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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사실과 허구를 아우르는 팩션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추리소설 내지는 환타지? 이렇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가슴속에 뭉클하게 올라오던 무언가가 있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자꾸만 치고 올라오려 했다. 그것을 눌러내리기를 몇 번, 나는 결국 한숨을 후우, 내뱉으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 당신들은 당신들의 조상이 기록한 문서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민족이오"라는 말 앞에서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단지 한 편의 소설속에 쓰여진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공감한다. 당연히 그럴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에서도 대화중에 나오는 말이긴 하지만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기록 중 어느쪽에 더 신빙성이 있을까?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역사를 단순히 기록이라고 말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삼국사기>보다는 <삼국유사>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싶은 것이 나의 심정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관점은 달라지는 것이 맞는 말일테니..
어찌되었든 이 책은 정말 흥미롭다.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상당히 강하다. 고전을 빌미로 엉켜드는 모든 사건들은 다시 고전을 통해 풀려진다. 실은 엉키게 한 자가 풀어야 한다는 이치다. 그런데 그 전개방식이 기가 막히다. 책을 읽는 내내 도저히 참아낼 수 없었던 궁금증 하나를 풀어보기 위해 검색해보기를 몇 번, 실력이 없는 탓인지 제대로 찾아내질 못했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김유신 묘 진위사건.. 1968년 이병도라는 사람이 조선일보에 기재해서 세상에 논란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너무 오래된 일인 까닭인지 제대로 찾아지지가 않았다. 대한민국의 역사학자로써 한국의 역사와 사상, 문화에 관해 실증적·객관적 방법을 중시하는 실증사학(實證史學)을 추구하여 한국근대사학이 성립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된다는 말과 함께 소개되어진 그의 책들도 엄청났다. 1968년에는 정말 사건사고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 유명한 전태일이라는 이름과 김신조 청와대 피습사건이라는 말들이 1968년이라는 시대속에서 보인다.
역사적 진실속에서 잉태되어지는 끔찍한 예고살인의 형식은 호흡을 가다듬게 만들기도 한다. 먼 미래였을 지금의 시대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손의 입을 빌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하는 조상들의 서글픔.. 일제 강점기를 다룬 이야기였기에 가능했을까? 엉켜있는 씨줄 날줄의 끝은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반전의 매력이 최고조를 이루게 되는 마지막 부분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처음부터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화자의 존재.. 우리의 역사를 파헤져가는 시선이 우리가 아니라 일본인이라는 점은 아이러니였다. 왜 우리가 아니라 일본인이어야만 했을까? 왜 우리는 그저 방관자로써만 존재하는가? 그렇지만 사실이 그랬을테니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며 쫓아가는 나의 마음은 내내 불안했다. 결국 그거였구나, 싶었던 대목을 앞에두고서 나는 부끄러웠다. 내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양 치고 달리는 저자의 상상력은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사건의 추이를 유추해가며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숨을 헐떡이게 된다. 그리고 오싹하는 공포를 함께 느끼게 된다. 책 속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그 분위기가 나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까닭이다. 머리만 발견된 미이라의 움직임이라거나 머리잘린 시체를 표현하는 그 문장들이 이채롭다.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고전과의 싸움.. <삼국유사>에, <삼국사기>에 저런 내용도 있었구나 싶어 안목을 넓히지 못하는 나를 탓해보기도 한다. 우리의 신화와 설화가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루어내며 곳곳에 숨겨놓은 지뢰와 같은 복선들.. 몇 번씩 그 지뢰를 밟아 터뜨리며 내 몸이 망가질 때쯤 대한민국 사람이기에 느껴야 하는 부끄러움을 저자는 내 앞에 떡하니 남겨놓는다. 감정적인 것을 내세우기보다는 이성적인 사고와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나치의 그 잔혹한 유대인 학살 현장속에서 <쉰들러 리스트>가 있었듯이 우리의 민족정신과 문화를 말살시키려 했던 일제 강점기속에서도 학자로써의 양심을 내세워 우리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일단 읽기 시작하면 그 다음장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강하게 흐르는 물살처럼 그렇게 빠져드는 나를 보게 된다. 무작위로 도굴되는 우리의 유적들. 전문지식도 없는 사람에 의해 도굴된 우리의 문화유산들은 총독부로 들어갔고 들어간 문화재는 다시 경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일본은 우리의 문화만 말살시켰던 게 아니었다. 산맥의 혈을 막아 우리의 기를 꺾어야 한다고 쇠말뚝까지 박았다. 지금도 찾아내지 못한 쇠말뚝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는데... 일본인 겐지의 말이 떠오른다. -의식은 항상 현실에 있지않고 노래나 그림따위에만 담겨 있는 것 같아 서글프다-던 말... -정작 필요할 때는 현실에서 도망가버린다-던 말... 참으로 서글픈 말이 아닐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들은 사물의 본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물로 인해 얽힌 인간의 의지만이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던 그의 말은 작금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울림이 담겨 있는 듯하다.
