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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사키 시키부 일기/무라사키 시키부/정순분/지만지/2011 헤이안 시대 최고의 소설 <겐지이야기>의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 가 당시 권력을 잡은 후지와라노 미치나가의 의뢰로 궁중에 출사하여 미치나가의 딸 쇼시 중궁이 황자를 출산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어지는 잔치 과정들을 빠짐없이 기록하라는 명을 받아 쓰게 된 글이다.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한 글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뛰어난 관찰력과 섬세한 표현력이 잘 드러나 있어 당대 궁중 의식을 잘 표현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사 상당 부분이 일기가 아니라 르뽀지 형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 같은 면모 역시 있는데, 저자가 직접 지근 거리에서 당대 최고의 권력자와 그의 딸일 중궁 그리고 덴노를 비롯한 숱한 공경대부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여방들을 직접 보고 겪은 것을 담고 있기도 그 자신과 미치나가의 미묘한 썸?이라 할 만 내용이 있기도 하다. 당시에는 꼭히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또한 남남 여여 동성 친구 사이라고 해도 와카로 우정을 표현할 때 마치 연인 사이인 것 처럼 표현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마치 연극처럼 그렇게 상정하고 와카 내기를 하기도 하였다 하니, 실제 관계는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 이 책에서 가장 말이 많이 부분은 책 후반부에 나오는 비평?(비난?과 호소?) 부분들일 것이다. 이전에는 찬찬히 기록을 남기는 문체였는데 갑자기 모노가타리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의 서간체 문체로 바뀌기도 하고 비교적 조심스럽게 글을 쓰는 것에서 꽤 대범하게 비평하는 면모도 보이기 때문이다. 역자는 이에 대해서 르뽀지 형식의 글은 조정에 들어간지 오래지 않아 상당히 긴장하고 힘들었을 때이고(실제 그런 내용이 글 곳곳에 있다) 이 글들은 이후에 쓴 것이라 어느 정도 관록도 붙어 이런 평을 할 만한 뱃심도 생겼을 때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유명한 세이 쇼나곤 폄하가 나오는 부분은 생각했던 것 보다도 좀 괴격해서 같은 사람 맞나 싶긴 했는데, 역자의 말대로 당시 궁중의 궁중의 상황을 보면 그만큼 이치조 덴노의 총애를 받기 위해 애쓴 쇼시 중궁이나 중궁을 모시던 무라카미 시키부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는 반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체에서 드러나는 성격을 봐도 세이 쇼나곤과 무라사키 시키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럼에도 당대의 가치관에서 별 벗어나는 것이 없는 즉 자신의 상전은 하늘 같이 받들고 아랫 사람이나 분수를 모른다 싶은 사람에게는 가차없는 모습을 보이는 비슷한 면모도 있더라는. 또한 자신은 잘난 척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호소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 부분은 오히려 약간 어이없기도 했다. 셀프 디스는 잘못 하면 오히려 재수없어지리 마련이니. 하긴, 어찌 보면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책의 부록에 역자가 쓴 관련 논문이 있어 함께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일반 독자로서 역자의 논문처럼 너무 심각하게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당시에는 산문의 여러 형식이 아직 전문적으로 나누어지지 않았을 때고 그런 구분이 필요하다는 의식도 없었을 것이다. 종이도 붓도 먹도 귀했던 시절, 호사가들만이 때로는 이렇게 때로는 저렇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을 때이리라. 글 쓰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그러한 기량을 펼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 가만 있을 수 있었겠나. 그리고 그 유명한 소설을 쓴 사람이 쓴 글이니 누군들 모으지 않았겠나. 그렇게 다소 난삽하게 섞인 채로 내려온 게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