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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몇시간 후면, 나도 여행을 떠난다. 캐리어 가득 짐이 꽉채워져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길은 기념품으로 캐리어를 더욱 채워올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 책은, 작은 가방 안에 간단한 소지품만 넣어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자들의 이야기다. 인물에 대한 작가의 짤막한 머릿말과 그들의 소지품 목록이 전부다.나에게는 먼 '미니멀라이프' 를 살았었던 혹은 살고있는 이들을 보여준다. 항상 뭐든 많이 사고 쉴새없이 떠드는게 현재 내 삶의 즐거움이다. 책에 나오는 41명의 사람들은 이런 나와 무엇이 다를까? 삶을 천천히 벗어난다는 말은 내겐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더 욕심을 가지고 집착하고 싶은 부담도 점점 커지는게 사실이다. 책 속의 그들은 정말 필요한 소지품 몇가지들만 챙긴채로 여행을 떠난다.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던 인기드라마의 명대사처럼,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행자들의 사연을 보여주고 소지품 목록을 나열한다. 저자는 이 간단한 책을 단숨에 읽지 말 것을 당부한다. 천천히, 하루에 두 페이지정도의 인물을 만나보고, 또 생각해보길 바란다. 읽는 것만으로도 잔잔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도 조그만 가방하나 들고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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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몇시간 후면, 나도 여행을 떠난다. 캐리어 가득 짐이 꽉채워져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길은 기념품으로 캐리어를 더욱 채워올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 책은, 작은 가방 안에 간단한 소지품만 넣어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자들의 이야기다. 인물에 대한 작가의 짤막한 머릿말과 그들의 소지품 목록이 전부다.나에게는 먼 '미니멀라이프' 를 살았었던 혹은 살고있는 이들을 보여준다.
항상 뭐든 많이 사고 쉴새없이 떠드는게 현재 내 삶의 즐거움이다. 책에 나오는 41명의 사람들은 이런 나와 무엇이 다를까? 삶을 천천히 벗어난다는 말은 내겐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더 욕심을 가지고 집착하고 싶은 부담도 점점 커지는게 사실이다. 책 속의 그들은 정말 필요한 소지품 몇가지들만 챙긴채로 여행을 떠난다.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던 인기드라마의 명대사처럼,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행자들의 사연을 보여주고 소지품 목록을 나열한다. 저자는 이 간단한 책을 단숨에 읽지 말 것을 당부한다. 천천히, 하루에 두 페이지정도의 인물을 만나보고, 또 생각해보길 바란다. 읽는 것만으로도 잔잔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도 조그만 가방하나 들고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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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여행자들의 소지품 목록을 짧은 설명과 곁들여 나열했다. 어찌 보면 시와 같은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한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여행과 그에 필요한 소지품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루겠거니 했지만, 제목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었다. 41명의 여행자와 그들의 여행 소지품을 다룬다(사실 40명과 한 마리다). 처음 접해보는 낯선 여행자도 있고 마르셀 뒤샹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익숙한 이름도 종종 보인다. 반지의 제왕의 ‘빌보 배긴스’, 소설 모비 딕의 화자 ‘이스마엘’처럼 허구의 인물도 자유로운 여행자로서 이 책에 등장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한 마리’ 북극제비갈매기 또한 책의 한 부분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35,000km 대장정에 나선 갈매기의 소지품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물론 북극제비갈매기에게 소지품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가볍게 떠나기’에 가장 부합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와 구성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각 여행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들의 소지품을 언급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우 반복적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초반에는 흥미롭게 책장을 넘겨 나갔으나 점점 피로를 느끼고 심드렁하게 텍스트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1회독을 마친 뒤 이건 아니지 싶어 책을 한 번 더 펼쳤다. 그리고 어렴풋이 읽어낼 수 있었다. 소지품, 즉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에 대해서. 물질의 획득이 곧 기쁨인 지금,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얻을 수 있는 모순적인 기쁨을 생각해볼 기회였다. 셔츠 두 벌과 주머니에 쑤셔 넣은 칫솔 하나만을 지닌 채 주말마다 여행을 떠났던 뒤샹처럼 ‘가볍게 떠나기’를 언젠가는 할 수 있을까. |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편이었다. 남들은 좀처럼 동의하지 못하는 '취향'이라는 기준으로 참 많은 물건을 모았다. 나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면 더더욱 버리지 못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덮던 이불이 헤어져 이불을 솜이 비치는데도 버리는 걸 반대했었다. 결국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칠 무렵, 내가 학교 간 사이에 어머니가 이불을 버리셔서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이불의 색과 감촉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한 번은 부모님이 이사를 하시며 실수로 중학교 2학년 때 과학 교과서를 버리신 것이다. 그때 정말 부모님께 심하다 싶을 정도로 불만을 표했을 만큼 물건을 버리지 못했다.