고전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라서 혹자는 따분하거나 재미없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 책속에서 찾아낸 메세지는 정말 많았다.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인식..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문화에 대한 인식.. 우리의 역사속에 지금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정답이 들어있다던 어느 유명인사의 말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너무 홀대하고 있다고... 현실속에 난무하는 문제에 대한 정답과 해답이 들어있다던 그 역사, 이제는 우리가 제대로 껴안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저 기록일뿐인 역사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우리의 역사가 되어야하기에... 한 편의 소설이 주는 감동은 컸다. 멋진 작품이었다. 10년 이상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다는 저자.. 러시아 여인의 몸매에 변형된 일본식 갑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북유럽 요정들이 우리 젊은이 문화의 현실임에 소심한 울분이 터졌다는 저자는 우리 이야기를 하며 놀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의 것으로 이야기판을 벌이는 스토리텔러로 살고자 한다던 저자에게 진정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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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앞에 두고 있다. 한 여름의 무더위와 맞먹을 만큼의 더위 앞에서 소름이 돋는다. 지금 정수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한 줄기 땀은 무더운 것이 아니라 식은땀이다. 더위로 한껏 열려있던 모공들이 조개 입다물듯 서둘러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나의 작품이 이토록 충격적일수가 있을까.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출판되는 날부터 기다려왔던 작품이었다.
<삼국유사>에 예고된 살인, 천년동안 잠들어 있던 전설.
에 혹하지 않았는데도 이 작품은 자석이 다른 극을 끌어당기듯 독자들을 당기고 있었다. 68년 이병도 박사가 <조선일보>에 기재했던 김유신 묘 진위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소설은 이미 그 모티브를 뛰어넘고 있었다.
첫문장부터 사로잡아라. 라고 작법서에 흔하게들 표현하지만 사실 첫문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글을 만나기란 가뭄에 단비같다. 하지만 소설은 첫 인물부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67세의 김교수는 무당이다. 미국 유학파인 동시에 화령대 민속박물관 관장이면서 40대같은 탱탱한 피부에 여전히 여성호르몬이 강렬히 분출되는 이상한 여인이다. 게다가 그녀는 타인의 운명을 미리 아는 능력을 가졌고 때때로 빙의 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발굴 중 학생들 앞에서 이상한 몸짓을 행하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소설의 묘사대로 상상하면서 과연 영화화 된다면 이 강한 역할을 누가 맡을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해 보았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계의 명배우들 중 그 누구도 이런 강렬한 퍼포먼스를 행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은 김교수를 떠나, 이어진다.
