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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세계관이 느껴지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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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보르헤스의 세계 인식과 형이상학적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보르헤스는 세계란 불가해한 것, 현실은 꿈과 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단편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집에서도 그런 세계 인식은 그대로 드러난다.예를 들면 세계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는 어휘들, 즉 황혼, 모호, 현란, 어스름, 경계 등이 자주 반복된다. 그리고 도서관, 모래시계, 체스, 거울, 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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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보르헤스의 세계 인식과 형이상학적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보르헤스는 세계란 불가해한 것, 현실은 꿈과 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단편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집에서도 그런 세계 인식은 그대로 드러난다.예를 들면 세계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는 어휘들, 즉 황혼, 모호, 현란, 어스름, 경계 등이 자주 반복된다. 그리고 도서관, 모래시계, 체스, 거울, 호랑이, 칼, 유년기의 기억 등의 모티프를 빌려 영원, 혼돈, 자아, 시간, 물질, 죽음, 숙명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를 설명한다. 이처럼 이 시집은 <픽션들>, <알렙> 등을 통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보르헤스가 노년기의 심정과 단상들을 허심탄회하게 표출해 낸 시편들을 모았다는 점에서 보르헤스 문학의 또다른 깊이를 측정할 수 있다.

[인상깊은구절]
영혼에 오후가 흩뿌려지고 나는 성찰한다. 내 시가 떠올리는 호랑이는 상징과 허상, 일련의 문학적 비유, 백과사전의 기억일 뿐, 수마트라와 벵골에서 태양과 유전하는 달 아래 사랑, 한가함, 죽음의 일상을 수행하는 섬뜩한 호랑이, 불길한 보석이 아니라고. 나는 상징들의 호랑이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진정한 호랑이를, 버펄로 떼를 몰살하고 1959년 8월 3일 오늘 초원에 호젓한 그림자를 늘어뜨리는 호랑이를 대비시켜 본다. 허나 그를 거명하고 주위를 상상한다는 것이 이미 그를, 대지를 떠도는 살아 숨쉬는 피조물이 아닌 예술의 가공물로 만들고 마네.
z******8 2001.04.26.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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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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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들을 떠올린다면, 보르헤스의 시도 딱딱하고 건조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너무 지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수수께끼처럼 펼쳐지지 않을까 추측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소설가 보르헤스는 잊고 시인 보르헤스만 기억에 담아두게 될 터이다. 그렇게 몇 주 보르헤스의 시집을 읽었고 몇몇 시 구절들을 기억하게 된다. 시집 읽는 사람이 드문 어느 여름날,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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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들을 떠올린다면, 보르헤스의 시도 딱딱하고 건조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너무 지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수수께끼처럼 펼쳐지지 않을까 추측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소설가 보르헤스는 잊고 시인 보르헤스만 기억에 담아두게 될 터이다. 


그렇게 몇 주 보르헤스의 시집을 읽었고 몇몇 시 구절들을 기억하게 된다. 


시집 읽는 사람이 드문 어느 여름날, 세상은 저주스럽고 슬픔은 가시질 않는다. 행동이 필요한 지금, 어쩔 수 없이 반성부터 하게 되는 현실을, 미래보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탓하게 되는 상황 앞에서 보르헤스가 아르헨티나 사람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들은

어느덧 내 영혼의 고갱이라네.

분주함과 황망함에 넌덜머리 나는

격정의 거리들이 아니라

나무와 석양으로 온화해진

아라발의 감미로운 거리,

불후의 광대무변에 질려

대평원 그리고 참으로 광활한 하늘이 자아내는

가없는 경관으로 감히 치닫지 못하는

소박한 집들이 있는,

자애로운 나무들마저 무심한 한층 외곽의 거리들.

이런 모든 거리들은 영혼을 탐하는 이들에겐

행복의 약속이라네.

숱한 삶이 집안에만 은거하길 거부하며

거리의 보호 아래 형제애를 나누고 

우리네 희망이 부풀려진 영웅적 의지로

거리를 떠다니기에

깃발처럼 거리가 

사방으로 펼쳐지네

우뚝 솟은 내 시에서

그 깃발이 하늘을 펄럭이기를.

- <거리> 전문 







본질은 언제나 상실되는 것.

영감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법칙이지.

달과의 내 오랜 실랑이에 대한

다음 요약은 피할 수 없을.


나는 달은 어디서 처음 봤는지 모르네.

앞서의 그리스인이 말한 하늘에서였는지,

우물과 무화과나무의

정원으로 기우는 오후에서였는지


유전하는 이 삶은

어찌 되었든 무척 아름다울 수도 있지.

그런 순간에 우리 모두 너를 바라보던

오후가 있었네. 아, 모든 이의 달이여. 

- <달> 중에서. 


YES마니아 : 골드 s***s 2014.08.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