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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억 원대의 주얼리 브랜드 사장인 도죠 슈이치가 살해당하는 사건이다. 슈이치가 주말을 보내기 위해 갔던 별장에서 시체는 발견된다. 특이하게도 프로트 캡슐 안에서. 프로트 캡슐이란 현대판 고치라고 불리는데 캡슐 모양의 명상 기계다. 그 기계 안에서 알몸으로 누워 일정 시간을 보내면서 말 그대로 명상을 하는 것. 보통 40분의 시간을 그 안에서 보내면 6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것과 같은 효과. 그 특이한 기계를 놓고 사는 슈이치가 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으로 사건의 추리는 시작한다. 그가 왜 살해를 당했으며, 누가 죽였는가에 대한 추리가 시작되면서 용의선상에 오르는 인물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슈이치의 구애를 받았던 아름다운 여비서 사기오 유코, 유코와 애인 사이였던 주얼리 디자이너 나가이케 신스케, 슈이치의 이복동생인 슈지와 요시즈미 등.
달리의 고치라 제목이 붙여진 이유는 읽다보면 저절로 알겠지만, 이 책에서 살해된 도죠 슈이치가 그 답이 된다. 살바도르 달리를 신봉해서 슈이치 스스로가 달리와 같은 수염을 기르고 달리의 그림을 수집하기도 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달리와 슈이치는 생일마저 같다. 독자인 내 생각이지만 슈이치는 달리의 사랑마저 신봉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애인이 있는 자신의 여비서인 유코를 사랑했고, 유코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슈이치가 유코를 사랑했던 또 다른 이유가 나중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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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부인에 대한 사랑은 참 절절했다고 한다. 그의상업성이 도마에 오를때마다 같이 올랐던 달리의 사랑이야기 ,갈라가 영원한 달리의 뮤즈 된이후로 그에게 사랑은 약이 되었고 천재적인 예술성을 꽃피울수 있었다. 그러나 갈라가 죽은후 그에게 사랑의 상실은 독이 되어 한점의 그림도 살아갈 희망도 같이 없어져 버렸다. 여기 달리처럼 괴이한 수염을 기르는 사장과 그의 여비서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들을 상대로한 괴이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달리가 자신만의 안식처로 생각했던 갈라, 또한 같이 지냈던 집을 고치로 여긴다면 달리를 신봉한 살인 피해자 도죠 슈이치가 캡슐 고치안에서 죽음을 맞이 한다.
나만의 안식처를 고치라고 한다면 나의 고치는 어디일까? 사랑일까? 물건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눈에보이는 사물, 돈 이런것들이 젊을때는 그들의 고치 ( 안식처) 가 되지만 정작 지나고 나면 결국 무생물 , 보이지는 않는 애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끊임없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사랑에 대한 책, 영화, 드라마들이 대박을 치는 이유는 결국 인간의 가장 편안한 고치는 사랑이지 싶다.
그러나 그사랑이 모든사람에게 평등하게 주고 받고 하면 좋을텐데 일방적이거나 식어버리거나 해서 문제가 생긴다. 그사랑의 시절을 역경을 잘견디는 자들은 그들의 새로운 고치를 만나지만 한번의 사랑이 ,또는 잘못된 사랑이 결국 고치를 망쳐버리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아리스가와 라는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지만 달리와 살인피해자 도죠 슈이치의 고치의 공통점을 사랑이라는 연결고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조가 맘에 든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히무라교수와 아리스가와 둘이 콤비도 재미있지만 히무라교수의 냉정함이 홈즈와 왓슨의 일본식 탄생으로 여겨져 색다른 재미를 준다. 책속에 자신을 동일시 하는듯 하면서 아닌듯한 묘한 즐거움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내가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하고 집착했던 기억이 있던가? 나의 사랑은 누군가에게 독이 될수 도 있고 나자신에게도 독과 약이 될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달리와 갈라의 사랑이 불륜으로 시작되어 그들에게는 맨처음 독이 되었지만 점점 서로에게 약이 될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둘을 위해 물러날수 밖에 없었던 친구 폴에게는 독이었을까? 약이었을까? 대한 생각들이 막 던져졌다.
난 아직 사랑이 독이었던적도 없고 약이 었던 적도 없다는 것을 새삼느낀 순간 내인생은 참 심심하구나 ! 마침표가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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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엘러리 퀸'이라고 불리는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
하나 더 고백하자면 책을 다 읽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월광게임'이라는 소설책을 읽은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것이다. 이것 또한 작가의 주요작품을 보고 안것이지만 말이다. 그 때 당시 '월광게임'은 나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했었다. 바로 직전에 읽은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중 가가형사시리즈를 읽고 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추리소설만의 비슷한 느낌이 풍겨서 였는지 그냥 읽을만한 추리소설로써만 기억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달리의 고치'를 읽고 나서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작가에게 반하고 말았으며 다른 소설들또한 읽고 싶게 만들었다.
