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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의 통로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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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학명 가운데 내가 가장 신봉하는 것은 호모 로퀜스(Homo loquens, 언어적 인간)이다. 생각을 하고, 정치적이며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인간의 특징이지만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언어라고 믿고 있다. 언어야말로 사고를 가능케 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마술적 도구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내
"인간 관계의 통로를 발견하다" 내용보기
인간의 학명 가운데 내가 가장 신봉하는 것은 호모 로퀜스(Homo loquens, 언어적 인간)이다. 생각을 하고, 정치적이며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인간의 특징이지만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언어라고 믿고 있다. 언어야말로 사고를 가능케 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마술적 도구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내 언어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 준 책을 만나게 되어 소개하려 한다. 학부 시절에 국어학 교수님이 자주 언급하시는 책 중에 독특한 제목을 가진 것이 있었다. 『내 말은 그게 아니야(You Just Don't Understand)』가 그것인데 데보라 태넌이란 언어학 교수의 책으로 몇 해 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딱딱한 이론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실제적인 언어의 연구에 더 가치를 두셨던 교수님은 책의 일부를 복사하여 교재로 활용하신 적도 있다. 그러나 이 궁금한 책은 대형 서점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출판된 지 오래라 이제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상품권을 얻었고 YES24를 알게 되었다. 드디어 이 흥미로운 책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데보라 태넌은 비교 문화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의사 소통의 문제를 구체적인 예를 통해 짚어주고 있다. 제목이 말해 주듯이 우리의 대화를 방해하는 '오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언어가 지니는 양면성 내지는 다양성을 전제로 우리가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데 있어서 무엇이 문제이고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메시지와 초메시지, 독립과 연관이라는 이중 속박, 대화의 신호와 장치, 간접법, 왜 친한 사람들로부터 더욱 상처받는가, 잘해보려고 한 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이유, 남자와 여자의 대화 양식의 차이 등에 관해 매우 재치 있는 필치로 전달하고 있다. 새벽에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고, 소름이 돋을 만큼 공감했다. 내가 고민하던 사람살이의 문제들을 명쾌하고 속 시원히 풀어 주는 것이었다. 내가 왜 남자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다투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책에는 무릎을 치며 그은 밑줄 투성이다. 필자는 성선설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인에 대해 선의를 가지고 있고 그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차이들로 인해 대화의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왜 오해가 생겼는지 알고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그리 화난 일도 타인을 미워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책을 사람들에게 추천할 계획이다. 조금 걱정되는 것은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수량이 안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속성을 역이용해 이미 절판된 책이라도 다시 찍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언어와 인간 관계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내 글을 읽고 이 멋진 책과 만남을 갖게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내 말은 그게 아니야』를 읽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남을 배려하고 너그러우며 그로 인해 자신도 편안해 지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인상깊은구절]
우리들 대부분은 진정으로 솔직하고 사려깊은 태도로 의사 전달을 하려고 애쓰지만 어쨌든 결과가 꼬이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데 그것은 첫째로 의사 전달이 본질상 간접적이고 불확정적이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대화 양식이 불가피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h********5 2000.05.0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