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핵에 스러져간 생명을 위한 진혼곡, '리틀보이'
"핵에 스러져간 생명을 위한 진혼곡, '리틀보이'" 내용보기
고형렬 시인의 『은빛물고기』는 시인이 10년 넘게 연어의 일생을 추적하며 쓴 장편 산문이다. 시와 삶의 무게로 국내 오지 곳곳을 방황하던 시인이 태백선 열차 안에서 연어가 고향 속초 남대천에 돌아온다는 찢어진 신문 한 귀퉁이의 기사를 읽고, 추적에 나선 것이 시적(詩的) 보고서로 탄생했었다.『은빛 물고기』가 처음 나온 때는 1999년(한울)이었다. 이내 절판되어 2003년 축약
"핵에 스러져간 생명을 위한 진혼곡, '리틀보이'" 내용보기

 

고형렬 시인의 『은빛물고기』는 시인이 10년 넘게 연어의 일생을 추적하며 쓴 장편 산문이다. 시와 삶의 무게로 국내 오지 곳곳을 방황하던 시인이 태백선 열차 안에서 연어가 고향 속초 남대천에 돌아온다는 찢어진 신문 한 귀퉁이의 기사를 읽고, 추적에 나선 것이 시적(詩的) 보고서로 탄생했었다.

『은빛 물고기』가 처음 나온 때는 1999년(한울)이었다. 이내 절판되어 2003년 축약본(바다출판사)으로 다시 나왔다 2016년 2월 한울본을 토대로 전문(全文)이 복원됐다.

이번에는 시인의 장편 시 '리틀보이'가 복원돼 나왔다.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그래, 히로시마 한 가운데 떨어졌던 그 아이다. 시인은 1988년부터 이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1991년 3천 행을 발표하고, 1995년 개작하여 8천 행의 장시를 내놨다. 2018년 7월 최측의농간에서 1995년 넥서스본을 토대로 복원했다.

"나는 꼬마, 모든 쇠붙이의 손자
본명은 리틀보이다."

이렇게 운을 뗀 시는 화자가 다시 시인으로 되었다, 하나 누나가 되었다, 이옥장이 되었다 한다.

"조선 사람들은
석탄광산에 60만, 군수공장에 40만
토건에 30만, 금속광산에 15만, 항만운수에 5만
도합 150만 명이 일본으로 강제 동원되었다.
그들의 목숨 하나는 철도의 침목 하나였다."

1923년 가을 관동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조선 사람들에게 최악의 비극적 사건이었다. "주우 고엥 고짓생"(15원 50전). 조선 사람의 혀로 잘 발음이 안 되는 이 일본말 하나로 생사가 갈렸다.

 

고형렬 시인이 고향 속초 근처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사색에 빠져 있다. 현재 그는 양평에 살고 있다.

 

리틀보이가 마지막으로 절규한다. 하지만 이제,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나를 불러다오, 나를 불러다오.
내가 가는 길에서 돌아오라고 불러다오.
나는 이 길을 가고 싶지 않다.
내가 왜, 이 길을 가야만 하는가.

(중략)

어찌 내가, 어찌 내가
한 조선 아이의 아버지의 머리 위에
아, 떨어질 수가 있는가, 그리고 친구들이
온몸에 구더기가 슬어
외로운 고향에서 죽어가게 하려는가.

아, 어떻게 떨어질 수 있는가.
하고 울고 있지만 그들은
그때, 비극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난, 옷과 살과 머리카락
뼈와 핏줄과 신경과 오장육부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폭사시키려고 나는 다가가고 있다."

리틀보이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상공 580미터 지점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사망자 118,661명, 행방불명 3,677명, 중경상자 7만 8천 명, 부상자 11만 명. 5만 5천 호가 전소되고 12만여 호가 불에 타거나 무너졌다. 땅에 의지해 살던 거의 모든 생명이 피해를 입었다.

일본에 끌려가서 핵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단지 나에게 그 핵 폭음이 복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여겨지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며 미국도 반성을 가져야 한다. 국가 권력은 과연 핵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있을 것인가.

한 개인을 통해서는 구원이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인류 전체를 바라볼 때는 그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칸트의 말을 상기하면서 나는 핵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이 반핵 시가 어둠 속에 처박혀 있기를 바란다. 핵은 결코 문학과 깨달음의 길이 아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남대천은 봄에는 황어, 7~8월에는 은어, 10~11월엔 북태평양에서 3~5년 동안 자란 연어떼가 돌아오는 모천이다.

