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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러 꼭 와라!” “네! 근데 선배님은 어느 종목 뛰시는데요?” “나야 당연히 축구지!”
순간 과 대항 체육대회를 준비하던 선배의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듯 보였는데(게다가 왜 당연한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동시에 내 어깨도 움찔해졌던 것은 기억한다. 내게 있어 축구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그 작은 공 하나에 스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나지만 골키퍼 포함 11명이라는 것, 그리고 골키퍼들은 골대를 지켜야 한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다) 우르르 쫓아다닌다는 말인가. 거기에 주변인들의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 역시 내 움찔함에 한 몫 했는데, 군대에서는 모두 손흥민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들은 그라운드를 훨훨 날아 다녔으며, 그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사명이라도 있는 듯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축구’는 내 일상에 있어 아주 먼 대척점에 위치한 운동이다. 거기에 여자 축구라니, 워낙에 유명한 지소연 선수 외에 입력된 데이터가 없는 내게는 지구에서 토성을 바라보는 정도의 심적 거리가 아닐까 싶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었다. 갑자기 축구에 대한, 그것도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나면 그것은 아니다. 김혼비 작가의 글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아무튼 술>을 읽고 난 그녀의 팬이 되었다).
나는 정말 축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것은 두렵고 싫었다. 축구는 대체 왜 팀 스포츠인가. 한 팀에 열한 명이라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할 필요가 있을까. 난 이런 성격인 주제에 왜 하필 축구를 좋아하는 걸까. p.17
축구를 좋아하지만 팀 스포츠에 다소 주저하던 저자가 그 마음을 넘어서 아마추어 축구팀에 가입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말 그대로 ‘여자가 축구하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축구’ 이야기만 하고 있지는 않다. 학교 다닐적 남자아이들이 ‘축구’, ‘야구’와 같은 뭔가 공식적인 룰이 있는 운동을 할 때 ‘발야구’, ‘피구’처럼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룰을 가진 운동을 해야 했던 (물론 피구왕 통키도 있고, 피구 국제대회가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되었지만)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그 안에서 부대끼는, 결국은 ‘축구’를 소재로 한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발야구나 피구라니, 생각할수록 참으로 애매한 운동 아닌가. 단지 올림픽 공식 종목에 포함되지 않는 스포츠라서가 아니라 게임 방식이나 룰을 따져 봐도 그렇다. 축구가 바둑이라면 발야구는 오목 정도의 느낌이고 피구는 알까기 정도? 공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러 사건들 중 던져서 사람 맞춰 내보내기라니. 바둑알 튕겨 맞춰 내보내는 알까기의 정신과 다를 게 뭔가. p.31
게다가 당사자가 좋아서 한다는데 왜 이리 간섭과 편견이 많은지, 예상했듯 ‘남자’들이 주를 이룬 ‘축구 세상’은 녹록치 않다.
축구를 주제로 한 심층적인 대화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감히 남자의 영역으로 겁 없이 들어온 이 여자가 대체 여기가 어딘지 제대로 알고는 들어왔는지, 진짜로 들어와 있기는 한 건지 일종의 호구 조사를 펼치는 것이다. pp.47-48
“그냥 스친 건데 혼자 나가떨어진 거예요! 진짜 여자들 엄살 더러워서 시합 못해 먹겠네!”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 치사하게 팔꿈치 쓰는 걸 내가 똑똑히 봤는데 도리어 지가 항의를 하다니. p.57
이렇듯 (아직까지는) 축구 세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남자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이 축구를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무언가 도전적이고 모험 가득한 사연을 기대한 (그런 생각에 내심 설레기까지) 마음이 무색하게도 그녀들의 이유는 단순했다. 좋으니까,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때 식당에서 본 축구팀에도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언니들이 여럿있던데 나라고 왜 못할까 싶고. 늦은 것 같아도 지금 시작해 놓으면 적어도 그 언니들 나이까지는 할 수 있다는 거잖아? 10년은 하겠네? 게다가 난 이렇게 일만 하면서 늙는 동안 어딘가에서 내 또래 다른 여자들은 그렇게 재밌게 축구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니까 그것도 또 속상하대? 아, 이거 안 하면 한이 되겠구나 싶더라고. 말리는 남편이랑 아들 새끼도 밉고. 그래서 당장 나가서 축구화부터 덜컥 사 버렸어. 그거 사서 집에 오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정말 신났지!” p.239
‘그냥 얼결에(모두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얼결에!) 아무 운동이나 하게 됐는데 그게 축구였네?’라니. 아, 평범해. 아, 시시해! p.42
그러게? 좋으니까 하는 거지, 친구 따라 갔다가 시작했는데 재미있으니 계속 하는 거지, 그녀들에게 뭔가 특별한 사연을 기대한 나 역시 어쩌면 여자 축구에 편견이 있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편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은 오늘도 피치에 올라 치열하게 뛰고 있다.
