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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 칸막이로 된 작은 공간에 누워있는 소녀들. 공간 문 밖에서 줄 서 있는 일본 군인들. 하루에 수십 명을 받아내야 했던 열세 살 혹은 열네 살, 열다섯 살의 소녀들. 지옥이 따로 없는 그 공간들. 냇가에서 삿쿠(콘돔)을 빨래하는 소녀들의 얼굴이 그나마 평화로워 보였었다. 영화 「귀향」의 한 장면이다. 김숨 작가는 영화 「귀향」 과 닮은 소설을 펴냈다. 살아돌아온 위안부가 마지막 한 명 남았다는 가정하에 썼던 『한 명』에 이어 『흐르는 편지』는 위안부들이 속해있는 위안소의 그 지옥으로 향한다.
비단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동네 아저씨에 의해 트럭에 올라탔던 소녀. 바늘 공장, 고무 공장에 가서 돈을 벌겠다는 말에 혹해 하나라도 입을 덜어주겠다는 마음으로 나섰던 소녀들은 위안소라는 지옥으로 흘러들었다. 머나먼 중국 땅인 만주에서 일본 군인들을 받았다. 제대로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위안소에서 지급하는 모든 것은 그들의 빚이 되었다. 하루에 수십 명의 군인들을 받아냈던 어린 소녀들은 아래가 곪고 헐었다. 삿쿠가 터져 임신이라도 되면 자궁을 들어내었다. 그 어린 소녀들에게 일본은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는가. 겨우 열세 살, 열네 살에서 열여덟 살의 소녀들에게.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위안소에 있던 소녀들의 사연이 잔혹했다. 입에 풀 칠하기도 어려웠던 가족들, 가난을 피해 나온 길이 지옥인줄도 몰랐다. 소녀들은 말한다. 무슨 죄를 지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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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의 소녀 금자, 일본군인들이 붙여준 이름은 후유코. 그 외에도 열 개쯤 되는 일본 이름이 있는 소녀. 임신을 했다. 아기가 죽어버리길 바라며 흐르는 물에 손가락으로 편지를 쓴다. 글을 알지 못해 어머니에게 불러주는 편지다. 닿지 못할 편지를 쓰며 소녀는 아기가 뱃속에서 죽길 바란다.
소녀들을 지옥에 있게 한 일본 군인들이 전쟁에서 졌으면 좋겠지만 한 편으로 이기길 바란다. 만약 일본군이 지면 소녀들의 목숨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옥의 한 복판에서도 삶을 꿈꾼다.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일본군이 이겨 돌아오길 바라고, 살아 돌아 와달라고 빌어주라는 말에 마치 그들의 어머니처럼 살아오라는 말을 건넨다.
그들의 몸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위안을 해주어야 하는 소녀들이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했다. 중국인들, 어린 소녀들의 죽음. 죽음앞에 눈을 돌리고 살길 바랐다. 살아서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가고 싶었다. 집주소도 모르는 소녀들이지만 집으로 향한 꿈을 매일 꾼다.
작가가 『한 명』을 쓸 때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40명쯤 살아있었다면 이 소설이 쓰여진 2018년에는 겨우 27명이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온전한 기억으로 살아 남은 사람들이 몇 명 남지 않았다.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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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과거 일제 강점기에 징용에 관련된 일로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헤쳐나가지 않을까 희망에 찬 마음을 품고 있다. 다른 방법을 찾아낼거라고. 고통스러운 지옥에서도 소녀들이 살아남았듯. 어머니, 그런데 나는 무슨 죄를 지은 걸까요. 무슨 죄를 지어서 이 먼 데까지 끌려와 조선삐가 되었을까요. (291페이지)
소녀들의 아우성 때문에 깊은 잠이 들 수 없었다.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계속 들려왔다. 마치 내 귓가에 소리치듯 그렇게. 글을 쓰는 작가 또한 굉장히 고통스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금자가 되어 내레이션을 하듯 말하며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에 치달은 그 지옥 속에 살았을 것이므로. 살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우리가 그때의 상황을 알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살아남았기에 가능한 일이잖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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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위안소에 있는 금자는 글을 몰라 종이에 편지를 쓸 수 없다. 대신 강가에 나가 물 위에 어머니께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시골집에 있다가 공 씨가 비단 짜는 공장에 취직 시켜준다는 말에 따라갔다. 어머니는 아직 애기가 어딜 가냐고 말했지만 돈 벌어서 부쳐주면 어머니하고 동생들이 굶지 않을 것이라는 공 씨의 말에 따라나서기로 했다. 트럭에 올랐더니 맹순 언니도 와 있었다. 여자애들이 많았다. 대구역에서 기차를 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중국이었다. 열세 살 때의 일이었다.
