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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홀레, 매튜 스커더, 요시키 형사, 마르틴 베크. 모두 추리 소설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범죄가 발생한다. 잔혹한 현장에서 그들은 작은 실마리라도 잡으려고 애를 쓴다.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를 찾기 위해 서류를 들여다보고 팀원들 혹은 혼자서 퍼즐을 맞춘다.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는 전직 형사로서 알코올 중독에 걸린 탐정이다. 도시의 여자들이 사라지면 의뢰인이 매튜 스커더를 찾아온다. 전직 형사의 인맥으로 단서를 모으고 혼자 도시의 밤 골목을 걷다 습격을 받기도 한다. 요 네스뵈의 헤리 홀레 역시 알코올 중독이다. 다들 그렇게 심연을 들여다보다 심연 역시 자신을 들여다보는 괴물이 되어 간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훑으며 니코틴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악과 싸우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형사와 탐정 시리즈를 읽으며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진행되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묘미는 경찰 특유의 직관력보다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빠진 조각을 줍듯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결정적인 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이든 미국이든 세계 각지의 사건 현장에서 활약하는 형사와 탐정과 함께 하기를 즐겨 하는 독자에게 난감하고 이해하기 힘든 인물 하나가 던져졌다. 수준 높은 복지 국가 스웨덴에서 날아온 벡스트룀 형사는 같은 국가 출신인 마르틴 베크와 미카엘, 리스벨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후자의 인물들이 정의와 사건의 진실 등에 관한 보편적인 감정을 소유한 인물들이라 하면 벡스트룀 형사는 반대편에 선 인물이다. 범죄학자이면서 소설가인 레이프 페르손은 악당 한 명을 창조해 냈다. 악당이라는 글자 뒤에 형사를 붙여야 하니 독자로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용을 죽인 형사』는 벡스트룀 형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이다. 벡스트룀은 폭식과 폭음이 전문이며 사건 수사를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인물이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각종 차별적인 생각들을 서슴없이 하는 벡스트룀. 사건이 벌어지고 젊은 시절 자신이 교육한 후배 경찰 밑에서 일하게 됐을 때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굴욕적이라거나 수치스럽다는 감정 따위 느끼지 않는다. 오직 의사가 진단한 술을 끊고 야채샐러드로 식사를 해야 하는 생활이 힘들 뿐이다. 복지 국가라는 이면 뒤에 가려진 스웨덴의 잔혹 범죄를 그리는 레이프 페르손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인물 벡스트룀을 내세우는 방법을 취하는 전략을 취한다. 자국의 심각한 범죄 문제에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선과 악이라는 진부한 구성을 피하기 위해 악당 형사 벡스트룀을 창조한다. 죄를 저지르는 자는 나쁜 인간. 사건을 해결하는 이는 착하고 정의로운 인간이라는 공식을 파괴한다. 술고래이면서 전직 회계사가 냄비 뚜껑에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신문 배달부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배달부는 소말리아 난민으로서 스웨덴으로 오기 전 시체를 일상으로 본 인물이다. 그렇기에 신고할 때도 떨거나 흐느끼지 않는다. 경찰은 난민인 배달부를 다른 스웨덴 시민과 다르게 거칠게 대한다. 술고래 회계사가 사는 집 주변을 탐문 수색한다. 건축 현장에 있던 목수는 살인 현장에 쓰였을 옷가지를 발견한다. 솔나 경찰서의 초동수사 지휘관인 벡스트룀이 사건을 맡는다. 그는 팀을 이루는 경찰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비웃음을 날린다. 굉장히 혐오스러운 생각도 서슴지 않게 한다. 여자와 이민자로 구성된 팀에서 벡스트룀은 겉으로는 사건 수사에 노회한 경찰인 척 굴지만 차별적인 생각들을 끊임없이 한다. 실제 벡스트룀은 생각을 말하지는 않는다. 회계사의 죽음을 수사하던 중 신고자인 신문 배달부가 목이 졸려 물속에서 시체로 떠오른다. 연쇄 살인이 일어나고 수사는 다른 방향에서 변곡점을 맞는다. 회계사를 둘러싼 배후에는 돈 세탁과 전직 경찰이 엮여 있고 이란 출신 이민자 형제들이 등장한다. 벡스트룀 경감은 국가범죄수사국 살인수사국에서 일했었다. 그러다 전 상사의 부패를 밝히려다 재산추적과라는 엉뚱한 곳으로 좌천됐다. 경찰 조직에서 벡스트룀 같은 인물은 골칫거리였다. 그를 이 년 동안 도난당한 자전거와 분실된 지갑 곁에 둔 윗선은 그를 다시 솔나 경찰서로 보내 버렸다. 분실물 창고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사건을 수사하던 그는 다시 한 번 상사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기까지 한 그는 멈추지 않는다. 일어나 반격을 시작한다. 솔나 경찰서로 부임하면서 맡게 된 연쇄 살인을 벡스트룀은 어떻게 풀어나갈까. 경찰 노조의 아는 힘으로 총기를 간신히 소지한 그가 가장 먼저 간 곳은 술집이었다. 노란색 리넨 고급 양복을 입고서. 수사국의 팀원들이(벡스트룀은 팀원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탐문 수사와 회계사의 공책에서 발견한 숫자를 조합하는 동안 벡스트룀은 술을 마신다. 그러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사건 현장에서의 일을 계속 생각한다. 이상하다, 이상하단 말이지. 사건은 생각지도 못하는 지점에서 함정에 빠진다. 사건을 조종하는 배후는 누구인가. 형사의 반대말은? 동생 안 사. ······ 피식 웃기라도 했다면 성공. 현실에는 없다. 뛰어난 직관과 추리력으로 사건 현장을 둘러 보고 범인의 윤곽을 그리는 형사는. 정의와 용감함, 의협심과 투지로 똘똘 뭉친 형사는 없다. 