다들 정말 못 말리겠다. 아마추어 여자 축구가 있는지 없는지, 여자들이 축구를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전혀 관심 없는 세상의 곳곳에서 축구에 푹 빠진 여자들이 축구를 시작하고, 축구를 시작하게 끌어 주고 축구를 하다가 다치고, 힘겹게 재활하고, 그래 놓고 또 기어들어 오고, 축구를 못 해서 병이 나고, 축구를 공부하다 못해 심판 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축구를 좀 더 잘해보겠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매일매일 연습을 한다. 247
아, 물론 이론과는 달리 시합 중 뻥축구를 강조하는 코치님의 응원과 함께 말이다. (언젠가 김혼비 작가가 팀원들과 함께 짧게 짧게 패스하고, 세트피스 플레이도 하며 만들어낸 멋진 한 골을 기대해본다)
“짧게 짧게 패스해서 조직적인 어떤 걸 만들어 갈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우리 팀 그럴 능력 없잖아, 솔직히. 무조건 앞으로 뻥뻥 길게 차! 하프라인 넘어가는 게 제일 중요해. 하프라인 넘은 공을 받잖아? 마찬가지예요. 세트피스고 뭐고 뭘 만들어서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마요. 무조건 골대로 슛 쏘세요. 일단 골대로 뻥 차 놔야 공이 바운드가 돼서 들어가든, 골대를 맞든, 수비수를 맞든, 뭘 하든 들어갈 확률이라는 게 생기니까요. 알았죠? 뭐 만들려고 괜히 공 끌지 말아요!” p.253
*기억에 남는 문장 “야! 내가 안남시에서 한 시간 50분 걸려 꼴랑 두 시간 축구하러 오는데 말이야! 너 때문에 공 한 번 못 잡아 보고 다시 한 시간 50분 걸려 집에 가야겠냐? 어?” (중략) “야! 저기 8번 안 보여? 가서 쟤를 막아야지. 나를 막고 있으니까 쟤를 놓쳐서 쟤가 지금 찬스 다 만들고 있잖아! 당장 가서 쟬 막아!” (중략) “야! 8번 안 막고 왜 자꾸 나를 막아? 내가 쟤보다 만만해 보이냐? 내가 우습게 보여?” p.25 *아, 할아버지! 이러시면 안돼요! (저자에게 쏟아지던 상대팀 할아버지의 불평의 순간)
“나의 킥은 느리고 우아하게 너희들의 ‘코칭’을 넘어가지.” 느리고 우아하고 통쾌했던, 잊지 못할 로빙슛! 러빙슛! p.66 *남자팀과의 시합에서 그들의 ‘코칭’(이라 쓰고 필요없는 ‘간섭’과 ‘편견’이라 읽는)을 넘어 슛을 넣던 장면!