고치는 곤충의 유충이 번데기로의 변태될 때 분비물로 만드는 껍질로 유충은 그 속에선 번데기가 된다. 어머니의 양수와 같은 역할로써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며 적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현대판 고치라고하는 '프로트 캡슐'안에 주얼리 브랜드 사장인 도조 슈이치가 시체로 발견된다. 추리소설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 두사람은 탐정과 보조로서 이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추리소설이라면 당연하게도 여러가지의 이해할수없는 사건 현장와 메시지로 가득하고 그 메시지를 하나둘씩 풀어나가며 사건은 해결되고 만다.
물론 추리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느낄수 있지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해야 할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살해당한 사장인 도조 슈이치에게는 프로트 캡슐이 , 도조 슈이치에게 구애를 받고 있는 여비서 사기오 유코에게는 그의 애인인 나가이케 시스케가,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을 품어주는 가족이 고치가 되듯이 과연 지금의 나의 고치는 무엇일까?하는 생각하게 된다. 자신과 바깥세상을 완전히 단절시키고 그저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 무언가를 말이다.
아마도 나는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함에 주인공 콤비와 같이 추리하는 즐거움에 빠져있었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서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삽입된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나만의 고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수 없었고 결국엔 나 자신의 고치를 기다리고 있는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가 되었든 빨리 오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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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색 연구]로 급관심을 가지게 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아리스 시리즈> 입니다. 솔직히 내용도 궁금하긴 했지만 저의 주된 관심사는 작가 아리스와 탐정 히무라 콤비의 알콩달콩 애정(?)행각이었답니다. 두 사람에게 애인이 생기는 것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이 콤비들, 정말 사랑스러워요. 과거의 무슨 일로 인해 상처를 갖게 된 듯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범죄 수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히무라와, 그런 그의 곁에서 개인적인 사정을 캐묻지 않고 묵묵히, 때로는 구박을 당하며 히무라의 뒤를 서포트해 주는 아리스는 이상적인 친구 관계이자 이상적인 연인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에헹.
[주홍색 연구]리뷰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이 <아리스 시리즈>의 차근차근 행보가 마음에 듭니다. 저는 작품 안에서 사용된 트릭이나 사건의 경위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작가를 선호하는 편인데요, 그런 점에서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저의 워너비 작가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두께임에도 가독성이 있어 슉슉 읽히는 데다 문장 하나하나가 저를 흡입하는 것 같은 느낌은, 캬! 이것이야말로 책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무아지경, 누구나가 추구하는 독서의 시간 아니겠습니까. 작가가 문장을 유려하게 쓴 것인지, 옮긴이가 적절하게 번역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오홋.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신봉자이자 연매출 100억 엔대의 주얼리 브랜드 사장 도조 슈이치입니다. 그는 살바도르 달리를 너무나도 추앙한 나머지 달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이한 수염마저 따라하는 사람이었는데요, 고치로 표현되는 프로트 캡슐 안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게다가 그의 수염은 잘려나간 상태.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탐색한 결과 누군가가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보였던 도조 슈이치의 숨겨진 가족사와 그의 사랑이 사건 속에서 어떻게 밝혀지는 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흥미진진, 두근두근해져요.
