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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이 책 출간 당시부터 읽고 싶어서 눈 여겨 보았던 책이다. 허리띠 졸라매는 생활이라 지르지 못하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는 소장하고 있지 않았고 좀 먼 도서관에 갈일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기에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미 다른 작은 책방 관련 도서들에서 만났던 책방과 책방지기가 대부분이라 생소하지 않았고 인터뷰 집이라 술술 읽혔지만, 분량이 500쪽이 넘는 이 책을 며칠 들고 나름 즐겁게 다 읽고서야 에필로그에서 뜨끔했다. 저자는 여러 책방지기를 만나 대화 나눈 후 ‘책방이 문을 닫는 시대’에 대한 책임은 아마존이나 대형 서점이 아니라 책을 사서 읽지 않는 독자에게 있다고 결론 짓고 있다. 그는 사야할 책이 생기면 곧 문을 닫을 듯 불안한 ‘모사쿠샤’에 굳이 찾아가 구입한다고 했다. 작은 책방에 가면 꼭 한 권 이상 사서 나오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에 공감 가는 행위였는데, 요즘 바빠서 책방 투어를 하지 못했기에 추워도 좀 더 의지를 내어 다니자는 생각을 했다. 그간 작은 책방 관련 도서를 몰아 읽다보니 다음과 같은 논쟁이 반복되었다. 작은 책방이 책만 팔아야 하는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고객도 찾아올 수 있도록 잡화 판매, 카페, 행사 운영을 병행해야할지? 작은 책방 재정과 공간에 한계가 있으므로 책방지기가 팔고 싶은 책 위주로 큐레이션을 할지, 오프라인 서점이 위치한 동네 사람들이 원할 만한 책도 일정 비율 비치해야할지? 헌책을 취급할지, 신간을 취급할지? 책방은 꼭 고정된 공간에 만들어야 하는지, 책에 대한 전문가는 책 파는 일 뿐만 아니라 어디까지 자기 일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어떤 책을 팔아야 하느냐에 관해 일단 공항에 자리해 오래 운영해온 북스 후지 책방지기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책방이 자리한 위치가 그러하다보니 책방에는 비행기에 관한 전문서와 함께 여행 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비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책에 관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편협하게 어떤 책 들이기를 거부하는 자세를 피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인상 깊은 서점은 역시 표현물 검열에 반대해온 ‘모사쿠샤’다. 신좌파와 우파 정당 선전물이 한 공간에 동시에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고,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주요 고객은 사상 경찰이라고 한다.
바흐(자기 이름 이니셜을 거꾸로 만들어 붙인 책방 이름!!)의 하바 요시타카는 일본 서점들이 도매상에 기대 배본 받는 방식에 따르는 고질적 문제를 다시 지적하고 있다. 조만간 책방을 만들 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가 책방지기라면 역시 팔고 싶은 책으로 책방을 구성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을까 싶다. 일단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를 그 좁은 책방에 비치하는 일은 정말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이 책에도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놔도 팔리지 않아요, 아마도 이미 다들 가지고 있는 거겠죠.’와 같은 발언이 나온다). 스스로를 북 디렉터나 북 코디네이터로 지칭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간에 책을 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읽을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그들 관심사와 새로운 책을 세심하게 연결 짓는 작업을 한단다. 사내 도서관에는 그 직업 분야에 대한 책을 놓지 않는데 왜냐하면 쉬려는 독서를 하려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칭에 관한 책 등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실용서를 둔다. 비슷하게 알츠하이머 관련 병원에도 치료에 대한 책을 놓지 않고 환자 가족이 가볍게 힐링할 수 있는 도서를 비치한다고 한다. 여고 도서관에 그들이 좋아하던 만화, 게임과 관련된 작가의 소설들을 연결 지어 소개하거나 층마다 예쁜 북카트를 두어 접근성이 좋게 만든 실험이 인상 깊었다. 동물원 도서관을 정문 바깥으로 빼어 동물 관련 학술서적 뿐만 아니라 동물을 다룬 그림책 등 가벼운 책도 비치해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올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에 소개한 여러 책방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는지까지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들을 보면 이분들이 바로 책에 대한 전문가이고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북 트럭과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미타 슈헤이를 비롯한 여러 책 전문가는 앞으로 오프라인 작은 책방은 원하든 원치 않든 책만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관련 있는 여러 물건을 함께 취급하는 공간이 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형 출판사 편집 과정에서 상업성이 부족하다며 잘려나간 기획을 문건으로 현실화하는데 비교적 자유로운 독립출판물이 그런 책방을 구성한다. 이를테면 소수이지만 분명 수요가 있는 ‘대안적인 삶(라이프스타일)’, 타자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의 방식을 소재로 한 표현물들을 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기술적으로도 출간이 가능해졌고 판매할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이 책 저자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그런 공간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고, 부디 그 책방 나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오래 살아남아 독특한 표현물들을 접할 기회를 보장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맥락에서 교사로서 나는 중학교에서 진로 교육할 때, 가까운 미래에 변화할 사회상을 제시하며 작은 책방지기와 같은 삶도 가능하다고 애써 소개하고 있다. 현대에 ‘1인’, ‘독립’ 같은 수식어가 유행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거나 물건을 제작, 판매할 때 개성과 다양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 책에서 여러 사람이 발언했듯, 책방지기는 작은 책방을 나름대로 편집한다. 작은 책방에 관한 책을 몰아 읽으면 읽을수록, 책방 개념 정의를 아주 넓게 잡는다면 이런 공간도 책 덕후가 제안하는 편집 책방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 블로그도 내가 읽은 책들을 통해 내 머릿속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황송하게 파워문화블로그 딱지를 달고 있는 여기는 2007년부터 10년 넘게 공들여 꾸준히 독서 기록을 누적시켜온 내게는 소중한 공간이다. 나는 여기서 요즘 내 관심사, 고민, 희망, 배운 내용들을 드러낼 수 있다. 리뷰를 읽은 이는 책에 구미가 당기면 찾아 읽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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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권태기(독태기)가 온 것 같았다. 어렵지도 않고,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데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책이 읽히지 않았다. 다행히 읽고 싶은 마음만 한가득. 만약 독태기에 읽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은 책을 만났더라면 독태기 시간이 더 길어졌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