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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 시대에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깊은 사고와 인용을 통해 밝힌다. 즉 그러한 테러의 기원을 근대 세계에 나타난 계몽주의와 그에 대한 반동으로 파악하고 그 사례들을 제시한다. 이는 문명의 충돌 식의 해석으로는 테러의 근본 원인을 결코 파악할 수 없음을 설명하는 지성에 관한 역사책―지성사로 분류되는―이 된다. 니체의 원한 감정의 개념을 사용해서 근대 세계에서 사상적 이니시어티브를 쥐게 된 계몽주의와 그에 대한 반동 현상인 낭만주의, 민족주의, 인종주의, 파시즘, 전체주의, 그리고 전투적 민족주의 문화를 하나로 엮어 그 대립 상황을 고찰하는, 사상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달리 말하면 계몽주의라는 진보 사상이 나타나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이 급격한 사상의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는 계층이 나타났고 이에 대한 반동 현상이 우익의 결집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부터 글쓴이의 주장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 이후의 전개는 이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역사의 사례가 활용된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상 논쟁을 펼친다는 생각도 든다. 글쓴이의 주장은 가끔 ‘이렇게 하면 너무 나가는 것 아닌가?’ 싶은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현재에 팽배한 분노와 테러의 기원에 대한 해석의 방향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신을 패권을 쥔 권력 국가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학자가 파헤치는 현재와 근대 세계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빠르게 치고 나가는 사상의 변동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반동의 거대한 축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상을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이런 문제는 지금 우리 앞에도 바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문장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어서―원문이 그런 건지 번역이 어렵게 된 건지 내 이해력이 떨어져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용의 평점을 낮추었다. 처음 읽다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읽기를 중단하고 잠시 쉰 후 다시 읽었는데 두 번째 읽기에서는 처음의 몰이해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잘 읽혀서 당황스러웠다. 서양 근대사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내용 자체가 어렵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글쓴이의 주장에 동조하는지 어떤지 와는 별개로 근대사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이 새로운 시각을 흥미롭게 대하리라 본다. 매우 통찰력 있고 의미 있는 역사책으로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