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바다>를 학창시절에 있을 때는 너무도 지루한 소설이었는데, 몇 년 전에 다시 읽으니 감동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헤밍웨이의 단편집을 읽기로 했다. 헤밍웨이의 단편집은 첫 번째 출간작은 1924년의 <우리들의 시대에> 1927년에 출간된 <여자 없는 남자들>, 1933년에 출간된 <승자에게는 아무 것도 주지 마라>가 있다. 문예출판사의 <여자 없는 남자들>은 헤밍웨이가 출판한 원판을 그대로 완역한 책이다. 책소개들에 보면 " 상실과 고독, 폭력 속에 살아가면 여자에게 초연한 각약각색의 '여자 없는 남자들'을 그려낸 열네 편의 이야기"라고 씌여 있다. 흔히,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고 하면 2014년에 출간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당시에,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읽던 때여서 그 작품 역시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헤밍웨이의 이 단편선에 영감을 받아서 동명의 단편집을 냈다고 한다. 헤밍웨이의 <여자 없는 남자들>의 등장인물들은 투우사, 군인, 권투선수, 노동자, 술꾼, 살인자 등이다. 여자와는 초연한 남자들이라고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작가 자신은 여러 번의 결혼, 불륜, 이혼 등을 거듭했으니 여자 없는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작품 속의 남자들은 여자없는 남자들, 그러니까 여자와의 관계 없이 사는 그런 남자들이고 직업도 강인하고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그런 인물들인데, 그들의 속내는 상실, 죽음, 고독 등. " 평생을 권투, 참전, 투우, 사냥, 낚시, 여성 편력 등 마초의 이미지로 일관된 헤밍웨이는 폭력과 죽음에 대해 강박적인 집착을 보인다." (역자의 작품 해설 중에서) 14편의 작품 중 <패배를 거부하는 남자>는 스페인의 투우사 이야기이다. 자신의 동생은 투우장에서 죽었고, 자신도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있다가 나왔는데, 그는 다시 투우사의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 낮 경기는 아닌 밤 경기를 어렵게 하게 되는데, 그 결말은 죽음. 패배 보다는 죽음을 택한 것일까. " '여자 없는 남자들' 이라는 주제는 열네 개의 거울이 마련된 방의 중앙에 설치된 촛불이다. 그 많은 거울에 비친 촛불은 저마다 다른 색깔과 강도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결국 그 빛의 원천은 하나다. " (p. 284) - 역자의 작품 해설 역자는 열네 편의 단편을 간략하지만 그 작품이 지닌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해설해 준다. 단편을 읽는 재미는 한 권의 책에서 서로 다른 몇 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호흡으로 작품의 의미를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 |
해설에는 헤밍웨이 소설의 특징으로 정경일치, 즉 작중에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이 투영되어 있는 배경묘사를 들고 있다. 신기한 것은 보통 심리상태나 주변상황을 묘사하다보면, 문장이 질질 길어지기 마련인데 헤밍웨이는 간결한 단문으로도 독자에게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굉장히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나 인물들의 다이얼로그를 쓰는 건 헤밍웨이가 최고다. 마초적이면서도 지나치게 구어체이지도 그렇다고 문어적이지도 않고 딱 필요한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뭔가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서 일부러 계획된 그런 대화도 아니다. 아무튼 그게 뭔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드보일드한 대화체는 헤밍웨이만큼 잘 쓰는 작가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