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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불타는 밤에 -김중식 해가 뜨고 있습니다 그대는 지는 해를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대 없는 세상은 없습니다 그대 사는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지옥 열불 속에서 삼년상을 지냅니다 저 세상과 다른 세상은 없었습니다 멀리서 그대를 잊지 못하다 하루 종일 나 자신마저 잊었습니다 그대는 울었습니다 그러나 웃는 사람도 그대였습니다 나도 울다가 웃었습니다 해가 지는 사막을 걸었습니다 별은 오아시스에서 불타고 있었습니다 그대는 바다에서 뜨는 해를 보고 있습니다 일주일 넘게 폭염으로 낮이고 밤이고 뜨겁다. 길을 걷다가 쓰러지지 않을까 물을 마시고 가까운 농협에 들어가 앉아 있다 가곤 한다. 밤이면 별도 불타는 세계. 이곳은 그러한 곳이다. 그대 있는 곳은 별과 달 그리고 태양도 제 할 일을 하며 쉬고 있다고 믿고 싶다.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위안으로 그대 없는 세계에 휴식이 머물길 바란다. 내가 울고 그대가 웃었으면 좋겠다. 그대가 아픔 없는 세계로 떠나서 다행이라고 나는 울고 싶다. 절망이 아니길 빈다.
밤바다 천리향 -김중식 상어 떼는 등지느러미로 바다 천막 옷감을 찢어 청바지를 만드는 중 바다는 자기의 들숨과 날숨으로 물갈퀴를 만들어 해변에서 자기 몸을 손빨래 중 다들 잘 놀지만 바다의 주권은 천리향에게 있다 벌과 나비가 닿을 수 없는 바다를 지배한다 산기슭 그늘의 한 송이가 냄새로 배들을 집으로 끌고 오는 중 바닷가 도시에 가면 풍겨오는 바다 냄새. 소금기가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린다. 바다는 저만치 있는데도 느껴지는 바다의 기운. 밤의 바다에는 대교의 불빛과 힘없는 파도가 뒤섞인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안전선이 처진 계단 바로 위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끌고 가던 시절. 내밀한 고백은 다음날 부끄러워지겠지만 지금은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그대는 오지 않고 -김중식 졸아붙어 바닥을 태우는 냄비처럼 살 수는 없는 일, 먼 길이 두려운 게 아니다 잃어버릴 게 많아서다 체질까지 바뀌어 더운 날엔 땀 나고 올챙이배가 무덤 같아서 팔짱을 올려놓는 나른한 오후 2단 로켓이 점화되기 직전 허공에 부동자세로 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처럼 가면 가겠지만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혁명이 아니면 사치였던 청춘 뱃가죽에 불붙도록 식솔과 기어온 생 돌아갈 곳 없어도 가고 싶은 데가 많아서 안 가본 데는 있어도 못 가본 덴 없었으나 독사 대가리 세워서 밀려오는 모래 쓰나미여, 바다는 또 어느 물 위에 떠 있는 것인가 듣도 보도 못 한 물결이 옛기슭을 기어오르고 두 눈은 침침해지고 뵈는 건 없는데 온다는 보장 없이 떠나는 건 나의 몫 신마저 버린 땅은 없으므로 풀잎은 노래한다 온몸을 떨었어도 그대 오지 않았듯이 더듬어 돌아올 길이 멀어지는 게 두려울 뿐.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도 그대가 돌아와야 할 곳은 내가 있는 곳이다. '혁명이 아니면 사치였던 청춘'을 살았지만 지금은 혁명도 청춘도 남지 않은 세월. 가난한 오후만 남아서 물을 들이켜도 배만 나오는 한때. 젊음을 소진하여도 문을 열고 들어오면 다시 환해지는 7월. 펄펄 끓던 여름의 아침 속으로 긴 외투를 입고 돌아오는 그대.