이 작품은 책 표지 뒷면에 쓰인 것처럼 연애소설로도 추리소설로도 손색이 없는 데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안타깝게도 슬프게도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뉴스나 신문에서 접하면 무섭게 느껴질만한 사건이지만, 인물의 심리가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해요. 사랑이란, 참 아름다우면서도 지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랄까요. 여기에 하나의 수확이 있었다면,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 속에 그의 작품 제목이 등장하기도 하여 궁금증에 찾아보기도 했는데, 저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세계였지만, 그 수염 하나만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접할수록 사랑스러워지고 흥미로워지는 아리스와 히무라 콤비입니다. 히무라가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언제였는지, 그 때의 일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벌써부터 조바심이 생겨요. 혹시 이미 출간되었는데 제가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이 글을 읽어주신 어떤 분, 부디 은총을 베풀어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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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한 히무라의 고치는 '필드워크', 아리스의 고치는 '미스터리라는 추상적인 세상'이다. 그럼 나의 고치는 무엇일까. 주얼리 브랜드 사장 도죠 슈이치의 살인 사건을 다룬 '달리의 고치'를 읽으면서 이렇게 철학적인 사색에 빠져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죠 슈이치가 평소에 자주 이용했다는 프로트 캡슐때문에 이런 철학적인 질문이 던져졌지만 실상은 살인사건일 뿐이다. 히무라 히데오와 아리스가 이 사건에 함께 뛰어 들었으니 범인이 누구인지 꼭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46번째 밀실'에서와 같이 아는 사람이 사건에 엮어 있다는 것이 아리스의 냉철한 판단을 방해한다. 감성적인 면을 보이는 아리스와 냉철한 사고를 하는 히무라 두 콤비의 활약은 이렇듯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사건을 해결하지만 사실 히무라 한 사람만으로도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46번째 밀실'은 트릭을 밝혀내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쓰게 한다. 히무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달리의 고치'에서는 살해 동기가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통해 범인 가까이에 다가가게 되어 사건이 벌어지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까지도 히무라의 활약은 미비하다. 도죠 슈이치를 살해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는데 경찰들이 파고들수록 살해 동기를 가진 이들은 의외로 많다. 유산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이복 형제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도죠 슈이치를 죽였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분명 이 중에서 범인이 있을테지만 몇 사람 되지 않는 속에서도 역시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달리의 고치'에서는 '46번째 밀실'에서와 같이 살인사건을 억지로 만든 듯한 느낌은 없지만 한 사람의 죽음이 이렇게 허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도죠 슈이치가 살해된 동기에 대해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46번째 밀실'에서와 같이 이번에도 문제는 단순했다. 밀실 트릭이 들어간 '46번째 밀실'은 잡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살인을 저질러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완전 범죄를 꿈꾸고 이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음에도 허술하기만 했다. 계획만 요란해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히무라만 없었다면 완전 범죄를 꿈꾸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범인을 밝혀내는 데 꽤 애를 먹었을 것이니까. 결국엔 유능한 경찰들이 범인을 밝혀냈겠지만 여러 가지 의문점을 해결하기엔 그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우연이라 하지만 갑자기 발견된 흉기와 신발들은 솔직히 히무라는 흉기가 발견된 것이 우연이라 믿는다고 했지만 급조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그리 자연스럽진 않다. 그러나 이것으로 사건이 빨리 해결될 조짐을 보였으니 이해못할 일은 아니다. 이런 일이라도 있어야 경찰들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보일 것이니 결코 불필요한 장면은 아니다.
도죠 슈이치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달리 수염은 왜 잘려 나간 것일까. 도죠 슈이치가 벗어 놓은 옷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신발은 왜 사라진 것일까. 이렇게 궁금한 것이 많은데 사건이 해결되면 의뢰로 간단하게 정답을 알 수 있어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 사건의 진실은 간단하다.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더 충격적일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리의 고치'는 살인 사건보다 "당신의 고치는 무엇이냐?"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받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라 한 사람의 죽음이 이렇게 빨리 잊혀진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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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 단편집을 읽다 꽤나 매력적인 트릭을 마주하면 아니, 이 트릭을 단편에 이렇게 덜렁 써버리면 아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반면, 장편 미스터리에서 트릭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다 풀리면 의외로 깔끔한 해답에 어라, 이런 걸 장편으로 어떻게 늘여 쓰는걸까? 