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력적인 란포만의 느낌 이 풀씬한 소설입니다. 흥미로운 작가답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점이 인상깊습니다. 다음권에서 어떤 소재와 이야기를 보여줄런지 궁금합니다. 흥미로운 느낌과 매력적인 소재 기대중입니다. 다음권 기대중입니다. |
|
최근에 추리 소설을 읽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데, 하필이면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는데, 내가 사용하는 전자도서관에 이 '고도의 악마'라는 작품이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제목은 그대로 풀이하면 '외딴섬의 악마'이다.) 하필이면 전자도서관에는 (하)편만 있었다. 대체 (상)편은 어따두고 (하)편만 업로드 해놓은 것인가?
최근에 에드거 엘런 포의 추리집을 읽어서인지 둘을 자연히 비교하면서 읽게 되었다. 애초에 작가의 이름 '에도가와'가 에드거 엘런 포에게서 따온 것이니. 란포의 작품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포의 작품보다는 훨씬 재밌게 읽었다. 왜 사람들이 란포를 일본 추리문학의 아버지라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 지금은 훨씬 더 대담무쌍한 트릭들도 많고, 더 스펙타클한 전개의 추리 소설도 넘쳐나니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소설이 그것들보다 훨씬 전에 나왔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결론은 강추다. 정말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우선, 란포의 소설은 대중성 또한 고려했다고 예상될만큼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다. 이 한마디로 표현 가능하다. 소개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처음에는 주인공의 연인이 살해당한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후반부에는 갑자기 보물섬이 등장한다. 이게 굉장히 뜬금없다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부인데, 란포는 이 두 요소들을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전개가 매끄럽고, 전혀 엉뚱하지 않다. 읽는 입장에선 점점 이 연인의 출생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고, 그녀가 죽기 전에 보았다는 그 '노인'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된다.
또, 이 소설은 주인공이 모든 사건이 종결된 시점에서 수기 형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는 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가 잊지 말라고 '강조'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러한 사소한 부분들에 착안해 독자의 추리를 가능케 한다. 그 부분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독자를 섬세히 배려하는 부분인데, 이게 에드거 엘런 포와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에드거 엘런 포의 추리집에 주로 등장하는 탐정의 대사를 읽어보면 가끔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길게 늘어놓는 말들은 탐정 자신의 대단함을 묘사하고 있지만,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잘 와닿지 않으니 사건의 정황도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따라서 읽다보면 지루해진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비딱한 생각이 든달까. 그런 의미에서 란포의 작품은 포의 작품에서 한층 더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기발한 트릭에 독자들이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성까지 생각한 것이다.
흡입력이 아주 대단한데, 그렇다고 해서 기가 빨리지는 않는다. 여운이 남는데다 슬픈 부분도 분명 있는데, 오히려 읽고 난 뒤에는 유쾌하다. 이런 소설은 몇 번이고 재탕하게 된다.
게다가 인물들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하)편까지 읽고 나면 어느새 모로토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이는 자신을 자각할 수 있었다...(모로토 진심 찌통,..) 주인공에 대한 모로토의 일편단심적인 사랑도 이 소설의 주된 재미 중 하나이다. 주인공은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없는 쪽이기 때문에 모로토는 괴로워한다. 이 소설이 진짜 옛날에 나왔던 걸 생각했을 때, 란포가 확실히 시대를 앞서나간 건 사실인듯하다. 주인공의 새로운 사랑도 눈여겨 볼만하지만, 그보다는 모로토가.. 아.. 모로토 불쌍하다. 아무튼, 추리 장르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서정적이고 여운남게 묘사하다니, 문학성이 대단하다. 납득되지 않고 외려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는 소재를 역으로 이렇게 잘 살려놓다니, 작가의 역량이란 건 바로 이런 것일테다. 오락성 또한 충만하니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읽어본 사람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