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 사소해 보이는 바로 그곳에 계신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 - 뮤칭스 앤드에서 보내는 두 번째 밤은 첫 번째 밤만큼이나 평안했다. 테렌스는 나와 도시가 채티스번 가에 갔다 오면서 자신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마해 달라고 찾아오더니 도시의 눈이 '여명의 별'처럼 아름답지 않으냐는 따위의 이야기를 해댔으며, 테렌스가 돌아가고 나서는 시릴을 데리러 계단을 내려갔다 와야 했다. 그다음에는 베인이 코코아를 들고 찾아와서 미국인들은 모두가 총을 가지고 다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 본문 중에서 - 2권의 시작부분은 이렇다.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지만, 담백한 문장만큼은 압권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담백함은 원작자의 솜씨인가 번역자의 노련함인가. 신은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디테일을 선사하신다. 그러니까, 신다가 쓰는 이 글들도 모두 하나님의 작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내 머리가 어디가 좋아서 이런 글을 쓰겠는가? (이런 글 - 방문자 수가 폭주하는 글을 비롯, 재밌게 쓰는 글, 잘 쓰는 글, 감동적인 글 포함 - 나 지금 자랑질하는 거 - 아니라고 말해줘! 꼭 이런 말 하면 다음 날 방문자수가 10분의 1로 줄더라...ㅋㅋㅋ) 암튼, 개는 말하 것도 없지만, 사람은 더더욱 하나님을 의지할 밖에. 지금 이곳에 바로 신이 계신다. 그런데, 이거 결말이 뭘까? 내용도 머리에 안 들어오는데, 결말이 궁금한 이유는...결말만 알면...내용도 머리에 쏙쏙 들어올 것 같기에!
|
|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숨이차서 일고나면 내용이 기억이 안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시 읽을 때에는 처음 보는 기분으로 새롭게 즐길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어마어마한 책. 그래서 새 그루터기를 찾았는지 기억이 안났는데 결국 찾아서 예배당 제위치에 자리를 잡았구나. 대단한 집념이다. |
|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과거 어느 곳으로 가 본다면, 사람들은 그때의 그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 할까 그대로 두려고 할까? 이 상상의 선택은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말해 주기도 할 것이다. 현재를 바꾸고 싶은 건지 아닌지에 해당하는.
소설은 개인의 삶을 바꾸는 선택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더 크고 거대한 것을 다루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칫 역사의 한순간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크게 뒤바꿔 버릴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종종 봐 왔던 영화에서도 자주 쓰였던 소재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다른 과학기술과 달리 이 설정만큼은 끝도 없이 쓰일 것 같고.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영국의 옥스퍼드와 코번트리가 주요 배경이다. 2057년이 기준이면서 주인공들은 과거의 코번트리를 오간다. 1880년대와 1940년대와 2018년도를. 시간 여행을 하려면 그 시대의 역사를 완벽히 고증한 뒤 옷차림 하나, 소지품 하나, 기본 교양이나 태도까지 챙겨야 한다는 게 참으로 그럴 듯했다. 현대의 주인공들이 과거로 가서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푸아로 경감을 들먹이는 부분을 읽을 때는 어찌나 친숙하게 느껴지던지.
나는 실제의 시간 여행에 관심은 없다. 이렇게 책으로 또는 영화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니 더더욱 엄두가 안 난다. 이렇게 귀찮을 정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니, 마치 우주 비행 연습이 싫어서 우주로 나갈 생각이 없는 것과 같다. 이런 모험과 호기심은 간접 경험으로도 충분하다.
남자 주인공 네드가 동료인 베리티와 169년 동안의 키스를 한번에 해내는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하다.
|
|
코니 윌리스라는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된 책인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정신없이 떠드는데 2권 끝에 가니까 그 떡밥이 전부 회수되고 이야기는 기상천외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예상외의 일들이 빵빵 터지는 덕분에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했습니다. 읽기 쉬운 글은 아닙니다만 다 읽은 후 만족감은 엄청나게 좋습니다. 뭐가 지나 간 거지....싶은 혼란함이 주는 뿌듯함. |
|
고양이와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소설이었다. 토시가 새로운 남성을 만날 때마다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코번트리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강신회까지 벌이는 베리티와 네드의 노력이 눈물겨웠다. 토시와 접점이 있으며 가장 아닐 것 같은 사람은 딱 한 사람이므로, 토시의 남편 찾기 문제는 2권에 접어들면 대부분의 독자는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한다. 베리티와의 추리소설 잡담도 하나의 큰 복선이자 단서였고, 범인은 집사였다!! 로 모든 소설의 결말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지만 그건 사소한 일부분일 뿐이었다. 그리고 추리소설에 대한 언급뿐만 아니라 무심코 지나쳤던 내용들이 모두 마지막 결말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꼼꼼하게 읽어나가야 한다. 자신들의 과오로 역사적 인과모순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이 했던 행동 전부가 개개인의 의지가 아닌, 역사의 자체 교정의 일부였다는 점이 소름 돋았다. 과거로부터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후의 슈라프넬 여사의 반응도 너무 투명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핀치의 아기 고양이를 데려오는 비밀 임무도 기억에 남는다. 고양이가 멸종된 세상이라니, 생각만 해도 슬프고 쓸쓸해진다. 물에 빠진 아주먼드 공주를 구해낸 베리티의 마음에 백번천번 공감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