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 한마디로 세계사 속 두드러진 여인들의 이야기로 읽힌다. 결론부터 말하면 꽃이냐 아니냐의 의미로 각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비교해가며, 생각해가며 읽어서 좋았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꽃이 아니다>라는 제목에 대해 한동안 생각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무척 좋아하는 입장에서, 꽃이 아닐 건 또 무어냐고도 생각했다. 꽃은 어떤 걸까? 저자에게 꽃은 수동적이며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강요받은 여자들이었을 것이다. 아름답게 피어 있으나 쉬 꺾이고마는 그런 존재였기에 저자의 눈에 꽃이 '아니다'라고 외친 여자들을 다룬 것일 거다. 그러면 그간의 삶에서 나는 꽃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던가. 내게 꽃은 사랑하는 대상 모두였다. 아름다워서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대상들이 내게는 꽃이었다. 어린 왕자가 자기 별의 한 송이 꽃에게 느꼈던 그런 느낌과도 닮았다. 지켜주고 싶지만, 사실은 강한 꽃. 어쭙잖게 내민 손이 무색해지기도 하고, 그러나 눈을 뗄 수 없는 존재가 내게는 꽃이다. 그것은 남녀를 불문한다.
남녀를 불문한다.
사회 문화적으로, 신체적 이유로 여자가 억압당하며 살아온 역사는 말해 입 아플 정도이며, 나 자신 뼈저리게 느끼며 나이 들어왔으니 각설. 그러나 남자 못지 않게 또는 남자보다 더 잔인하거나 억센 것을 '꽃이기를 거부한' 것으로 묶거나 여자로서 너무 힘든 삶을 겪어 그 반작용으로 어떤 행동을 했다는 식으로 묶는 것은 마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공의 거름이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연쇄 살인마로 성장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일반화하기는 좀 무리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한 일에 대한 원인은 실로 수만 가지일 수 있고, 그 근원을 파헤치려면 가계의 역사를 종횡으로 훑고, 그가 태중에 있을 때 그 어머니의 신체적, 환경적 요인들도 살펴 보아야 하며, 성장환경에서 어떤 요소들이 개입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매우 다각적인 조명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문헌에 의지해 이 사람이 이래서 어땠을 것이다, 저랬을 것이다 하는 일이 조금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딸만 있는 집에서 성장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여자들만 다니는 학교를 다니며 사회로 나왔고, 여자들 수가 압도적인 데서 일했고, 가부장적 권위가 강한 집의 맏아들에게 시집 가서 딸만 둘 나은 엄마로 살면서, 사실은 내 속에 피해의식도 적잖이 쌓여왔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극복은 역시, 남녀를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배려와 이해의 차원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각. 그게 중요하리라 본다.
이 책, 읽으며, 끝없이 의문을 던지게 해준 점이 고맙다. 알던 이야기 사이사이에 모르던 이야기들도 섞여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많은 자료가 섭렵되어 있으므로 세계사에서 두드러진 여성 인물 사전 식으로 받아들이면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해 더 깊이 파고 들었거나,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에게서 공통점을 추출해 그 부분을 집중 조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서너 쪽의 짧은 글 속에 녹아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큐알코드로 찍어서 동영상이나 음성파일을 들어가며 책 읽는 경험은 색다른 묘미.^^ |
|
제목이 참 도발적이다. 책을 펼치기 전 제목만 보고는 성적대상으로 농락당하는 여성들의 비애를 예상해 봤고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여인들의 당당한 홀로서기를 응원하는 글인가 상상도 해 보았다. 어찌되었든 결론은 주제가 그리 가벼운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책의 부제는 ‘세계사 속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임을 표지에서 발견했다. 인류 역사가 여성과 남성이라는 두 개의 성으로 이루어진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역사 속 여성들을 찾아내고 재조명 하는 작업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것 역시 여권신장의 여파로 봐야 하는 건지 아무튼 근래에 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연구가들에 의해 뛰어난 리더십과 결단력, 용기를 가진 여성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책 제목에서 보여진 대로 저자는 남성중심사회에서 꽃이길 거부했던 여성들의 당당한 외침을 담으려 했고, 기존 역사사료에서 볼 수 없었던 진일보한 여성시각을 보여주려 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자가 말한 진일보한 여성으로 재해석된 인물들이 나에게는 제대로 어필된 것 같지는 않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여왕부터 악녀로 세계사의 한 장면을 장식했던 인물에 이르기까지 가히 짐작될만한 여성들이 주로 소개되었고 그녀들의 삶을 여성적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는 것 역시 그다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는 실존 인물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사료들과 서적들을 바탕으로 한 인물을 해석하는 건 큰 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없던 일을 지어내는 것도 안 되고 상식을 넘어서는 오류를 범하면서 과하게 진실을 추론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세계사 속에서 당당하게 군림했던 혹은 그동안 집중 조명되었던 남성들 옆에 부수적인 존재가 아닌 독립적인 인물로서 그려진 27명의 여인들을 만나보는 시간들은 즐거웠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같은 여성이 보아도 홀딱 반할만한 리더십과 야망, 결단력 등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멘토로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공주로 태어난 왕자’라는 소개가 한 치 어긋남이 없었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야기는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 지도자로써 최고의 찬사를 받아내는 모습에서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그녀는 국민들로부터 ‘훌륭한 여왕 베스’라고 불렸을 만큼 탁월한 정치가요 군주였다. “ 그대들은 나보다 더 좋은 리더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나, 나보다 더 그대들을 사랑하는 리더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본문 중> 아, 이러한 그녀의 화답만 읽어도 통치자로써 얼마나 당당하고 멋진 모습일지 가히 상상이 되고도 남음이다. 그렇지만 황후를 몰아내고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고자 강보에 싸인 친딸을 죽이고 두 아들마저 독살한 측천무후를 통치력만으로 재평가 하자는 데에는 반대하고 싶다. 인륜을 저버린 행위는 그 어떤 정당성도 확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여자 이중 스파이라는 마타 하리를 순진하게 희생된 한 여인으로 평가한 이야기와 사랑 때문에 파시스트를 자처한 나치의 영부인 마그다 괴벨스의 삶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연민과 복잡한 감정이 생겨나기도 했다. 진실한 사랑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었던 몇 몇 여성들의 삶을 보고 있노라니 이것이 바로 여성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아이러니인 듯도 하다. 이 책에서 언급된 세계사 속 여성들처럼 앞으로 우리 역사 속에서도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탄생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부지런히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어봐야 할 당위성마저 생긴 느낌이다. 그래, 나는 여성이다!라는 당당한 외침을 듣기 위해서라도... |
