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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잔뜩 마신 다음 날 술꾼의 내장은 화주(火酒)의 탓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내장에 뿌연 연기가 낀 것처럼 내장의 고통은 뇌에 지령하고 지령 받은 술꾼은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노라고 작심을 한다. 일과를 마칠 시점, 해가 서산넘어 갈때 쯤 술시(戌時:7~9시 사이)라는 놈은 술꾼에게 넌지시 유혹한다. 어제의 술꾼의 다짐은 술의 유혹의 손짓에 굴복하고 만다.
대체 술이란 무엇인가?
천사와 악마의 딱 중간선이다. 천사가 되기 위해 술 마시는 사람 없고 악마가 되고 싶어 술 마시는 사람 드물다. 그 중간에 사람들은 희노애락애오욕을 술에 녹여낸다. 천사는 선천적으로 간이 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술을 먹을 수 있으면 모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이라 답한다. 악마는 술 속에 녹아들어 있는 알콜을 지나치게 간에 축적하다보니 간이 한 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매일 일정한 알콜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람의 정신세계를 가만 두지 않는다. 동전의 양면 보다는 무시무시한 천사와 악마의 공존이다.
작가의 표현대로 술은 물과 불의 조화다. 술이 인체에 과다 흡수되면 물을 달라고 안달을 한다. 물은 알콜을 순화시킨다. 불(술이 인체의 내장을 지배할때)이 넘 심하면 물로서 술을 다스리지 못하고 병원에 가서 포도당을 맞아야 한다. 포도당을 맞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만 술이 내장의 공간을 완전히 지배한 상태이기 때문에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일념 뿐이다. 어이쿠!! 딱 한번 그런 상태를 경험해봤다. 인간이 그토록 간사할지 몰랐다. 그 이후 죽어도 술과는 단절한다고 선언했지만, 술의 유혹은 술이 나를 이긴다.
태초에 술이 있었네 라는 제목에 끌려 酒를 선택했다. 신이 만든 물방이기에는 조금 미흡하다. 술에 대한 술 문화의 문화답사기, 술집을 소개하고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내고, 정치적 폭탄주의 의미와 서양과 동양의 술에 대한 스토리로 담겨있지만 술술 넘어가는 술이야기는 별로다.
발자크가 이태백이를 콕 꼬집어 빗대면서 하는 말," 사람들이 콜레라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데 알콜이야 말로 참으로 天災의 하나로 규정한다.태백이의 술은 任俠의 정신을 보았고, 神仙을 보았다고 한다. 그 시절은 자연과 함께하는 지고지선의 술 놀음이었을 것이다. 혼탁한 술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이 혼탁하고 공기 중의 공기가 술로 혼탁한 시절인 지금에 빗댄다는 자체가 비유가 안될 것이다.
술이 평등한 술집, 세상만사가 불평등관계로 얽혀 있지만, 잘난 놈, 못난 놈, 돈 있는 놈, 돈이 없는 놈, 세상에서 유일하게 평등한 공평한 술집이 있어 다행이다. 갈비도 세상도 술도 평등한 술집, 서서갈비, 신촌로타리에서 서강대교 가는 길, 기차 굴다리 근처에 이대현 씨가 운영하는 '서서갈비집'이다.
술이 천사와 악마를 노래하지만, 평등 그자체를 노래한다. 서서갈비의 3대 특징은 상호 그대로 모든 사람이 '서서' 먹어야 한다. 잘난 사람,못난 사람, 돈 있는 사람, 가난한 사람, 주인도 서서 먹어야 한다. 그야말로 평등의 술을 술술 마실 수 있다.
그 다음, 품질의 평등이다. 질의 상중하도 없고, 양의 상중함도 없다. 그냥 1인분 18,000원인 갈비를 자기 양대로 시키면 된다. 반찬도 누구에게나 마늘, 풋고추, 고추장, 양념장 뿐이다.
마지막, 반칙 곧 힘 있는 자들의 '특권'이 허용되지 않는다. 손님이 밀릴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밖에서 차례대로 기다려야 하며, 운이 좋아야 드럼통 하나에 다른 팀과 함께 '서서(합석이 아니다) 먹어야 한다.
평등과 특권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술집, 세상만사 다 느껴 봐도 술만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비우는 것이 술 잔만 비우는 것이 아니더라도 술줘라는 술은 말하더이라. 법정스님의 무소유도 무조건 가지지 말라는 의미도 아니라고 술 마시고 깨친 님이 말하더이라, 내려 놓는 연습도 술이 필요하더이라. 그는 세상의 물질을 가진 멋진 사람이지만 탐욕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사람이더이라.
태초에 술이 있어를 읽고 서평을 써 내려가는 중에 객이 한 잔 어떠이까? 라는 늬앙스에 무심코 함께 대작 아닌 우리의 술 소주와 함께 하면서 우리의 음식인 술을 마시며 이 느낌, 역시 술은 수리수리 마수리 마수걸이이면서, 막걸리 이기도하고, 인생을 터 놓는 매개체, 허허실실 보다는 따뜻한 인간됨의 교감이 교차하는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가 곧 술인 줄 아뢰오.
음식문화학교 교장 답게, 중년의 시인들이 옛날을 추억하고 간직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술 문화를 얘기하고 있네요.
알콜의 폐해인, 지나친 음주만 통제한다면 언제나 대가와 비용을 통제한다면, 알콜 중독의 비극과 사회적 질환을 통제한다면, 술은 신이 빚은 물방울이기에 찬사를 보낼만 하더이라. 술은 현실을 비켜가지 않은 이유가 술이 요술을 부리는 이유이기도 하네요.
꼿꼿한 술,솔송주를 기약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