뚱뚱하고 폭식과 폭음을 즐기고 같은 경찰의 말도 믿지 못해 혼자 집으로 돌아와 괴한들에게 무릎을 꿇는 벡스트룀이 있을 뿐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악당을 만나보고 싶다면 레이프 페르손의 『용을 죽인 형사』를 추천한다. 허구와 가상에서라도 용감하고 정의로운 형사를 꿈꾼다면 그래도 『용을 죽인 형사』를 만나보길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른 형사 시리즈가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 큰 아이들'에게 던지는 악당 전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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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최근 주목할 많나 여러 건의 문화 수출을 했다. 여기에는 전 세계의 공항 서점을 북유럽 누아르물로 점령한 것도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3500만 부를 판매한 헨닝 만켈과 6000만 부를 판매한 스티그 라르손이 있다. (마이클 부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 부스의 이 말처럼 명실상부한 노르딕 누아르의 대표 주자 격인 스웨덴에서 또 한 명의 걸출한 작가가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세 권까지 나오고 미국에서 TV 드라마로도 제작 중인 벡스트룀 시리즈의 작가, 레이프 페르손이다. 그는 헨닝 만켈과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뵈아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그리고 카린 포슘 또한 수상하여 마치 노르딕 누아르의 대표 주자가 되기 위한 통과 의례와도 같았던 스칸디나비아 범죄 소설 작가 협회가 주는 유리 열쇠 상까지 2011년에 스탠드 얼론인 'THE DYING DETECTIVE'로 수상함으로써 자신이 계승자임을 증명했다.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벡스트룀' 시리즈는 일단 벡스트룀이란 캐릭터 자체가 매우 인상적이다. 노르딕 누아르에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주인공 형사들과 무척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단 벡스트룀은 이런 장르의 형사들에게 의례 따랐던 우울과 비관이 없다. 자신에 대해 불신하거나 회의하기는 커녕 자기를 제외한 사람들을 모두 발 아래로 보는 오만방자로 가득하다. 거기다 정의 구현 같은 것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수사 명령을 받으면 거기서 떨어지는 떡고물부터 신경쓰는 형사다. 가장 놀라운 것은 벡스트룀은 인종 차별주의자에다 여성 차별주의자라는 것이다. 이는 노르딕 누아르의 특징과 같았던 타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벡스트룀은 가족을 만드는 것을 거부하며 어린이들은 혐오한다. 한 마디로 그는 오직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벡스트룀이란 존재는 뇌리에 단단히 새겨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런 캐릭터로 어떻게 독자의 관심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어 갈 것인가? 바야흐로 작가의 능력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나온 '용을 죽인 형사'는 벡스트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에 뒤이은 작품인 것이다. 소설은 2008년에 발표되었다. 나는 이 소설로 벡스트룀을 비로소 만났다. 읽는 동안 첫 권을 읽지 않았다는 게 자못 아쉽게 느껴졌다. 이 시리즈가 가진 독특함은 벡스트룀 캐릭터에만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점이 그동안 읽은 노르딕 누아르와 선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작가의 카메라가 주인공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벡스트룀 못지 않게 그가 지휘하는 수사팀원은 물론 그를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고 싶어하는, 벡스트룀의 정적이 되는 경찰 내부의 인물을 비롯하여 피해자나 목격자를 포함한 조연들까지 재현의 시선이 골고루 할애되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이 소설은 인류학적인 느낌마저 갖게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연유가 있었다. 작가가 스웨덴 범죄소설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할만한, '웃는 경관'이 대표작인 마이셰발과 페르발뵈 부부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그걸 오마쥬하고 있었던 것이다. 범죄소설사에서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가지는 의미는 아주 크다. 일례로 범죄소설 전문 학자인 울리히 브로이히에 따르면 초창기 탐정 소설이 가진, 수수께끼에 빠진 살인 사건과 추적 그리고 해결이라는 단순한 도식에 혼자 일하는 탐정이 아니라 집단으로 일하는 경찰을 가져와 심리학적 깊이를 더하고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추구하려고 시도한 작품 가운데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경감과 더불어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벡스트룀 시리즈'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다면 여기엔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어쩌면 그래서 소설의 카메라는 되도록 많은 인물을 골고루 담으려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알콜 중독자가 많기로도 유명한 스웨덴에서, 벡스트룀 스스로 말하는 바와 같이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인 술고래였던 전직 회계사가 후라이팬으로 가격 당해 죽은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은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아들여 가장 개방적인 나라로 세계에서 손꼽히며 또한 양성 평등에 있어서도 가장 성공적인 나라로 인정받는 스웨덴이 실은 그 두 가지 면 모두에 있어 여전히 아주 차별적이라는 모습이니까 말이다. 