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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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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시론(강영은)>을 읽었다.   코로나 때문에 건물을 나고 드는 곳이 딱 한 곳이다. 나머지는 잠겼다. 몸이 바쁜 선영은 택시를 불러놓고 3층부터 뛰어 내려왔다. 엘리베이터를 탈 만큼 차분하지 못했다. 아뿔싸, 내려왔는데 잠겨서 나갈 곳이 없다.   요즘 건물들은 출입증 없이는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 그 뿐이랴? 안내인 없이는 들고 나는 일이 몹시 불편하다. 불편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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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시론(강영은)>을 읽었다.

 

코로나 때문에 건물을 나고 드는 곳이 딱 한 곳이다. 나머지는 잠겼다. 몸이 바쁜 선영은 택시를 불러놓고 3층부터 뛰어 내려왔다. 엘리베이터를 탈 만큼 차분하지 못했다. 아뿔싸, 내려왔는데 잠겨서 나갈 곳이 없다.

 

요즘 건물들은 출입증 없이는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 그 뿐이랴? 안내인 없이는 들고 나는 일이 몹시 불편하다. 불편이 아니라 아예 길을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비밀의 문 찾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미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닌데.

 

또 건물 겉(외벽)을 유리로 덮어서 겨울에는 시원하고(?), 여름에는 따뜻하다(?). 겨울 난방비는 깊은 산 눈 쌓이듯 엄청나게 쌓이고, 여름 냉방비는 가난한 반지하 방 곰팡이 피듯 쉬지 않고 피어난다.

 

이렇게 투덜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택시 운전사는 기다리면서 얼마나 욕을 해대고 있을까, 불쑥한(특유한) 택시 운전사들의 거친 말들이 떠오르니 마음은 더욱 안절부절했다. 제기럴.

 

그때 저쪽에서 아는 사람이 걸어온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쓴 선영을 알아보지 못한다. 후다닥 다가가 저 선영이에요’, ‘, 어쩐 일이세요?’, 묻는 말에 대답할 겨를이 없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요?’ 감옥도 아니고, 무서움에 떠는 것도 아닌데 나갈 길을 묻는다. 다른 물음(질문)이 나오기 전에 저 택시 불러놨는데 나갈 수가 없어요가 서둘러 뒤따른다.

 

택시를 탄 선영은 그때서야 그가 고맙고, 그의 낯빛이 상냥했음을 느낀다. 그가 제가 구세주 같지요그런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것도 잠깐이었다. 택시 타는 내내 바쁜 연락을 하느라 그 얼참(잠깐) ‘상냥을 느꼈을 뿐이다.

 

강영은의 제목을 보다가 그 상냥한의 느낌이 떠올라 선영은 다시 기분이 좋다. 나도 상냥한 얼굴을 갖고 싶다. 이미 생긴 얼굴이라서 상냥함으로 바꾸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상냥한 마음으로 바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상냥함 때문인지 선영은 이 책을 들고 계산대에 섰다.

 

()는 아이의 말이기도 하고, 간절한 이의 외침이기도 하다. 살가운 이웃의 낯익은 말이기도 하고, 낯선 사람의 친절한 말이기도 하다. 드러내기 어려운 내 깊은 속 느낌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고, 나도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상대의 마음으로 읽어내는 낱말이기도 하다.

 

간혹 시를 흉내 내며 말장난하는 사람도 있고, (지식)을 뽐내려고 혼자만 아는 낱말을 줄 세워놓고 우쭐거리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억지스러운 삶보다 자연스러운 삶에 더 끌린다. 사람들은 다급한 삶보다 느긋한 삶을 더 좋아한다. 삶이 익은 말들이 이 책 속에 묻어있다. 익은 삶을 떠올리는 말들이 들어있다.

g*****l 2020.04.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