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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시인의 『은빛물고기』는 시인이 10년 넘게 연어의 일생을 추적하며 쓴 장편 산문이다. 시와 삶의 무게로 국내 오지 곳곳을 방황하던 시인이 태백선 열차 안에서 연어가 고향 속초 남대천에 돌아온다는 찢어진 신문 한 귀퉁이의 기사를 읽고, 추적에 나선 것이 시적(詩的) 보고서로 탄생했었다.
고형렬 시인이 고향 속초 근처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사색에 빠져 있다. 현재 그는 양평에 살고 있다.
리틀보이가 마지막으로 절규한다. 하지만 이제,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리틀보이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상공 580미터 지점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사망자 118,661명, 행방불명 3,677명, 중경상자 7만 8천 명, 부상자 11만 명. 5만 5천 호가 전소되고 12만여 호가 불에 타거나 무너졌다. 땅에 의지해 살던 거의 모든 생명이 피해를 입었다.
일본에 끌려가서 핵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단지 나에게 그 핵 폭음이 복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여겨지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며 미국도 반성을 가져야 한다. 국가 권력은 과연 핵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있을 것인가.
남대천은 봄에는 황어, 7~8월에는 은어, 10~11월엔 북태평양에서 3~5년 동안 자란 연어떼가 돌아오는 모천이다.
풀잎
시인은 두 축에서 노래한다. 하나는 리틀보이가 핵폭탄으로 태어나 수많은 생명들을 사상하고 사라지는 역사를 노래했다. 다른 하나는 시인과 부모, 그리고 수많은 조선인과 중국인(그들은 전쟁포로였다), 일본인(그들은 공산주의자였다)들이 겪은 일제 강점기의 뼈아픈 시절을 노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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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5 《리틀보이》 고형렬 최측의농간 2018.7.25.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개미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기에, 개미가 애써 집을 지었기에, 개미가 풀벌레 주검이나 밥찌꺼기를 낱낱이 갉아서 먹어치우기에, 이곳을 고이 지키거나 건사할 수 있을까요? 개미가 집을 지어 사는 터전이기에 섣불리 삽차를 안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리틀보이》는 일본에 떨어진 핵폭탄을 둘러싸고서, 일본하고 한국(조선)하고 미국하고 중국 사이에 불던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이른바 한국현대사를 시로 풀어내려 합니다. 한국현대사 가운데에도 개화기·일제강점기·해방 언저리에 이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를 살아야 했는가를 싯말로 차곡차곡 짚으려 합니다. 하늘 높이 뜬 폭격기에서 본다면 사람은 아예 안 보입니다. 개미로조차 안 보여요. 총칼을 앞세운 군홧발한테 옆나라는 이웃나라 아닌 식민지일 뿐입니다. 스스로 임금님이 되고 양반이 되는 권력 눈에는 그들 밑에 밟힌 사람이 백성인지 백정인지 안 보입니다. 오늘날에도 시민이든 국민이든 그들 권력 자리에서는 하나도 안 보일 수 있겠지요. ‘작은이’조차 아닌, 개미조차 아닌. 그러나 개미한테도 삶이 웃음눈물이 노래가 있습니다. ㅅㄴㄹ 폭격은 부역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 미군들에게는 그들도 개미떼와 같이 보이는 / 일본놈들과 똑같이 보였다. (92쪽) 22억 달러나 들여 만드는 무기가 /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 되고 말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들은 이 전쟁 속에 지난 50년간의 / 미국 전 예산보다도 더 많은 어마어마한 돈을 / 몇 년에 걸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17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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