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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집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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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김용택 창작과비평사/1998.1.23. sanbaram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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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김용택

창작과비평사/1998.1.23.

sanbaram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pp.6-7

 

 

        섬진강 7

 

울래울래 나도 울래

날 저물고 저녁 오면

이 산 저 산 소쩍새야

여기저기 발동기야

가문 논에 물 품으며

천수답에 물 품으며

물 품은 논개구리야

이 논 저 논 새벽까지

나도 울고 너도 울고

울음 모아 함께 울래

쌀금 똥금 부엉부엉

날 가문다 부엉부엉

양식 없다 부엉부엉

사람 없다 부엉부엉

농부새야 부엉부엉

풀잎 뒤에 풀벌레야

나뭇잎에 개구리야

발동기는 물을 품고

지게 밑에 쓰러져서

이슬 속에 선잠 자고

섬진강물 깊은 데로

몸 담그고 나도 울래

너도 울고 나도 울고

울음 모야 함께 울래

닭이 울고 새벽 오고

섬진강물 품어대며

소쩍소쩍 소쩍새야

목이 타타 소쩍새야

앞산 옆산 옆산 뒷산

뺑뺑 돌아 소쩍새야

개골개골 개구리야

이 논 저 논 메마른 논

물꼬 둑에 개구리야

통통통통 발동기야

안 돌아가면 애통기야

잘 돌아가면 발동기야

모도 심고 설움 심어

어헤라야 어헤라야

어하 둥둥 섬진강아

어라 둥둥 가문 강아

오고 흘러 섬진강아

천리 만리 섬진강아 pp.21-23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풀들의

몸 다 뉘인 이 그리움

단신,

,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p.50

 

섬진강연작 시 20편은 섬진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표현 된 시다. 먹을 것이 귀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들 삶에서 나름대로 희망을 볼 수 있는 시다. 점점 기억 속으로 잊혀 가는 고향마을 풍경과 어렸을 때의 놀이와 일들이 하나씩 표현된 시다. 섬진강가에서 나고 자란 시인의 일상이 그대로 나타난 시며, 고향 마을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나타난 시다. 20개의 섬진강 연작시, 그것도 장편의 시로도 제대로 다 하지 못하여 산문시까지. 농촌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 한다. 다만 그 시절 농촌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설마 그랬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일들이 하나 둘 모여 시가 되었다.

 

 

        풀 꽃

 

우리 어디서부터

그리움 있어 매양 그리웁고

그 그리움 만나 흐드러지게 피려

목말라 애태우며

쓰러지고 일어거며

피 흘려 싸웠으니

흘린 피 땅에 강에 스며들고

뼈에 사무쳐서

이 땅에 몸 바친 우리 사랑은

우리 빛,

우리 물,

우리 바람 찾아

산에 강에 언덕에

어머님 고추밭 가에도

이름 찾는

풀꽃으로 줄기차게 피어

더욱 곱고 p.115

 

 

        고 향

 

한번 왔다 가는 이 세상

살면은 얼마나 살겠다고

울고 갔던 타관길

들꽃 피는 고향길에

꽃상여로 왔구나

앞산 뒷산 오동동

오동꽃이 피어

흰나비 노랑나비 훨훨 날아

이 건너 저 건너 물 건너

이 산 저 산 청산을 나는데

한번 왔다 가는 저 세상

잘 가소, 잘 있으소 눈짓도 없이

물 건너 저 건너

녹수야 청강 건너서

오월 청산은 가는구나

저 세상에 드는 구나. p.155

 

 

 

80년대 그의 섬진강연작은 농촌시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 시대 농촌의 실상을 지방의 언어로 사실을 증언 한다. 삶 자체에서 찾아낸 목소리가 잔잔하고 지속적인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장성이 짙은 삶의 언어로써 해체되어가는 농촌공동체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그는 지역의 사투리나 속어를 사용해 토박이 시인의 감정을 나타낸다. 농촌이 얼마나 희생되고 있는가를 고발한 마당은 삐뚫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 ‘너무나 그리들 말더라고는 농촌의 실상을 잘 나타낸 시다. 뿐만 아니라 민요조가락의 4.4조의 시를 통해 우리의 정서를 자극한다. ‘선진강 7’, ‘삼진강 14’, ‘쟁기질등이 그런 시들이다. 시인은 우리 전통의 민요조 가락을 통해 피폐해가는 농촌의 풍자나 고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또한 산문시 섬진강 4’, ‘선진강 9’, ‘섬진강 16’80년대의 농촌모습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온갖 수난과 박해 속에서도 농사꾼으로 아름답게 살다 가신 우리 아버지, 나는 그분을 가장 역사적인 삶으로 일관해 오신 분으로 생각한다. 나는 평생을 몸부림으로 살아도 그분의 삶 한 끄트머리에도 닿지 못할 것이다.(p.198)”고 시인은 말한다. 그 뿐만 아니라 숨이 컥컥 막히는 불볕 속에서 땀을 팥죽같이 흘리며 태양 속에 일과 함께 들어가셨다가 집에 오실 때면 얼굴이 팅팅 부었어도 쉴 때면 허리가, 온 삭신이 아프시다며 한참을 쉬지 않으시는 우리 어머니,” 이 글들은 그분들께는 참으로 하찮은 이야기라고 시인은 강조한다. 이렇듯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심, 그리고 피폐해가는 농촌의 현실을 시인은 시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부모님들의 지난 세월 농부의 삶은 내 나머지 삶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저자 후기에서 말한다.

