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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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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아내로, 자식들의 엄마로만 살아온 20년의 인생. 그곳엔 그녀가 없었다. 남편의 지위가 나였고 자식의 성공이 나였다. 그것만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다. 누군가를 통해서만 내가 존재했다. 어느날 문득, 잔잔한 호수와 같던 인생에 아들이 돌을 던진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그녀는 그 파동이 당황스럽다. 왜.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녀는 아들을 이해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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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아내로, 자식들의 엄마로만 살아온 20년의 인생. 그곳엔 그녀가 없었다. 남편의 지위가 나였고 자식의 성공이 나였다. 그것만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다. 누군가를 통해서만 내가 존재했다. 어느날 문득, 잔잔한 호수와 같던 인생에 아들이 돌을 던진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그녀는 그 파동이 당황스럽다. 왜.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녀는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라오스, 몽골, 일본... 여행을 하면 할 수록 깨닫는다. 여행은 아들이 아닌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고, 무거운 삶의 짐을 하나씩 버리는 여정임을. 

여행을 통해 마주한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수십 년간 두손에 꽉 쥐고 있던 것을 하나 둘씩 놓아갈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자신을 이해하고, 아들을 받아들이자 비로소 그녀에게 봄이 왔다.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은 후 나는 박수를 치고 말았다.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그리고 축하한다고. 다시 겨울이 올 지언정, 그녀는 더 이상 추위에 떨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계절은 다시 오고 또 가는 것임을 이제는 알기에. 더욱 따스할 그녀의 앞날을 위해 다시 한 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c*****e 2018.07.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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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삶으로부터 한 발 떨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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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삶은 자녀에 의해 완성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이 이 말을 철썩 같이 믿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잖은 비용을 들여 최고의 학원에 등록하는 것을 비롯하여, 수많은 노력을 쏟은 끝에 모두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대학에 기어코 자녀를 입학시키고는 한다. 대학을 졸업해야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 넘쳐나는 비정규직 밭에서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를 고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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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삶은 자녀에 의해 완성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이 이 말을 철썩 같이 믿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잖은 비용을 들여 최고의 학원에 등록하는 것을 비롯하여, 수많은 노력을 쏟은 끝에 모두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대학에 기어코 자녀를 입학시키고는 한다. 대학을 졸업해야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 넘쳐나는 비정규직 밭에서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를 고를 수 있으려면 대학 졸업장은 필수다. 하지만 버젓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에 연거푸 실패하는 이들이 넘친다. ‘N포 세대는 포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함으로써 부모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 걸 감안한다면 저자의 자식 농사는 훌륭했다. 영재원과 과학 고등학교라니,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할 곳에 아이들은 진학했다.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을 줄로만 알았는데,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대로 성장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건 공학이 아니라고 선언하더니, 성공이 보장된 것만 같았던 길에서 이탈하기까지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따져보았으나 결론이 없었다. 그저 조금만 참고 견디어 달라고 읍소하는 게 행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자는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여행을 떠나려 했던 건 아니었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서만 살아왔던 이에게 홀로 하는 여행은 너무나 힘든 것이었다.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 것은 모 대학에 개설됐다던 여행 작가 과정이었다. 여행 작가를 하려면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말에 눈 딱 감고 카메라를 구입했을 정도니 아마도 여행 작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신청했을 것이다. 서울로 공부하러 간다는 말에 주변 반응이 시원치 않았던 건 당연했다. 그 나이에 뭣 하러 고생을 사서 하냐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고, 역시나 서울의 번잡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래갖고 과연 여행이 가능하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그에게는 눈앞에 보이는 남산에 오르는 일조차도 버거웠다.

처음 여행지로 삼은 곳은 하필이면 라오스였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삶이 흘러가는 곳이 바로 라오스이다.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가 매력적이어서 오늘날엔 여행지로도 사랑받고 있다고 하지만, 그곳의 가난을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사진 봉사라는 말에 덜컥 신청했다. 전문가라 칭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합동 사진전을 개최하며 그간 잊고 지내온 제 이름 석 자를 되찾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의 여행은 일상으로의 회피와도 같았다. 이제껏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것들을 가급적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고, 그리하면 마음이 맑아지리라 믿었다. 가난이 불쾌하리라 믿었던 건 나의 오만함 탓이 컸다. 저자는 나와는 달리 오히려 가난으로부터 소박함을 발견했다. 그건 강요 아닌 선택이었다. 너무도 많은 것을 끌어안고 힘겨워 하는 것이 선택이듯이. 저자의 생각은 이내 제 삶으로 향했다. 어느 순간까지 엇나감 없이 자라준 자녀에게 선택의 기회가 과연 있기는 했을까.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녀에게 자신의 결정을 따를 것을 명해온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픈 것을 결코 하지 못할까봐 두렵다는 그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아직 전적으로 자녀의 생각에 수긍할 자신은 없었지만, 왜 자신의 기대와 다른 길을 자녀가 택했는지 비로소 헤아릴 수 있었다.

이후 저자는 남편과 함께 몽골 여행을 떠났다. 서울과 흡사한 모양새를 띠고 있는 울란바토르로부터 벗어나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삶을 잠시나마 살았다. 오랜 시간 침묵이 흘렀고, 시선은 자꾸만 창밖으로 향했다.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엔 어쩌면 서로의 상처가 너무 컸던 것일 수도 있다. 서울에선 행할 수 없을 경험들이 축적됐다. 아마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 또한 서울의 것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모든 게 달랐다. 다름이 결코 비난의 이유가 되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누구보다도 가까워야만 했고 서로를 잘 안다 자부했지만 실상 그들은 달랐다. 다름을 재단하려 들었고, 고슴도치마냥 온몸 가득 돋은 가시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거리도 허락하지 않았으니 서로 아파 울었다. 놓아버림. 대개가 이를 실패와 포기로 해석한다. 저자 또한 예전에는 자녀를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히려 적절히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를 유지하니 모든 게 편해졌다. 비록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과거보다 더 이상적이라는 점을, 이제 저자는 인정할 것이다.

너무 잘 하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역으로 실수가 늘었다. 매순간 온몸 가득 흐르는 긴장감이 오늘도 나에게 소화불량과 각종 통증을 야기했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나를 놓아주고, 현실을 놓아주기 위한 여행.  

q*****2 2018.12.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