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구는 정말 어떤 모습일까. 더 발달했을까 아니면 책 같은 데 나온 것처럼 자연재해로 사람들이 살아가기 더 힘들어져 있을까. 많은 사람이 앞에 것보다는 뒤에 말한 것을 더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소설을 많이 본 것은 아닌데, 미국 사람이 쓴 소설은 꽤 미국스러웠다. 영국 사람이 쓴 이런 소설은 거의 처음 봤다. 영국 사람이 써서 소설 무대는 영국 런던이다. 2026년인데 지구는 큰물 때문에 절반이 물에 잠기고 절반은 가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사람들과 눈을 맞추면 그 사람이 죽는 날짜를 보았던 젬 아들 아담한테도 같은 능력이 있었다. 아담은 좀더 뚜렷했다. 그 사람이 죽는 날짜뿐 아니라 어떻게 죽는지까지 알고 그 느낌을 느끼기까지 했다. 아담은 사람들이 죽는 날짜와 어떻게 죽는지를 공책에 적어두었다. 뒤에서 옮긴이가 《데스노트》에 대해 말했는데, 정말 그런 공책이다. 아담이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아담 엄마인 젬은 병으로 죽었다. 아담은 증조할머니와 바닷가에 살다가 바닷물이 높아져서 런던으로 가야 했다. 아담은 런던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많은 사람이 다음해 첫날 죽었기 때문이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엄마와 살았던 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런던에서 아담이 만나는 많은 사람들 숫자가 2027년 1월 1일이었다. 아담은 그날 런던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하며 두려워했다. 학교에서 아담은 어떤 여학생을 만났다. 이름은 사라였다. 사라는 앞으로 50년은 더 살았고, 사라가 죽을 때 곁에 아담이 있었다. 죽는 모습이었지만 빛으로 차 있었다. 아담은 사라를 처음 봤을 때 좋은 느낌을 느꼈지만, 사라는 아담을 보고 무서워하며 도망쳤다. 사라는 늘 같은 꿈을 꾸었다. 사라 아기를 아담이 데리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꿈이었다. 나는 왜 사라가 그 꿈에서 아담이 자기 아기를 빼앗아 갔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사라가 그렇게 생각하게 작가가 만든 것인가.
사라는 아담을 만나고 아담이 자기 딸을 데리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게 2027년 1월 1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라한테 앞날을 알 수 있는 꿈을 꾸는 능력이 있기는 했는데, 다른 일에 대한 꿈은 없었다. 다음해 첫날 일어나는 일만 꾸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야겠지. 사라는 자기 아버지한테 어렸을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임신까지 했다. 가끔 뉴스에서 보고, 소설에서도 봤는데 정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느꼈다. 사라 엄마는 그 일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그런데 왜 엄마는 다들 그렇지. 남편보다 딸을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사라는 집을 나오기로 결심하고 나왔다. 자신의 아버지뿐 아니라 아담도 피하기 위해서였다. 사라가 집을 나와서 안 좋아질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마약거래를 하고 마약중독인 사람이 사는 곳에서 방을 하나 얻어서 살게 되었지만 아주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으면 막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아담과 사라는 2027년 1월 1일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는 몰랐는데, 사람들한테 런던에서 달아나게 하려고 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사라가 낳은 딸 미아가 죽을 날이 2027년 1월 1일이었다. 사라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마다 아담과 만났다. 그런 우연이 정말 자주 일어날 수 있을까. 소설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일어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서로 끌어당기는 법칙은 사람 사이에도 해당하는 일이니까.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이런저런 일이 일어났다. 사라는 딸 미아를 아동 복지국 사람들한테 빼앗기고, 아담은 사람을 죽였다며 경찰에 잡혀갔다. 아담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죽는 날을 알았을 뿐이다. 2027년 1월 1일이 되자 런던에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다.
할머니와 사라는 집이 무너졌지만 살았다. 아담은 런던에서 다른 곳에 옮겨가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차 안에 있던 다른 사람은 모두 죽고 아담은 살았다. 할머니와 사라는 미아를 찾으러 사라 집으로 갔다. 아담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라가 꾼 꿈이 현실이 되었다. 사라네 집은 불타고 있었다. 사라 동생 둘은 집 밖에 있었지만 미아는 없었다. 사라는 미아를 찾으러 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아담이 나타났다. 아담은 먼저 할머니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사라는 미아를 찾았다. 사라 엄마 때문에 미아는 괜찮았다. 그런데 집 안이 불에 휩싸여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다. 아담은 불속으로 들어가는 게 무서웠지만 사라가 행복하게 죽는 날을 맞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담이 미아를 안고 사라를 앞세우고 불속을 걸어나왔다. 아담은 미아 눈을 보고 놀랐다. 숫자가 바뀌어 있었다. 할머니가 죽는 날과 같았다. 아담이 할머니를 찾았지만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아담과 사라, 미아는 살았지만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미아뿐 아니라 할머니 숫자도 바뀌었다.
뭔가 다른 것도 써야 하는데 또 이렇게 썼다. 그런데 정말 언젠가는 사람한테 칩을 심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 아담과 미아는 억지로 몸에 칩을 심게 되었다. 그게 움직이지 않게 할 방법은 없을까. 이제 앞으로 한권 남았다. 아담 엄마와 아빠는 일찍 죽었지만 아담과 사라는 아직 살아있다.
희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