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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린 베너블. 위즈덤커넥트.
위즈덤커넥트에서 낸 SF소설 목록이, 본편보다 길 정도로 얇은 책. 이쯤 되면 “당신 지나치게 날로 먹는 것 아냐?” 이렇게 질문하고 싶은 사람이 슬슬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다시피, 이 블로그 혹은 포스트의 슬로건은 “하루 두 권의 독서”로, 뭐가 어찌 되었든 두 권의 책만 읽으면 된다. 그 책이 600쪽이 넘는 “총, 균, 쇠”든 10쪽도 되지 않는 초단편 SF소설이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저는 읽었습니다. 그러고 썼습니다. 이 둘 뿐이다.
그리하여 책 내용을 가볍게 언급해보자면.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로 날아갔다. 그리고 돌아왔다. 와아. 무려 30년 만의 귀환. 그렇게 돌아온 건 좋은데. 정말 돌아온 건 좋은데. 완전 무균인 우주선에서 30년 동안 지내다 보니, 오염된 지구에서는 더 이상 생활할 수 없다. 기껏 돌아왔는데. 30년 만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우주선 안에서 완전히 살균된 음식만 먹으며, 기껏 돌아온 지구를 바라만 보는 생활이라니. 세상에.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우주 비행사가 품는 씁쓸한 상념. 그리고 광기가 이 단편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기껏 손에 넣었지만 정작 가질 수는 없다. 기껏 돌아왔지만 그 누구도 반겨주지 않는다. 내가 알던 모든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왔지만 나는 이제 외부인에 지나지 않는다. 십이국기에 나오는 연왕. 몇 백 년만에 돌아간 일본은 더 이상 연왕의 고향이 아니다. 이제 연왕에게 일본은, 완전한 타지. 전부 잃고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일지언정, 감정만큼은 남아있었을 테지만, 몇 백 년만에 돌아온 일본에는, 연왕이 남겨둔 감정마저 전부 스러져버렸다. 책을 읽으며 느낀 씁쓸함이,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껴졌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본편이 위즈덤커넥트에서 출간한 SF 소설 목록보다 더 짧다. 5분이면 본론을 다 읽고, 긴 목록을 보며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향수’에 대해 듬뿍 느껴보았다면, 500원은 아깝지 않지 않을까. 아니 아깝더라도 아깝지 않은 척 해주면 좋겠다. 매우 짧은 소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남는 것이 있다면, 기쁠 듯하다. 하다못해 후다닥 사라져 버릴 상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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