너와 나의 시계가 맞춰지면 제3의 공간이 열리지 p.77
두 트리오가 함께 시합 뛰는 것을 보면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춘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특히 월패스(wall pass)처럼 서로 사인, 패스의 강약,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춰야 하는 콤비 플레이에서는 확실히 ‘클래스가 다르다.’ p.86
하지만 언제까지나 같은 길만 걸을 수는 없잖아? 어쩌면 이 시간들이 그동안의 20년을 정리하고 앞으로 그들 앞에 펼쳐질 200년을 함께 잘 보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젖혀 줄지 모른다. ‘같아서’가 아니라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관계로의 도약. p.91
아름다운 방식으로 승리하고자 하는 투지가 결여된 승리는 결국 축구의 아름다움을 해친다고 믿는다. p.113
축구라는 운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골’로 한정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축구를 대할 때 지나치게 결과 중심적인 경향이 있다.) 막상 쓰다 보니 모든 좋은 드라마에는 그럴싸한 엔딩이 있듯이 이 책의 가장 그럴싸한 엔딩이 있다면 역시 골, 나의 골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따. 심지어 엔딩에 쓸 마지막 문장도 이미 생각해 두었다. pp.160-161 *그래서 저자는 미리 ‘생각해 둔’ 그 문장을 이 책에 쓸 수 있었을까요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부재를 누군가에게 미안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강자라는 것을. 미안할 수 없는, 누구도 그 미안함이 필요 없는 입장도 어딘가에는 늘 있으니까. p.220
공이 조금이라도 내 가까이에 오면 상대선수들이 좀비 떼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에 감독님 지시가 아니었어도 공을 받자마자 가능한 멀리 차 버릴 수밖에 없었다. 으, 무서우니까 공 따라 다 저리로 가 버려! 뻥! p.229 *책을 읽다가 이 장면이 상상돼 혼자서 얼마나 키득거렸던지ㅎㅎ
‘초개인주의자’인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그렇다. 인간은 모일수록 좋은 것 같다. 적어도 축구공 앞에서, 특히 여자들은. 무엇보다 축구는 재미있으니까. 너무 재미있으니까. 뭐가 됐든 재미있으면 일단 된 것 아닌가. 정말이지, 이거, 기절한다. p.273 |
| 여자 축구를 알게 해줬고 축구를 하게 했고 김혼비를 사랑하게 해 준 책. 친구들 만날 때마다 한 권씩 선물합니다. 널리 읽혀져야 마땅한 바이블입니다. 라고 하면 알반가? 오해하겠지만 진실입니다. 아무튼 술도 대박 기원입니다. 뭐 이렇게 많이 쓰라고 합니까? 긴 말 필요없는데. 그냥 읽으세요. 150자 채우기 힘드네. 와, 진짜 서평 쓰다 욕 쓰면 곤란한데. 서로 피곤한데 이러지 맙시다. 읽는 사람도 생각해야지요. 책을 펼치세요. 당신에게 푸른 그라운드가 펼쳐집니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나에게도 월패스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혹은 내 월패스를 받아줄 사람은 있는가, 눈물 흘리며 고민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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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우울하고(라고 썼지만 우울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그걸 외면하고 싶을 뿐) 누가 우는 것만 봐도 울음이 터져 나온다면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망설이지 않고 권할 것이다. 초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정신건강의학과를 가기 전에 유튜브를 보면서 불안할 때를 검색하기 전에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책을 주문해 보기. 걸을 수만 있다면 동네 서점에 가서 바로 책을 사서 보기. 무슨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보자.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을 2018년 7월 2일에 샀더랬다. 재밌고 괜찮다고 해서 사 놓기는 했는데 제목에 '축구'가 들어가서 읽기를 망설였다. 베이징 올림픽 때 이승엽이 한일전에서 역전 투런홈런을 치는 걸 보고 반해서 야구에 깊이 빠졌다가 나온 적이 있다. 야구 룰을 알기 위해 책도 사서 봤다. 야구 경기를 열심히 보고 집순이 주제에 경기장에도 갔다.
축구는 그런 순간이 없어서 국대 경기가 있어도 그냥 하나보다 한다. 알고 나면 축구 룰은 야구 룰보다는 쉬울 텐데. 괜히 겁을 먹고 축구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어려운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혹시 나 같은 바보가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 말해둔다. 이 책은 어렵고 난해한 축구 룰은 설명하지도 축구의 유구한 역사를 파헤치지도 않는, 호나우두의 경기 장면을 보고서 반해버린 한 여성의 축구 입덕기를 기록한 책이다. 감동과 재미와 눈물은 덤이다.
책에서 김혼비 그녀는 혼자의 시간을 사랑하는 초개인주의자라고 밝힌다. 그런 그녀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그야말로 사람과 부대끼는 운동인 축구를 시작한다. 축구화와 축구 양말을 사서 태그를 뗄까 말까 망설인다. 가야 하나. 토요일 오전의 늦잠을 반납할 만한 일이 될까. 주저와 망설임의 번뇌를 거쳐 그녀는 축구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그곳은 환대의 세계.
신입이라고 함부로 하지 않고 이상한 텃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대신 입단한지 1시간 10분 만에 연습 경기에 출전한다. 축구 경력 40분인 김혼비는 6번 할아버지를 마크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보자마자 반말로 말을 거는 6번 할아버지와 경기를 뛴다. 반말. 외모 품평. 화내기. 6번 할아버지는 김혼비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서로를 딸과 아버지라 부르는 난데없으나 호쾌한 일들이 벌어지는 첫 경기를 마친다.