머리만 달랑 나타난 미라. 완벽히 비누화 되어 썩지 않았지만 몸체는 어디에도 없다. 거기에 음산한 집안인 유곡채 김씨일가. 자신을 죽여가며 그림을 그리는 이상한 화가 장남이 살고 있는 곳이며 그들과 사돈을 맺으려는 봉우당 둘째 딸의 목잘린채 발견된 사체. 사건은 현대적인 것과 과거 역사적인 것이 묘하게 교차되면서 함께 의문점을 두게 만든다. 어느쪽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도록 균형있게 짜맞춘 작가의 플롯 감이 감각적이다.
그 어느 페이지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마치 끝나지 않을 귀신의 집 속에서 홀로 튀어나오는 귀신들과 사투를 벌이는 밤 같은 느낌이 끝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랬다. 이제껏 이런 류의 소설은 일본작가들이 빛을 발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들의 타이틀을 우리가 가져와야 할 때가 아닐까 싶어졌다.
작가의 작품을 읽고 다른 작품을 읽기가 두려워졌다. 지나치게 심심해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보다 재미난 작품은 읽기 힘들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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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느낌과 표지의 디자인이 좋아서 집어든 책이었다.
정신 집중하고 읽어야 하는 초반기를 지나고나면
쉽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잊어먹게 되는 요새 소설과는 틀린 재미가 느껴진다.
예전에 옴베르토 에코 소설을 읽을때 느꼇던 기분이랄까.
보기 드문 데뷔작이다. 놀랍다. |
![]() 섬뜻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소설.
썩지 않은 미라에 대한 사건은 아주 재미있었다.
후반부의 박진감은 책의 광고대로 미ㅡ터리 추리의 퍼즐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런데 흥무기적이라는 책과 김유신의 초상화는 정말 있는건가? 네이버에 검색해도 안나오던데........
뭐, 여름, 가을에 읽기에는 아주 괜찮은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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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김유신 무덤의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부분은 (1/5지점 쯤 되려나) 가설을 검증하하는 진행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아 머뭇거렸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나머지 4/5의 분량은 순식간에 넘어간다. 몰입도 최고다. 올 여름 읽는 첫 미스터리였는데 다행히 성공했다.
뭐랄까..으스스하다기 보다는 스펙터클했다. 미라의 목이 전혀 썩지 않았다니...내용이 재미있고 정신없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책을 덮으면서 멍멍한 한숨이 나왔다. 마지막 장면보다는 중간중간에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더 반전스럽다.
진짜 그런 일이 있었을까? 경주에 있는 그 무덤에 한번 가보고 싶다.
다음 읽을 책은 [아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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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회사동료를 기다리다가 집어들었던 책이다. 신간인것 같았고 제목이 남달랐다. 몇페이지를 읽다가 놓지 못해 집으로 사들고 오긴 했지만 회사 발주 껀이 송부되어서 어제야 다 읽었다. 내용이 무척 재미있었고 설정도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손에서 놓지 못해 단숨에 읽었다. 작가의 이름이 검색되지 않는 것 보면 신인인것 같았고 출판사도 알려지지 않은 곳 같은데.. 이런 작가를 발굴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 하긴 큰 출판사들은 네임벨류 있는 작가에게만 구걸하는 입장이니 참신한 작가들은 작은 출판사에서 발굴할 수밖에 없겠지...여하튼 대단하다. (그런 면에서 큰 출판사들은 제대로 정신차려야 한다. 하루키에게 그런 돈을 퍼붓다니) 이젠 히가시노 게이코나 미야베 미유키 코너에 서성거리지 않아도 될런지도 모르겠다.우리나라도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것dl 신선하다. 모든 면에서 일본의 소설들 보다 낫다. 단 아쉬운 것은 인간의 내면을 일본소술들처럼 더 민감하게 묘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더 많은 작가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다음은 예스24 서평중에서> 정교한 복선과 충격적인 반전 속에 인간의 욕망과 집단적 광기를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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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의 머리일까?
