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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은 번스타인을 '유니버셜 지니어스(universal genius)'라고 불렀다. 작곡가로서 지휘자로서 피아니스트로서 저술 및 강연자로서 생명이 주어진 기간동안 번스타인은 자신의 넘치는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번스타인은 진정 20세기의 전형적인 르네상스인으로 불릴 독보적인 재능을 지닌 총체적 음악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2018년, 번스타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많은 기념 음반들이 발매되고 있다. 이 영상물도 그의 탄생을 기념하며 발매되었다. 이 영상물은 1981년 독일 뮌헨에 위치한 허큘레스 홀(Herkulessaal)에서 열린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실황 공연을 온전히 수록하고 있다. 이미 음반으로는 필립스사에서 발매한 바 있다. LP로는 5장으로 발매되었고 CD로는 4장으로 발매되었다. C-Major 발매사에서 소개한 것처럼 당시 연주는 실제 공연으로 연주된 것이 아니라 콘서트 버전으로 연주되었다. 그러니까 오케스트라 뒤에 가설 무대를 설치하고 가수들이 나와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지만 연기는 제한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주되었다. 막마다 약간 다른 디자인의 천막을 배경에 쳐서 분위기를 변화시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분위기이다. 실로 대단한 연주라고 평가하고 싶다. 3막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이 끝나고 청중들의 박수가 나올 때 이미 연주 시간은 4시간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막간의 약 15분 정도의 휴식시간이 있었다고 가정하면 이날 번스타인과 바이에른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그리고 허큘레스 홀을 찾은 청중들은 거의 5시간 동안 연주를 즐긴 셈이었다. 매 막이 끝날 때마다 번스타인은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모든 진액을 음악에 쏟아 부었으며, 트리스탄과 이졸데 모든 한 음, 한 음을, 마치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통달하고 있는 모습으로 지휘했다. 미국 출신 지휘자가 언제 이렇게 바그너 음악을, 독일어의 모든 세세한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섭렵했는지 그 음악적 재능에 경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번스타인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대한 관심과 해석은 그가 평소 존경했던 칼 뵘의 같은 연주와 비교함으로써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잘 알려져 있듯이 칼 뵘이 죽기 전에 아팠을 때 번스타인은 뵘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편지를 썼다. 언제부터 두 사람이 조우해서 서로의 음악적 이상향을 교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 곡, 트리스탄과 이졸데 연주에 있어서 번스타인은 분명 칼 뵘의 1966년 전설적인 바이로이트 실황에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다. 오케스트라 단원들 역시 번스타인의 예술적 재능에 압도 당한 것처럼 보인다. 이 영상물을 보며 만약 번스타인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완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트리스탄 역의 페터 호프만, 그리고 이졸데 역의 힐데가르트 베렌스. 두 사람도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1970~1980년대 전설의 가수들을 영상물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비르지트 닐손보다 베렌스의 음색이 훨씬 이졸데에 맞는 것 같다. 호프만도 빈트가센보다는 젊은 느낌이고 섬세하다. 이번에 나온 영상물은 블루레이와 DVD 버전이 있는데 블루레이라고 해서 음원 소스가 더 좋지는 않다. 아쉽게도 LPCM 사운드 하나만 지원된다. DVD와 다른 점이라면 디스크를 갈아끼우지 않아도 연속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뿐이다. 화질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블루레이나 DVD나 아무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옛날 TV 방송용 촬영처럼 거친 느낌이 있다. LPCM 사운드는 정확하게 어느 정도 스팩인지 확인은 안 되지만 청음상으로 16비트 사운드는 아니고 24비트에 최소 48kHz나 96kHz는 되는 것 같다. CD 음원보다는 한 수 위의 음질을 들려준다. 분명 화질만으로 평가할 때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본 공연이 갖는 역사적 가치를 생각할 때, 이렇게 나마 영상물로 발매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글 자막도 지원되기 때문에 긴 바그너 오페라를 감상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요즘 흉내만 잘 내는 원숭이처럼 예술을 겉 멋부리며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번스타인의 지휘를 보면서 '아 진짜 번스타인은 진정한 천재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2018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에 정말로 적절한 영상물로 평가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