생각보다 단순한걸? 그런 생각도 든다. 뭐 이런… 도대체 그럼 뭘 쓰라는 건가? 중편? 큭큭.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창작의 고통에 머리를 쥐어뜯는 작가가 아니라 속편하게 그들이 완성시킨 수수께끼와 그 풀이를 무작정 받아들이는 독자의 느긋한 여유라는 거다. 답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그 답을 찾아가는 길이 앞으로 쭉 펼쳐지니까 뭐, 이런 걸까. 이렇게 발전 없는 미스터리 독자인 저에게도 한번에 트릭을 간파당하신다면 그거 정말 심각한 겁니다. 뭐, 그렇다고요. 어쨌든 빈약한 동기 부여로 독자들의 아쉬움을 꽤나 남기고 있는 작가이기도 한, 하지만 신본격 미스터리로서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하.. 저는 그를 이렇게 판단하기엔 작품을 너무 안 읽었습니다.ㅋㅋ)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또 만났다. 공교롭게도 작가 아리스 시리즈를 연달아 읽게 되었는데, 실제 <달리의 고치>는 전체 작가 아리스 시리즈 중에서도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한다. 이렇게 두 번째로 전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을 읽게 되었으니 뭐, 라는 식으로 내 나름대로 쓸데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그런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은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꽤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일단 '작가 아리스'로 한정해서, 그러나 시리즈가 이런 데 다른 게 또 뭐 다르기야 할까 싶긴 하다. 복잡해 보이는 트릭이 말 그대로 복잡하게 풀리면 그것은 현란한 트릭의 의미가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좀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깔끔할 때도 있지만. 이걸 어떻게 늘린 거야? 싶다니까. 그러나 그 아쉬움을 뒤로 미룬다. 결국은 굉장히 복잡하게 보이는 수학 문제도 상당히 아름답고 간결한 풀이로 답을 제시할 때 비로소 가치가 빛나는 법이니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달리의 고치>는 그런 풀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그 측면에서는 앞서 읽었던 <주홍색 연구>보다 한 수 위다. 구구절절 말이 길었는데 본격적으로 <달리의 고치>가 뭔지 한 번 들어가 봅시다. 살바도르 달리가 그림 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인에 있어서도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달리는 보석 디자인에도 손을 댔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 <달리의 고치>의 주인공 도죠 슈이치는 보석 상인이다. 꽤나 성공한 사업가로서 인정받는 중. 주얼리 도죠의 사장인 그는 살바도르 달리의 어마어마한 매니아로, 어린애처럼 달리를 따라 똑같은 모양의 콧수염을 트레이드마크로 길렀다. 그의 이니셜은 달리와 똑같은 S.D.다. 생일 역시 5월 11일로, 도죠는 그런 사실도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p.16) 여튼 그 도죠 슈이치가 자신의 별장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주말이면 늘 별장에 들러 '프로트 캡슐'에 들어가 명상에 잠기곤 했던 그가 월요일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가족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 별장의 프로토 캡슐에 들어가 있던 도죠 슈이치의 시체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둔기에 머리를 맞고 사망한 도죠 슈이치는 어째서 프로토 캡슐 안에서 발견되었나, 방 근처에서 핏자국이 왜 갑자기 사라졌나, 무엇보다 범인은 왜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수염을 잘라가 버렸나. 타살임은 틀림없어보이나 뭔가 석연치 않은 사건 현장. 도죠 슈이치 살인 사건의 해결에 범죄 심리학자인 히무라 히데오와 그의 조수 겸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참여하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독자에게도 공개가 된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 괴이한 사건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장 검증과 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무엇보다, 누가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런 현장을 만들어 두었나. 보석상으로서 꽤나 재력을 갖춘 인물인 만큼, 그의 목숨을 노리는 동기는 어느 정도 존재해 보인다. 게다가 그에게는 연적까지 존재하고 있었으니, 거기에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덕분에 언제나 늘 훌륭한 살인 동기가 되어주곤 하는 '금전' 그리고 '사랑'에 둘러싸인 <달리의 고치>는 모호함 투성이인 현장의 메시지를 해석해나가면서 진행되어간다. 그렇게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주어진 트릭을 큰 틀로 잡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도죠 슈이치라는 한 인간의 삶을, 달리 매니아로서, 성공한 보석상으로서,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특히 사건 현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프로토 캡슐'을 통해 현대인으로서의 고뇌를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실은, 난해한 수수께끼를 풀이해 나가는 과정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달리의 고치>의 큰 매력은 '고치'를 주제로 삼은 테마다. 어머니의 자궁속이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었다고 말하는 살바도르 달리처럼 도죠 슈이치에게 현실에서 도피해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장소는 바로 별장 그리고 명상에 잠길 수 있는 '프로트 캡슐'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화자인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그의 삶을 그려내면서 한결같이 동정적이고 또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역시 또 다른 자신만의 '고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가와와 히무라 뿐 아니라 도죠 슈이치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현실을 떠나 이상적인 낙원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리고 나에게도 묻는다. 