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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엄마가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 가족끼리 어디 놀러간 기억이 없다. 찍은 사진도 없고. 그렇다고 사춘기 때 엄마와의 잦은 갈등이나 다툼이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창 민감한 때에 엄마와 아빠의 다툼을 항상 보면서 컸다. 결국 20대에는 엄마와 딸로서의 시간보다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부모의 잦은 다툼이 자녀의 자존감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교회에서 예배와 모임이 밝고 착하고 배려심 많은 성격이 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마 마음의 결이 내가 좋은 것 같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없이 지금까지 무탈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아니면 상처가 되었는데, 그 상처를 회복하는데 흡수력 좋은 연고를 가지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내 삶이 감사하다. 엄마와 딸로서의 추억이 될만한 연결고리가와 상처가 되는 기억들이 별로 없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지금은 마음 한 켠엔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다정다감하지도 애틋하지도 않았던 관계였지만 표현하지 못한 마음 속 고마움으로 남는다.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자식 키우느라 당신의 삶이 고달픈 날들도 있었을텐데....
딸로 살아온 나날보다 이제 엄마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 나도 내 아이에게 정성을 들일 때다. 그 정성은 더 많이 안아주는 것이다. 그 사랑이 일방적이지 않도록. 책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를 읽었다. 페미니즘 책 읽기 3월의 도서이다. 이때까지 읽어왔던 책들과 결이 좀 다르다. 여자의 삶, 엄마와 딸들 이야기가 있다. 그 속에 또다른 대물림되는 상처가 있다. 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짐이 되고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는 심리적으로 꽁꽁 묶여있는 결합들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도 어렵고, 타인과의 관계도 어그러질 수 밖에 없는 안에서 곪아가고 단단해져가는 아픔들을 가진 세상의 딸들이 너무 많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필요한 존재, 한 사람이라도 관계 속에서 나가려고 하면 고통이 되는 순간들. 본의 아니게 구속이 되고, 자유러움을 망각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힘겨워하는 엄마와 딸. 이런 관계 속에서 결국 나를 잊어버리고 자존감은 바닥이 된다. 시간이 흘러 무엇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너무 공고하다. 글 쓰는 상담심리사인 저자는 상담실 안팎에서 듣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이 책을 썼다.
딸이 아이로서 엄마를 향해 푸었던 강렬한 욕구와 기대 때문에 딸은 엄마를 현실이 아닌 환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환상 때문에 딸들은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더라도 엄마로부터 심리적인 독립을 감행하기 어렵습니다. 상처를 준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환상을 가지고 있기에 끊임없이 상처받기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엄마와 딸들 사이 적절한 거리 찾기를 연습할 필요가 있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선이 엄마와 딸에게도 필요하다. 미성숙한 어른, 어른 아이가 우리 속에 여전히 있는데....... 책임감과 부담감,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상처로 남은 어릴 적 마음들이 여전히 어른이 되고 나서도 불쑥불쑥~ 들어오는데, 그 감정들을 소홀히 한 채 여전히 불안해하고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엄마 때문에 잘 해야 하는 척, 완벽한 척 해야했고,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부단히 다른 사람과 비교해야했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했고, 나는 그냥 온전히 '나'이고 싶은데 착한 00가 되어야했다. 내 삶이 아닌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했기에 행복하지 않았고, 내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남을 용서하는게 쉽지 않았고, 주변의 눈치를 항상 봐왔기에 '나'다움을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내 상처를 솔직하게 마주보며 나를 찾기 위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딸들의 고민과 노력들을 엿보았다. 이 책을 지금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의 엄마로서 읽어본게 너무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창 예쁘고 꽃 피울 나이에 이런 걱정을 하며 힘들게 걸음을 딛는 딸들이 너무 많구나. 그리고 본의 아니게 딸들의 고민에 부담감을 안겨주는 엄마들도 참 많구나. 대화가 필요하고, 잘 들어주고 ,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특히 「9번째 이야기, 누구에게나 한번은 홀러서기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옵니다」에서 마음이 닿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