금자는 위안소에서 후유코로 불린다. 군인이 지어주었다. 겨울 아이라는 뜻이었다. 아버지가 지어준 금자 대신에 그녀는 후유코, 도시코, 모모코, 후미코, 아에, 미쓰코, 요시코, 히후미, 유키코로 다양하게 불린다. 군인들은 그들의 정혼자나 아내의 이름을 붙여가며 밤마다 찾아온다. 김숨의 소설 『흐르는 편지』는 열다섯 소녀 금자의 공간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일본은 대동아 전쟁 중이고 영문 모르고 위안소로 끌려온 소녀들이 있는 황폐한 그곳으로. 인간의 존엄은 무시되고 오직 전쟁과 추악한 욕망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김숨의 다른 소설 『한 명』에서는 위안부로 끌려간 노파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흐르는 편지』는 세계위안소를 거쳐 낙원위안소로 흘러온 소녀인 '나'의 상황을 그대로 들려준다. 전작에서는 노파의 회상에서 등장한 위안소의 모습은 『흐르는 편지』 안에서는 직접적인 배경으로 소환된다. 공장인 줄 알고 있는데 그곳은 군인을 받는 곳이었다. 위안소 주인 여자는 자신을 오카상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오카상의 뜻은 어머니. 금자는 말과 상황의 부조리함에서 의아함을 느낀다. 낙원위안소의 주인은 할아버지라는 뜻의 오지상으로 부른다. 오지상은 손녀뻘 되는 여자애들과 밤을 보낸다.
어머니, 나는 아기를 가졌어요. 오늘 새벽에는 초승달을 보며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고 빌었어요. 변소에 가려고 마당에 나왔다가요. 초승달에 낀 흰 달무리가 몽글몽글 떠오르는 순두부 같아 나도 모르게 입을 벙긋 벌렸어요. 그것을 먹으려고요. 어머니, 나는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어요.
금자는 누구 애인지도 모를 아기를 가졌다. 아기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는 아기가 죽기를 바란다. 악순 언니는 아기를 낳았다. 키울 수 없으니 중국 여자에게 보냈다. 악순 언니는 밤마다 헛소리를 한다. 누구라도 미칠 수 있는 곳이었다. 미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곳이었다. 위안소에서 그녀들은 허기와 밤마다 달려드는 군인과 냄새와 죽음의 공포와 싸운다. 위안소에서 일을 해 나갈수록 쌓이는 빚은 전쟁이 끝나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강물 위로 쓰는 편지는 어머니가 있는 남쪽 나라로 흘러갈 수 있을까. 편지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까운 말들을 강물에 토해낸다. 배가 불러오면서 아기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기가 태어나면 살 수 있을까 궁금함이 금자의 가슴을 후벼판다. 차라리 이것이 완전한 소설이 되기를 바란다. 『흐르는 편지』는 위안부로 끌려간 그녀들의 육성이 담겨 있다. 김숨은 할머니들 곁에서 이야기 듣기를 계속했다. 증언이 이야기로 탄생해 세상에 나왔다. 완벽한 허구는 없다. 허구 안에는 밝혀야 할 진실이 숨어 있다. 『흐르는 편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슬픈 역사를 가져온다.
편지는 흐르고 흘러 2018년에 도착한다. 굽은 산을 타고 계곡 아래를 흘러 도착한 편지에는 이 모든 이야기는 거짓이라고 그녀들 스스로 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목소리가 들어 있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몰랐다.
이름을 지우고 산 세월이었다. 이름과 나이와 기억과 고향을 버리고 살았다. 10억 엔을 주며 잊어버리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을 향해 매주 수요일에 모여 외쳤다. 사과하라. 용서는 그다음이다. 아기를 가진 금자는 죽으면 끝이라는 언니들의 말을 애써 무시한다. 죽고 싶지 않다고 아기와 함께 지옥을 빠져나가 살고 싶다고 어머니께 편지를 쓴다. 삶의 존엄이 파괴되어도 생명은 피어난다. 죽음 곁에서 타오르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우리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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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편지를 쓴다. 잠잠히 흐르는 물결 위에. 열다섯 살 먹도록 글자를 배우지 못해 내 이름조차 쓸 줄 모르지만 물결로 검지를 가져가면 글자가 저절로 써진다. 검지를 너무 깊숙이 담그면 글자가 뭉개지기 때문에 손톱이 살짝 잠길 만큼만 담가야 한다.“ (7-8p)
<흐르는 편지>를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가 된 열다섯 살 소녀 금자가 강물 위에 쓴 편지는 가슴에 고인 눈물입니다. 어린 소녀는 자신이 어디로 끌려왔는지도 모른 채 참혹한 일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아기를 배었고, 그 사실을 숨긴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소녀는 초승달을 보며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고 있지만 그건 진실이 아닙니다. 밤마다 송장놀이를 하듯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죽으면 이 고통이 끝날까요... 그러나 죽을 수도 없고, 죽고 싶지도 않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소녀는 실낱 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습니다. 흐르는 편지 위에 적고 있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소녀도 이미 뱃속 아기의 어머니입니다. 끔찍한 전쟁 속에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위안부 소녀는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습니다. 불행하게 잉태된 아기일지라도 살기를 바라고, 자신을 짓밟은 군인을 위해서 살아 돌아오라고 빌어줍니다. 세상은 소녀를 버렸는데, 소녀는 이 세상을 구원하고 있습니다.