당신의 고치는 무엇이냐고. 기묘한 수수께끼의 현장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그려진 히무라와 아리스가와의 유쾌한 대화, 도죠 슈이치의 삶을 되짚어보면서 드러나는 그의 애정과 고뇌─그리고 이는 달리 매니아였던 도죠 슈이치 답게 달리의 삶, 달리의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갈라, 달리의 보석 디자인 등과 연결되어 그의 주변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두를 아우르며 누구나 품고 있는, 또는 갈망하는 낙원의 존재를 '고치'라는 형태로 그려내고 있는 구성까지 꽤나 두툼한 분량과 긴 호흡으로 이어가야 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잘 어우러지게 담아내고 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문장을, 작품을 두 번 읽어보니 알겠다. 상당히 여운이 남는 그의 이야기는 신본격 미스터리의 매력 뿐 아니라 다양한 테마를 담아내려고 한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찾아나서보고자 한다. 이렇게 또 한 번 코를 꿰이는구나. 잘 부탁해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어째서 피해자는 목숨뿐 아니라 아끼던 콧수염까지 빼앗겨야 했을까?_p.78 사랑하는 이성은 자신의 환영을 투영하는 스크린이나 마찬가집니다. 자기와 맞는 상대가 찾아오면 누구나 보석처럼 반짝이죠. 문제는 희소성의 유무겠죠. 같은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똑같이 세공해 같은 링에 끼우면 똑같은 반지가 완성되겠지만, 사람은 다르죠. 자기가 반한 사람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으니까요._p.242 영원한 아름다움이라니 소박한 신앙이다. 보석은 어차피 원소기호로 표시되며 적절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폭발하는 광물일 뿐이다. 살짝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귀엽게 느껴졌다. 유치하다고 깔보는 게 아니라, 좋아하니까 좋아한다고 말하는 꾸밈없는 대답에 호감이 갔다. 보석의 광채는 영원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본격 추리소설과 한신 타이거즈도 영원불멸이다._p.343 "히무라 교수님의 고치는 뭐지?" 그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 "학문을 빙자한 인간 사냥." 너무나도 자조적인 말투였다. 대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묻지 말 걸 그랬다. 나는 후회했다._p.373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소우주를 그림으로써 구원받으려 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허구에 불과하지만 소설 속에서만큼은 완벽한 논리를 내걸고 세상을 찰흙처럼 주물럭거려 무언가에 실컷 복수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 마치 환자에게 치료의 일환으로 모형정원 만들기를 시키는 정신과 의사처럼 나만의 모형정원을 만들었던 것이다._p.384 누에는 고치를 짓고 그 안에서 번데기가 되지. 진주조개는 껍질 속으로 침입한 이물질을 수천 겹의 진주층으로 감싸 보석을 만들어. 인간도 마찬가지야. 인간의 고치 속에서도 갖가지 것들이 변화해 다양한 무언가가 만들어지겠지._p.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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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치는 무엇입니까? 표지에 실려 있는 이 말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고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고치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우연인지 이번주엔 두 편의 일본 소설을 연이어 읽어갔다. 미치오 슈스케의《구체의 뱀》과 아리스가와 아리스의《달리의 고치》, 아리스가와 아리스는《46번째 밀실》을 시작으로《쌍두의 악마》,《외딴섬 퍼즐》을 통해 먼저 만났고 익숙해져 있던 작가다. 그러기에 이름만으로 자연스럽게 손에 잡아들었고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를 신봉하는 주얼리 브랜드 사장 도조 슈이치가 주말을 보내러 간 별장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거기다 발견된 시체는 현대판 고치 ‘프로트 캡슐’이라는 명상 기계 안에 알몸인 채로 방치되어 있었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달리 수염은 잘려 나간 상태다. 범인이 시체와 메세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뜻은 무엇일까? 또한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 콤비는 범인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파악하고 누가 살해자인지 알아낼수 있을까?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는 저자와의 추리 다툼에서 승리를 할수 있을까?
죽은 사장과 관련이 있을법한 여러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는데, 여비서 사기오 유코, 그녀의 애인이자 주얼리 디자이너 나가이케 신스케, 죽은 사장의 동생인 도죠 슈지, 요시즈미 노리오 등.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고치가 무엇인지 알고 난 지금 다시 한번 "당신의 고치는 무엇입니까?" 란 질문에 내 대답은 도죠 슈이치에게 프로트 캡슐 안은 도피처이자 치유의 장소였듯이 책무덤(도서관), 즉 책을 만들어진 무덤이 내 고치가 될 가장 유력한 가망성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장소 그런곳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행복한 것이라 말해도 될까?
"모두 나 때문이야. 자기 마음에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한 내 책임이야." (p.462)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살해당한다면 경찰은 가장 먼저 피해자 주변인물들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한다. 그것은 피해자의 가족 또한 한차례 용의선상에 올랐다 내려지기를 반복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가끔은 피해자의 가족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일도 있다. 용의자로 오른 사람에는 도조 슈이치의 친동생인 도죠 슈지와 이복동생인 요시즈미 노리오도 들어 있었다.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면 특히 무엇을 목적으로 살해를 한것이라면 진범은 피해자 주변에 있다는데.
