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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긴 문장과 문체에 압도당하여 이야기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했고, 문맥을 놓쳐 다시 거슬러 올라가 읽기를 반복해야 했다. 이는 내 사고가 얼마나 경직되어있고, 편협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나친 세부묘사 같아 대충 훑어버리고 나면, 뒤에 오는 얘기는 도대체 무엇을 뒷받침하는지 몰라 헤매기 일쑤였고, 정작 중요한 사실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겨우 중반부에 가서야 제대로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고 끝을 맺었다는 사실~! 첫장을 넘긴 건, 2월 중순이었는데 이제야 서평을 올리니 내 무지가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시간의 지도』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귀족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4차원 시간여행'은 그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아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은 상류층의 필독서였으며, 졸지에 그의 부산물인 머레이의 시간여행사를 배불린다. 세가지의 옴니버스 성격을 띤 구성이지만, 이 세가지가 맥을 같이해야만 앞뒤 내용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시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따랐다.
웰스가 퇴짜놓은 머레이의 소설은 졸작이라는 불명예를 안지만, 그의 조잡한 비닐하우스는 거창한 세트장인 4차원 시간여행사로 순식간에 대박불패신화를 낳고 머레이를 부자의 반열에 올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웰스는 머레이와의 협공으로, 8년 동안 희대의 살인마에 의해 난도질 당한 연인 마리 켈리를 잊지 못하는 상류층 청년 앤드류 해링턴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도와주고, 일용직에 불과한 톰 블런트를 미래의 사악한 로봇과 싸우는 용사 데릭 섀클리턴 대장으로 알고 있는 상류층 소녀 클레어 해거티와 주고받는 편지에 웰스가 개입함으로써 그들의 로맨스에 불을 당긴다. 끝으로 미래의 19세기를 지키는 도서관 사서로부터, 웰스는 자신의 발표되지 않은 원고 「투명인간」을 가져올 것을 명령받는데 꿈결같은 형이상학적인 시간을 오가면서 평행우주이론을 등장시킨다.
세기의 사기꾼 머레이는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지나가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4차원의 균열들을 시간여행이라 설파하고, 시간여행을 하는 동안은 늙지도 않는다고 하여 여왕 조차 4차원의 세계에 별장을 의뢰해 놓는 몰지각한 작태까지 벌인다. 불로장생을 누리고 싶은 열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나친 집착을 초래한다. 도대체 실현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연극을 두고, 세기의 사기극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귀족들에게 휩싸인 허영심만 채우면 그만이지 않았을까?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말이다. 이는 대영제국이라는 미명아래 기형적인 사회상을 잘 반영한 듯하다. 그리고 앤드류 해링턴과 마리켈리, 톰과 클레어는 신분상의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사랑하는 모습은 신분을 뛰어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감정소비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앤드류의 과거로의 여행은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연상시키고, 톰과 클레어가 주고받는 편지라든가 사랑을 나누는 대목 등은 영화 「터미네이터」를 차용한 느낌이 크다. 한마디로 말해서, 메타소설 냄새가 다분하다. 빅토리아 시대풍의 소설이면서 로맨스를 지향했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시간여행이라는 SF적인 공상과학 위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스릴러라든가 살인사건을 추리해가는 탐정소설까지 총망라했으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어선 평행우주이론은 또다른 내 인생이 우주 어디쯤에서 반복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부추긴다. 동시대를 함께 한 드라큘라의 작가 브람 스토커, 헨리 제임스도 함께 등장하지만 이 소설의 백미는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내린 웰스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펠릭스 팔마가 웰스에게 헌정하는 작품이기에 그의 도덕성과 인간성이 더욱 빛이 나는 소설이었다. 560쪽의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놀라운 기량을 자랑하는 스토리텔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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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지난 무술 영화만 줄기차게 빌려 보던 시골 꼬마가 서울로 상경하여 '빽투더 퓨처'를 봤을때 그 놀라움이란. 그 때부터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것 같다.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는 일단 빌려보고 왠만하면 좋은 점수를 준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19세기 최고의 SF소설 [타임머신]을 둘러싼 기발하고 놀라운 사기극! 이란 문구를 되지도 않는 속독법으로 읽었던 탓인지 이 책이 바로 최고의 SF소설인줄 알고 읽어버렸던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선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이다. 허나 이 작품을 SF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설픈 속독으로 문구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뜻을 왜곡해서 읽었기에 이 책을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잘못 읽은 줄도 모르고 저자에게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게 이 책을 더 재미있게한 주요 원인이었다. 나비효과란 영화를 아무 정보도 기대도 없이 무작정, 우연히 감상했을때의 희열처럼.