역사 속에 그려진 사람들은 과연 그 모습이 전부 진실일까?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분이거나 그 이미지 자체가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도 않을까?
아마도 이 책은 그런 각도에서 쓰여진 책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부, 악녀, 악처의 이미지를 가진 역사속 27명 여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들에 대한 자세하면서도 좀더 다각적인 면을 알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이미지에 반하는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 그녀들의 편을 들고, 그녀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껏 그녀들에게 내려진 천편일률적인 평가들을 이 책을 통해서 달리 바라본다면 그녀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에서는 총 27명의 여인들이 나온다. 역사속에서 남자들 못지 않은 유명세로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여인들이다. 그녀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꽃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된다.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이야기되는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한 6명의 여왕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는 여자의 몸으로 권력의 정점에 올라 세상을 호령했던 그녀들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될 것이다. 비록 한나라의 군주로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지만 군주보다 더큰 의미로 남아있는지도 모르는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도 역시 흥미로울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 연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 여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당당히 한 존재로서의 여인이였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감동과 아픔, 환희와 슬픔이 공존하기도 한다.
지난 8월 5일은 마릴린 먼로가 1962년 8월 5일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흐른 날이다. 만인의 연인이 아닌 오롯이 한 사람의 여인이 되고 싶었던 그녀를 세상의 요부이자 섹시 심볼로만 기억한다.
먼저 책에서는 그녀가 태어나 살아온 삶과 1962년 8월 5일 당시 그녀의 나이 36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일대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릴린 먼로의 짧지만 불꽃같았던 삶에 있어서 중요했던 일들을 화두로 삼아 그녀가 이 세상에 살다 간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간간히 첨부되어 있는 그녀와 관련된 사진들과 QR코드 속에 담긴 시청각자료는 그녀의 삶을 알아가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954년 상영된 오토 프레밍거 감독, 마릴린 먼로, 로버트 미첨 주연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케이'역을 맡았던 그녀가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르는 주제곡 <돌아오지 않는 강>을 들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1954년 2월 도쿄로 신혼여행을 갔던 마를린 먼로와 조 디마지오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이처럼 그녀가 살았던 생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책속에 나오는 다른 여인들의 이야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책의 내용은 마지막에 그녀들과 관련 있었던 테마로 여담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그레이스 켈리와 다이애나 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처럼 그녀만의 이야기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볼때 이 책은 27명의 여인들 각각에 할애한 분량이 상당하며 사실에 기초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현실 속에서 재평가된 그녀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고 동시에 재미있는 책이다. |
|
고등학생때였던가... 수업시간에, 수업내용과는 관계없는 이야기였을텐데 아무튼 선생님이 세계적으로 전문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다 남자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남자들의 전문분야라고 알려져있는 분야뿐만이 아니라 여자들의 전문분야라 일컬어지는 의상디자인, 요리쪽을 살펴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다 남자라는 말이다. 뭔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선생님 말씀에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는 학생도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었기에 그냥 그렇게 넘길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사실 역사를 살펴봤을 때 인종차별이 없어진 것, 성차별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 - 물론 지금도 그 모든 차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수는 없지만 - 여성의 정치적인 선거권 참여 자격조차 겨우 한세기를 넘기고 있는 시대에 드러내놓고 여성이 외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의 제약은 엄청나지 않았는가. 그러니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은 로댕의 작품에 속하게 되어버리고, 모짜르트의 아내는 천재의 위대한 음악성을 모르는 무식하고 못된 여자가 되어버리고, 무능하고 유약한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뜨와네트는 사치스럽고 생각이 없는 여자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세계사 속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이라는 부제를 보면서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조금 컸다. 