 인해 이들이 불러온 경제위기와 복지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맞춰 사회를 재편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들이라고 한다. 결국 신자유주의자들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관계에 의해 복지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문제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양극화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과 교육, 일 등 분야마다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교육 시스템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어느 때보다도 더 체계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사회 집단에 따라 평균수명도 차이가 더 커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공세가 시작된 1980년 이후로 빈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P.34)
‘ 이 시대에(신자유주의 시대) 자본통제의 철폐와 시장의 규제완화, 민영화, 민간위탁, 공공부문의 시장 지향, 아웃소싱, 역외 아웃소싱, 근로조건 악화, 학교와 사회에서 배제되는 인구의 증가 등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런 것들이 복지국가에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p.39)
복지국가를 평가할 때 공공예산 중에서 복지로 할당된 자원과, 공공부문이나 시장을 통해 제공되는 복지가 어느 정도인지가 평가에 포함되고, 나아가서 자원뿐만 아니라 복지의 품질, 복지의 접근성, 복지의 조직화 등도 그 평가에 포함되고 있다. 이는 진정한 복지국가는 양과 질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복지제도가 시행되는 국가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복지국가는 이러한 바람대로 흐르고 있는가? 세계는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 바뀌고, 더불어 경제는 ‘광기의 경제’로 불릴 만큼 위협적이 되었다. 노동운동도 신자유주의가 퍼붓는 공세에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거대 기업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 그들의 자본을 뿌리고 그 이윤을 확실하게 챙기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강압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게 하고, 또 다른 기업을 합병시키고, 심지어는 천연자원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도 부족하여 이제 민간자본은 공공부문까지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 수도, 에너지, 운송, 우편, 전기통신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복지국가의 마지막 보루라고도 볼 수 있는 건강과 교육, 사회복지, 연금 등이 역시 민간자본이 넘보고 있는 것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신자유주의가 이 세계를 어떻게 몰아가고 있는가에 주목 한다. 특히 복지국가에 위협을 주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짚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노동조합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세계화라는 거창한 명분하에 자행되는 온갖 정책들이 마침내는 이 세계를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한다는 경고로도 읽혀진다.
복지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세계화라는 흐름에 편승하는 정책을 당리당략에 의해 내세우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하고, 진정한 복지국가로 태어나기 위해 권력층의 이익을 바탕에 둔 정책을 과감히 벗어던지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이 책은 정작 각종 복지정책들을 만들어 내는, 소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깊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을 핵심 있게 정리해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
|
저자는 노르웨이 지방공무원 노동조합의 자문관이며 복지국가 발전을 위한 단체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30년 가까이 노르웨이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노동조합 운동을 펴고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이 책은 북유럽 복지 국가의 역사와 신자유주의와의 대척점에 선 지금의 복지국가의 위기에 대해 저술하고 있다.
복지국가란 노동과 자본 사이에 이루어진 타협으로 자본가들이 노동운동과 민주주의를 거세게 요구하는 대중과 계급타협을 이루어 발달하게 된 것이다. 고용주들은 노조를 인정하고 근로자들은 사회주의를 포기하며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복지국가는 미국의 시장 모델과 직장에 바탕을 둔 독일식 모델, 보편적이고 공적인 모델인 북유럽 모델로 나뉜다. 이는 노조와 노동운동들이 사회에서 성취한 영향력에 의한다. 복지국가는 타협의 결과물이므로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즉 지금보다 나은 사회의 구현이란 노동운동 비전이 있지만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경제 시스템을 위한 수선소의 기능 또한 지닌다는 것이다. 사회안전망 구축, 부의 재분배와 보편적 권리, 무상교육과 건강 서비스가 전자라면 실업보험과 낙인을 찍는 자산 심사, 사회 지원 제도의 위압감 등은 후자이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한 1980년 이후 복지국가는 끊임없이 압박과 공격을 당하고 있다. 노동 운동은 계급 타협에 집착했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복지국가를 이루는 한 축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정당과 정치 엘리트들뿐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경제 성장과 보다나은 삶과 근로조건 사이의 직접 연결 고리가 끊어져 계급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전성기 복지 국가는 민간에서 공공으로, 자본에서 노동으로, 부자에서 빈자로 부를 재분배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이는 시장에 힘을 실어준 광범위한 규제철폐로 가능했다. 부채위기가 진행되고 실업률이 올라가고 아래에서 위로의 부의 재분배가 진행되는 가운데 더욱 억압적인 사회정책과 노동정책이 전개되고 있다. 권력 관계가 자본에 유리한 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복지국가의 재구성과 해체도 빨라지고 있다. 복지국가는 사회의 특별한 권력 관계의 표현인데 복지국가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권력 기반이 붕괴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대중 세력들은 다시 공세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유럽 연합은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고 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부채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로 돌리고 있다. 노동자들의 운동에는 신자유주의를 대신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은 계급 타협에 미련을 두지 말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대안을 제시하고 그럴 수 있는 힘과 단결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상이 이 책의 내용이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은 냉전 시대에 두 힘의 완충지대였다. 어느 쪽으로도 넘어가지 않기 위한 자구책으로 노동운동이 활발했고 자본가들도 협상의 의지를 내보여 지금의 복지국가를 이루었다. 탈냉전 시대이자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자 북유럽은 그동안의 복지국가 시스템이 공격받고 있고 또다른 투쟁이 생겨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사회주의가 공산주의와 동일시되는 체제를 겪다보니 북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은 꿈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성장이 우선되어 삶의 질은 생각도 못했다. 좀 살만해 지니 복지를 부르짖다가 포퓰리즘이니 뭐니 하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세계가 전부 신자유주의의 폐해인 양극화 시대를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타협으로서의 복지국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 타협을 이루기 위해 오로지 눈앞의 이득을 얻기 위한 투쟁이 아닌 멀리 보고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복지국가 자체에 대해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었다. 읽기는 매우 힘들었지만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
|
예전부터 이야기 되어져 왔으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이슈인 '복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
북유럽 모델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노르웨이 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30년 가까이 노종조합 운동을 펼치고 있는)저자의 오랜 경험과 고민이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담겨 있다.
북유럽에서 복지국가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의해 성취되었다고 사회전반적으로도 그렇게 받아들여졌는데, 지난 몇년 사이에 복지국가가 좌파 또는 노동운동의 산물이라 아니라 우파와 좌파 다수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북유럽에서 복지국가가 요즘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저자의 입장에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다.
전세계가 신자유주의를 받아 들이고 나서 번영을 하게 되었지만, 수많은 부작용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현시점에, 최근 다보스 포럼등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복지가 잘되어 있다는 북유럽에서도,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자본이득의 분배가 극도로 불평등하고, 이런 주제에 대해 정치적 자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효과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에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해보며, 책에 제시된 대안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국민 모두 이 책을 읽고 많은 시사점을 얻었으면 한다.
2009년 노르웨이어로 출판된 것을 업데이트 해서 2011년 영어로 출판 한것을 번역하여 나와서 인지, 복지 이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천천히 읽고 나면 명확한 메세지를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