'하나를 나가이케 신스케가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흉기로 쓰인 제2의 여신상은 누가 언제 산 걸까?' (p.4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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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린다는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지난 1월 <주홍색 연구>에 이어 두 달 여 만에 <달리의 고치(원제 ダリの繭/북홀릭/2012년 1월)>로 다시 만났다. 책을 받아들고서 제목의 “달리”라는 단어가 낯설어 검색을 해보니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라고 한다.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화가이며, 특히 연인이었던 “갈라(Gala Eluard; 1894~1982)”와의 지독한 사랑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그림에 문외한이다 보니 이름을 알았더라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벌레가 실을 내어 지은 집을 의미하는 “고치(Cocoon,繭)”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제목에 대한 의문은 뒤로 한 채, 읽기 시작했고 다 읽고 나니 그 의문은 저절로 풀려졌다.
40대 남성인 “도죠 슈이치”는 전국에 스물여덟 군데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연 매출 100억 엔대의 주얼리 체인의 경영자로, 그 성장세 뿐만 아니라 쉬르레알리슴의 거장인 살바도르 달리를 따라 하는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로 수차례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인이다. 그는 달리처럼 밀랍으로 고정시켜 양끝이 삐죽 올라간 콧수염을 기르고, 자신의 사업장과 집을 달리의 미술품들로 도배해놓을 정도로 열광적인 달리 마니아이다. 그의 별장에는 마치 번데기 고치를 연상시키는 캡슐 형태의 기계인 “프로트 캡슐”이 설치되어 있는데, 생체성분과 유사한 액체로 채워진 그 캡슐에 들어가면 40분 만에 서너 시간의 숙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화가 달리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를 기억한다고 큰소리쳤다고 하는데, 달리가 자서전에서 그 안 - 어머니의 자궁(子宮) -이 어땠냐는 물음에 “더없이 편안한 낙원이었다”라고 대답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달리 마니아인 도죠에게는 바로 달리가 말한 어머니의 자궁처럼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처이자 낙원이었던 것이다. 즉 제목에서의 달리의 고치가 바로 이 캡슐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도죠가 그 캡슐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달리 수염은 깔끔히 잘려진 채로 말이다. 대학 법학과 교수이자 때때로 경찰 수사에 가담해 눈부신 탐정의 재능을 발휘하는 “필드워크”를 해온 “히무라 히데오”는 과거 사건을 해결하면서 알게 된 경찰의 요청으로 자신의 친구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함께 이 기묘한 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고, 살인이 벌어지던 그 시간에 도죠 사장과 같이 있었던 이복 동생, 살해 흉기에 찍힌 지문의 주인공으로 드러난 회사 임원, 아름다운 여비서를 사이에 두고 도죠와 삼각관계였던 회사 디자이너 등이 차례로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지만 모두 이렇다 할 결정적인 알리바이의 허점이나 증거물을 찾지 못하면서 수사는 갈수록 혼선을 거듭한다. 이런 혼선 속에서 일본판 셜록 홈스인 히무라 히데오의 번뜩이는 두뇌는 사건의 진상을 마침내 밝혀내고야 만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아리스의 작품에는 자신이 학생으로 등장하는 “학생 아리스”와 성인 작가로 등장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가 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학생 아리스가 “작가 아리스” 시리즈를, 작가 아리스는 “학생 아리스” 시리즈를 집필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평행 우주” 개념이라고 할까? 아뭏튼 엘러리 퀸 보다 더 기발하고 복잡한 설정이다. 참고로 <주홍색 연구>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 인 이 소설은 추리소설로서의 정형화된 공식, 즉 기묘한 살인 현장과 살해 방법, 시간 순에 따라 하나씩 드러나는 증거들과 그에 따라 의심 받게 되는 용의자들, 마지막에 이르러 명탐정에 의해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은 트릭이 철저하게 깨져버리고 사건 이면에 숨겨져 있는 사연들이 밝혀진다는 결말 등 추리소설, 특히 정교한 트릭과 범인 찾기라는 추리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신(新) 본격 추리소설”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용의자나 주변 인물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 말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는 장면이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역시나 이런 단서들과 증언들을 제시하여 독자를 수수께끼 풀이에 동참하게 하는, 작가와 독자 간의 “두뇌 싸움”이라는 추리 소설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작가와의 두뇌 싸움에서 승리하는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두뇌싸움은 여지없이 독자의 패배로 끝을 맺지만 그렇다고 억울하거나 불쾌하기 보다는 트릭의 절묘함과 기발함에 오히려 기분 좋은 패배가 되어 버려 독자들이 추리소설에 그렇게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 사용된 트릭도 결말을 알고 나면 시시하게 느껴지지만 추리하는 과정에서는 과연 트릭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책에서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꽤나 정교하고 멋진 트릭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위화감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눈에 띄는 데, 도죠를 죽인 살인 무기에 찍혀 있는 지문(指紋)이 범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즉 우연(偶然)에 불과하다는 점은 억지스럽기까지 느껴졌다. 특히 결말에서 히무라의 추리는 명확한 물적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범인이 실수로 내뱉은 말과 정황상의 증거에 의한 것이어서 범인이 부인(否認)한다면 증거 불충분이 될 수 도 있는 그런 추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은 전편인 <주홍색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한 올의 보푸라기나 미세한 먼지, 땀과 침과 같은 체액, 심지어 피부 각질 조각 등과 같은 깨알 같은 증거에서 범인을 밝혀내는 오늘날의 “과학 수사” 현장에서 아무리 소설 속에서는 기발하고 정교한 트릭이라 하더라도 결국 현실에서는 허구(虛構)일 수 밖에 없다는, 어쩌면 오늘날 본격 추리 소설을 표방하는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일종의 한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본 추리소설이 이런 본격 추리 외에 “사회파”, “서술 트릭”, “코지 미스터리”, 공포·SF·판타지 등 다른 장르와의 “혼합형 추리” 등 다양한 추리 소설 장르들로 분화(分化)되고 있는 이유가.
