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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있던 사람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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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좋아한다.특히 내가 다녀 온 도시에 대한 기행문은 모두 구입해 읽는편이다.  내가 그 도시에 나쁜 기억을 갖고 있어도 또 어떤이는 좋은 기억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기행문을 읽으면서 혹시 내가 놓친 부분 이 없었나? 해서다.  많은 기행문들을 접했지만 학고재의 '세계문화 예술기행' 시리즈는 지금도 내 책꽂이에서 여전히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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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행문을 좋아한다.특히 내가 다녀 온 도시에 대한 기행문은 모두 구입해 읽는편이다. 

 내가 그 도시에 나쁜 기억을 갖고 있어도 또 어떤이는 좋은 기억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기행문을 읽으면서 혹시 내가 놓친 부분 이 없었나? 해서다. 


 많은 기행문들을 접했지만 학고재의 '세계문화 예술기행' 시리즈는 지금도 내 책꽂이에서 여전히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난다 출판사의 '걸어본다' 시리즈를 읽는 재미도 남다르다. 강석경의 '이 고도를 사랑한다'를 나는 지금도 사랑한다. 최근 출간한 김남일의 '수원을 걷는 건,화성을 걷는 것이다'도 흥미있게 읽었다.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그런 즐거운 마음을 갖고 구입했다. 베를린을 방문했을때, 그 기억이 너무도 좋아서 였을 것이다. 단, 구매 클릭하기 전' 잠깐' 고민했던건 몇년전 어느 소설가가 쓴 '베를린 일기'를 사서 낭패를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 이다.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산 내 책임이 컸지만, 얼마나 수준 이하였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난다 출판사를 믿었고, '걸어본다' 시리즈를 믿었고, 신진 소설가의 열 정이라는 것을 믿었다. 


 그런데 아뿔사! 


 미리보기에서 저자가 '여행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에서 눈치챘어야 했는데...그걸 몰랐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저자가 베를린에서 90일을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라는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여기서 저기서 빵 빵 터졌다.


 "일기를 쓰지 못한다. 그러므로 '베를린 일기'대신 영수증을 모았다.빈 노트에 그날의 영수증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이는 게 나한테는 일기 쓰기 비슷한 것이었다....정리안된 내 영수증 일부를 읽는 것으로 베를린 생활의 세부를 기억해내보기로 한다."(p83~84)


 저자는 신통한 능력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영수증에 찍힌 상호명과 주소,구매 품목,기격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일들도 떠오르'고 " 영수증만으로 '그날' '거기'를 갈때 '날씨'가 어땠는지,'동행'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동행이 있었다면 그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모두 알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확신이 들었던 것.'그날,거기,날씨,동행,대화 등이 갖추어지면 얼추 일기가 구성될 수 있는 것'이라는 대목. 아하!! 이런 방법으로 서울에 돌아와서 이 기행문을 썼구나. 그래서 여느 기행문보다 생동감이 떨어졌던 것.   


 하나만 더 얘기하자. 베를린에서 3개월을 있었다면서도, 그 자체가 슬픈 '베를린 동물원'을 가보지 않았다는건 큰 충격이 아닐수 없다.나 동물 싫어하거든? 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쓰겠다고 출판사와 약속이 되어 있었다면 가기 싫어도 거기만은 갔어야 했다. 베를린 동물원과 베를린은 동격이기 때문이다. 


 하긴, 음악의 도시 베를린(나는 비엔나도 그렇지만 베를린도 손색없는 음악의 도시라고 생각한다)에 가서 3개월 있는 동안 음악회는 단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나는 베를린에서 오페라 하우스(베를린 필하모닉 홀도 오페라 하우스라 그러는지 모르겠음) 에 가본적이 없다. 이말을 듣는 사람들은 아무리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렇지 베를린씩이나 가서 음악공연  하나도 보지 않은게 말이 되느냐고 추궁하는데.......어쨌든 그렇게 됐다'(p 195)고 아무일 아닌 듯이 얘기한다. 이대목에서도 빵 터졌다. 정말 게으른 여행자라는 것.


 그런데 그 다음이 더 웃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했느냐? 걸어서 베를린 골목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갔다'고 썼다. 저자도 잠깐 다뤘지만 베를린에는 '박물관섬'이라고 미술관과 박물관이 모여있는 섬이 있다. 저자도 뮤지엄 패스를 사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 다닌듯 하다. 그래서 이런 이상한 문장에서 또 웃음이 터졌다. 


 '여기에 모두 갔다. 세번을 간곳도 있다. 베를린에 90여일 머무르는 동안 나는 위에 적은 뮤지엄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아마도 내게 뮤지엄 패스가 있었기 때문일거다'(p198)


 그래서? 거기 가서 무엇을 봤는데? 모르겠다. 무엇을 봤는지.설명이 없다. 아마도 뮤지엄 패스 영수증으로는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했을 것. 박물관 미술관 마다 따로 표를 샀다면 서울에 돌아와서 그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텐데...정기권을 끊었으니 기억이 날리 없었을 것. 

  

 저자가 그래도 베를린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토믹 블론드'를 보았다니. 