비, 스피드, 그리고 대서부열차 -김중식 안개비 속에서 불꽃 튀기며 철교를 뚫고 나오는 증기 기관차는 자기의 기관을 밖으로 드러낸 채 달리는 육중肉重, 고깃덩어리다 50년 된 아파트의 배관 파이프에서 녹물이 나오듯 아중동阿中東을 관장灌腸한 육즙이 강물로 떨어진다 기관차에 묶여 끌려가는 개, 눈먼 어른의 손에 이끌려 가는 눈뜬 아이, 제가 벗어놓은 피부 속으로 들어가 자기 그림자의 긴 앞발을 핥고 있는 템스강 증기기관차 비, 스피드, 그리고 대서부열차(근대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 제목) 열차는 오직 앞을 향해 나아간다. 터널 속에서는 빛이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비를 맞고도 안갯속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도. 시간 여행자는 열차에 앉아 과거를 더듬는다. 현재에 앉아 있지만 미래는 확보되지 않은 시간임을 알고 있다. 25년 만에 나온 김중식의 신작 시집을 소리 내어 읽는 밤 누군가는 현재를 중지하기로 결심한다. 미래로 달려가는 것을 멈추기로 한다. 짐작할 수 없는 슬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시를 읽는다. 상상할 수 없고 울지도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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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굉장히 미안한 말씀 한 마디만 드릴께요. 혹시라도, 예전과 같은 제 스타일의 리뷰를 기대하신 분께만요. 이거, 그 스타일 살린 리뷰 아니에요. 다 읽지도 않았어요. 아주 천천히 읽으려고, 리뷰부터 한번 올려 보는 거에요. 왜냐하면, 시를 너무 휙휙 읽어서 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 못하는 제 나름대로의 자기반성에 의한 거에요. 사실, 이거 지난번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서평단에서 떨어진 후 나름대로 심사숙고한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거에요. 물론, 지난 날의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물론, 언젠가는 그 스타일로 다시 돌아갈 거에요. 다만, 더 깊고 넓은 사고를 한 후에, 진짜 시가 뭔지 알고 난 후에 그때, 더 재미있고 깊고 넓은 스타일로 써 나갈 거에요. 리뷰를 쓰기 위해 시를 훑는 것이 아니라, 시를 제대로 음미하고 파악해 보고 깊은 생각을 해 보려는 노력을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죽나무 타고 넘어 들어갔던 서대문형무소 왜식 목조건물 사형장은 나의 놀이터였지 도르래에서 밧줄을 끌어 내려 목에 걸었지 축하해, 젊음의 교수형을 집행하는 화환 목의 떄와 살갗과 육즙으로 엮은 비린 동아줄 미친 시대가 하필 우리의 전성기였으므로 돌아버리지 않아서 돌아버릴 것 같았던 속으로 화상 입은 청춘이었으므로 유언이래야 "할 말 없다"는 것이었지, 개로 태어나더라도 늙은 개로 태어나고 싶었지 짖지 않는 개로 태어나고 싶었지, 덜컹 발판을 열면 다리가 뜨고 혀가 나오겠지 죽을죄는 없고 죽일 벌만 있을 뿐, 발아래 컴컴한 식욕을 날름거리는 콘트리트 지하실 나는 뛰어들었지, 귀 막고 입 다물며 나는 뛰어들었지, 다시는 젊지 말자고 - <자유종 아래> 전문
그래서 오늘은 시 한편만 소개하는 걸로 리뷰를 마무리 하기로 했어요. 자유종... 아래... 나는 뛰어들었지, 다시는 젊지 말자고.. 대체 이 시는 뭘 상징하고 있는 건가요? 서대문형무소가 나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독립운동투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유관순 누님의 아름다운 외침이 들려오지 않나요? 다시는 젊지 말자고 다시는 젊지 말자고. 그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투쟁하는 것 외에는 없었을 테니. 그래도 그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행복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울지도 못했던 그 시절에 우리의 누님과 독립 투사들은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겠지요. 뛰어들어야만 했던 그 시절. 다시 읽어봐도 그때의 감정들이 절실히 복받쳐 오르는 게, 정말 시도 열렬히 좋아지네요. 가슴 속에 뜨거운 게 솟아오르는 기분이에요. 이 시집의 첫 시작이 이러하니, 좀 천천히, 한편한편 분석해 가면서 천천히 좀 읽어봐야겠어요. 그 분석한 걸 다 올려드리진 못하겠지만, 가끔 [시가 올 때는]에서 마주칠 수 있을 거에요. 오늘 [시가 올 때는]은 내일 저녁에 올려드릴께요. 뜨거운 뭔가가 복받쳐 올라서, 오늘 올리기 힘들 것 같네요. <자유종 아래>를 시작으로 한 『울지도 못했다』한 편의 시가 이렇게 크게 다가오는군요. [시가 올 때는] 대신 시집에 나오는 시 한편 올렸으니, 이걸로 퉁 치자구요. ㅋㅋㅋ. 좋은 시 한 편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지는 거란 생각은 지금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ㅎㅎ. 정말 울지도 못한 상황은 아니 오기를 바라며, 오늘 작은 행복을 드릴께요. 시 한 편의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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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손톱만큼씩 자라고 기울었다 / 지구를 타고 태양을 쉰 번 일주했다. / 봄 새싹이 다 은하수의 축전祝電이었다, / 천국은 하늘에, 지옥은 지하에, 삶과 사랑은 지상에.” - 시인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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