독자란 아마도, 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뻔히 예측을 하는것보다 보기좋게 예측이 빗나갔을때 더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추리 소설의 범인을 맞추었거나 사건을 예측했을 때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너무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면 무슨 재미인가? 처음 번역도 제대로 안된 어린이용 홈즈를 읽었을때의 감동과 어른이 되서 완역본을 읽었을때의 감동, 둘을 비교하자면 난 단연 비교도 안되게 전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양장본에, 큰 판형에, 560페이지라는 무시무시한 압박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몰입도를 지닌 이 소설은 한 젊은 귀족의 사랑이야기로 시작된다.
'뭐야 이거 타임머신을 타고 뿅뿅 시간을 이동하는 모험을 기대했더니~'
실망하긴 이르다. 지체 높은 바람둥이 청년 앤드류가 창녀에 불과한 여성을 사랑하는 이야기 자체도 그럭저럭 볼만했다. 마치 창녀와의 사랑이야기로 작품을 모두 채울것 같이 느리고 상세하게 전개되지만, 그 전환점에 도달하면 드디어 이 책에서 기대 했던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로 접어들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 출간된 이후, 2000년으로 미래 여행을 시켜준다는 여행사가 세상에 등장한다. (소설의 배경은 19세기다) 앤드류는 시간여행을 해야할 간절한 이유가 있기에 그 여행사를 찾아가게 되지만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한다. 그러나 타임머신의 작가 웰스에게 타임머신이 있을거라고 이야기 하는 여행사 사장 길리엄의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가는 앤드류와 그의 친구 찰스.
작가는 누군가에게 돈받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장통의 익살맞은 이야기꾼 같은 화자를 설정해놨는데, 소설이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맞아 떨어진다. 화자가 자신을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좀 쌩뚱맞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거슬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고 소설의 분위기와 어느정도 맞아떨어지기에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화자는 갑자기 웰스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엉뚱하다고 느낄 독자의 반응을 예상해서 이유까지 설명해가며. 화자의 그런 엉뚱함과 실존인물인 웰스는 이야기들을 서로 연결짓게 해주는 고리의 역할을 한다. 앤드류의 민원?을 웰스가 해결해 준 다음에서야 독자는 소설의 전개방식과 성격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2부가 시작되고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여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성격이 대충 파악되었다고 책을 덮어버리기엔 아직 이르다. 그런점에서 실망할지도 모르는 독자를 위해 작가는 여러가지를 준비해 놓았으니까.
신선하고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비록 내 그리 많은 소설을 읽진 않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잘못된 사전정보에 의한 효과가 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모르긴 해도이 소설을 위해 작가는 꽤 오랜기간의 치밀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였을듯 하다.
이 두꺼운 소설이 모두에게 재미를 줄런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꽤 이름이 알려진 소설공장공장장같은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안심과 익숙함과 안정을 주려는 듯이, 적당한 환상과 적당한 사랑과 적당한 스릴을 버무려 조립해낸 소설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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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과 영화의 단골 소재인 “타임머신(Time Machine)"의 개념은 “쥘 베른”과 함께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린다는 영국의 과학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인 “H.G.웰스(Herbert George Wells; 1866 ~ 1946)의 소설 <타임머신(1895)>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타임머신>을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작품에서 시간 여행자는 공간의 세 평면인 길이·너비·두께와 네 번째 차원인 시간, 즉 “4차원(四次元)”의 개념으로 시간 여행을 설명하고 있다는 데, 시간 차원을 제4차원으로 간주한 것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1905)”에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보다 10년 전에 비록 소설 속 허구이긴 하지만 4차원 개념을 정립한 셈이니 놀라지 않을 수 가 없다. 그런데 이런 “시간여행(Time Travel)"은 과연 웰스의 머릿속에서 나온 순수한 창작이었을까? 혹시 웰스는 실제로 타임머신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지 않았을까? 당시 이름 모를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발명했다거나 또는 미래의 시간 여행자가 웰스를 방문해서 그런 정보를 주진 않았을까? 그래서 실재(實在)하는 타임머신을 웰스가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4차원에 대한 개념이나 시간여행을 그렇게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그려내지 않았을까? “조나단 스위프트”가 시간여행자였고 타임머신을 통해 미래를 다녀와서 그걸 토대로 <걸리버 여행기>를 썼다는 설(說)이 있는 것처럼 허무맹랑하지만 한번쯤은 의심(?)해볼 만한 그런 상상일 것이다. 스페인 작가 “펠릭스 J. 팔마”의 <시간의 지도(원제 El Mapa del Tiempo /살림출판사/2012년 2월)>는 이처럼 H.G.웰스와 시간여행에 얽힌 재미있는 상상을 그려낸 소설이다.