'내 관심사는 오로지 배경인 베를린이었다. 영화속에 어느 장소가 나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p 228)


 아마 내가 이 책을 왜 구입했는지 저자는 이제야 비로서 이해할 것이다. 저자가 베를린에 갔다와서 '베를린 리포트'와 샤를리즈 테른의 '아토믹 블론드'을 보고 싶은 심정과 같을 것이니. 나는 '신진 소설가가 본 베를린'이 궁금했던거다. 그러니 난다의 '걸어본다 16편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를 보고 어떻게 책을 구입하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 


저자가 포츠담에 가서 무슨 느낌을 받았을까. 케테 콜비츠 미술관도 갔겠지. 카라바조의 '지상의 아모르' 베르메르의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을 보았을까.쿠담거리에 있는  캠핀스키 호텔  커피는. 혹시 꼽슬머리에 옹니인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 연주는 들었나. 훔볼트 대학 본관 계단에 적혀있던 마르크스의 그 글을 읽었을때 저자의 기분은 어땠을까 등등등

 

그러다 맨 마지막 p 233에 답이 나와 있었다. 이걸 읽고 저자를, 이 책을, 출판사를, 편집장을, 한국 작가를 지원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모두 이해하기로 했다. (이해하지 않으면 어쩔건데?)

 

'이 책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쉽게 써지지 않았다.(도대체 갔다 온지가 언젠데?) 써야 할것이 너무 많은데,정리는 되지 않았고(영수증으로는 한계가 있었겠지),급기야는 챕터가 40개가 넘어가기도 했었다.....삼개월 살아보고 감히 베를린에 대해 떠들고 있는 나에 대한 자기검열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    )안에 쓴글은 내가 쓴거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ps- 저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김명인의 '잠들지 못하는 희망'(학고재)  조이한의 '베를린,젊은 예술가들의 천국'(현암사) 꼭 읽어 보기를 



YES마니아 : 플래티넘 w****j 2018.10.2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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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과 모범이 내면화된 작가의 조금 심심한 베를린 브로슈어처럼... 한은형,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착함과 모범이 내면화된 작가의 조금 심심한 베를린 브로슈어처럼... 한은형,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내용보기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는 소설가인 지은이가 베를린에서 삼 개월 가량을 보내며 기록한 산문집이다. 여러 해 동안 지구에서 가장 힙한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던 베를린이다보니, 소설가인 작가가 바라보는 베를린이 궁금하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실린 글들이 힙하지는 않았다. 때때로 브로슈어처럼 베를린의 이곳저곳을 혹은 베를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것저것을 설명하고
"착함과 모범이 내면화된 작가의 조금 심심한 베를린 브로슈어처럼... 한은형,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내용보기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는 소설가인 지은이가 베를린에서 삼 개월 가량을 보내며 기록한 산문집이다. 여러 해 동안 지구에서 가장 힙한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던 베를린이다보니, 소설가인 작가가 바라보는 베를린이 궁금하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실린 글들이 힙하지는 않았다. 때때로 브로슈어처럼 베를린의 이곳저곳을 혹은 베를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것저것을 설명하고 있음에도 그랬다.


  “상식적이지 않고, 모험심이 별로 없다. 그런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도 할 수 있다. ‘했던 것을 다시 한다, 그리고 또다시 한다’가 나의 행동 방식에 가깝다. 가끔 이런 게 지루해져서 뭔가 새로운 걸 해보기도 하지만, 그러기까지는 정말 많은 결심과 독려와 채근이 필요한 사람인 것이다...” (p.12)


  지은이 한은형이 밝히는 지은이 한은형은 이런 사람인데, 어쩌면 글을 쓰고 있는 한은형이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 어딘가에서 또 어딘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어딘가에서 잠시 머무는 형태의 여행을 지은이가 좋아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세상의 어느 곳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더라도 지은이의 이러한 행동 방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어떤 답보가 있다.


  “‘그렇다면 왜?’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왜 이렇게 우유(와 함께 마시는 커피)를 사랑하는지 왜 이렇게 설탕(과 함께 마시는 커피)을 애호하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베를린을 떠날 때까지 풀지 못했다.” (p.61)


  그래서 책에는 해결되지 않는 작가의 호기심이 군데군데 등장한다. 도대체 그곳의 사람들은 왜? 하는 물음을 던지고 그 대답을 크게 갈구하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애써 그 궁금증을 해소하지도 않겠어, 그게 나야, 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다. 가 봐야지, 가 봐야지 하다가 여행이 끝날 때까지 가보지 못하는 베를린의 남녀 혼욕 사우나도 그런 곳 중 하나이다.


  “‘착하기도 싫다, 모범적인 건 더 싫다’가 나의 오랜 모토였던 것 같다. 착한 사람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연해지고 모범적인 사람한테 감동하기도 하지만, 내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한다고 해도 할 수 없다’가 더 맞을 것이다. 나는 내가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착하거나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고, 아주 일찍이 알았고, 그래서 나름 나의 노선을 정해왔던 것이다.‘ (p.146)


  이중부정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은이는 아마도 어떤 면에서 착하거나 모범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지은이의 모토는 지은이의 내면에 바로 그 착함과 모범이 도사리고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도드라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이에게 베를린이 내보이는 맨살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온통 치장을 하고 있는 모습도 아니고, 완전히 벌거벗은 것도 아니다.


  “나는 이토록 화려한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것도 인간, 다시 쌓아올릴 수 있는 것도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공포와 경이를 느꼈다. 인간을 혐오하는 인간도, 인간을 사랑하는 인간도 드레스덴에서의 나였다. 비관과 낙관을 오가며, 또 혐오와 사랑을 오가며 나는 신이 난 사람들이 발광하는 드레스덴의 비현실적인 밤을 걸었다.” (p.167)


  산문집은 난다 출판사에서 나오는 걸어본다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세상의 구석구석을 (나를 대신하여) 걷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이 만나는 사람과 공간을 지켜보는 재미로 내내 읽고 있다. 그런데 점차 해소되지 않는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를 대신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이 직접 나서서 바라보고 싶다는 심정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한은형 /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 난다 / 234쪽 / 2018 (2018)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8.05.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