 

김용택 시인은 1982년 창작과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섬진강 1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섬진강>, <맑은 날>, <누이야 날이 저문다>, <꽃산 가는 길>, <그리운 꽃편지등 다수의 시집을 간행했으며,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정년퇴직을 했다.

 

 

 

k******4 2022.01.27.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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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리운 섬진강--- [시집-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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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내가 이 시집에 대한 느낌을 글로 적지 않았던 것일까. 너무 크고 깊었던 것일까. 아니면 당연히 썼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한번 본 후에 책꽂이에 꽂고 나면 다시 들여다 보지 않게 되는 시집들이 있다. 반면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계속 찾아보게 되는 시집도 있다. '섬진강'은 내가 아주 자주 찾는 시집이다. 수업에 필요한 시를 찾아야 할 때도 있고, 그냥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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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내가 이 시집에 대한 느낌을 글로 적지 않았던 것일까. 너무 크고 깊었던 것일까. 아니면 당연히 썼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한번 본 후에 책꽂이에 꽂고 나면 다시 들여다 보지 않게 되는 시집들이 있다. 반면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계속 찾아보게 되는 시집도 있다. '섬진강'은 내가 아주 자주 찾는 시집이다. 수업에 필요한 시를 찾아야 할 때도 있고, 그냥 떠오르는 구절을 찾고 싶어 시집을 들출 때도 있다. 오늘도 그러한 뭔가를 찾기 위해 시집을 빼 냈고, 예전에 이 시집에 대해 내가 뭐라고 썼을까 궁금한 마음에 리뷰의 흔적을 찾았는데, 없다. 썼는데 없어진 것인지, 안 쓴 것인지(ㅋㅋ).

 

내가 갖고 있는 책은 1989년에 발행된 3판이다. 내가 이 시집을 산 날은 1991년 2월 13일이라고 적혀 있다. 울산에 있을 때, 봄방학 시작할 때 즈음하여 샀던 모양이다. 그때 나는 겨울 섬진강에 가고 싶었던 것일까. 무슨 마음으로 살았던 시절일까. 결혼 전이었으니까 나름 쓸쓸한 겨울이었을 텐데.

 

'그대 정들었으리'로 시작하는 섬진강 3을 외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섬진강은 20까지 담겨 있던 연작시였다. 얼마나 섬진강이 좋았으면 이토록 애절한 노래를 스무 편이나 만들었으랴. 내게도 섬진강 같은 기댈 언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때도 지금도 하는데.

 

종이의 색은 좀 바랬고, 글씨체는 약간 낡은 듯한 느낌도 난다. 요즘 발간되고 있는 책은 어떨지 모르겠다. 나처럼 추억이 그리운 사람들(돌아가고픈 것은 아니고)은 이 시집을 꺼내 볼 일이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1.01.31. 신고 공감 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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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인, 섬진강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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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깨어 있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삶을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모든 이의 이웃이었다. 그는 물잎들의 세상을 꿈 꾼 몇 안 되는 자연인이었다.   그에게는 흙냄새가 난다. 그에게는 치열한 삶의 흔적이 보인다. 그에게는 아이들의 선한 눈망울을 읽을 수 있다. 그에게는 깨끗한 영혼이 숨 쉬고 있다. 그에게는 맑은 강물 냄새가 배여 있다.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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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깨어 있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삶을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모든 이의 이웃이었다.

그는 물잎들의 세상을 꿈 꾼 몇 안 되는 자연인이었다.

 

그에게는 흙냄새가 난다.

그에게는 치열한 삶의 흔적이 보인다.

그에게는 아이들의 선한 눈망울을 읽을 수 있다.

그에게는 깨끗한 영혼이 숨 쉬고 있다.

그에게는 맑은 강물 냄새가 배여 있다.

 

섬진강이 그를 통해 우리에게 왔다.