작가는 과거를 다시 돌이킬 수 있고 우리들이 걸어온 발자국 위를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감격과 놀라움이 가득한 모험에 초대한다는 팸플릿의 글과 함께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젊은 청년의 이야기로 1부를 시작한다. 웰스가 <타임머신>를 발표한 지 1년 후인 1896년, 8년 전에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에게 연인 “마리”를 살해당한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리가 살해당했던 곳에서 권총으로 자살하려는 “앤드류 해링턴”을 뒤이어 달려온 사촌인 “찰스”가 가까스로 막아낸다. 찰스는 앤드류에게 최근 런던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머레이 시간여행사”에게 부탁하여 8년 전으로 돌아가 연인을 구해내자고 제안한다. 반신반의하면서 찰스를 따라 나선 앤드류는 머레이 사장에게서 자신들의 시간여행은 로봇과 인류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2000년”으로 밖에 할 수 없다는 말에 실망하지만, <타임머신>을 집필한 H.G.웰스라면 혹시 타임머신을 실제로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며 그렇다면 과거로의 여행도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둘은 웰스를 찾아가게 된다. 웰스는 자신을 찾아온 두 청년에게 자신의 집 2층에 있는 타임머신을 제공하고, 앤드류는 8년 전 과거로 돌아가 마리를 살해하기 직전 잭 더 리퍼를 살해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데, 그러나 현실은 전혀 바뀌어 있지 않음을 알게 되고 크게 실망한다. 웰스는 그런 앤드류에게 또 다른 우주, 즉 평행우주(平行宇宙)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그 곳에서는 마리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2부에서는 머레이사의 2000년으로의 시간여행을 소개한다. 로봇과 인간의 최후의 전쟁이 벌어지는 2000년 5월 20일로의 2차 시간여행 원정대에 참여하게 된 귀족 출신의 소녀 “클라라”는 로봇의 대장인 “솔로몬”과 처절한 사투 끝에 승리를 거둔 인간 대표 “섀클리턴” 대장에게 한 눈에 반하고야 만다. 현재로 돌아온 어느날, 미래에서 새클리턴 대장이 클라라를 찾아온다. 미래에 놓고 간 클레어의 양산을 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둘은 하룻밤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섀클리턴 대장이 미래로 돌아가면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만다. 그런데 미래의 로봇을 만들어낸 상인을 죽이기 위해서 비슷한 시간대로 수차례 시간여행을 해온 섀클리턴에게서 편지들이 도착하고 클라라는 그가 말했던 시간여행 입구에 답장들을 가져다 놓는다. 3부에서는 웰스와 동시대의 작가이자 훗날 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작가인 “브람 스토커(<드라큘라>의 저자)”와 “헨리 제임스(<나사의 회전>의 저자)”의 아직 발표하지 않은 작품을 빼앗아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하려는 시간 여행자가 그들을 위협하고, 현재의 웰스는 그 사건으로 미래로 튕겨져 나간 또 다른 우주의 웰스가 보내온 편지를 받고서 그 위협에 대처한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책들보다 큰 판형에 작은 글씨체, 줄 간격도 빽빽하고 560 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인지라 처음에는 언제 다 읽지 하는 생각에 꽤나 겁을 먹고 시작하였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상황 묘사가 꽤나 사실적이고 이야기 구성 또한 흥미롭고 재미있어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어느새 처음의 우려는 금세 잊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1부를 다 읽고 나니 맥이 탁 풀린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SF 소설인 줄 알았더니 1부에서 시간여행은 연인을 잃고 상심해서 자살하려는 청년을 달래기 위한 일대 연극(演劇)이었던 것이다. 다만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연쇄 살인범 “잭 더 리퍼”가 등장하고 비록 연극이지만 연인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청년의 로맨스가 일견 아슬아슬하고 아름다운 면도 있어 이야기로는 재미있어서 2부로 넘어갔다. 이런 2부도 사기극(詐欺劇)이었다! 로봇과 인류가 전쟁을 벌이는 2000년으로 시간 여행하는 “머레이 시간여행사”는 거대한 세트장으로 구성된 일종의 가상 체험이었고, 현재(1896년)의 소녀와 미래의 구원자와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은 실제 - 물론 당연히 실제가 아니어야겠지만 - 가 아니라 웰스가 섀클리턴 대장 역을 맡은 보잘 것 없는 하층민 청년을 대신하여 편지를 써줬다는 것이다. 과연 이 책의 성격이 뭘까, 계속 읽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앞서 말한 대로 <타임머신>의 저자 H.G. 웰스와 시간 여행과의 비밀스러운 함수 관계를 그려낸 소설로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건 그런 기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속았다는 생각에 그냥 이대로 책장을 덮어 버릴까 싶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읽은 분량이 아까웠고, 마지막에는 어떤 사기극으로 마무리하는지 두고 보자 하는 생각에, 또한 출판사 책 소개 글에 실려 있는 각종 매체들의 찬사(讚辭)가 결코 광고만은 아니겠지 하는 심정에 3부를 내처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3부에서 비로소 내가 처음 기대했던, 아니 기대 이상의 이야기가 “드디어” 펼쳐진다. 