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일리아스의 한글 번역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거의 예외없이 일본어판, 혹은 영어 현대어판을 다시 번역한 중역들로서 이오니아 방언으로 쓰여진 호메로스 원전의 맛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는 곧 서구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헬레니즘 전통의 근간을 이루는 호메로스에 대한 몰이해로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병희선생께서 희랍어 원전을 직접 번역하신 이 책은 실로 값진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단어대 단어 번역이라는 엄격한 직역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우리 말로 읽음에도 가급적 생경하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과, 희랍어 원전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하여 번역어를 세심하게 엄선하고 조탁한 흔적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운율을 살려 번역하기 무척 힘든 부분에서도 원전과 3행 이상 차이가 나는 부분이 없다. 다만 서양고전 연구의 진일보라는 학문적인 성과외에도 일반 독자들에게 정확한 번역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차지하는 위치는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중에 나온 다른 번역본들과 비교해보면 단 한 구절을 읽어도 그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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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최초의 문학작품이라는 대서사시 일리아스. 국내에 소개된 여러 종류중에서 단국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이 책이 제일 낫다는 서평을 보고 읽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읽은 단행본으로는 성경 다음에 제일 많은 분량의 책이 아니었을까? 부록과 해설까지 600쪽을 훌쩍 뛰어넘는데다 특히 글자의 크기가 작아 눈이 빠지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론은 만족스럽다.
아카이아인들이 대선단을 이끌고 트로이아를 정복하는 전쟁은 10년동안 이어진다고 한다. 아내를 빼앗아간 트로이아에 복수하기 위해 전쟁은 시작되고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의 여자를 빼앗고 모욕을 하자 아킬레우스는 철저한 방관으로 복수와 명예회복을 노린다. 수 많은 전사들의 치열한 공방속에 밀고 밀리는 접전이 펼쳐지고 트로이아의 영웅 헥토르의 활약으로 공방은 절정에 이른다. 소중한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헥토르에게 잃은 아킬레우스의 참전으로 전장은 대반전을 이루고 대영웅은 헥토르를 죽여 최고의 영예를 얻는다. 부왕 프로아모스는 아킬레우스에게 몸값을 치루고 눈물로 호소하여 아들의 시신을 되돌려받고 성대히 장례를 치룬다. 이것이 일리아스의 내용이다. 일리아스 이후의 그 유명한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많이 듣고 읽은 그리스 신화의 많은 신들과 영웅들이 전형적인 말투 - 창을 잘쓰는 아무개, 발이 빠른 아무개, 가슴이 나온 여자... - 를 사용하며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줄거리 요약본만 경험한 나에게는 원전 번역본의 재미가 이것이 아닐까싶다.
수 천년전의 사람에 의해 전해지고 정리되고 결국 쓰여진 서사시속에서 치열한 경쟁, 웅대한 열망, 뜨거운 애정, 불같은 복수 등 오늘날에도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이 발견되는것이 놀랍고 감동적이다. |
| 일리아스에서 일어나는 트로이전쟁은 헬레네가 트로이로 사랑의 도피를 하면서 시작된다. 원래 이 전쟁은 그것이 아니지만 호메로서는 대서사시로 꾸미고 싶었을 것이다. 신화적으로 말하면 헬레네의 아버지는 제우스신이라고 한다. 분명 그녀는 남편과 딸이 있었으면서도 잘생긴 파리스와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도망을 쳤다. 헬레네는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이면서도 살아서 자신의 남편과 전에 행복했던 삶으로 돌아간다. 죽어야 했으면서도 그녀는 신의 딸이라는 이름아래 용서가 되어졌고 죽지 않기까지 했다. 그녀 한사람 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으면서도 그 피를 씾으려 하지도 않았고 용서를 빌려고 한 것도 아니였고 정당하다는 듯 이야기 되어져 있는 것이 못마땅하게 다가왔다. 그에 비해 언니는 자신의 남편을 죽이고 비극적인 생을 산다. 자신의 딸에게 죽은 것이였다. 헬레네의 언니는 행복한 결혼을 하고 있었는데 그리스의 대장이였던 남자가 헬레네 언니의 남편과 아이를 죽여버렸다. 그녀는 원하지도 않은 결혼을 했다. 그것도 자신의 남편과 아이를 죽인 사람에게 그래서 그 남자를 죽이는 것은 당연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엄청난 죄인인 듯 쓰여져 있다. 그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