저질 체력의 앞으로도 평생 이불과 한 몸이길 원하는 내가 축구를 할 일은 없다.(고 쓰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좋아하는 일에는 없던 사회성도 발현되려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으면서 내가 취한 감동은 이런 거였다. 주중에는 열심히 일을 한다. 직업인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고. 토요일이 되면 가방을 싼다. 수건과 양말과 선가드와 축구화를 넣는다. 산책 나온 개도 조용히 짖는 운동장으로 모인다.
시작한다. 운동장을 뛰고 볼 연습을 하고 이상한 비유를 갖다 대면서 파이팅을 외치는 감독의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흘린 땀방울인지 상대가 흘린 땀방울인지 모를 땀으로 범벅이 된 유니폼을 갈아입기도 전에 서로의 경기에 대해 설전을 나눈다. 누구의 엄마, 딸, 부인이 아닌 등 번호와 이름으로 불리면서. 순수하게 노력으로 얻은 칭찬의 말을 듣고 나면 다음 단계가 펼쳐진다. 김혼비가 골을 넣기 위해 애쓰다 자책골을 넣는 장면에서 갈빗집에서 서빙을 하다 '얼결에' 축구팀에 입단하는 미숙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동안 나를 갉아먹었던 두려움과 공포의 실체는 무엇이었던가.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젠장,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애초에 없던 걸 네가 만들어 냈던 거야 말해주었다. 우린 어차피 다 죽을 텐데. 까짓것 해보고 싶은 거 있으면 하고 하기 싫은 건 죽어도 하지 마,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한 건 아니고 김혼비가 호나우두의 발재간에 반해서 축구에 입덕하고 여자들이 어쩌다 축구하게 된 썰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거였다.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상상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그 현실태를 눈앞에서 본 순간, '나도 하고 싶다.'를 넘어서 '내가 이걸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구나.'를 깨닫게 될 때 어떤 감정이 밀려드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제 진상 손님들 두 테이블이나 있어서 진짜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축구 올 생각하니까 왜 짜증도 별로 안 나냐. 하하하. 왜 그런 거 있잖아? '야, 너희 내가 그냥 보통 식당 이모인 줄 알겠지만 알고 보면 나 축구하는 여자다 이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면 괜히 어깨도 쫙 펴지고!"라는 호탕한 답이 돌아왔다.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中에서)
일을 하면서 모욕의 순간이 올 때 나 틈틈이 책도 읽고 글도 쓰는 여자야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없을 만큼 기분이 더러웠기 때문이다. 축구는 그게 가능한 거구나 미숙 언니의 말을 들으면 혹하기도 한다. 나 축구해볼까. 자책과 후회의 감정이 들 수도 없게 운동장을 달리고 땀을 흘려볼까.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아직 죽기는 싫으니까 나 대신 축구하면서 성장의 서사를 써 내려간 김혼비의 웃기고 유쾌한 이야기를 이불 속에서 읽는 것으로 축구 한 기분을 낸다.
타인에게 가 아닌 나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내본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마지막 문단을 읽으면서 뻥 아니고 눈물이 났다. 작금의 내 상황을 김혼비는 알고 있었던가. 김혼비는 알고 있을까. 자기가 축구 한 이야기를 읽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줄을. 달 같은 축구공을 뻥 차고 날렸는데 가슴으로 받은 그 공 안에는 호쾌한 위로가 있어 꽁꽁 숨겨 두었던 상처를 찾아 터뜨려 주었단 걸. 김혼비가 알았으면 좋겠다. 누구도 내게 실패했고 못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했다고 괜찮다고 고생했다고 다독여준다.