추리 소설의 재미와 한계, 모두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편 - 시리즈 순서가 아니라 읽은 순서의 의미로 - 인 <주홍색 연구> 보다는 추리 소설적 재미는 이 작품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저번 작품을 읽고 그를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었는데, 국내 출판된 그의 작품들이 내가 읽은 두 작품 이외에도 여러 편이 되고, 새로운 작품 출간 소식도 계속 들려오는 것을 보면 그 예감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 같다. 다음 번에는 “학생 아리스” 시리즈로 그를 만나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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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빛이 감도는 표지가 봄을 연상시킨다. 책장을 넘길수록 범인을 빨리 밝혀내고픈 조바심이 생겨난다. 내가 생각하는 그가 맞을까 궁금하고, 사건을 조사하는 두 인물의 행동이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의심가는 인물이 자주 뒤바뀌곤했다. 워낙 범인 맞히기에는 운이없는 난 이번에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빛내며 열심히 읽었지만 역시나!
쥬얼리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남자가 돌연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독특한 취미생활이었던 고치 안에서. 커다란 욕조와 비슷하게 생긴 캡슐모양의 고치안에 들어가 30~40분만 휴식을 취해도 6시간 숙면을 취한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니 몹시 탐나는 기계가 아닐 수 없다. 순간 나는 강력한 한 명의 용의자를 떠올렸다. 죽은 남자의 배다른 막내동생을 말이다. 뭐,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그가 등장한 어떤 한 장면에 의해 그를 제1용의선상에 올린것이다. 그 뒤로도 그는 왠지모르게 수상쩍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하지만 곧이어 돈에의한 또다른 음모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어보게되고, 혹은 전혀 엉뚱한 어떤 인물이 숨어있는건 아닐까하는 상상도 하게되었다.
역시나 추리소설엔 미모의 여신이 등장해야하는걸까? 입사하자마자 대시를 받고 연하의 남자또한 그녀를 연모하고 있으며 살해당한 사장마저 살아생전 그녀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있었다하니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난 그녀또한 용의선상에 올려버렸다. 여자라고 범인에서 제외할 수는 절대 없는노릇. 물론 예뻐서 괜한 심술로 의심의 눈길을 돌린건 아니라는걸 밝히겠다!
사건에 중요한 단서를 잡게된 우리의 교수선생님은 본격적으로 탐정놀이를 시작한다. 살해도구로 쓰인 물건의 출처를 알아내고 구입한 사람을 추리하던 중 중요한 사실을 밝혀내다. 그 속엔 아주 조심스럽고도 정교한 살인계획이 숨어이었다. 그러나 그 살인계획이 도리어 자신을 위협하게될줄은 미처 몰랐으리라.
추리소설을 읽으며 고독과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면 다른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리 커다란 부와 명성을 가졌다한들 사랑하는 이의 마음하나 얻지못한다면 그의 인생은 쓸쓸하고 서글프고 고통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달리의 고치』에선 살해당한 사람도 살인을 저지른 사람도 모두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오히려 악마같은 등장인물이 없기에 더더욱 드라마틱하게 다가온 듯하다. 책장을 덮고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보게되는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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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만일 당신이 계신다면 신이시여. (저를) 계속 이 낙원에 머물게 하소서. 그럴 수 없다면 제 마음에 평안을.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세상에서 제 마음에 평안을 주소서. 이곳은 편안하다. 이곳은 무척......