마치 작정하고 그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웨덴이란 나라의 인상을 곡괭이로 깨부수려는 것만 같다. 공간적인 배경은 솔나다. 마이클 부스에 따르면 차별이 횡행하는 스웨덴의 어두운 이면은, 흔히 스웨덴 제3의 도시라 일컫는 말뫼에서 드러난다고 하는데, 이 작은 도시 솔나 또한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아무튼 사건은 거기서 일어나며 전작에서 스톡홀롬에 있던 벡스트룀은 여기에 발령을 받아 온 상태다. 소말리아 난민으로 지금은 신문배달을 하고 있는 청년, 셉티무스 아코펠리의 신고로 사건 현장에 온 벡스트룀은 당연하게도 사건엔 별 관심이 없다. 최근 의사로부터 주당인 자신에겐 사형 선고나 다름 없는 술을 멀리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은 탓이다. 오직 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금욕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벡스트룀은 인종차별주의자답게 신고를 한 아코펠리를 덮어놓고 의심한다. 그런데 살해당한 다니엘손이 알려진 것과 다르게 꽤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살해 당하기 바로 전날 찾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것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거기다 그가 수상쩍은 거래에 많이 관여했다는 게 그가 쓴 수첩으로 드러나면서 이 살인이 솔나에서 가장 잔혹하기로 이름난 범죄자인 이브라힘 형제와 연관이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작가 레이프 페르손은 슬쩍 세 명의 용의자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하나는 벡스트룀이 의심한, 셉티무스 아코펠리. 다른 하나는 수사팀원인 알름이 의심하는 다니엘손 옆집에 사는, 20대로 말은 어눌하지만 수학 계산 능력만은 탁월한 세포 라우렌. 마지막으로 벡스트룀을 호시탐탐 경찰에서 추방하려는, 최대 라이벌이기도 한 토이보넨이 의심하는 이브라힘 형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세 용의자 모두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소말리아 난민, 다른 하나는 사회 부적응자 그리고 마지막은 무슬림으로 따지고 보면 모두 사회 주류가 아닌 주변인적 존재인 것이다. 한 마디로 그들은 스웨덴이란 나라의 낯선 타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용의자가 된 것엔 정황 증거만 있을 뿐, 유력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가지게 된 의심을 쉽사리 거두지 않는다. 흡사 오직 타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받는 것만 같다. 앞서 말했던 대로 벡스트룀 시리즈가 마르틴 베크의 영향 아래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짙다면 그건 바로 여기서 대표적으로 표출된다. 이러한 용의자 선정과 추적 과정에서 스웨덴의 저변에 깔려 있는 불관용과 배척이 세밀하게 도려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벡스트룀 시리즈'를 세상에 내보인 스웨덴의 두터운 화장 아래 숨겨져 있는 민낯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벡스트룀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도대체 스웨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소설은 바로 그 의문에 답을 주려는 것 같다. 제목에 빗대어 말하자면, 벡스트룀은 스웨덴을 위협하는 용을 죽이는 경찰이지만, 사실 진짜 용은 스웨덴일 지도 모른다는 것을.
미국의 폭스 TV가 2015년에 드라마로 만든 벡스트룀 시리즈의 이미지. 벡스트룀이 타인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인 'TOTAL DICK'이 전면에 나와 있다^^ 셉티무스 아코펠리를 하필이면 소말리아인으로 설정한 건 아마도 이를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름에 속으면 안 되는 '스웨덴민주당'은 스웨덴의 대표적인 우익 정당이다. 그 정당은 반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들의 슬로건이 바로 '소말리아 피자'다. 한 명의 소말리아인의 망명을 받아주면 피자 가게를 운영하여 소말리아에 있는 많은 친척을 데려와 피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많은 스웨덴 사람들에게 소말리아는 분명 그 소말리아 피자를 연상시킬 것이다. 따라서 소말리아를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보이는 것과는 다른 스웨덴 속내에 존재하는 이중적 태도를 꼬집고 있으며 이 소설이 어떤 존재를 용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암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이처럼 소설은 스웨덴을 향한 날선 비판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재미를 놓치진 않는다. 범죄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하나의 사건에서 여러 줄기로 뻗어 나가 독자의 흥미를 계속 지속시키며 앞서도 말했듯 다수의 용의자를 제시하여 그 속에서 진짜 범인을 찾아나가는 고전 미스터리의 형식 또한 지니고 있는데다 최근 범죄 소설의 공식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반전까지 준비되어 있기에 범죄 소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매력을 잘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역시 이 소설의 가장 커다란 매력은 범죄 소설 보다는 인간 드라마적인 성격이다. 