즉 마지막 3부야말로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자 백미(白眉)였던 것이다. 즉 1, 2부는 “가짜” 시간 여행 - 물론 19세기말 영국 빅토리아 시대 모습을 치밀하게 재현해 낸 점은 훌륭하지만 -이었다면, 3부는 작품의 본령인 “SF 소설”로써의 재미를 극대화한 “진짜”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작가는 3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뜸을 그렇게 오래 들인 셈인데, 1,2부에서 느꼈던 실망이 3부에서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으니 작가의 의도는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3부까지 다 읽고 나서야 1,2부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작가가 각 부를 넘어갈 때 숨겨 놓은 장치들, 즉 1부에서 앤드류가 시간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마주친 의문의 남자의 정체가 2부에서 비로소 드러나고, 2부에서의 거창한 사기극을 벌였던 머레이 시간여행사는 3부에서는 웰스를 위기로 몰고 가는 계기가 되며, 1부에서의 “잭 더 리퍼” 결말이 어떻게 시간의 흐름에 분기점 -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시간의 지도”가 시간 여행으로 인해 바뀌어 버린 역사의 흐름을 기록해 놓은 지도이다 - 을 가져왔는지 2부의 가짜 섀클리턴 대장이 웰스를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등 전체 이야기를 사전에 촘촘하고 치밀하게 구성해놓고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19세기 당시의 사회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발하고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 연극의 변사(變辭)처럼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불친절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쥐었다 폈다 하는 작가의 글솜씨야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인내력 테스트가 아닌 이상 너무 오래 끌어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으니, 아무리 의도가 성공했다고 해도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 그런 괘씸함(?)에 별점 하나를 깎았다^^
괘씸하다고 투정을 부리기는 했지만 560 여 페이지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 임에도 금세 읽히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으며, 그리고 개인적으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겠다. H.G. 웰스의 <타임머신>, 출간되고 120 여 년이 다 되는 지금까지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들로 다양하게 다뤄졌음에도 아직도 이 책처럼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시간 여행자라는 “존 티토”의 예언이나 시간여행자의 증거 사진들이라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심심찮게 화제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시간여행이 현실이 되는 미래의 그 "어떤" 시점까지는 두고 두고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그야말로 최고의 흥행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시간여행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작가가 왠지 부럽기까지 하다. 기회가 된다면 원작인 <타임머신>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끝으로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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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영화 <타임머신>을 통해서였다. 자동차를 타고 미래로 가는 과정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래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후 시간여행을 다룬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에 평행우주 이론과 같은 과학적 이론들이 더해지며 더욱 재미있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선사한다. <시간의 지도> 역시 평행우주를 이용해 시간여행과 그 역설을 설명하는 데, 무엇보다 영화 타임머신의 원작가인 H.G.웰스의 소설 속 '타임머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이 흥미롭다. 모든 시간여행의 시작점을 담고 있다는 점외에도 공상과학 소설의 대가인 쥘 베른까지 실제 소설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모두 등장한다.