지금의 난 물건을 정리하는 데 거침이 없다.
(물론 잘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몇 개 있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내가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며 쌓던 짐의 양이다.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안의 물품은 매 학기 조금씩 달라졌지만, 박스 3개 정도 안에 담긴 물건으로 내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택배 박스 3개로 생활한 데는 내 방만한 기숙사 방에 3명이 살았기 때문도 있지만, 나에게 의미 있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건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 컸다.
위 단어들이 자연스레 내 일상에 물들기 시작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소박함에서 소담한 가치를 발견해 즐기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지금의 트렌드가 "단순하게, 단순하게"를 외치던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영향인지 혹은 그 이전 성인들에게서 시작한 건지 모르지만 가지고 싶은 것이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다. 그럼에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사회 분위기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체념'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소확행, 가성비를 따지는 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스치는 아쉬움은 어찌할 수 없다. 물론 많은 현인들은 말한다. '지금! 이곳에! 주어진 것에!'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으로는 안 되는 걸 어떻게 할까.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일생을 보낸, 단순한 삶의 주창자"라고 불린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열이틀간 여행 짐을 75㎏짜리 짐을 꾸렸다는 사실은 작은 위로가 된다. 종이와 우표, 식물학 서적, 휴대용 현미경, 조류 관찰을 위한 소형 망원경까지 챙겼지만 기록할 만년필이나 작은 연필 한 자루를 챙기지 않은 그의 소집품 목록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열이틀간 그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지 몹시 궁금해졌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사람,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인물인 조시마 장로를 비롯한 41명의 여행자들의 소집품을 나열한 책,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이다. 어떤 목록은 단시처럼 짧고, 어떤 목록은 참 길다. 그래서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은 시집 같다.
'말'에서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물건'도 비슷하다. 무엇을 아끼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생각, 습관을 유추할 수 있다. 41명의 소지품은 저마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일 것이다. 그 길이도, 리스트도 모두 달랐다. 겹치는 물건도 있었지만, 그 물건에 담긴 의미는 달랐다. 하지만 이곳저곳을 오가는 사람의 10개 남짓 짐 속 '두꺼운 가죽 성경책'이 가진 의미. 엄청난 노동과 불굴의 의지로 번 돈으로 '자유'를 샀던 한 사람이 자신의 전 재산을 늙은 노예에게 물려준 재산 중에 '성경 찬송가 합본 한 권'이 가지는 의미. 같은 물건이지만 그 의미는 달랐다.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에서 공통으로 들어가는 걸 찾는 건 무의미하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바퀴를 도는 원은 완성되었지만, 나는 온전히 돌지 못했다. 나는 그
기나긴 여정을 통해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내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41명의 여행자의 수집품을 보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나 의문이 들 수 있다. 그 물건은 그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데, 리스트를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이다. 누군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 소유물로 의미를 부여한다면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을 읽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두고 혹은 짧은 여행을 준비하며 꾸린 소지품과 그들의 인생을 퍼즐 맞추어보듯이 살펴볼 때 의미가 보인다. 혹은 당사자의 짧은 말에 응축된 삶의 지혜를 찾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처음에 책을 읽기 전,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무게는 얼마큼 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를 읽고 난 뒤에 내가 알게 된 건, 그 무게는 마냥 가벼운 건 아니라는 점이다. 어쩌면 저자가 독자에게 한 마지막 부탁이 가진 의미는 이게 아닐까.