등장인물들을 잘 묘사해 어느 것 하나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없음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저마다의 욕망과 믿음에 따라 서로 얽히고 풀어지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벡스트룀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그의 오만하며 인종과 여성 차별주의자라는 허들을 넘을 수 있어야겠지만 어쨌든 이 캐릭터에 한 번 몰입하기 시작하면 다니엘손의 비밀 금고에 바보같이 혼자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장면처럼 웃겨주는 데가 많다. 이러면 왜 이 소설을 가지고 블랙 코미디 드라마로 만들었는지도 슬슬 이해가기 시작한다. 이제야 처음으로 만났는데, 진짜 스웨덴의 모습을 가리고 있는 위장막을 블랙팬서처럼 발톱으로 날카롭게 할퀴는 것이나 벡스트룀을 비롯하여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장한 인물들이 함께 추는 군무와 같은 드라마도 마음에 들어 시작은 과연 어떠했는지 궁금해진다. 앞서도 말했듯 벡스트룀 시리즈는 지금까지 세 권이 나와 있는데, 다음 권도 얼른 번역되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벡스트룀 시리즈의 미국 번역판 커버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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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죽인 형사 / 레이프 페르손 / 엘릭시르
작고 뚱뚱한 스톡홀름 최악의 형사, 국가적 영웅이 될까? 국가범죄수사국 살인수사과의 경정이었던 벡스트림은 부도덕한 잘못을 저지르고 스톡홀름 경찰청 재산추적과로 좌천된다. 2년 후 그가 다시 강력범죄 전문형사로 복귀해 연쇄 살인을 담당하는데, 동시 다발적인 살인 사건에 맞닥뜨린 그는 과연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까?
레이프 페르손(Leif GW Persson) 1945년 스톡홀름 출생. 범죄학자이자 소설가이다. 스웨덴 국가경찰위원회에서 범죄학을 강의했고 텔레비전과 신문 등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범죄 전문가이다. 1977년 정치계 인사와 성매매 업소가 얽힌 스캔들을 고발했다가 경찰위원회에서 파면당한다. 2010년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상인 유리열쇠상을 수상, 범죄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출간한 열두 작품은 주로 경찰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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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벡스트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편인 ‘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를 못 읽어서 전사(前史) 자체가 낯선 탓도 있었지만, 지금껏 읽은 그 어떤 미스터리나 스릴러의 주인공과는 너무도 다른 벡스트룀의 캐릭터 때문에 실은 읽는 내내 무척 당혹스러운 책읽기가 됐습니다. 사건 자체는 심플합니다. 은퇴한 회계사의 죽음에 이어 그의 시신을 발견했던 신문배달부가 살해됩니다. 너무 쉽고 뻔한 사건으로 판단한 스톡홀름 경찰은 비 수사부서에서 복귀한 눈엣가시 같은 벡스트룀 경감에게 사건을 떠맡기지만,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진 것은 물론 연이은 희생자까지 등장하는데다 심지어 현금수송차량 습격사건과의 연관성까지 대두되자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극소수의 협력자 외에 경찰 모두로부터 비아냥의 대상인 벡스트룀은 전혀 아랑곳 않고 자신만의 난폭한 스타일로 수사를 이끌어가면서 진실을 밝혀냅니다.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만 사건 자체가 소소한 탓에 미스터리보다는 벡스트룀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앞서 ‘무척 당혹스러운 책읽기가 됐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건 어딜 봐도 전혀 주인공스럽지 않은 벡스트룀의 안티히어로 캐릭터 때문입니다. 그는 노골적인 성차별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이며 부정하기 짝이 없는 경찰입니다. 그에게 있어 동료 경찰은 더러운 이민자 출신이거나 구역질나는 동성애자, 또는 멍청하거나 생각이 없어서 상대하기도 귀찮은 하찮은 존재들입니다. 의사의 지시 때문에 잠시 폭식과 음주를 중지하긴 했지만 이내 방탕한 생활로 돌아갔고,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분에 넘치는 생활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머릿속은 물론 외형까지도 철저하게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란 뜻입니다. ‘경찰이 총에 맞았다는 뉴스만 보면 그게 벡스트룀이길 기도하는’ 동료들이 훨씬 더 많은 건 벡스트룀이 어떤 인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묘사입니다. 그렇다고 뛰어난 수사력이라도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막판에 나름 추리력을 발휘하고 완력으로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긴 해도 결정적 단서는 왜 그를 돕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극소수의 협력자들 덕분에 손에 넣게 됩니다. 그래도 주인공이니까 뭔가 하나쯤 미덕은 있겠거니,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벡스트룀은 안티히어로에서 조금도 진화하지 않습니다. 도무지 공감할 수도, 응원할 수도 없는 주인공 때문에 내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그런 탓에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출판사의 소개글을 찾아 읽어봤습니다. “벡스트룀은 부패 경찰의 상징이다. 기만적인 공권력을 고발하고 풍자하기 위한 장치인 것. 또, (그를 통해) 복지국가 스웨덴의 여성 혐오, 외국인 차별 등 사회문제까지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유능함과 도덕심은 별개의 문제라는 메시지가 블랙 유머 속에 담겨 있다.” 