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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개봉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에서 샐리 호킨스는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처음 호킨스를 알게 된 그 때부터 영원토록 팬일 것이지만, 늘 호킨스의 연기를 볼 때면 감동 그 이상의 것을 느낀다. 얼마 전에는 그가 주연한 제인 오스틴의 《설득》을 원작으로 한 ITV 드라마를 다시 보았다. 언제 다시 봐도 섬세하다... 샐리 호킨스는 아이슬링 월시가 디렉팅한 드
"Maudie, 2016" 내용보기

올해 초 개봉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에서 샐리 호킨스는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처음 호킨스를 알게 된 그 때부터 영원토록 팬일 것이지만, 늘 호킨스의 연기를 볼 때면 감동 그 이상의 것을 느낀다. 얼마 전에는 그가 주연한 제인 오스틴의 《설득》을 원작으로 한 ITV 드라마를 다시 보았다. 언제 다시 봐도 섬세하다... 샐리 호킨스는 아이슬링 월시가 디렉팅한 드라마 《핑거 스미스》에서 모드라는 캐릭터를 맡았다. 그리고 2016년, 다시 월시 감독과 함께 영화를 하나 찍는데 '모드' 역할이다. 이번엔 다른 모드, 캐나다의 포크아티스트인 모드 루이스 역할이다.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옮길 때는 여러 방식이 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여성 감독의 작품들이 좋았다. 제인 캠피온의 존 키츠 이야기라거나 하는 것들... 월시 감독도 마찬가지다. 좀도둑에 불과하던 모드의 눈빛에 많은 것을 담았던 것처럼, 몸이 불편한 모드에게도 꺾이지 않는 기상과 충만한 사랑을 준다.


https://youtu.be/b6Kv11a0hWM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에서 평생을 살았던 모드 루이스는 몸이 불편했다. 모드를 부양하던 오빠도 이모에게 동생을 떠넘기고, 모드는 밥벌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눈칫밥을 먹고 산다. 세상물정 모르던 모드를 꼬여낸 놈팽이를 다시 만날까, 이모는 모드가 클럽에 다녀오는 것을 싫어한다. 부모님 집을 팔아버린 오빠는 그대로 안녕을 말하고, 이모는 못 살게 굴고 하니 모드도 홧김에 집을 나와버린다. 그런데 모드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잡화점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애버렛과 주인장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참을 걸어 그의 집으로 간다. 생선장수 애버렛은 가난하고 무식한 거친 사내로 모드를 무시하고 손찌껌도 한다. 이 집은 내 집이고, 너는 내가 시키는 것만 하고 등등. 애버렛의 학대에 스트레스를 받은 모드는 그의 작은 집 구석구석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어쩐지 애버렛도 크게 나무라는 기색이 없다. 모드의 손길에 조금씩 달라지는 집안 분위기에 두 사람의 서먹함도 풀려 간다. 모두 모드의 덕이다.


한편 동네에서는 모드가 깡패같은 생선장수의 노예가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잡화점에서 만난 이모도 모드를 비난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드는 열심히 집을 돌보고 그림을 그린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출신의 샌드라가 찾아와 주문했던 생선을 받길 바란다. 샌드라는 모드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을 직감한다. 카드를 주문하고, 더 큰 그림도 보고 싶다며 모드를 격려한다. 이제 애버렛은 모드를 돌보고, 집을 돌보고, 밖에서 일을 한다. 모드가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모드의 작품은 널리 알려져 에버렛과 지내던 작은 집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 시절엔 두 점을 구입하여 백악관에 전시하기도 했다. 모드가 에버렛의 마음을 파고 들고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 역시 아주 아름답다. 에버렛이 늘 가지고 다니던 수레에 예쁜 옷을 입은 모드를 태우고 푸른 들길을 달리는 것이다. 내일은 또 다시 빈궁한 생활이 시작되겠지만 모드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다.


원래 에버렛의 역할은 숀 빈이 고사한 뒤 에단 호크에게 갔다고 한다. 숀 빈이 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실제 에버렛의 키가 아주 컸기 때문에... 샐리 호킨스는 영화에서 모드 루이스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회화를 배웠다고 한다. 영화에 그려진 모드의 그림 중 일부는 아이슬링 월시 감독이 그린 것이다.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배우들의 열연과 아름다운 노바스코샤의 풍경은 마치 모드 루이스의 세상을 재현해 놓은 듯하다. 이 영화 리뷰를 쓰는 이유는 이번에 모드 루이스의 작품과 생애를 소개하는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작은 출판사이니만큼 더 응원하고 싶다.



내 사랑 모드

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저/모드 루이스 그림/밥 브룩스 사진/박상현 역


e***a 2018.10.28. 신고 공감 4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