전개방식도 여타 소설과는 조금 다른 전개방식을 보여준다. 우선 이야기의 화자가 등장해 인물들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독자를 인도한다. 이야기는 3개의 에피소드로 된 옴니버스식 구성인데 모두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시간여행 속으로 들어가보자. 시간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과거로 갈것인가? 미래로 갈것인가?' 다. 가고자 하는 시간대를 결정하는 것. 만약 과거로 가고 싶다면 이유는 과거를 되돌려 현재를 바꾸기 위해서다. 첫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 과거로의 여행을 다룬다. 1896년 빅토리아 시대를 비경으로 부유한 집안의 자제인 앤드류가 도서관에서 본 초상화 속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초상화 속 인물이 창녀임을 안 앤드류는 실망감이 밀려올지만 결국 그녀를 찾아가고 둘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살인마 잭에 의해 그녀가 살해당하고 만다. 8년이 흘러 앤드류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죽은 그녀를 살리고자 한다. 그러나 첫번째 이야기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며, 독자를 혼동에 빠뜨리더니 이내 2번째 이야기인 클레어와 새클리턴의 이야기로 넘어가버린다. 1장과 2장의 이야기가 시간여행을 다룰 뿐 별다른 연계성이 없어 단편모음인가? 라는 생각을 마지막 3장 타임머신의 작가 웰스와 미래를 창조한 기업가 길리엄 머레이에 의해 비로서 3개의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음을 알게된다.
책이 워낙 두껍고 세부묘사가 많다보니 더디게 진행되기는 하지만, 마지막장까지 다 읽어야 가치를 알 수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시간여행의 원작가인 웰스의 등장으로 타임머신이 수단이 아닌 주체로 등장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웰스를 통해 왜 그가 시간여행이라는 것을 생각해냈는 지, 시간여행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필요가 필요가 있다. 혹여 지나간 과거나 알 수 없는 미래를 궁금해하느라 가장 중요한 현재를 내팽개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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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기술이 발달한 지금 이 시대에도 가슴 떨리고 두근두근 하며 저 기계를 통해서 어디로 갈수 있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하는 마법같은 기계. 전세계 어디라도 심지어 우주에서조차도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 할수 있고 정보라는 것은 손가락 몇번이면 다 찾을수 있고 심지어 들고 다니면서도 찾아볼수 있는 옛날 생각으로 하면 전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게 그냥 일상생활화되어버린 지금에도 만들수 없는 물건. 도저히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증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언젠가는 발명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담을 가지게 되는 그러한 기계. 가능하지 않아서 그런지 유달리 소설에나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요소로 사용되어지기도 한다. 요즘에는 덜하지만 예전에 내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로는 '백투더 퓨쳐'라는 작품이 있었다. 첫번째 편이 미래로 가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영화가 잘되자 속편으로는 과거로 갔던 것 같기도 한데 타임머신이 소재로 사용되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나머지는 디테일 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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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까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하고 예측불허의 스토리로 책읽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 책은 올 상반기에 만난 책 중 베스트에 드는 책이다.이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시간의 지도].
저자 '펠릭스 팔마'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지만, 저자는 100회 이상의 수상 기록을 가진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손꼽힌다고 한다.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시간의 지도]를 만나보면 그가 왜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지 알수 있다.
"과거로 여행을 하면 마리를 구할 수 있을거야." 8년전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연쇄 살인마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앤드류는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녀의 방에서 권총자살을 시도하려는 찰나 사촌 찰스가 그를 찾아온다. 그는 시간여행을 시켜주는 머레이 시간여행사의 관한 이야기를 하며 그에게 도움을 청하면 과거 그녀가 살해되기 전으로 가서 그녀를 구할 수 있을거라 앤드류를 설득한다. 믿지 못하는 앤드류지만 찰스는 지난주 기계인간과 치열하게 싸움을 하는 2000년 미래로 시간여행을 갔다 왔다 하자 그녀를 구하기 위해 머레이 시간여행사를 찾는다. 그러나 머레이는 미래로 밖에 시간여행을 할 수 없다고 하며 그에게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을 거라며 타임머신의 작가 '웰스'를 찾아가라고 알려준다. 과연 앤드류는 과거로 가서 살인마를 죽이고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저는 클레어 해리티예요, 대장님. 당신이 세상을 재건하는 일을 도와주려고 19세기에서 왔답니다."친구 루시(앤드류의 사촌 찰스의 아내다. 그가 앤드류에게 시간 여행을 갔다 왔다고 하는데 바로 이 여행이다.)의 도움으로 2000년으로 시간여행을 가게된 클레어는 그곳에서 세클린턴 대장을 만나고 그에게 마음을 빼았긴다. 그러나 시간여행의 규칙을 어기면 안되기에 그녀는 다시 19세기로 돌아오는데 "새클린턴 대장님 우리시대에서 뭐하시는 거예요?"