나름 이해가 되는 대목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부패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만적인 공권력을 고발-풍자한다는 의도 자체가 좀처럼 쉽게 납득되지도 않았고,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도 않았습니다. 주인공을 통해 부패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고발과 풍자를 시도했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정의로운 안티 세력’이 등장해서 균형을 맞췄어야 할 텐데 벡스트룀의 안티 세력들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정의롭거나 성실하지 않았습니다. 벡스트룀의 캐릭터도 난감했지만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경찰 캐릭터 역시 아쉬웠습니다. 일일이 세어 보진 않았지만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경찰이) 20명 이상은 돼보였습니다. 작가는 길든 짧든 그들 하나하나의 출신과 성장에 관해 묘사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는데, 그들 중 ‘순수 스웨덴인’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벡스트룀의 인종차별적 행태를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만 보였고,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너무 많은 머릿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극소수의 협력자’들 역시 벡스트룀으로부터 ‘무언의 비난’을 받던 사람들인데, 그들이 벡스트룀의 어떤 면에 반해서 그를 돕겠다고 나선 건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벡스트룀의 뇌 속에 ‘거웃빨이’로 낙인찍힌 동성애 취향의 한 여자 경찰은 벡스트룀에게 호감은 물론 과감한 접근까지 감행하는데 그 심리는 정말 이해불가였습니다. 문장은 매력적이고, 페이지도 잘 넘어간 작품이지만 앞서 장황하게 언급한 몇몇 설정 때문에 다 읽고도 어딘가 개운치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스웨덴에서 나름 성공한 이력이 있고 여러 수상 경력도 있는 걸 보면 분명 ‘싫지만 자꾸 보게 만드는 이상한 힘’을 지닌 것 같기도 합니다. 더는 이 시리즈를 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전작이자 시리즈 첫 편인 ‘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가 자꾸 생각나는 걸 보면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는 벡스트룀의 비열함과 부패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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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리뷰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고 작성한 책입니다. 스포일러 없습니다. 이야기는 공동주택에서 은퇴 후의 연금생활을 즐기던 전직 회계전문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매일 아침 신문을 돌리는 성실한 소말리아 출신 난민인 셉티무스 아코펠리가 끔찍한 시신을 발견했다. 죽은 칼 다니엘손은 무쇠 냄비 뚜껑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고, 죽은 뒤에 목을 졸려 살해당했다. 이 끔찍한 사건은 벡스트룀에게 할당됐다. 인종차별주의자에 성차별주의자, 계급차별주의자에 알콜중독자이기도 한 벡스트룀은 상사들에게는 차라리 제손으로 죽이고 싶은 꼴도보기 싫은 부하고 부하들에게는 끔찍하고 재수없는 상사였다. 그런데, 그가 조직에 붙어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의외로 큼직한 사건을 해결해냈기 때문이었다. 칼 다니엘손의 죽음은 단순 폭행치사로 보였지만, 그의 은행 대여금고에서 수백만 크로나의 현금뭉치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차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처음 몇페이지는 벡스트룀의 독백이 다소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모든 존재를 욕하는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할 때마다 속으로 미친듯이 욕을 해대는데, 그 욕의 수위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벡스트룀은 정말 쓰레기 같은 인성을 지닌 인물이다. 인종, 성별, LGBT 등 온갖 금기시되는 개념들을 총 동원하어 쉬지 않고 욕을 해댄다. 그 욕이 정말이지, 너무나 창의적이어서 익숙해지니 웃음이 터져나올만큼 유머러스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주인공이 모든 것에 차별주의적인 인물이라는 점만 빼면, 이 작품이야말로 정말이지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큰 이슈인 'PC(정치적 올바름)' 에 가장 걸맞는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 온갖 인종과 커플들이 등장하고, 그들 모두 정당한 배역들이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다. 이러한 균형성이 작가의 출신지이자 작품의 배경인 스웨덴의 단면으로 읽히기도 했다. 작품 안에서도 인종갈등과 남녀갈등, 계급갈등, 연금 생활자와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편하게 지내는 젊은 백수로 대표되는 세대갈등, 난민,이민자들과의 민족갈등 등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이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속으로 수없는 욕을 쏟아내는 벡스트룀에게 조금씩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내가 느낀 감정은, 일종의 길티 플레져랄까. 겉으로는 사려깊은 척 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욕을 내뱉는 벡스트룀이 이해되기 시작하자, 작품 안 모든 인물들의 속마음도 들리기 시작했다. 벡스트룀이 중남미계의 부하 경찰들을 욕하는동안, 그들 역시 겉으로는 위계질서에 따라 굽신대지만, 벡스트룀을 그 못지 않게 욕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모두가 예의라는 안경을 쓰고, 위선의 탈까지 쓴다. 