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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한반도는 말 그대로 격동의 현장이다. 냉전의
유일한 잔재로 남아있던 한반도에 봄기운이 살며시 다가왔기 때문이다. 얼어붙기만 했던 남북관계가 해빙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더불어 70년간을 적대적이었고, 한 해 전까지만 해도 온갖 무시무시한 말 폭탄을 주고 받았던 북미관계 또한 극적인 반전을 이루었다. 꼭 북핵문제가 아니래도 우리에게 북한이란 금어였다. 그러기에 북한에
대한 책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해빙의 기운은 그런 우리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
좀 더 알아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최근 북한관련 책을 두어권
읽었다. 언론인인 진천규가 2017년 10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단독 방북하여 북한의 일상을 취재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와 뉴질랜드 모터사이클 모험가인 모건 부부가 북에서 남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종단한 여행기 [한반도를 달리다]가 그것이다. 진천규는 자신의 책에서 ‘남쪽의 사람들이 알건 모르건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고 알려주었고, 모건 부부는
제3자의 눈으로 본 북한의
모습을 우리에게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사람 사는 모습은 그곳이나 이곳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면 나는 종북좌파가 되는 것일까?
이 책 [안녕, 평양]은 북한을
소재로한 소설집이다. 공선옥, 성석제, 김태용 등 6명의 작가가 쓴 단편소설 6편이 실려있다. 3년전에 여행 소설집 시리즈로 기획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남북 사이에 해빙의 기운이 보이면서 묵은 때를 벗겨내고 출간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북한이란 여전히
금단의 땅 이였던 것이다. 책에 실려있는 6편의 단편 중
가슴 찡하게 만드는 작품은 공선옥의 [세상에 그런 곳은]과
성석제의 [매달리다]였다.
공선옥 작가의 [세상에 그런 곳은]은 남이나 북이나 없는 사람들이 살기에는 녹록치
않은 곳임을 알려준다. 계약직 노동자로 사는 완과 탈북 이주민 준. 작가는
그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서로의 시선을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해고된 노동자로 하루하루의 생활에
쫓기며 사는 완과 얼마간의 돈이라도 벌기 위해 어버이연합 시위에 가담하는 준의 일상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진실로 다를 줄 알고 왔단 말임다. 다르지 않은
줄 진작에 알았으면 내 목숨 걸고 오지도 않았단 말임다.’ 준의 절규 앞에서 작가는 [세상에 그런 곳은], 차마 ‘없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성석제의 [매달리다]는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내용을 소재로 삼고 있다. 명태잡이를 하다 북방어로한계선을 넘은 어선에 타고있던 명길. 선원들은
간첩혐의로 북에 억류되었다 풀려나지만 이내 남한에서도 간첩혐의를 받는다. 명길은 14살 어린 나이였기에 풀려나고, 세월은 그를 어부로 만들었다. 고기잡이를 평생의 직업으로 삼은 그는 나이가 들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지만 느닷없이 경찰에 잡혀가 간첩이
되고 만다. 고문을 당하고, 형을 살고, 집안은 풍지박산이 나고, 아내도 떠나고.. 비비 꼬이고 비틀어진 우리의 지나간 역사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진다.
작가는 아마 이젠 그런 시간들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이 작품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 밖에도 2023년의 평양을 배경으로 북한 최고 여성과학자를 인터뷰하는 서울의 여기자와 북한의 연구원 사이의 만남을 소제로
한 김태용의 [옥미의 여름], 간첩단 일행과 술에 취해 버스에서
미처 내리지 못한 인디 가수 사이의 야간 여행을 그린 정용준의 블랙코미디 [나이트 버스], 금강산 관광 취재 중 듣게 된 북한 예술단원 연분희의 사랑이야기인 이승민의 [연분희 애정사], 그리고 한국계 독일인인 ‘본’이 서울과 베를린, 평양과
샌프란시스코에 이르는 여정 속에서 관념이 아닌 실체에 접근하려는 모습을 담아낸 한은형의 [샌프란시스코
사우나]가 실려있다.
소설집은 처음 시작하면서 ‘우리, 평양과 만나게 될까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평양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평양과 연루된 서울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지만, 하나같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 싶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쓰여있는 ‘내일의 평양은 오늘의 평양과 다를 겁니다.’라는 말이 더 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이런 소설들이 계속 출간되고, 또 우리들이 그 소설들을 읽음으로써 남과 북의 간극이 좁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것이 꿈이 아니기를 바래본다. 소설이란 작가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허구라 할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