세번째 편에서는 앞의 두 이야기 보다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앞의 이야기가 모두 이어진다. 또한 진정한 시간여행을 만날 수 있다. 런던 경찰청 소속 콜린 가렛 형사는 미래에서 온 자가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며 미래로 가서 그를 잡아 살일을 예방하려고 하고, 웰스의 소설을 노리는 시간여행자들의 맞선 웰스의 이야기가 숨가프게 펼쳐지는 [시간의 지도]
나른 한 봄을 날려줄 매력만점의 재미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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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과거나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하게 된다. 그런데 어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그래서 책을 통해 시간여행을 즐기게 되는데 이 책 <시간의 지도>는 잘 짜여진 시간 여행의 계획표에 동승해 따라가며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19세기 런던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한 연인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청년, 로봇 지배 하의 세상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20세기 영웅과 사랑에 빠지는 19세기 여성, 영국 전역을 시간여행의 광풍에 휩싸이게 한 베스트셀러 '타임머신'의 작가 H. G. 웰스의 차기작품을 빼앗기 위해 시간여행을 온 의문의 사나이 등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로 저자는 19세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역사적 사실과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치밀하게 엮어 새로운 SF 판타지를 창조해 낸 것이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다른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물론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팔마가 이끌어가는 방식은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을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시간의 지도>는 SF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H. G. 웰스에 대한 헌정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유명 작가를 등장인물로 삼아, 웰스가 자신의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맹신하는 사회에 대한 우울한 조망과 경고를 잘 만들어진 블랙코미디처럼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웰스가 '타임머신'에서 자본주의의 향락에 물든 상류층이 게으르고 유약한 엘로이 인으로 진화했지만 지하로 숨어 버린 도시 하층민 몰록 인의 먹이가 되도록 충격적인 계층 전복을 시도했다면 팔마는 시간의 한계까지 초월하며 유희거리를 찾는 상류층과, 그들의 향락을 위한 광대가 되어 버린 도시 빈민의 서글픈 삶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팔마는 비극적 어조가 아니라 지극히 냉소적이고 쿨한 어투로, 자신들의 논리에 갇혀 어설픈 사기극에 속아 넘어가는 상류사회를 실컷 조롱하고 비꼬고 있다. 그래서 더 읽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책의 두께감에 먼저 놀랐지만 이야기 속에 한 번 빠지면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시간의 지도>를 읽으며 언젠가는 타임머신이 실제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함께 해 보게 된다. 시간이라는 것이 누구의 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결과가 오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잘 씌여진 SF소설을 만나 무척 즐거운 독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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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대체로 왜 시간여행을 해야 하는지,또한 과거와 현재의 교차된 서술이 나와야 하며,SF,스릴러,추리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들 수 있는 소재이기에 이 작품 뿐만 아니라 H.G.웰스의 <타임머신>,로버트 저메키스의 <백 투 더 퓨쳐> 시리즈 등 소설,영화 등에서 여러 번 사용했었다. 그러나 이 작품 <시간의 지도>는 이런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아주 절묘하게 비껴나가면서도 그 속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아주 제대로 써먹은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크게 세 에피소드로 나눌 수 있는데,결과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첫 두 에피소드는 시간여행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고,세번째는 진짜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세 에피소드 모두 버리기 아까운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한 여자친구를 구하고 잭 더 리퍼를 죽이기 위해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는 작가 H.G.웰스를 찾아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까지는 뭐 그저 그런 작품이었지만 후반부 충격적인 반전은 이후 나오는 에피소드들과 일부 연결이 되기 때문에 마치 연작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세 에피소드에 작가 H.G.