벡스트룀은 인간 그 자체의 모사일 뿐이다. 우리 사회는 인종적, 민족적으로 대단히 폐쇄적인지라 작품 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종, 민족갈등에 공감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민자들을 홀대하고, 난민 출신 흑인들을 비하하는 등장 인물들의 태도를 보며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과연 나라고 다를까? 우리사회라고 다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침, 우리 사회에서도 난민 문제가 일기 시작했다. 엄청난 유언비어들이 양산되고, 난민들을 쫓아내자는 청원이 순식간에 30만을 넘는 동의를 얻는 모습을 지켜보며, 더더욱 불편한 마음이 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우리 윗집, 아랫집에 예멘 난민과 시리아 난민, 소말리아 난민들이 들어온다면. 그들이 무리지어 동네 여기저기서 낯선 말을 하고, 낯선 몸동작을 하며, 낯선 눈빛을 보낸다면. 같은 시간마다 같은 곳을 향해 절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면. 회사에서 나의 상사가 필리핀인이고, 내 파트너가 베트남인이라면.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만약 통일되면, 북한 출신 사람들을 남한 사회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 엄청난 지역차별로 어마어마한 갈등이 생겨날터다. 심지어, 경찰이라면. 새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스웨덴 경찰 시스템의 공정성과 평등함이 놀라웠고,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건들을 통과해 왔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아...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도 문제인지라, 이야기 자체보다 이런 점들이 먼저 신경쓰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야기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다. 저자가 책 앞에 붙여놓은 '다 큰 아이들을 위한 사악한 이야기' 라는 문장이 아주 안성맞춤이다. 벡스트룀이 길티 플레져라면, 안니카 칼손 경위는 저스티스 플레져(이런 단어는 없겠지)를 주는 인물이다. 둘 다 위선의 탈을 쓰고 서로의 뒷다마를 까면서도 서로의 능력을 완벽히 존중하고, 결국은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달려가는 조합이 참 신선했다. 특히, 벡스트룀이 안티 히어로라면, 안니카는 전형적인 히어로다. 알콜 중독자에 불평불만 투성이인 벡스트룀과 전도 유망한 여성 경찰이자 유능하고 머리도 팽팽 잘 돌아가는 안니카. 결국 따지고 보면 벡스트룀을 얼르고 달래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인물이도 하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깜찍한 반전까지.
이 작품은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틀을 따르고 있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사실은 얽혀 있었고, 전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인물이 범인이며, 결코 예상하지 못한 동기가 있었다. 멕거핀과 힌트가 적절하게 흩어져있고, 반전도 꽤나 흥미롭다. 범인과 대면해서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도 클리셰이지만, 어차피 추리소설은 장르 자체가 클리셰다. 얼음틀 안에 어떤 음료를 넣어 얼릴까의 문제일 뿐이다. 간만에 정말 푹 빠져 읽었다. 벡스트룀은, 정이 간다해도 다시 보고싶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짜증나는 인물이지만, 다음 권에 안니카 칼손 경위가 나온다면, 꼭 다시 만나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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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뭐 이런 형사가 다 있담?! 독특하다 못해 참신하기까지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만났다. 보통 추리소설 속 주인공인 형사라고 한다면, 명석하거나 감이 매우 뛰어나 사건 수사를 함에 있어서 탁월한 감각을 지닌다. 또 정의감 혹은 사건해결을 위한 열정과 의지 또한 가지고 있다. 여기에 흠이 있을 수는 있다. 알코올중독자라던지 장애를 가졌다던지 혹은 지독한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로서 사건을 대하는 마음은 진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인공 형사라고 한다면. 하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형사 벡스트룀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존 최악의 형사라고 칭해지는 주인공 중에서도 최악이라 말할 수 있을만큼 악질형사다. 어떻게 이런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우선 벡스트룀은 자기애가 너무 강하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스스로는 그 누구보다 최고의 형사는 자신이라고 생각할만큼 오만하다. 거기에 여성차별과 인종차별엔 매우 앞장서는 인간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속으로는 온갖 욕을 해댈지언정 사람들 앞에서는 대놓고 티내지는 않는다. 형사면서도 수사에는 열의가 없고 성의가 없다. 살인사건 수사 도중에 일은 부하들에게 죄 미루고 자신은 술집을 들락거리고 있으니 일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야말로 세금 도둑에 월급 도둑이 따로 없다. 거기다 수사 중에 생긴 돈을 빼돌리는 짓도 서슴치 않을만큼 부패하기도 했다. 이러니 동료 경찰 중에선 그의 이름만 들어도 그가 시민의 의무를 다해서 이제 그만 조용히 죽어주길 바라는 이도 있을 정도다. 이런 주인공. 이 책이 아니면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다.