자잘한 풀꽃이며, 강물이며, 인심이며, 별들까지

그는 우리 곁에 섬진강의 사랑을 일깨우고

재첩, 유영하는 물고기, 그 강변에 노니는 물풀까지

그는 우리 곁에 섬진강의 노래를 남겼다.

 

도시로 떠나지 않고

농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막걸리같은 언어로

그들의 서정을 드러내고

그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그들의 질곡의 삶을 표현해 낸

우리 시대의 양심이었다.

 

그는 늘 말한다.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인생이라고

그의 행위는 하나 하나가 문학이었고

그의 생각은 하나 하나가 소망이었다.

그는 그렇게 언어를 사랑했다.



j****3 2010.01.11. 신고 공감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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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냄새 나는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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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으로 불려지는 김용택의 시집, 『섬진강』을 읽었다. 이 시들은 논두렁에 고여있는 물의 시, 밭이랑에 묻힌 씨알의 시이다. 농촌에서 사는 시인이, 농촌을 배경으로, 농민의 삶을 주제로, 흙 냄새 풀풀 나게 쓴 시이다. 내가 읽었던 얼마 되지 않은 시집들은 거의 다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도회지의 모던한 시들이었다. 그런데 이 시집의 시들은 특정한 시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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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으로 불려지는 김용택의 시집, 『섬진강』을 읽었다. 이 시들은 논두렁에 고여있는 물의 시, 밭이랑에 묻힌 씨알의 시이다. 농촌에서 사는 시인이, 농촌을 배경으로, 농민의 삶을 주제로, 흙 냄새 풀풀 나게 쓴 시이다. 내가 읽었던 얼마 되지 않은 시집들은 거의 다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도회지의 모던한 시들이었다. 그런데 이 시집의 시들은 특정한 시의 요소(여기에서는 "시의 근원"이자 모티브가 되는 것으로서의 "장소")를 고정시켜 두고 쓴 시들이라서 하나같이 흙 냄새와 그 흙 냄새를 종일 맡고 사는 이들의 삶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것은 시의 주제나 소재에서뿐만 아니라, 문학적 기법에서도 전술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테면, 4, 4조의 민요조 운율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시들(<밥값>, <너무나 그리들 말더라고> 등)이나, 농민들의 언어(곧, 사투리와 짙은 속말 등)를 이용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빌어서 쓴 시들(<마당은 비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 <너무나 그리들 말더라고> 등), 구체적인 그네들(시인의 아버지나 어머니, 누이 등과 그리고 시인 자신까지를 포함하여. 앞에서 말한 "농민들"이란 보편적인 농민들 전체를 말한다.)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해낸 시들(<섬진강4-누님의 초상>, <섬진강20-강傳>, <밥과 할머니>, <고추값>, <어머니 이야기-밭가에서> 등)까지. 이 시집에서 「섬진강 3」같은 사랑의 시는 오히려 이채롭기까지 하다. 물론 『섬진강』의 다른 시들이 "사랑"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기법과 언어는 흙 냄새가 다분하게 묻어 있는데 비해서 이 시는 그것이 덜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시에서도 "강 건너 물가", 그리고 "풀잎"은 여전히 풋풋하게 살아난다. 김용택은 섬진강의 흙 냄새나는 시인이니까.

[인상깊은구절]
「섬진강 3」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 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익어 정들었으리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n****w 2003.11.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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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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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섬진강이란 것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육만엥이란다~~"하고 흘러나오는 정태춘의 노래를 들으며 이 시집을 샀다. 섬진강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우리 나라 4대강 중의 하나로 외워왔다가 그 이후 한번 지나가 본 적이 있었다. 오후 햇살을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었던 그 강은 아름다웠다. 아아, 김용택 시인의 시어는 더더욱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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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섬진강이란 것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육만엥이란다~~"하고 흘러나오는 정태춘의 노래를 들으며 이 시집을 샀다. 섬진강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우리 나라 4대강 중의 하나로 외워왔다가 그 이후 한번 지나가 본 적이 있었다. 오후 햇살을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었던 그 강은 아름다웠다. 아아, 김용택 시인의 시어는 더더욱 아름다움이다. 20편의 연작들은 농촌의 정한, 민족의 정한, 시인 개인의 정한, 그리고 섬진강이 바다로 흘려 보냈을 그 수많은 물방울들의 정한을 시어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섬진강과 함께 살아온 '촌놈' 시인의 투박하고 소박함이 그대로 배어 나온다. 그 뒤로 나는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언제나 김용택 시인을 꼽는다. 그의 마을로 종종 사람들이 문학기행을 떠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일하는 분교의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시인과 술도 한잔하고 가기도 한단다. 그 기행의 일행에 언젠가 낄 수 있기를 기원하며 다시 시집을 읽는다.