웰스가 모두 나오는 것도 그렇고,첫 에피소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연쇄 살인사건도 그렇다. 읽는 재미 뿐만 아니라 추리적인 요소도 있어서 책이 두꺼웠고 대화보다는 서술이 많았음에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가짜 시간여행 사업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 밑에서 일하는 주인공과 미래 시간 속의 등장인물을 사랑하게 된 여자와의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이 역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기가 막히게 사용한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마지막 반전이 있다. 작품에서 주요소 중 하나로 나오는 이 가짜 시간여행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데,이후 나오는 세번째 에피소드에서도 계속 등장한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에피소드에 와서야 이 작품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전 에피소드들에서 가짜 시간여행을 다뤘다면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실제 시간여행을 온 미래인과 또다른 미래인 사이의 경쟁을 다루고 있는데,실존인물인 H.G.웰스,헨리 제임스,브람 스토커와 그들의 작품들을 등장시켜 추리적인 구성과 함께 후반부에 나오는 미래에서 온 소녀의 편지를 통해 그동안 숨겨진 모든 걸 알 수 있어서 처음엔 속은 기분이었다가 나중에 이게 진짜였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생각 외로 두꺼운 것만 뺀다면 세 에피소드 모두 치밀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재미만큼은 충분히 보장할 만 하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여러가지 장르를 담아낸 것도 성과지만,무엇보다도 H.G.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을 오마주로 이런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너무 실존인물들에 집착한 나머지 스토리텔링과 세부묘사에 약한 면이 많이 있었지만 이 작품만큼은 예외다. SF의 배경시대를 현재나 미래에서 과거로 옮겨와 썼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12/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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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분위기의 앙상블 - 시간의 지도 _ 스토리매니악 '타임머신'에 대한 내 최초의 기억은, 초등학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디선가(아마도 TV 만화) 주워들은 타임머신에 대한 이야기는, 미술시간에 내가 단골로 그리는 주제였다. 지독히도 미술에 대한 능력이 떨어졌던 나는, 각진 다리에 둥근 몸체를 가진 타임머신과 대충 사람 비슷한 것(?)을 그려놓는 것으로 그림을 채우곤 했다. 언젠가 선생님이 '다른 것도 그려보지 않으련?'이라는 권유를 가장한 협박을 하셨는데, 나는 선생님께 걱정말라는 웃음을 짓고는 색이 다른(!) 타임머신 한 대를 더 그려놓곤 했다. 선생님은 어이 없다는 표정이셨지만 나는 당당했다. 한 대는 과거 전용이고, 다른건 미래 전용으로, 엄연히 다른 타임머신이었으니까. 유년기의 타임머신이 막연한 상상력이었다면, 청년기의 타임머신은 다양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다가왔다. '타임라인'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는 내가 원하는 역사의 순간으로 갈 수 있는 통로였으며, '빽 투더 퓨처'라는 영화를 통해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상관관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일종의 무기였다. 누구든 나와 같이, 이런저런 타임머신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펠릭스 J. 팔마>의 타임머신은 어떤 이미지일까? 처음 만나는 작가에 대한 설렘과,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타임머신이라는 소재가 주는 흥분에 책장을 넘겼다. 책은 정확히 말하면 3편의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9세기 런던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한 연인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청년 <앤드류>에 대한 이야기, 로봇과의 전쟁이 한창인 20세기에서 인류를 구하는 영웅과 사랑에 빠지는 19세기 여성 <클레어>의 이야기, 베스트셀러 <타임머신>의 작가 H. G. 웰스의 차기작품과 관련된 시간여행에 대한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독립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서로간에 연결성이 있다. 한 작품의 사건이 다음 이야기의 단서로 작용한다든지, 배경적인 공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옴니버스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 작품은, 서로 교차되며 시간여행에 대한 대한 이야기를 여러 시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간단히 말하면 이 세 작품을 통해 역사소설 같은, 로맨스 소설 같은, 미스터리 소설 같은, SF 소설 같은 여러 장르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꽤 다양한 장르를 잘 녹여 놓았다. 어수선할 법도 한데 정돈이 잘 된 느낌이며,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운 면이 없이 이야기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참 뻑뻑하다. 