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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가 온 첫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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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엔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책을 자기 전에 한 권씩 읽을 예정인데, 남편과 제가 맨 처음으로 고른 건 이런 표지를 가진 그림책입니다. 어쩐지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연상되지요? 고요하고 평화로운 겨울밤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눈밟는 소리가 날 듯 합니다. 아이와 강아지가 눈을 맞추며 걷고 있는데 둘 사이엔 따뜻한 친밀감이
"찰리가 온 첫날 밤" 내용보기

 

이번 주엔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책을 자기 전에 한 권씩 읽을 예정인데, 남편과 제가 맨 처음으로 고른 건 이런 표지를 가진 그림책입니다. 어쩐지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연상되지요? 고요하고 평화로운 겨울밤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눈밟는 소리가 날 듯 합니다. 아이와 강아지가 눈을 맞추며 걷고 있는데 둘 사이엔 따뜻한 친밀감이 느껴집니다.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평화로워지는 기분입니다.  

 

지인의 블로그에서 이 그림을 보고 한 눈에 빠져서, 바로 도서관에 접속해서 헬린 옥슨버리의 책들을 검색했었어요. 그만큼 아주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습니다. 착하고 선량한. 아주아주 예쁜.

 

소년의 이름은 헨리입니다.

어느 눈 내리는 밤에 길을 가는데 주인 없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강아지는 헨리를 따라오고 싶어보입니다.

 

잠깐 고민하던 헨리는 강아지에게 '찰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아기 때 쓰던 파란 담요로 강아지를 싸서 집으로 데려갑니다.

집에 도착한 헨리는 찰리를 데리고 다니며 집안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줍니다.

엄마랑 아빠는 찰리를 키우는 걸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찰리를 산책시키고 밥을 먹이는 것 모두 헨리의 몫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찰리는 부엌에서 자야 한다고 말합니다.

"찰리는 내 방에서 자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찰리는 부엌에서 자야 해."

 

 

혼자 잘 찰리를 위해 핸리는 부엌 식탁 밑에 커다란 베개로 잠자리를 만들어줍니다. 그곳은 보일러에서 따뜻한 온기가 나오거든요. 그리고 헨리가 어릴 때 같이 자던 곰인형 보보도 놓아줍니다. 찰리가 혼자 자면 무서울까봐 똑딱똑딱 시계 소리가 콩닥콩닥 가슴 뛰는 소리처럼 들리는 빨간 시계도 놓아줍니다.

그리고 찰리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어줍니다.

 

 

헨리는 참 마음씨가 곱지요?

이 조그만 소년에 단번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어요.

특히 빨간 시계를 놓아주는 그 세심한 배려심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예뻐요. 참 예뻐요. 그쵸?

이 착한 아이 때문에 기분이 점점 좋아집니다. 아주아주 평화로워집니다.

 

드디어 찰리는 쌔근쌔근 잠이 들었고, 헨리는 방으로 돌아옵니다.

하얀 눈을 여전히 소복소복 내리고 있습니다.

눈 덮인 공원에서 찰리와 함께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헨리는 아주 행복합니다.

 

그런데 그때, 찰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울지 마, 찰리! 울지 마!

헨리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아이가 얼마나 서둘러 달려가는지 이 그림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만으로도 찰리를 걱정하는 헨리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찰리는 이 낯선 집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찰리가 온 첫날 밤에 헨리와 찰리에겐 어떤 일이 생길까요?

 

궁금하다면, 이 어여쁜 그림책을 계속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죠?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이런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첫 애완동물과 만났던 기억. 그 애완동물에게 사랑을 주며 생명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던 추억 말이죠. 아주아주 순수할 때라 아주아주 순수하게 마음을 듬뿍 주던 그런 기억 말이에요.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 한 토막이 떠오를 수도 있을 거예요.

 

아이가 있는 부모님이랑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그림책입니다.

 

한국에서도 <찰리가 온 첫날 밤>이란 제목으로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되었는데, 재밌는 건 보통의 관례와는 달리 글쓴이의 이름보다 그림 그린 사람의 이름이 앞에 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헬린 옥슨버리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겠죠.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은,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이야기도 아주 예쁘구요.

한 눈에 사랑에 빠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그런 책입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 그림책의 모든 그림들이 다 완벽하게 마음에 드지만, 그 중에서 한참을 들여다봤던 건 바로 이 그림이에요. 헨리는 자기 마음을 주는 법도 알고, 상대가 누구든 그 상대를 오롯이 사랑하는 법을 아는 아주 멋진 소년이에요.  헨리는 분명 아주 좋은 어른으로 자랄 것 같죠? 진정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하고 따뜻한 어른으로요.

아주 잠깐이지만 성인이 된 헨리의 모습까지 상상하게 만든, 흐뭇한 그림입니다.

 

숱한 자극들에 둘러쌓여 웬만해선 감동이라는 걸 잘 안 하게 되어버린 세상이지만, 찰리와 헨리의 티없이 맑고 순수한 아름다운 만남과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감동이 점점 깊어집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도 한 때는 이런 어린 아이였는데, 언제 이런 어른이 되고 만 걸까요?

순수하게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그 마음을 다시 찾고 싶어지는, 그런 고요하고 아름다운 밤입니다.

c*****g 2015.05.13.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