뭐 어쨌든 그래도 형사라고 사건을 꿰뚫어보는 눈 정도는 있었다. 그덕에 잘리지 않고 형사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걸지도. 의사에게 혼비백산할 정도의 경고를 듣고서야 성인이 된 이래 처음으로 자진해서 술을 마시지 않고 25시간 반을 버티고 있던 그에게 사건이 떨어졌다. 은퇴한 회계사가 살해당한 사건이다. 처음엔 단순하게 같이 술을 마시던 이에 의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술김에 저질러진 우발적 살인정도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예상외의 두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회계사의 시체를 처음 발견하고 신고했던 소말리아인 신문배달부가 두번째 피해자였다. 그뿐이 아니라 회계사가 죽기 전에 큰 돈을 찾았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돈과 관련된 사건인건가?! 여기에 또 다른 살인사건까지 겹치니 아무리 날림 형사라고 해도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찰이 지녀야할 덕목이라던지 정의 따위는 발톱에 낀 때만큼도 생각지 않는 형사의 연쇄살인사건 수사는 과연 해결이 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적 생각과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봐야하니 읽는 내내 뭔가 불편스럽다. 작가는 대체 왜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복지국가로 이름높은 스웨덴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여성 혐오, 외국인 차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문제가 반영되고 경찰 부패를 고발하고자 벡스트룀이라는 인물이 만들어진 거였다. 사실 이런 문제는 어느 나라든 안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혐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게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난민 문제도 최근 이슈 중 하나이고. 이런 사회적 문제 속에 벌어지는 범죄들을 수사해야하는 경찰들이 부패했다면, 어쩌면 그 경찰들의 모습은 벡스트룀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시리즈의 두번째라는데 나는 벡스트룀을 처음 만난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악질 주인공을 만나고 싶다면 벡스트룀을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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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죽인 형사』는 레이프 페르손이 선보이는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작가인 레이프 페르손에도 눈길이 갔는데 그는 현재 스웨덴의 범죄학자이자 소설가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범죄 전문가인 그가 1977년 정치계 인사와 성매매 업소가 얽힌 스캔들 고발로 경찰위원회에서 파면된 이력이 있는데 레이프가 사회파 범죄소설을 집필하게 된 이유도 바로 자신을 파면시킨 그 스캔들을 소설로 담아냄으로써 나름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 분야의 내용을 쓰기에 제격인 인물인데 눈길을 끄는 점은 벡스트룀이라는 형사가 기존의 형사 시리즈에서 보기 힘든 다소 루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벡스트룀 경감은 그야말로 강직함이라든가 유능, 그리고 소신과는 담쌓고 사는것 같은데 이번에 발생한 사건으로 일약 스톡홀름을 충격에 빠트린 연속 살인 사건의 해결자가 될지, 과연 어떤 활약으로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을지 사뭇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치게 뛰어난 인물이 아니기에 한편으로는 인간미까지 느껴지기도 하는데 원래 승승장구하는 인물이 끝까지 성공하는 것보다도 벡스트룀처럼 큰 기대감을 갖지 않게 한 인물이 반전으로 영웅이 되어 가는 점은 마치 성장소설마냥 더 큰 쾌감을 선사할지도 모르겠다.
벡스트룀이 맡게 된 사건은 은퇴한 회계사의 살해 사건 이후 연이어 발생한 회계사를 발견했던 신문 배달원의 죽음이다. 여기에 현금 수송차량이 공격을 받아 보안 요원까지 살해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스톡홀름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경찰은 정의롭다. 아니 정의로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벡스트룀 역시도 후자에 가까운, 아니 오히려 완벽히 후자에 속하는 인물로 그런 그가 정의의 사도가 되어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기대반 우려 반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보이는 부족한 모습은 비단 벡스트룀 혼자만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를 완전히 나쁜놈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보이는 인종차별적인 모습은 기존의 영웅적 해결사가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라 분명 특이한 캐릭터임에 틀림없다. 분명 기존의 사회파 범죄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책이나 그것이 오히려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면도 없지 않아서 처음 만나보는 작가였으나 충분히 인상적이였던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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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스릴러물의 주인공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형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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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를 통해 자신의 나라인 스웨덴의 법 구조와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 저자답게 이번에도 역시 일말의 촌철살인급 블랙유머가 연일 등장하는 소설이다.
전작에서 자신의 옳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좌천되어 스톡홀름 경찰청 재산 추적 과로 이동되면서 생활하던 벡스트룀이 드디어 다시 재등장한다.
솔나 경찰서로 부임하게 되면서 곧이어 연쇄살인 사건을 맡게 된다.
은퇴한 사람들이 대부분 모여 살고 있는 지역에 은퇴한 회계사 출신인 칼 다니엘손이 냄비 뚜껑에 머리를 맞아 살해당한다. 마침 신문 배달을 하던 소말리아 출신 셉티무스란 청년에 의해 발견이 되지만 배달원마저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면서 사건은 점차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게 된다.
죽은 칼이란 사람이 그다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한 것도 아니고 친한 동료들마저 요주의 인물로 올려놓지만 이마저도 어떤 확실한 결정적인 증거조차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를 이어나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독자들이 그동안 알고 있던 정형화된 형사의 이미지를 던져버리게 한다. 알코올을 즐기고 겉으로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대화를 구사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이민자에 대한 자별적인 시선과 레즈비언, 여성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찬 인물이다.
생각하는 대로 내뱉는다면 그는 경찰로서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도 없는 인물로 등장하는 모습들이 전작에 이어 계속된다.