어머니. - 서두에서 -
일본의 엘러리 퀸!, 일본 신본격미스터리의 거장이라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 <달리의 고치>를 어제 밤 다 읽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위의 설명 외에 <쌍두의 악마>로 처음 전해들었었는데, 이번 소설로 처음 만났습니다. 제가 다른 고수분들에 비해 글 솜씨가 달리 뛰어난 것도 아니라서 느꼈던 바를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 대한 리뷰를 어떻게 써나가야할지 고민스럽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달리의 고치>가 최근작인줄 알았는데 데뷔작인 <46번째 밀실>에 이어 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두번 째 장편으로 93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초기작인셈이죠. 그래서 그럴까요? 제가 읽기 전에 예상한 바로는 좀더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웬걸요, 히무라 교수와 아리스 콤비의 활약상은 익살스러운 만담때문인지 진도가 잘 넘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극적인 맛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유명한 쥬얼리 회사 사장인 도죠 슈이치가 자신의 별장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시체의 발견 장소는 특이하게도 살바도로 달리를 추종하는 슈이치 사장이 평소 애용하는 명상캡슐 안입니다. 더구나 살해된 슈이치 사장의 전매특허인 달리 식 콧수염마저 잘려버린 채 사라져버렸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유산 상속을 노린 형제간의 다툼에서 비롯된 살인으로 처음에 의심했다가, 뒤이어 슈이치 사장의 비서인 사기오 유코 양을 두고 제3자와 사랑 경쟁을 벌였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수사방향을 좁혀들어갑니다. 어딘지 모르게 다들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주변 인물들이 차례대로 용의선상에 오르게되죠. 이 소설에서 작가 자신을 투영한 주인공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살인사건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인물은 친구인 히무라 교수로군요. 둘의 관계는 셜록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데요. 아리스는 친구 히무라의 추리에 의견을 제시하고 보조하는 역할인데, 과학적, 물리적 증거보다는 상식을 기초로 추론하는 히무라의 방식은 사고의 깊이를 잘 드러냅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는데 라는 반응을 보이는 상대에게 왜 그런지 차근차근 이유를 제시하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반응을 추가로 이끌어내니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단정을 파전 뒤집듯 보기좋게 반론을 제시하는 능력은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다만 어느 부분에 이르면 논리의 설득력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그냥 그러면 그런 줄 알아라는 식인 것도 같은데 왜 그런지 공감이 안되는 점도 분명히 있었고, 그런 점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링컨 라임이나 유가와 교수같은 철저한 물증주의 수사를 선호하는 저로서는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 까닭일겁니다. 그런데 이 추리소설에서는 복선, 트릭, 반전같은 추리적 관점보다는 각 인물들이 개인적으로 갈구하는 낙원을 상징하는 "고치"라는 단어에 더 흥미가 갑니다. 바깥 세상과 완전히 단절시킨채, 특수한 액체 속에서 알몸으로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 해소와 명상, 안식을 찾는 금속형 고치가 바로 명상캡슐이라고 불리는 기구입니다. 타이머 작용에 의해 40분을 자도 8시간 숙면을 취한 듯 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이 기구를 저도 장만하고 싶네요. 읽을 책은 많은데 바쁜 시간으로 계속 밀리고 있는 제게 이 캡슐이 있다면 40분 자고 책을 더 신나게 읽을텐데요. 그런 즐거운 상상을 잠시 해봤습니다. 그렇게 등장인물들을 통해 각자 자신만의 "고치" 를 찾아 누구에게서도 위로받을 수 없는 고단한 심신을 어루만져주기를 염원하는 현대인들의 쓸쓸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그 점에 대해선 공감하게 됩니다. 세상은 어차피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게 아닐까라는 마음도요. 슈이치 시장의 "고치" 가 명상캡슐이라면 주인공 아리스의 "고치" 는 "소설" 이라는 허구의 세계입니다. 열일곱 고2 학생이었을 때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러브레터를 전해주었던 날, 여학생은 개의치 않고 세상이 시시하다는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는 얄궂은 경험을 한 후, 충격속에 도피한 "고치" 가 "소설" 이랍니다. 마음아프고 슬픈 사랑을 계기로 작가가 되었다는 아리스의 심경 고백을 읽으면서 좀전에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맘을 담은 러브레터를 보여주면서 내게 사전검열을 부탁했던 직원이 떠올랐습니다. 절절한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그 직원도 자신만의 "고치" 를 찾았으면 합니다. 연애소설로도 추리소설로도 다양하게 해석이 되는 <달리의 고치>는 그래서 읽고나면 애처롭고 마음쓸쓸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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