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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움추려 있었습니다. 여러 까닭이 있었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으뜸일겝니다. 여러 번 울고 더 울어도 갈증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정태춘&박은옥의 11번째 음반을 만났습니다.
퇴근하며 차의 시동을 걸고 첫 곡 "서울 역 이씨"를 듣자마자 지친 그의 목소리와 '이씨' 이야기에 와락 쏟아지는 울음 있었습니다.
그리고 ......끊일 듯 이어지는 잔잔하게 읊조리던 그와 박은옥의 노래가락 예전보다 힘도 많이 빠진 듯한 음악, 너무 차분히 가라앉은 노래를 듣기에 조금은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다 이 노래, "날자, 오리배"를 듣는 순간, 가슴 벅찬 울음이 치밀어 올라옵니다.
멀리, 넓게 바라보면서도 이 땅에 발딛고 살아가는 이들에 바치는 듯한 이 노래, (아주노동자들을 위한 노래라지요..^^;)
'그 어디서라도 그 언제라도' '하나 되리라'는 믿음, 그 마음 하나로 버팅기는 많은 날과 사람들....
당분간 흠뻑 젖어 있으렵니다. 겨울이 가기 전 꼭 한 번 그를 만나 보시기를...
2012. 2. 10. 새벽, 다시 세상에 나옵니다.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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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오리배... - 정태춘
새벽 옅은 안개 걷히기 전, 보문호에 가득하던 오리배들 떠나갔다 벌써 영종도 상공 또, 단둥 철교 위를 지나 바이칼 호수로 간다 길고 아름다운 날개짓, 부드러운 노래로 짙푸른 창공을 날며 거기서 또 수많은 오리배 승객들과 인사하고 멈추었다 날아간다 비자도 없이 또, 국적도 없이 그 어디서라도 그 언제라도 얕은 물 가에 내려, 그 땅 위에 올라가 일하고 그 이웃들과 하나 되리라 굳센 바이칼의 어부들, 인근의 유목민들이 그들 오기 기다리리라 이젠 거길 그들에게 맡기고 자신들의 오리배로 에게해로 떠나리라 자작나무 숲의 어린 순록들이 작은 썰매를 끌고 와 그들을 영접하고 저녁 호숫가 잔디 위 따뜻한 모닥불 가 유쾌한 만찬이 있으리라 비자도 없이 또, 국적도 없이 그 어디서라도 그 언제라도 맑은 물 가에 내려, 그 땅 위에 올라가 일하고 거기 경건한 숲들과 하나 되리라 해질 녁, 에게해 진흙 바다 오래된 말뚝들 사이 그들이 또, 내리리라 오후 내내 레이스를 뜨던 여인들과 귀가하던 남정네들 그 바닷가로 나오리라 그날, 거기 일군의 오리배들 탕가니카로 떠났고 집시의 선율들은 남아 마을에 저녁별 질 때까지 그들의 창 가에 와인 향처럼 흐르리라 비자도 없이 또, 국적도 없이 그 어디서라도 그 언제라도 얕은 물 가에 내려, 그 땅 위에 올라가 일하고 그 별들과 하나 되리라 그들 또, 아프리카 호숫가 작은 샛강에 내려 거대한 일출을 보리라 주린 채 잠들지 않고 총성에 그 잠 깨지 않고 아이들, 새벽 강물을 마시리라 늙은 기린들도 뚜벅뚜벅 그 물 가로 모이고 밀림의 새들은 날고 세계 어디에도 이들보다 흠, 덜 행복한 사람들은 없으리라 비자도 없이 또, 국적도 없이 그 어디서라도 그 언제라도 맑은 물 가에 내려, 그 땅 위에 올라가 일하고 그 대지와 하나 되리라 그날 또, 일군의 오리배들 티티카카 호수에 내리리라 그 수초의 섬 위로 오르리라 거기 또, 오리배들 정오의 하늘에 가득하리라
아래 글 출처 : (씨네21 840호 )
[hottracks] 노래도 오래 묵어야 제맛이지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정태춘 & 박은옥 / 유니버설 발매
김학선 / 웹진 ‘보다’ 편집장 ★★★★
이민희 / 웹진 ‘백비트’ 편집인 ★★★★
최민우 / 웹진 ‘웨이브’ 편집장 ★★★★☆
김도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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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눈이 떨어지는 추운 날 타닥타닥 나무 난로가 나즈막한 소리를 내고 난로 앞 방석에는 고양이 기남이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고 좀 떨어져 목욕탕 낮은 플라스틱 의자에 둘이 나란히 앉아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를 듣는다. 두 사람 목소리가 나즈막히 작업실을 채운다.
서울역 이씨, 저녁 숲 고래여, 강이 그리워, 꿈꾸는 여행자, 눈 먼 사내의 화원, 섬진강 박 시인,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날자, 오리배, 92년 장마, 종로에서.
슬며시 눈물이 나오고 고래의 모습으로 백무산 시인이 떠오르고 오리배를 함께 타고 시내버스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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