아니 아주 많은 기대를 가졌다. 내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또 다른 시선으로 당당하게 살아간 여인들의 모습을 그려내보여 주는 것일까,라는 기대감에 설레이며 책을 펼쳐들었다. 역사 속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남자의 우월함을 이야기했던 선생님의 무지함을 확연히 드러내보여 줄 당차고 위대한 여인들의 모습을 기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책을 읽으며 나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조금은 실망스럽기는 했다. 이미 유명한 퀴리부인, 케테 콜비츠, 조지아 오키프, 허난설헌 같은 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오해와 문화의 몰이해속에서 그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여인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깊이보다 조금은 훑어가듯 지나쳐가버리는 이야기가 조금은 아쉬운 것이다. 새로이 조명받고 있는 까미유 끌로델의 이야기 역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로댕의 그림자에 갇혀버린 비운의 천재적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그녀 자신의 삶과 예술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저자는 수많은 여인들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당당하게 외치는 삶을 살아갔지만 이해받지 못한 여인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
한 사람 한 사람 인생을 살펴본다면 어찌 평범하지 않은 삶이 있겠는가? 산자든 죽은 자든 지극히 개인적으로 접근해 본다면 인간은 모두 인생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때론 슬프고, 때론 기쁜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인류 역사에서 인간의 삶은 남성을 중심으로 기록되고, 정의되고, 분석되었다. 근대 이후 인권의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양성평등의 가치가 주목되고, 지금 시대에는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구분조차 모호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동등한 양성의 시대라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여성에 대한 적지 않은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여성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은 그릇된 역사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남성중심의 역사관으로 무장한 현대인 또한 비상식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며 왜곡된 여성상의 피해자는 아닐까 조심스럽게 가늠해본다. 『나는 꽃이 아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역사속의 걸출한 여성들을 모아놓은 이 책은 내게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어 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클로델이나 조르주 상드, 보부아르와 같은 여성들은 그들 개개의 능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랑이라는 범주에서 이해되었던 인물들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별로 대단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역사에서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던 여성들, 측천무후와 카트린 왕비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까지도 심연에는 사랑의 감정으로 충만했다는 사실이다. 무자비하고 표독함으로 알려져 있는 여성 군주들의 내면은 실상 남편에 대한,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성 바르톨로메오 대학살’의 주역인 카트린 왕비의 무자비함의 이면에는 자식을 지키고자 한 어머니의 모성이 깔려 있듯이 말이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은 아무래도 남성이 여성보다 한 수 아래인건 확실하다. 남성이 권력과 명예를 위해 행동한다면 여성은 사랑을 위해 행동함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은 격동의 역사 속에서 희생양이 된 여성들도 소개한다. 잔 다르크를 필두로, 이르마 그레제라는 아우슈비츠 수용수의 여간수, 헐리우드의 섹시스타 마를린 먼로가 그들이다. 평가가 어떻든 중요한 것은 역사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생각보다 낮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속의 다양한 정보 때문인지 몰라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남성 권력자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상태인 여성들의 역사로 보강돼야만 가치가 빛난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책 속 여성들의 삶은 인간 역사의 진솔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르마의 짧은 삶은 제 3제국을 통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히틀러와 나치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광란의 시대를 살아간 많은 여성들이 그랬겠지만 이르마와 마그다 괴벨스는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후세에 전해주는 전령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여성은 단순한 꽃이 아닌 것이다. 그녀들 또한 역사의 당당한 주인공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수 년 전 읽었던 한 여성이 계속 떠올랐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으로 불렸던,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 미국 노동운동계의 대모, 그녀는 바로 마더 존스다. 용기와 정열, 헌신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그녀의 마지막 유산은 그녀가 남긴 바로 이 말이다.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고, 산 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라.” -----본문 458쪽.「마더존스」/ 엘리엇 고온 여성을 꽃으로 비유하는 것이 불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남성에 비해 약하는 의미로 꽃에 비유하는 것은 반대한다. 역사 속 수많은 여성은 남성보다 강했다. 그리고 그 강함은 남성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권력과 명예 그리고 힘과는 다르다. 그녀들은 사랑을 전제로 한 강함이라는 높은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다. 불안하고, 암울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현대에 여기저기 쌓여만 가는 수많은 문제들의 본질은 사랑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아픔을 보듬고,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넉넉함과 여유로운 여성의 사고방식이 어쩌면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인류의 앞날에 희망이 되지 않을까? 아니 인류의 희망이다. 사랑이야 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