우리는 물질을 소유하면 기쁨을 얻는다.
자유로움을 느끼는 건 결국 내 마음에 달려 있다. 물건을 소유보다 내가 소유한 물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자꾸만 소홀히 여기는 깨달음이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많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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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이 부끄러워졌다.’ 이 책을 읽은 내 첫 느낌이었다. 피로사회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이 시대 없음은 죄악이다. 다른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만, 내겐 없다면 그건 죄악이다. 이 죄를 회개하기 위해서는 소유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자기를 착취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이런 삶의 세태를 반성하게 한다. 하지만 철학서와 같아 삶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주고 생각하게 한다. 자유로운 여행자들의 가벼운 가방 속에서 그들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책은 비움과 자유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이 연결고리는 채움과 자유의 연대를 무너뜨린다. 무너진 연대 뒤에서 비움은 채움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 지점에서 채움은 어리석은 것으로 치환된다. 하지만 이는 선택의 문제라 생각한다. 얼마 전 비전화공방의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의 핵심은 대자본으로 큰 수익을 바라는 사업보다는 작은기술로 적은 수익을 바라는 사업을 하는 것이 보다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큰 사업과 작은 사업 모두가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그 안에 행복이 있다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채움과 비움 이 두 가지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는 것이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서로 다른 것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비움과 채움, 그 어떤 곳에서 자유를 느낄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불편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다. 가치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보여준다. 이 보여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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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탄 어느 날 아침, 이 책을 꺼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지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이라니. 책을 펼치기 전 잠시 생각했다. 난 무엇을 들고 여행을 떠날까? 내가 가지고 온 물품들을 살펴봤다.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이 담긴 여행가방 샤오미 보조배터리 뱅앤올룹슨 블루투스 스피커 아이폰 아토믹 플로이드 이어폰 ‘집에서 만든’ 수제 자몽에이드 노트와 볼펜 NX300 지금 들고 있는 책 그리고 다시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이정도면 필요한 것만 가져온거지.” 다시 책을 펼쳤다. ‘월든’을 집필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부터, ‘모비 딕’의 이스마엘 등 익숙한 이름들도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 한 마리의 ‘북극제비갈매기’도 포함해서. ㅎㅎ 많은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소지품을 들고 여행길을 떠난다. 그 중 35,000km를 맨몸으로 비행하는 북극제비갈매기도 인상깊었지만, 위대한 실패자라고 불리는 ‘어니스트 섀클턴 경’의 소지품 목록은 ’가볍게 떠나기’를 단순한 의미가 아닌 무게 있는 의미를 전달하는데 충분했다. 섀클턴 경은 탐험대를 꾸려 남극을 탐험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육로로 최남단을 향하다 결국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가 소지품인 성경을 설상 위에 내려 놓고 떠났다는 것은 말그대로 가볍게가 아닌, 마음의 가벼움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그가 성경을 내려놓은 것은 여러 물품들을 놓은 것보다도 더욱 많은 것을 포기하고 떠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책을 내려놓고 다시 내 소지품 목록을 살펴봤다. 나는 마음의 가벼움과 정량적인 가벼움이 아닌 ‘무거운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필요한 것’이란 게 과연 어느정도의 필요함인지, 진정한 ‘한 장 나뭇잎’같은 여행을 하기 위해 나의 목록을 다시 한번 설정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아무거나 손에 쥐고 떠날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여행이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한 장 나뭇잎처럼 가볍게 떠나온 느낌으로 읽을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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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처음으로 떠나는 기차 여행. 이 두 단어만으로도 설레는 마음으로 배낭 안에 짐들을 넣기 시작했다. 여행 내내 갈아입을 옷, 잘 하지도 못하는 화장을 하겠다며 빵빵하게 가득 채운 파우치, 난생처음 갖게 된 DSLR 등등. 거북이 등껍질처럼 부풀어 오른 배낭을 메고 나는 호기롭게 여행을 떠났다. 7월의 한낮은 가만히 서 있어도 등을 타고 땀이 주르륵 흘렀다. 배낭을 메고 있는 부분은 통풍도 잘 되지 않아 더위를 고스란히 껴안고 있는 셈이었고, 시간이 갈수록 지친 어깨와 목은 딱딱히 뭉치기 시작했다. 호기롭게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배낭 자체를 던져 버리고 싶어졌다. 