무더운 여름을 식혀줄 추리 소설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권의 책. 일단 으스스한 표지가 맘에 들었었고, 초반부터 흥미진지하게 넘어가는 긴장감, 지루할 것 같은 삼국유사 이야기가 쉬지않고 긴박하게 흘러가는 것이 매력적인 책이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하루만에 밤을 꼴딱 세우며 다 읽어버렸다.^^
한국판 다빈치 코드같은 느낌이랄까...
암튼,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냥 읽으면서 영화처럼 막 상상이 저절로 되더라는...ㅎㅎㅎ
마지막 반전이 압권인 책.
요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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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PD로서, 평소 역사에 관심이 있는 관계로 서점에서 몇 장 읽은 다음 바로 구입
하였다.
집에 와 읽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끝까지 독파해버렸다.
휴.. 뭐랄까.. 다 읽고 난 다음, 가슴 속 깊이 밀려드는 벅참이 있었다.
왜 진작 우리나라에는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의 야사에 작가의 상상력을 부여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든다..
나의 방향성과 같은 것이었기에 더욱 반가웠을지 모르겠다.
거칠지만, 피가 끓는 열정이 넘치는 '김유신의 머리일까?'
차무진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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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서악동에는 7기의 대형 고분이 있습니다. 위쪽부터 1호에서 5호가 이어지고 길 건너 50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6호와 7호 고분이 있습니다. 이 중 비석을 받치는 거북이 모양의 '귀부'가 있는 5호분의 주인공은 그 유명한 태종무열왕 김춘추입니다. 그래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머지 고분들도 김춘추 가계의 인물들인 진흥, 진지, 문성, 헌안왕릉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간묘'라고 통칭되는 7호분은 무열왕의 아들이자 문무왕의 동생인 '김인문'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1968년에 국내 사학계의 거물인 서울대 이병도 교수는 각간묘가 '김유신'의 무덤이라는 주장을 제기합니다. 한동안 논란이 있었지만 진위가 밝혀지지 않고 유야무야 되어 버린 이 논쟁에 착안하여 작가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를 창조하였습니다.
1932년 조선총독부 박물관 경주본관의 책임자이던 '카와이 소우'는 각간묘 근처에서 의문의 석관을 발굴합니다. 관 속에서 발견된 것은 완벽하게 비누화가 진행되어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한 모습을 한 머리 미라입니다. 그 즈음 일본에서 유학중이던 '김법민'은 친구인 '고지마 겐지'와 고향인 경주로 돌아옵니다. 그는 서악동의 유력가문 중 하나인 경주 김씨 '유곡채'의 차남입니다. 그는 또 다른 유력가문인 김해 김씨 '봉우당'의 차녀 '수영'과 혼인한 사이입니다. 그런데, 유곡채를 떠나 봉우당 친정으로 돌아가 버린 '수영'이 누군가에 머리가 잘려진 채 살해됩니다. 그 용의자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유곡채의 장남이자 화가인 '김성민'이 지목되지만 얼마 후 그의 화실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불에 탄 채 죽은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됩니다. 연쇄살인은 이어져 서악동의 유력가문과 깊은 관계가 있던 성모사의 주지 스님도 희생됩니다.
일본의 저명한 귀족가문의 자손인 겐지는 의학적 지식이 풍부하고 두뇌가 명석한 청년입니다. 그는 소우의 조수로 일하는 사촌인 '유키오'의 부탁으로 미이라의 정체를 밝히는 조사와 함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범인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기사의 내용을 차용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이 소설은 크게 2개의 이야기 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물론 일련의 살인사건에 대한 추적과 그 해결과정이고 두 번째는 각간묘의 주인공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김유신의 죽음에 얽힌 대담한 상상력의 발휘입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삼국유사'를 과감하게 분해하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합니다. 머리가 잘린 미이라의 주인은 다름 아닌 김유신이고, 그가 목이 잘린 채 죽은 이유는 가야왕족의 후손으로 가야인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 처형당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일견 기발한 해석이지만 작품 속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기에는 보다는 다소 뜬금없이 보인다는 인상입니다.