 

풀잎

멀리 바다에 풀잎 한 장이 흐르고 있네.
저 풀잎 위에 우리를 모두 실을 수 있을까.
선한 모든 생명 있는 눈들은 바라보네.
어찌하여 우리들은 이 바다에 빠지고 말았나.
잎맥 한곳 부서지지가 않은 풀잎 하나만
저 수평선 가까이 애타게 흐르고 있네.
그대는 우리들에게 다가오지 않으시려는가.
험한 검은 구름이 바다 너머에서 불어오네.

 

시인은 두 축에서 노래한다. 하나는 리틀보이가 핵폭탄으로 태어나 수많은 생명들을 사상하고 사라지는 역사를 노래했다. 다른 하나는 시인과 부모, 그리고 수많은 조선인과 중국인(그들은 전쟁포로였다), 일본인(그들은 공산주의자였다)들이 겪은 일제 강점기의 뼈아픈 시절을 노래했다.

시는 리틀보이로, 아니 전쟁으로 스러져간 수많은 생명들이 합창하며 부르는 진혼곡이다. 일본 시인 스즈키 히사오도 그랬다, "일본의 시인들이 원폭을 소재로 수백 편의 시를 발표해왔지만 『리틀보이』가 다루는 내용과 분량은 단연 압도적이다."

시인은 남대천에서 황어, 은어와 연어 같은 물고기와 함께 뛰놀았으리라. "초라하고 오래되었을지라도 유년의 어머니와 같은 그 등불"을 찾아오는 생명들이 가히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아, 시인은 잃어버린 시간과 빛바랜 꽃으로 남은 추억을 되살려내고자 했음일까. 여기 남대천에서 저곳 히로시마까지, 땅 덩어리를 가로막은 현해탄을 넘고, 허허로운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 바람의 무심과 생명의 순수를 만난다. 그 절절한 울림이 책장을 넘기는 손끝마저 떨리게 하는구나.

YES마니아 : 로얄 h*******c 2018.08.3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래책시렁 15 리틀보이
"노래책시렁 15 리틀보이" 내용보기
노래책시렁 15《리틀보이》 고형렬 최측의농간 2018.7.25.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개미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기에, 개미가 애써 집을 지었기에, 개미가 풀벌레 주검이나 밥찌꺼기를 낱낱이 갉아서 먹어치우기에, 이곳을 고이 지키거나 건사할 수 있을까요? 개미가 집을 지어 사는 터전이기에 섣불리 삽차를 안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리틀보이》는 일본에
"노래책시렁 15 리틀보이" 내용보기

노래책시렁 15


《리틀보이》

 고형렬

 최측의농간

 2018.7.25.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개미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기에, 개미가 애써 집을 지었기에, 개미가 풀벌레 주검이나 밥찌꺼기를 낱낱이 갉아서 먹어치우기에, 이곳을 고이 지키거나 건사할 수 있을까요? 개미가 집을 지어 사는 터전이기에 섣불리 삽차를 안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리틀보이》는 일본에 떨어진 핵폭탄을 둘러싸고서, 일본하고 한국(조선)하고 미국하고 중국 사이에 불던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이른바 한국현대사를 시로 풀어내려 합니다. 한국현대사 가운데에도 개화기·일제강점기·해방 언저리에 이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를 살아야 했는가를 싯말로 차곡차곡 짚으려 합니다. 하늘 높이 뜬 폭격기에서 본다면 사람은 아예 안 보입니다. 개미로조차 안 보여요. 총칼을 앞세운 군홧발한테 옆나라는 이웃나라 아닌 식민지일 뿐입니다. 스스로 임금님이 되고 양반이 되는 권력 눈에는 그들 밑에 밟힌 사람이 백성인지 백정인지 안 보입니다. 오늘날에도 시민이든 국민이든 그들 권력 자리에서는 하나도 안 보일 수 있겠지요. ‘작은이’조차 아닌, 개미조차 아닌. 그러나 개미한테도 삶이 웃음눈물이 노래가 있습니다. ㅅㄴㄹ



폭격은 부역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 미군들에게는 그들도 개미떼와 같이 보이는 / 일본놈들과 똑같이 보였다. (92쪽)


22억 달러나 들여 만드는 무기가 /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 되고 말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들은 이 전쟁 속에 지난 50년간의 / 미국 전 예산보다도 더 많은 어마어마한 돈을 / 몇 년에 걸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177쪽)


(숲노래/최종규)



h*******e 2018.09.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