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의 배신/유진규/바틀비/2018 마이클 폴란의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왠지 그런 비슷한 내용일 것 같다는 생각에 집어들게 된 책 맛의 배신입니다. 다큐로 나온 것을 정리한 것 같은데 그것도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책의 내용은 일단 먹고 사는 나라의 모든 여성들의 관심사 다이어트로 시작합니다. 일생 다이어트를 한번도 안 해본 저로서는 아주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식사 습관에 대해서 아주 설득력있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스턴트가 어떻고, 설탕이 어떻고, 밀가루 음식이 어떻고 이런 것들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런 애들을 끊을 수 없는 것인지, 왜 먹어도 먹어도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는지 아주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 큰 점수를 주고 싶네요. 모든 것은 바닐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나던 천연 바닐라가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수출 길이 막히게 되자 미국의 약삭빠른 식료품 업계가 가짜 향료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되죠. 그리고 4년만에 금방 맛만 보아서는 천연 바닐라와 구별하기 힘든 나름 깊은 풍미를 가진 바닐라 향을 개발해 냅니다. 이에 힘입은 각 나라의 수많은 조향사들은 세상의 모든 향을 가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조리 식품, 반조리 식품, 인스턴트 식품 등등의 개발에서 이런 가짜 향들과 착색료 거기에 방부제가 들어가면서 우리의 입맛을 당기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메로나라는 상당한 인기 아이스바의 주 재료가 메론이 아니라 참외라는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우리가 잘 먹는 게맛살도 실은 명태살을 가공한 것이죠. 그러면서 점점 우리가 생각하는 그 맛이 원래의 그 맛이 아닌, 이상한 세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게 다 마다가스카르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한 걸까요? 그게 계기가 되었을 뿐, 결국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요.
한참 동물성 기름이 나쁘다느니, 식물성 기름을 섭취해야 하느니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버터 는 동물성 지방이라 몸에 해롭고, 차라리 마가린을 섭취하라는 거죠. 불과 30년 전의 이야기 입니다만, 요새는 천연 동물성 지방을 이용해서 만든 생크림 케익이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가공유, 추출유가 더 나쁘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거죠. 지방이 몸에 해롭다고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지방 섭취가 줄어들면 치매가 온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뇌 자체가 지방 당어리죠. 지방을 옹호하고, 정제된 탄수화물 음식에 대한 공격이 최근 매섭습니다. 다 빼버린 정제 음식은 위험하지 않다. 부패할 모든 것들을 다 없앴으니까. 부패의 여지가 있는 비타민을 비롯한 모든 미량 원소를 다 없애버리고 맛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키게 되었죠. 단짠단짠... 그리고 맵... 그런데 어찌된 이유인지 음식을 먹어도 먹어도 먹었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많이 먹게 만들고, 그래서 오히려 더 위험하게 되었다!
이 책의 백미는 결국 파이토케미칼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그럴 듯한 바닐라 향을 만들어 내도 만들어낸 바닐라 향은 천연 바닐라의 10분의 1이 채 안되는 미량 원소로 이루어 집니다. 이걸로 우리 혀는 속일 수 있어도 뇌도 잠시는 속을 수 있어도 몸은 속일 수 없는 거죠. 시간이 좀 지나면 우리 뇌는 뭔가 부족해, 뭔가 이상해. 이게 아냐, 다른 걸 줘.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우리 몸은 점점 더 무거워 지고 대사가 느려지고 허약해 진다는 겁니다. 우리가 먹는 천연 음식 재료의 제각기 다른 향취는 우리에게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중요한 미량원소를 제공합니다. 단 음식을 먹고 느끼는 갈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도 느끼는 이상한 부족감을 채워주죠. 이 미량 원소들은 약간의 독성도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학자들은 토마토와 가지 같은 가지과 식물들의 독성을 경고하면서 정력에 좋다해도 독성 때문에 먹어서는 안된다고 항변합니다. 토마토, 가지 심지어 오이도 알러지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고 독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미묘한 독성이 우리가 과식하는 것을 막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미량원소들은 어느 정도 충족되면 그만 먹게 만듭니다. 알아서 식욕을 떨어뜨리죠.
걱정거리가 있다면 요새 음식들이 인스턴트로 만들어지지 않은 천연 재료를 이용해도 향미가 강하지 않다는 겁니다. 향미라는 것은 맵다거나 시다거나 이런 단순한 거 고도 뭔가 복잡기기묘묘한 복합적인 은은한 향미 말입니다. 요즘은 채소들도 노지에서 기르지 않고 하우스 재배를 하기 때문에 사시사철 먹는다고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풍찬노숙을 통해 길러지는 식물 자체의 영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다는 겁니다. 저도 시금치와 포항초가 같은 종자인데 노지에서 길러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설날이 금방 지났는데 딸기가 나고... 장마철에 황도가 나고 ... 그런데 밍밍한 황도가 나고 있죠... 이 세상에서 음식을 사서 해 먹겠다는데도 건강해 지기가 어렵다니, 약간 슬픈 느낌마저 들더군요. 이거 뜰 있는 집을 사서 이사를 해야 하는 건지.
마이클 폴란의 책이 부럽지 않는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음식이 옛것 같지 않다는 노인들의 말에 수긍하게 되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저 역시 읽으면서 느낀 게 많았네요. 다큐멘타리도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유튜브에 있을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