그리고, 미스터리 부분은 이야기의 진행이 집중되지 못하고 겉도는 듯합니다. 인물과 이야기 자체를 단단하게 구축하기 보다는 너무 이야기를 복잡하게만 가져갔다가 서둘러 결말을 지어버렸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도 사전에 정교한 복선 장치가 없이 갑자기 등장하여 비약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한국의 옛이야기들에서 모티브를 끌어내어 이 정도 스토리텔링을 끌어내었다는 점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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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납량특집극들이 대세다. 으스스한 공포감이 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린다고들 하는데, 나는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 말에는 그리 공감하지 않는다. 그래도 스릴러 소설만큼은 좋아하기에 제목과 표지가 음산하기 짝이 없는 <김유신의 머리일까?>를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이야기는 경주의 어느 고분 발굴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상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할 만큼 무서운 일이 닫힌 관 뚜껑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발굴현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발굴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잔뜩 흥미를 불러일으킨 현재의 이야기는 일종의 프롤로그이며, 이 책의 본론은 1932년 일제강점기, 즉 과거를 무대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현재와 과거 두 이야기를 담은 액자식 구성이다.
경주에서 각간묘의 발굴이 한창일 즈음 현장에서는 미스터리한 의문의 머리 미라가 출토된다. 미라의 상태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살아있는 사람과 비슷한 것도 신기할 지경인데, 발굴 현장에 있었던 몇몇 사람은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벌어진다. 때 마침 이 무덤들을 지키는 봉우마을의 두 가문 유곡채와 봉우당 중에서 유곡채의 차남 김법민은 일본에 머물던 중이었는데, 일본인 친구 겐지가 이 미라의 연대 측정을 의뢰받고 한국으로 가려하자 그 역시 일본의 전쟁 징집을 피할 겸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법민과 겐지까지 사건의 중심으로 합류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김유신의 머리일까?’라는 말의 의미는 앞서 이야기한 머리 미라의 주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것은 나아가 각간묘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에 대한 허구와 거짓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설정이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꽤 열심히 역사 기록을 파헤쳐 본 흔적이 책의 곳곳에서 나타난다. 국사시간에 연대별로 이름만 달달 외웠던 왕들의 업적만 암기했지 나는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볼 생각조차 못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중에는 적과의 전쟁 중에 참수당한 왕도 있었고, 전쟁에서 패하고 죽음을 맞을 때는 입에 구슬을 물었다는 기록도 있었다. 이 밖에도 국사시간에 배울 수 없었던 사료의 해석들이 많이 등장해 흥미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리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다. 지적스릴러 소설인 <김유신의 머리일까?>의 목차를 살펴보면 유독 소제목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자꾸 끊어지는 느낌이라 내용의 이해를 더욱 어렵게 한다. 이 점은 이 책이 갖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아울러 소설의 사건을 전반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의외로 김법민이 아닌 일본인 겐지라는 점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결말에 다다르면서 자연스럽게 눈치 챌 수밖에 없었던 범인의 정체 때문에라도 나는 법민이 사건을 좀 더 주도적으로 이끄는 주인공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입에서 줄줄 쏟아져 나오는 그 설명들이 듣기 어색했던 것은 비단 나 혼자 뿐이었을까?
이런 전반적인 아쉬움으로 인해 이 작품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실망스런 면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에게 잊힌 역사적인 논란을 소설의 소재로 사용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다시금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던 기회를 주었다는 점은 높이 사야할 것이다. 또한 신라시대와 일제강점기 두 시대를 동시에 아우르며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게임개발자였던 저자의 과거 경력이 이처럼 소설의 이야기 구성에도 은연중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도 우리의 것으로 이야기판을 벌이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또 다른 역사적인 사건을 저자의 시각으로 만나보길 기대한다. 단, <김유신의 머리일까?>에서 드러났던 아쉬운 점만큼은 보완한 작품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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