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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황인숙의 시집을 미친 듯이 사모으던 작년에 읽지 않고 넣어 두었다가 오늘에서야 읽게 된 시집. 너무 자주 읽어야 할 것들을 뒤죽박죽 만들고 미루고 제쳐두고 그러지만 때론 어느 순간 저절로 내 눈에 띄어 내 손이 가게 만드는 책들도 있다. 오늘은 이 시집이 눈에 띄었다.
봄눈 온다
나무가 눈을 뜨면 저 눈은 자취도 없을 것이다. 나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눈 자기를 깨운 것이 봄바람이거다 봄비거나 봄볕인 줄 알겠지. 나를 깨운 것은 내가 막 눈을 뜬 순간 내 앞에 있는 바로 그가 아닐지도 몰라. 오, 내가 눈을 뜨기도 전에 나를 바라보다 사라진 이여 이중으로 물거품이 된 알지 못할 것들이여. – 10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