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마다 플랭카드가 붙고 신문지상에선 연일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전체 중학교 중 0.04%인 12개 학교가 왜곡교과서를 채택함으로써 교과서를 통한 일본 우익의 반격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역서는 바르게 기술되고 있는걸까? 이즈음 난 아직도 청산 되지 않은 친일파문제에 관한 책을 몇권 읽었다. 그리고 알게 된 '반민특위'. 정식명칭은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순전히 호기심으로 반민특위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막상 책을 찾아보니 관련서적이 많이 부족했다. 그런 이유로 이 책 '잃어버린 기억의 보고서'는 소중한 자료로 가치를 갖는다. 부제 '증언 반민특위' 에서 알수 있듯 학술적 연구서는 아니지만 직접 반민특위에서 활동한 생존자들이 정운현과의 인터뷰속에서 당시 기억을 살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놀란 건 반민특위 활동에 대한 이승만 정권과 친일경찰의 방해공작이다. 검거 제 1호로 화신산업사장 박흥식을 체포하면서 반민특위는 활동을 개시했으나, '공정 냉철한 처리'를 요망한다는 대통력의 담화와 친일세력의 특위요원 암살음모, 그리고 국회 프락치 사건과 6.6사건등으로 반민법은 개정되었고 특위는 점점 와해되기에 이른다. 이에따가 거물 친일파로 지목됐던 인사들이 무죄판결이나 석방조치로 풀려났는데 이광수는 고혈압으로 인한 병보석, 최남선 주요한 최린 또한 병보석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 대조적으로 북한은 친일파 척결을 완벽히 이뤘는데 책속에는 조선노동당에서 근무하다 80년대 탈북한 신경완씨의 증언이 자세히 소개된다. 1949년 1월 활동을 개시하여 8월31일 공소시효가 만료될때까지 여론의 강력한 지지속에서 특위는 나름대로 반미자 처단을 위해 활동했지만 이승만 정권 아래서 결국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문제는 다시 역사적 과제로 남게 되었고, 이로써 민족정기의 좌절은 물론 해방후 민족사의 굴절과 왜곡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게된다. 그러나 특위위원들이 매일 복창했던 강령속에서만은 결의 가득한 그들의 의지를 읽는다. -.우리는 일제하 반민족 행위자를 색출하여 의법처리한다 -.우리는 민족정기를 바로잡아 나라의 기반을 다지는 역군이 되자 -.우리는 본분을 다하여 나라의 밑거름이 되자 |
| 반민특위에 참여했던 사람들 가운데 생존자들의 증언록이다. 반민특위, 우리 현대사의 결정적인 맹점에 직접적으로 관계했던 부분, 우리 현대사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런 부분은 이 책에 실린 증언들에서도 확인된다. 단 두사람(반민특위 총무과장 이원용, 반민특위 출입기자 조덕송)의 증언만을 읽었는데도 벌써 엇갈리는 부분이 나온다. 이러니 올바른 실체를 재구성하기란 얼마나 힘들지... 김상돈 반민특위 부위원장에 대한 설명은 새로운 사실이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반민특위의 주도인물이 정작 친일행위를 했다? 찬반을 떠나서 반대파가 공격의 빌미를 잡기는 제대로 잡았다. 그런데 이럴때는 누구를 욕해야 하나? 이왕에 공격하기로 마음잡은 놈들에게 그런 걸로 빌미잡는 것 욕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친일 행각을 벌인 부위원장을 자기 관리 못했다는 탓을 한다? ... 일단 답을 보류해 두자. 그렇다면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두지 않고 반민족 행위가 처벌에 대한 열정을 잃은 반민특위 참여자들과 국민들에게 침을 뱉어야 하나? 5지선다 고시는 떨어졌어도, 사지선다 학력고사는 잘 했는데, 3지선다는 왜 이렇게 못 푸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건, 정치의 세계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거다. 그래 흔히들 말하는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놈의 판이 그 모양이다. 진실이 뭔지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게임에 뛰고 있는 선수도, 그 게임을 바라는 관객도, 모두 다. 정운현이라는 사람 두 번째다. 임정국에 이어 제대로 된 친일파 연구가인 모양인데, 연구 취지나 열성은 좋으나 솔직히 글솜씨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겨우 글 두 개를 읽어보고 너무 지나친 단정일지 모르겠다. 분명한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거다. (5년전에 써 둔 글이라 정운현씨가 유명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