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날들이다. 언론을 통해 회자된 것들은 일부분일 뿐, 밝혀지지 않거나 꾹 참고 입을 닫아버린 일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비대칭 관계가 당연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디까지가 근로자의 인격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14쪽)” 재벌, 임원들의 폭언, 상사나 동료의 괴롭힘, 성희롱, 임금 착취를 당하는 근로자들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어느 정도까지 참아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워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한 백화점에선 진상 고객이 근로자에게 험한 욕설과 폭행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선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진상 고객을 말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이처럼 인권을 무시당하는, 수직적 상하 관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디서나 존재한다. <인권이 없는 직장>은 실제 한국의 노동 속에서 ‘갑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다양한 노동 형태만큼이나 갑을 노동의 모습도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직장 내의 괴롭힘, 직장 내의 무례함, 직장 내의 성희롱, 비공식 고용과 열정 페이, 진상 고객의 갑질, 노동 감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현실을 파악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존재하긴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 정도와 별개로 법적 규제와 처벌의 판단은 애초에 수직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직장 내에서 애매모호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케이스와 그에 따른 해결책을 알려주는데, 일단 중심이 되는 주장은 근로자 인권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포괄적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 내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경우,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 문제로 파악할 것,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을 담당할 것이 요구된다.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 과잉 친절을 방지한 세심한 인사 관리가 요구된다. 결국 고통을 주는 ‘가해자’의 처벌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조, 조직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딱딱한 문체와 나열식으로 쓰인 글이 읽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올바른 노동’에 대해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직장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람의 ‘심리적 부검 (자살로 사망한 사람과 관련해 수집된 포괄적 정보를 분석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방법)’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사회적 타살로 인해 한 사람의 생명이 스러지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슬프지만, 그 사람의 마지막을 정리해주는 것이 조금이나마 인권을 보듬어주는 것이라 여겨졌다. 아,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일하는 어떤 곳이나 스트레스는 있겠으나,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 괴롭힘은 부디 없어졌으면 좋겠다.
● 40쪽, ● 73쪽, ● 12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