낙원위안소에 온 첫날 악순 언니는 내게 물었다. “너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지?” 조선말로 물었지만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는 자신에게 묻고 묻는다. 너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지 정말, 나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을까. (26p)
자신이 낳은 아기를 중국 여자에게 준 악순 언니, 두고 온 딸 생각에 술을 마시는 을숙 언니, 아편 중독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점순 언니, 땅에 녹슨 못으로 편지를 쓰는 끝순, 정신을 놓고 정수리 머리카락을 뽑아대는 요시에, 앞을 못 보는 금실 언니 곁에 꼭 붙어있는 은실, 일본군 애인을 둔 해금, 맨날 지정보살을 부르는 연순 언니, 욕쟁이 군자 언니 그리고 일본여자 이름으로 죽어간 수많은 소녀들. 당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어떤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악을 쓰며 화를 내야 마땅합니다. 조국은 왜 나를 지켜주지 못했느냐고. 원통한 것은 그때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위안부에 관해 막말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면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말들입니다. 분명히 그 말에 대한 책임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과거사에 관한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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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빨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 했으면 좋겠다. * 내용에 분노하며 읽었고, 책 커버 디자인에 또 한 번 분노했다. 리커버 계획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 몸이 내 것이 아닌데 나는 어째서 몸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새장 속 새처럼 몸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걸까. 몸이 죽어야 몸에서 놓여날 수 있으려나. 심장이 멎고 숨이 끊어져야. 하지만 몸이 죽으면 나는 있을 데가 없다. 숨을 데가 없다. 군인들이 들끓는 낙원위안소에서 내가 숨을 데라고는 몸뿐이다.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씻고 또 씻는다. 방금 내 몸에 다녀간 군인의 침이, 땀이, 정액이 몸에 묻어 있는 걸 참을 수가 없어서. 몸이 내 것이 아니면, 몸에 들어선 아기도 내 아기가 아닌 게 아닐까. 내 아기가 아니면 누구 아기일까. "어머니, 나는 아기에게 묻고 물어요. 아가야, 너는 누구의 아기니? 후유코, 도시코, 모모코, 후미코, 야에, 미쓰코, 요시노, 히후미, 유키코.." 나는 강물에 편지를 쓰는 대신 일본 여자 이름들을 쓴다. 군인들이 내게 지어준 이름들이다. 혹시나 아기가 그 여자들 중 하나의 아기가 아닐까 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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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보니 그 나이 또래의 아픔이 보다 더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정말 물빛 같이 맑고 예쁜 나이에 상상도 못할 고통을 경험한 당시의 소녀들에게 어떤 말을 전할 수 있을지 막막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제는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도 몇 분 안계신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흐르는 편지 같은 책들이 오랫동안 사람들 마음에 남아 있었으면 합니다. 좋은 책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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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편지. 김숨. 현대문학. 김숨 작가님이 쓴 위안부 관련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일본은 분명히 기억해야합니다. 당했던 할머니들이 돌아가셨다고 그것이 끝난 역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아직도 이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해야합니다. 당신 선조들이 한 짓을. 전쟁을 일으켜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그 과거를 반드시 기억하기 바랍니다. 할머니들이 다음 생에는 정말 부잣집 딸로 곱디고운 영혼으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두번다시 이런 일 일어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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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읽고싶어서 둘러보다가 발견한 흐르는 편지 나는 이 책 표지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미리보기로 몇장 읽고 바로 구매했다.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어쩌면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인걸 알면서도.. 이제는 잊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는 이 책의 표지가 마음에 안들지는 몰라도 나는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고싶다고 느끼게 해줬고 내용과도 무관하지않아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어떤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으며, 먹먹하고 서럽다. 모두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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