여자들이 축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여자들이 서로를 격렬하게 긍정하고 걱정해 주는 감동 실화를 다룬 책이다. 그러니 어서들 사 보시게. 뭐라구요? 나만 아직 안 읽은거라구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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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을 해야할 때마다 일순위로 떠오르는 책. 운동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은근한 페미니즘을 달가워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책이 나한텐 너무 재밌었어서 다른 책은 선물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나한테 진심이 아닌 걸.. 그래서 또 주문한다 ㅎ 개인적으로 축구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지만, 그걸 이렇게 인문학적이면서도 사회풍자적이고 교양있으면서도 쉽고 술술 읽히게 쓴건.. 단순히 축구를 좋아하고 안하고랑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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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뭐랄까 친구가 나한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의 서체로 쓰인 책이라 그런지 읽히기도 술술 읽히고 내용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보는데 막 괜히 하지도 못하는 축구가 하고 싶어지고 피식피식 웃게 되는 포인트들도 있고 ㅋㅋㅋ 보는 내내 진짜 제목 그대로 호쾌했습니다 ㅋㅋㅋㅋ 우연찮게 추천받아 읽은 책인데 너무 좋았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어볼까 고민 중인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은 읽어보라고 나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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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후의 삶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더 이상 피구를 하기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난 공을 잘 다루지 못하고, 공을 무서워했다. 운동신경이 없는 대신 수학신경을 더 가졌나보다. 어릴 때부터 수학을 왜 잘하냐고 물어보면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수학이 제일 쉬웠어요... 나이가 들고 삭신이 쑤시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깨달으면서 몸을 좀 움직여야 한다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앉아있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내 DNA가 그렇게 시키는 걸. 지금까지의 취미를 봐도 피아노, 뜨개질, 십자수, 수학, 독서 이런 것들이 모두 몇시간이고 앉아서 하는 것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야 말로 운동장 가운데를 차지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고, 운동을 피해해 운동장 귀퉁이에 있던 아웃사이더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못해도 끼어서 억지로 하지 하긴, 그건 내가 수학시간에 애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구나. 그건 말이 쉽지, 안되는거지 주인공을 통해 축구의 즐거움을 대리만족하였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구매한 책이다. 이 분의 <아무튼, 술>도 재미있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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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이후로 작가의 글솜씨에 반하고 있는 책. 흔하지 않은 여자축구를 소재로 한 내용인데, 축구 전문용어와 일상의 삶이 잘 버무려져 있네요. 보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책!!^^ 처치 곤란인 잔머리를 매만지다가 무심코 한마디 던졌더니 여기저기서 멕시코 만류급의 거센 만류들이 흘러나왔다. 그 위에서 조각배 타고 단신으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처럼 나는 이날도 거울 앞에 서서 머리카락의 바다를 헤치며 실핀을 작살 삼아 보이는 족족 잔머리들을 잡느라 한참을 낑낑댔다. 정정 처리가 빠르기도 빠르네. 이렇게 총무 언니는 종이 위에, 그리고 내 마음에, 다른 팀원들 마음에 빈자리를 만들고 떠나갔다. 그렇게 못 만들어서 문제더니만 나가면서 ‘공간’ 한번 제대로 만들고 가네. 정말이지 총무 언니의 오프더볼은 문제가 너무 많다. 모든 선수들이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현대 축구에서는 소수점 초단위로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찰나의 틈새’다. 시간 중에서도 매우 짧은 시간을 말하는 ‘찰나’와, 공간 중에서도 매우 작은 공간을 말하는 ‘틈새’가 이중으로 겹쳐져, 거의 시공을 초월하기 직전의 미션처럼 보이는 ‘찰나의 틈새’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오프더볼의 묘미인 것이다. 2015년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원본은 2014년) 이 책의 핵심 키워드 ‘맨스플레인(mansplain)’은 2010년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고, 2014년 온라인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뜨거운 단어다. 남자(man)와 설명(explain)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남자의 설명’인데 남자들의 설명 모두를 싸잡아 일컫는 말은 아니다. 솔닛도 책에서 “그 단어는 모든 남자에게 그런 타고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로는 남자들 중에서 일부가 가르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려 들고 들어야 할 말을 듣지 않는 것뿐이다. (중략) 나도 내가 흥미가 있지만 미처 몰랐던 사실에 대해서 그 내용을 잘 아는 상대가 설명해 주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맨스플레인은 중립적 태도에서 나오는 설명이 아닌, ‘여자가 설마 이런 걸 알겠어?’, ‘당신은 모를 것이다. 