[인상깊은구절]
그러나 누미. 누님이 그 잔잔한 이마로 기다리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니라는 것을, 누님 스스로 징검다리를 건너 산자락을 들추고 산근르 속으로 사라진 후 영영 돌아오지 않을 세월이 흐른 후, 나도 누님처럼 마룻기둥에 기대어 얼굴에 달빛을 가득 받으며 불빛이 하나둘 살아나고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누님이 그렇게나 기다리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니며 그냥 흘러가는 세월과 흘러오는 세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나도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헤어져 캄캄한 어둔 속을 헤매이며 아픔과 괴로움을 겪었고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과 만나고 또 무엇인가를 기다렸는지요.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아픔과 슬픔인지요 누님. 누님, 누님의 세월, 그 세월을, 아름답고 슬픈 세월을 지금 나도 보는 듯합니다.
l*****4 2001.01.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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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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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시는 소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얕보면 큰 코 다친다. 그의 시에는 그동안 한국문학에서 다루지 못했던 농촌 문제를 농촌 사람의 입장에서 노래하는 농(農)심(心)이 담겨있다. 농촌사람의 입장에서 다루었다는 것은 도시사람이 농촌의 자연을 그리워하며 노래하는 음풍농월의 시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공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 되면서 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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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시는 소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얕보면 큰 코 다친다. 그의 시에는 그동안 한국문학에서 다루지 못했던 농촌 문제를 농촌 사람의 입장에서 노래하는 농(農)심(心)이 담겨있다. 농촌사람의 입장에서 다루었다는 것은 도시사람이 농촌의 자연을 그리워하며 노래하는 음풍농월의 시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공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 되면서 농촌은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정책을 지금까지 고수해왔고 그만큼 농민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다. 물론 이 시에선 그렇게 피폐해진 농촌의 상황만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농촌의 현실을 고발한 문학은 신경림 이래 김용택이 거의 처음이기에 그가 쓴 섬진강은 우리 시 문학사에 매우 중요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섬진강1>은 내게 서정이란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서정이란 것은 단지 가슴속의 감정만을 읊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이 소재와 잘 혼합되어 독자에게 감정이 전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섬진강에 대해 청산유수 같이 말하는 화자의 말은 그 어떤 서사시 보다 유려하며 장엄하다. 그렇다. 화자가 말하는 것처럼 섬진강물은 그리 호락호락한 물이 아니다. 지리산을 휘돌아가는 섬진강의 거대함은 몇 놈이 달라붙어서 그 물을 퍼낸다고 해서 마를 물이 아닌 것이다. 이 시는 섬진강에 얽힌 여러 가지 것들이 전혀 이질감 없이 하나의 시를 이루고 있다. 소박함과 장엄함이 잘 혼합되어 있는 시인 것이다. 시의 호흡이 길어 잘 적응할 수 없었던 <섬진강2>는 그러나 거듭 읽어보면 김용택 시 특유의 정취가 잘 느껴지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농촌 생활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그렇게 커다란 감동을 이 시를 읽고 느끼진 못했지만 도시와는 다른 어떤 거대한 세계가 존재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산은 인간뿐만 아니라 온 동물들을 표용하고 위로해주는 위대한 존재다. 이 시에 나오는 누이의 슬픔과 괴로움은 산을 통해, 그리고 산 속의 여러 자연을 통해 해소되고 그럼으로써 누이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시에서 약간 불만족스럽게 여겼던 것은 분명 이 시는 인간을 위한, 그리고 인간에 대해 노래한 시가 아님에도 시의 결미가 누이의 님에게 노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약간 맞지 않는 생뚱맞은 결말이라고 느꼈다. 물론 누이의 정한이 그만큼 님을 향해 굳고 그리고 산은 단지 보조적인 시적 자치로 쓰였을 수도 있으나 그렇게 보기에는 시안에서 활용되는 산의 위치가 너무 컸다. 누이의 님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면 좀더 누이의 의식에 천착했어야 했을 것이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라는 시가 떠오르는 <섬진강5>는 앞서의 시를 모티브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할 정도로 유사성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인간의 모든 괴로움들을 다 받아줄 것 같은 섬진강은 실제로 인간의 심성을 맑게 유지해주고 더러워진 것들을 씻어 없앨 수 있게 도와준다. 인간과 연관되는 ‘강’의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강을 통해 인간의 한 단면을 엿불 수 있게 하고 있는 좋은 작품인 듯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도 ‘정직한’ 결말로 끝나 조금은 심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시인의 경향이 원래 그러한 것이기에 별로 타박할 것은 못되지만 약간 시의 재미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y*****o 2005.11.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