그렇게 내 생의 첫 기차 여행은 배낭과의 씨름으로 기억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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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김영사 0. 제목 속의 ‘자유로운 여행자’를 보고 여행자들이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디를 향한 여행일까 등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고, 나 나름대로 열심히 제목을 바탕으로 내용을 추론해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에 내가 범한 오류가 두 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여행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좁은 의미의 여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설명과 그들의 소지한 품목을 적은 것으로 구성되는데 그 인물들은 수도승, 작가, 운동가 등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여행은 타 지역으로의 여행이기도 하지만, 일생에서의 여행이자 사유의 여행으로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여행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자유로움’이 소유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것이다. 나는 자유가 시간에서의 자유로움인지 예산에서의 자유로움인지를 고민했는데, 자유는 결국 무소유를 의미했다. 책 속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소지품도 옷가지, 연필, 음식 조금 등 굉장히 간소하게 꾸려져 있었다. 1. 하얀색 깔끔한 표지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았다. 특히, 책 전반에서 욕심을 지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가장 와 닿은 문장은 ‘그는 집안에 의자를 세 개만 놓아두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둘은 우정을 위해, 셋은 사교를 위해.’이다. 의자 세 개에 각각 고독과 우정과 사교라는 의미가 부여되면서 의자 세 개는 불필요한 욕심이 아닌 삶을 위해 필요한 소지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대상을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구절이라고 느꼈다. 또, ‘이 책은 누구라도 하룻밤 새에 읽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하지만, 그러면 여러분이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을 잃고 마니, 부디 단숨에 읽지 말라.’라는 문장은 책의 흐름이 끊기기 전에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 생각이 날 때 쯤, 책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했다. 2. 여행자라는 제목을 가진 만큼 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여행가기 전에 짐을 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문제는 짐을 싸다보면 가방이 점점 커진다는 것인데 입지 않던 옷도 여행가서는 입을 것 같아 챙기고, 사진을 찍으려면 화장품도 필요하고, 모기약, 우산, 충전기, 동전지갑 등등 온갖 것들을 다 챙기면 내 26인치 캐리어는 꽉 차버린다. 짐을 많이 가져간 여행은 그것이 없어질까 하는 불안감과 동행한다. 누군가 훔치지는 않을까, 비에 젖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은 사실 여행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크게 우리의 인생이라는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챙기며 살아가다보면 내 인생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여러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고, 감정을 낭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자유로운 여행자들처럼 물건에,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나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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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우리는 누구나 여행을 한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한 날에서 다른 날로 탄생에서 죽음으로 페이지를 열 때마다 마치 잠든 아기에게 다가가듯 느리고 고요하게 다가가길 바란다. 책의 도입부부터 눈길이 갔던 문구다. 이 책의 분위기를 한 문장에 다 담은 느낌. 최근에 한 에디터님에게 강연을 들었었다. '여러분이 책상에 올려놓은 소지품만으로도 저는 여러분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에디터님의 말이 떠올랐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잔잔하게 볼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그리고 나도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그게 요즘이어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내 다음 여행은 언제고, 어디이며, 그 때 내 여행에 필요한 목록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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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하게 살기, 언젠가 이루고 싶고 이뤄야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하지만 쓸데는 없지만 귀여운 물건들은 다 수집해야 할 것 같고, 어딘가에서 주는 물건들은 다 받아야 할 것 같고, 쓰지 않아 먼지가 쌓인 물건도 왠지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내방에는 물건들이 쌓여만 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은 걱정이 많기 때문에 챙겨야할 것도 많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술형 답안을 쓸 때 검은펜이 안나올까봐 다섯 자루를 챙기는 사람이 나였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읽는 사람이 혹여나 이해하기 어려울까봐 구구절절 덧붙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