여자니까!’라는 젠더적 편견에서 비롯된 오만과 무시가 깔린 설명을 가리킨다. FC 마리케가 아무리 무서웠대도 이날의 가장 인상적인 오버래핑은 누가 뭐래도 FC페니에서 나왔다. 연습시합때는 늘 우리가 골을 넣지 못하게 가로막던 수비수들이었는데 오늘은 우리와 함께 공격에 나서 주었다. 그것도 우리 팀 후보들보다 훨씬 더 호들갑스럽게. 아니, 애초에 자기 팀 경기도 아닌데 토요일 아침부터 한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온 것부터가 오버…… 아니 오버래핑 아닌가. 그리고, 이제 막 내 마음속에서도 오버래핑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시뮬레이션 액션은 상대선수에게 파울당한 척 행동해서 심판의 휘슬을 유도하는 속임수 동작이다.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시인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다친다면, 축구 선수는 스치는 옷깃에도 고통스럽게 나동그라지는 법. 대부분 축구 팬은 시뮬레이션 액션을 싫어한다. 시뮬레이션 액션을 자주하는 선수들은 ‘다이버’라고 조롱받기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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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인주의자 김혼비 씨는 어느 날 얼결에, 어쩌다 보니, 축구화 끈을 조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발만 빠르고 생각은 많은 왕초보 김혼비. 역시나 얼결에 입단 첫날부터 연습 경기에 투입되고 마는데…… 신입의 대인 마크에 막혀 화가 난 시니어 팀 할아버지의 욱하는 저주(다리 한 짝이 분질러질 것이다.)에서부터, “치사하게 신입한테 시비 걸 거예요? 이렇게 치사하게 살다 갈 거야?”라고 당사자인 혼비 대신 받아치는 주장의 서슬까지. 혼비 씨는 모든 것이 새롭고 놀랍고 굉장합니다. 발야구나 피구밖에 허용되지 않았던 여자들이 각각의 이유로 우연히 모여 킥 연습을 하고 패스를 주고받고 골을 넣고 뒤풀이를 합니다. 축구가 재미있고,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여자가 축구를 하는 게 여전히 이상한 모양입니다. 상대가 여자라면, 그가 국가대표 출신이라 해도 불구하고 굳이 축구를 가르치려는 꼭 남자가 있을 거라는 상상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냥 한 번만 꺾어도 될 건데, 왜 굳이 두 번 세 번 꺾어?”라고 말하는 남자 1호와 그 옆의 2호 앞에서 우리의 여자 축구팀 선수 출신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설마…… 두 번 세 번 꺾은 후에 로빙슛을? |
| 여자 축구를 알게 해줬고 축구를 하게 했고 김혼비를 사랑하게 해 준 책. 친구들 만날 때마다 한 권씩 선물합니다. 널리 읽혀져야 마땅한 바이블입니다. 라고 하면 알반가? 오해하겠지만 진실입니다. 아무튼 술도 대박 기원입니다. 뭐 이렇게 많이 쓰라고 합니까? 긴 말 필요없는데. 그냥 읽으세요. 150자 채우기 힘드네. 와, 진짜 서평 쓰다 욕 쓰면 곤란한데. 서로 피곤한데 이러지 맙시다. 읽는 사람도 생각해야지요. 책을 펼치세요. 당신에게 푸른 그라운드가 펼쳐집니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나에게도 월패스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혹은 내 월패스를 받아줄 사람은 있는가, 눈물 흘리며 고민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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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관한 기억이라고 하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친구들과 광화문 광장으로 거리 응원을 하러 갔던 날의 기억이 끝이다. 그 후로 월드컵이 열리든 아시안게임이 열리든 'NO관심'이었는데(국민 대다수가 열광하며 지켜본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대 독일 전도 안 봤다), 김혼비의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고 아주 오랜만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마침 모레가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그것도 한일전이다! 꼭 이기길!!). 저자 김혼비는 축구 좋아하는 남자들도 잘 안 보는 K리그를 보러 다닐 만큼 열성적인 축구 덕후, '축덕'이다. 어느 날 저자는 축구를 보기만 하는 건 아쉽다, 직접 드넓은 운동장을 달리며 축구공을 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에서 여자 축구팀 회원 모집 공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아유, 괜찮아요. 일단 한 번 와 보시라니까요. 와 보세요, 일단." 축구화도 없는 초짜 중의 초짜인 자신을 넙죽 받아주는 게 이상하고 수상했지만, 그로부터 일 년여의 기간 동안 여자 축구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저자가 그동안 흠모한 축구선수들처럼 예리하게 패스하고 시원하게 골을 넣... 지는 못했지만(당연하다), 힘들게 연습한 롱패스를 성공시키기도 하고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나의 축구', '김혼비만의 축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저자가 속한 축구팀에는 저자와 달리 축덕이 아닌 사람도 많고, 학창 시절에 운동을 잘 못했거나 싫어했던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남자들은 학교에서도 축구를 하고 군대에서도 축구를 하고 사회인이 되면 조기 축구회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지만, 여자들은 축구를 할 기회가 거의 없고 끽해야 피구나 발야구 정도 할 뿐이다. 어쩌다 축구를 좋아하게 되어도 여자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축구 선수 얼굴 보고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나 듣고, 여자 앞에서 아는 척하고 싶은 남자들의 맨스플레인 세례를 받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으로 살면서, 직접 축구를 하면서 겪은 어처구니없는 상황, 사회적 편견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축구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남자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여자도 축구합니다. 그것도 아주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