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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문제 해결을 위한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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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페미니즘을 알게 된 것은 내게 정말 행운이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이상야릇한 일들, 누구에게 묻기에 시시하게 취급되거나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 대부분 해명됐다. 유독 나만 겪은 게 아니라 대부분의 여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가부장제 사회에서 겪는 불쾌한 일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내게 페미니즘 독서는 심리학만으로는 채워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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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라도 페미니즘을 알게 된 것은 내게 정말 행운이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이상야릇한 일들, 누구에게 묻기에 시시하게 취급되거나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 대부분 해명됐다. 유독 나만 겪은 게 아니라 대부분의 여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가부장제 사회에서 겪는 불쾌한 일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내게 페미니즘 독서는 심리학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사회적 자아인 '나'를 발견하게 하고 사회적 약자로서 모순된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희망을 찾기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되어주고 있다.

 

  이 책의 서장에서 김은실은 페미니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스트들의 이상은 남자와 같은 대우를 받고, 남자와 같은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남성과 같은 권리를 갖고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상정하고 있지만,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자가 남자와 같은 대우를 받겠다는 정치적·사회적 비판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포함한 남성 그리고 타자들의 해방에 대한 전망을 갖고 시작된 사상이고, 운동이고, 지식이다.(19쪽)

 

 김은실은 1929년을 기점으로 일제 식민지 한국과 제국주의 침략 국가 영국과 프랑스에 살았던 세 명의 페미니스트들의 삶을 간략히 조명한다. 근대적 인간이 되고 싶어 했으나 '구여성'에서 벗어날 수 없어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자신의 경험을 잡지에 발표했던 나혜석, '시간의 단속성과 장소의 불연속성' 속에서 참고문헌을 필요로하지 않는 소설을 쓰며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개념화하고 논쟁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1년간 글을 쓸 수 있도록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자기만의 방>의 버지니아 울프, '여성의 모든 역사는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 <제2의 성>의 시몬 드 보부아르가 그들이다. 이들의 삶을 통해 김은실은 페미니스트들의 물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질문이 놓인 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권력 체계와 어떻게 닿아있는지 살피는 것이 비판으로서의 페미니즘이 '끼어들기와 새판 짜기'를 하는 방식이라 말한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논문은 최근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처한 다양한 위치와 문제를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 폭로 후 피해자가 처한 피해자화의 문제, 여자도 군대에 가면 성불평등이 해결될 수 있는지, 가출과 소셜 미디어 세계에 빠진 10대 여성들, 저출산 정책과 다문화 정책의 문제 등을 비판하며 더 나은 해결을 위한 문제 제기를 한다. 

 

 <성폭력 폭로 이후의 새로운 문제, 피해자화를 넘어>에서 권김현영은, 성폭력 피해자로하여금 피해자로서만 말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피해자의 고통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해 고통을 만들어낸 조건을 간과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군대 가면 평등해질까: 신자유주의 시대의 병역과 젠더>에서 정희진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병역이 '군대=남성성'으로만 환원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군대와 평등의 열결고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성매매 여성 '되기'의 문화경제>에서 김주희는, 성매매 여성의 소비 구조를 추적하며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시장에서 요구되는 여성성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성산업 경제의 맥락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여성성 자체가 성매매 여성들의 생산요소이자 다시 성산업 구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10대 여성들의 자기 보호와 피해>를 쓴 민가영은, 10대 가출 여성들이 놓여있는 구조적 위험을 드러내며 보호주의와 자기결정권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접근을 해야한다고 제안한다. <여자 아이돌/걸 그룹과 샤덴프로이데: 아이유의 <챗셔> 논란 다시 읽기>에서 김신현경은, 아이돌/걸 그룹에 대한 환호와 혐오는 그 자체로 젠더 권력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다른 영역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할 것을 주장한다. <10대 여성의 디지털 노동과 '소녀성'>을 쓴 김애라는, 화장과 다이어트, 여행과 카페 투어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해 소셜 미디어 세계에서 자발적 생산자가 되고 있는 10대 여성들이 누리는 자유와 자율에 문제 제기한다.

 

 <저출산 담론과 젠더: 여성주의 비판과 재해석>을 쓴 서정애는, 저출산을 인구 문제로 접근하는 현실을 드러내고 인구정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변화하고 있는 여성들의 삶과 욕구에 대해 고려하고, 자녀 양육의 사회적 책임과 출산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제고할 것을 주장한다. <다문화 시대 이주 여성의 이름과 젠더>에서 이해응은, 자신이 이주자로서 경험한 한국 사회의 공허한 다문화 정책을 비판하며 이주자들의 자원과 능력을 한국 사회로 초대해 공존하는 문화 윤리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젠더 관계가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식과 이슈들을 만났다. 피해자의 피해자화의 문제, 양성평등으로 제안되는 여성의 군대 문제, 소셜 미디어에 빠지는 10대 여자아이들,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저출산과 다문화 정책 등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 서장에서 김은실이 "이미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문제는 '피해자 여성'에 대한 논의를 넘어 제2, 제3의 라운드를 맞고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 책에서 각각의 글쓴이가 제안하는 문제들은 '젠더 정치학의 관점에서 새로운 세계를 제안하는 지식 혹은 논의이고,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판'다. 한국 사회가 처한 현재와 미래의 젠더 문제들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볼 만한 비판들이 더 나은 문제해결을 위해 공론화되길 바란다. 

 

 

a*******5 2018.09.30. 신고 공감 9 댓글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