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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사납게 포효하듯 그렇게 겨울 바람이 분다. 다른 해보다 너무 포근했던 겨울인지라 두툼한 새 옷을 입을 수 있을까 하며 씁쓸한 마음 한가득이었는데....... 오늘 입었다. 안감이 겹겹으로 누빈 옷이라 그 어떤 세찬 바람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 바람이 분다. 저절로 몸이 앞으로 쓸려나간다. 머리카락도 마구 헝클어지며 송곳같은 바람이 비집고 들어온다. 옷에 달린 모자도 써봤다. 에스키모인들이 이랬을까 싶다. 바람이 분다. 속절없이 태극기가 펄럭이고, 창이 흔들린다. 오늘 겨울 바람이 최고로 갑이다. 바람이 분다. 아이가 울며 전화를 했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불어 숨을 쉴 수 없다고 한다. 웅웅~~ 거리는 바람소리가 전화기에 고스란히 들려왔다. 마음이 두렵게 뛰었다. 경비실 앞에서 바람이 잠잠할동안 기다린단다. 바로 아래 있지만 옷을 입고 내려간다고 했다. 그래야 아이의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기에..... 엘리베이터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딘지........... 1층 내려가니 아이가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안경 사이로 눈물 범벅이 되었고 아이는 어미를 보고 서러우면서 안도의 울음을 터뜨렸다. 무서웠다고.... 아이를 울게 한 바람이 저녁 무렵이 다 되어가도록 잦아들지않고 기세등등 사나운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분다. 여린 아이조차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겨울 바람에 마음 졸였던 날이었다.
도종환 시인의 詩가 이렇게 거하게 바람 부는 날, 눈에 들어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이다. 사랑하는 사람, 벗에 대한 그리움과 삶에 대한 사색이 겨울바람처럼 아렸다. 삶을 올곧게 바라보지 못하는 편견에 대한 성찰이 오롯이 내 마음인 양 그렇게 공감이 되었다. 꽃과 하늘과 별과 비, 산과 강...... 자연 속에서 작아지는 마음들. 그 속에서 겸손을 배우다. 아프고 힘겹고 괴로운 삶일지라도 희망을 일깨우는 詩들이 참 좋았다. 특히 "담쟁이"는 언제나 참 좋다. 김춘수 시인의 "꽃"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처럼..... 외우는 몇 안 되는 詩 중 하나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뭉클해진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가 서두르지않고 서서히 뻗어가며 벽을 넘은것처럼,
나도 망설이며 시도해보지 않은 두려움들을 뛰어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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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그다지 즐겨읽지 않았던 그때 시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문학의 한 장르였을 뿐이다. 국어시험을 위해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를 읽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내가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 바로 도종환씨의 접시꽃 당신이었다. 생일날 친구에게 받은 시집하나가 나를 이렇게 바뀌게 할 줄이야. 접시꽃 당신의 감동에 내가 직접 산 '당신은 누구십니까?' 또한 아름다운 언어의 잔치였다. 나는 아직도 시란 무엇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다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 시절을 지나온지 벌써 몇 해가 흘렀지만 시를 느낄 수 있게 한 그 감동만큼은 해를 더할수록 짙어만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