스칸디나비아 3국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도가 없더라도 핀란드 튀기란 말을 서슴지 않고 속말로 내뱉는 사내, 러시아나 입양아 출신들을 대하는 태도, 좌천의 아픔을 당했으면서 여전히 어둠의 사람들과 거래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보충하는 사람, 그렇다고 이 사건을 통해 발로 뛰고 두뇌회전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진행조차도 없이 그저 독자들은 그가 하는 말의 한마디로 그가 사건의 어떤 심증을 잡고는 있으나 확실히 어떻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진행되는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
전작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사건을 다룬 면과 그 안에서 경찰 내부의 상사 관계와 직장 부하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들, 그 안에서 책임자로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어떤 화끈한 행동조차도 보이지 않는 주인공의 캐릭터에 대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보통의 형사 시리즈라 하면 주인공인 형사의 주된 활동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석한 두뇌활동과 행동을 기대하는데 이 책의 벡스트룀 시리즈는 그런 전통을 무시한다.
부패한 경찰, 경찰 내부 안에서 벌어지는 인종 간의 차별 시선과 이민자들에 대한 그들의 실 생활상, 여기에 살인사건이 겹치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이민자들의 후손들이 벌이는 금고 탈취사건과 보안요원 살인까지를 두루 보이는 내용들은 스웨덴이란 복지국가가 겪고 있는 여러 다양성의 존재들을 사건을 통해 재연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사건에만 치중하는 것만이 아닌 전체적인 사회상을 엿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기존의 형사 시리즈들 중에서도 알코올 중독에다 자신의 서투른 행동들 때문에 벡스트룀처럼 좌천당하거나 정직당하는 형사 시리즈는 많다.
하지만 벡스트룀처럼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며 상사와의 불화나 자신의 행동을 미화로 승격시켜 용감한 형사로 거듭나는 일말의 행동 처신들은 확실히 다른 형사 시리즈와는 차별화되는 인물이다.
용을 죽인 형사, 결국 법을 무너뜨리는 악의 근원을 차단시킨 벡스트룀의 역량이 마지막에 범인과의 대결을 통해 한방으로 책 전체적인 내용을 마감할 수 있었지만 이 모든 한 장면을 위해 너무 느리게 진행된 감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이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나라 정서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다음 시리즈에서도 여전히 그의 이러한 고정화된 형사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니 적어도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스웨덴이란 나라가 겪고 있는 이민자, 혼혈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인 문제점들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만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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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된 범죄학적 증거와 검증된 수사 경험, 그리고 경험 많은 경찰관이 오랜 세월에 걸쳐 갈고닦아온 유구한 직감을 통해 추론한 모든 내용은, 결국 완전히 잘못돼 있었다. 범죄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평화로운 나라 스웨덴의 도시 스톡홀름. 그곳에서 전직 회계사인 칼 다니엘손이 둔기에 머리를 얻어맞고 목이 졸려 사망한 채 발견된다. 여러 가지 정황상 다니엘손은 술고래임이 드러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 역시 불법적으로 축적된 것임이 밝혀진다.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한 술고래의 죽음. 하지만 그 이면에 돈 세탁과 횡령, 비리가 얼기설기 얽혀 있었고 전직 경찰도 동원돼 있었다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니엘손의 죽음을 밝혀내려 수사를 계속하던 중, 다니엘손의 죽음을 경찰에 알린 이민자 출신의 신문 배달부 아코펠리가 호수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흔적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피해자의 물건을 이용해 결박했다는 것이 다니엘손의 죽음과 무척 흡사해 연속 살인 사건임이 확실시된 상황. 그런데 이 살인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무능한데다 부정부패를 일삼는 ‘최악의’ 형사 벡스트룀 경감이다. 솔나 경찰서로 새롭게 부임하게 맡은 첫 번째 임부를, 언제나 그렇듯이 ‘직무 유기’와 ‘술’로 시작하는 이 형사. 벡스트룀 이즈 백, 애즈 올웨이즈. 태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의 새로운 하루를 밝힐 무렵, 구치소에는 서른세 명이 들어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무능한 형사 벡스트룀은 수사를 시작하기는커녕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흥청망청 돈을 써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최악의 형사, 불법과 비리와 온갖 술수를 쓰는 이 벡스트룀 형사는 과연 이 두 건의 연속 살인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최악의 형사’는 ‘국민 영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용을 죽이는 자가 공주와 왕국의 절반을 얻으리니. <용을 죽인 형사> 속 주인공 형사 벡스트룀에게서는 정의구현, 진실, 청렴이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서도 찾을 수가 없다. 보통의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상, 책 속에서만이라도 구현될 것 같은 정의의 승리는 발견되지 않는다. 현실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평범함’을 넘어선 악당 벡스트룀 경감. 인종과 성을 차별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물론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이민자들을 혐오하고 무능한 이 형사는 당신이 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 <용을 죽인 형사>에서도 알 수 있듯, 여기서 ‘용’은 정의구현을 막는 모든 악을 표상한다. 그리고 책 속에서 등장하는 악, 그러니까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을 해결해 낸 형사는 다름 아닌 벡스트룀이니까 그가 용을 죽인 형사라는 칭송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벡스트룀의 비리와 그의 역대 행적들로 인해, 황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범인을 잡게 된 것이라면, 당신은 믿겠는가? 물론, 어디까지나 선택은 독자들의 몫이다. <용을 죽인 형사>는 과연 진짜로 용을 죽인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