가끔 남미쪽이나 서유럽권의 스페인, 프랑스 작품들에서 이를 느낄 수 있는데 문장이 무겁다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더구나 이 소설은 그 묘사와 전개가 세밀하다. 그러다 보니 경쾌하게 나가는 맛은 좀 떨어진다. 느긋하게 한 문장 한 문단을 짚어가며 읽지 않으면, 초반에 상당히 힘들 수도 있다. 또, 분량도 560여 페이지에 판형도 큰 것이라 단박에 읽어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그럼에도 작가의 상상력을 보는 재미는 뛰어나다. 책소개 카피를 보면,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감수성, 역사적 사실의 흥미로운 조합'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소설을 짧게 표현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문장이다. 상상력 자체는 화려한 맛은 없지만 분위기가 살아 있고, 역사적 사실에 버무려 놓은 문장은 생기가 있다. 간혹 뭘 뜻하는 것인가 아리송한 문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시간여행을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를 아주 분위기 있게 펼쳐놓고 있다. 작가의 문장과 분위기에 익숙해 질 수만 있다면,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나는 무엇보다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19세기의 런던을 보여주는 묵직한 분위기, 작가 나름의 유머와 날선 비판이 곁들여진 분위기는 이야기를 즐기는데 큰 역할을 한다. 과연 이 분위기가 다수의 독자들에게 어필할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말이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유려한 상상력으로 잘 엮어낸 소설이다. 가볍고 경쾌한 소설이 아닌 묵직한 소설을 원한다면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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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 참 무거운 책이었습니다. 500쪽이 넘는데다가 양장본이다보니 묵직하더군요. 밖에 돌아다닐 때도 짬짬이 읽으려고 들고 다녔는데 너무 무겁더라고요. 그래도 이야기는 무겁지 않고 재밌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H. G. 웰즈의 <타임머신>을 기초로 두고 쓴 책이고요, 단순히 소재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무려 웰즈가 등장인물로 등장합니다. 이른바 메타소설이라는 놈인데 약간은 패러디적 측면을 띄고 있습니다. 웰즈에게 바치는 헌정사? 이쯤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웰즈 킹왕짱 이런 건 아니더라고요. 소설 마지막에 재밌는 상상(물론 초중교 시절 다 해봄직한 놈이지만)을 던져주기도 하고요. 책 배경은 19세기 말 영국입니다.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 때문에 어두운 사창가 거리는 떠들썩하고 웰즈의 <타임머신> 출간과 함께 시간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갑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두고 있지만 본격 SF는 아닙니다. 시간여행을 기초로 하고 사랑과 미스터리를 짬뽕한 스릴러 소설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야기의 힘이 상당한 놈이었습니다. 이야기는 3부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옴니버스 양식을 취합니다. 각각의 부에 잠깐 언급이 되었던 짤막한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과거에서는 어떻게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식이지요. 예를 들면, 1부에서 앤드류의 사촌, 찰스가 잠깐 '기차타고 룰루랄라 미래여행'을 말합니다. 2부에서는 그가 겪었던 미래여행을 시작으로 다른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중간중간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가, 과연 이 일은 누가 시켰는가 등의 문제가 다음 부에서 밝혀지게 됩니다. 이래서 가끔가다가 아하 하며 슬며시 웃는 일도 있었답니다. 처음 책을 펴면 조금 지루하기도 합니다. 1부 처음에는 앤드류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방황하는 장면이 계속 되고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해 권총으로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귀족과 창녀의 사랑이 드물게 사용된 소재도 아니고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별로 절절하지도 않더라고요. 그렇게 70쪽을 힘겹게 보다가, 찰스가 앤드류의 자살을 막는 장면부터 흐름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합니다. 기대하던 '시간여행'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여기부터는 독서 흐름이 전혀 끊기지도 않고 계속,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실 문장 번역 문제가 조금은 있습니다. 「향기로운 바구니를 들고 사람들의 무리 사이를 걸어가는 오랑캐꽃을 파는 소녀들과 마주칠 때 나는 달콤한 공기만이 그를 나른함에서 빠져나오게 해 주었다」(88쪽)이란 구절을 잠깐 봐 보면, 무리 사이를 걸어가는 게 오랑캐꽃인지, 꽃을 파는 소녀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랑캐꽃이 모다피나 뚜벅초가 아니니 걸어다니지 않겠지만, 뭐 그렇다 이겁니다. 다행히도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문장에 대한 불편함은 싹 사라지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꽤나 있긴 하지만 이야기 흐름이 워낙 좋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 평행우주를 이용해 시간여행과 그 역설을 설명하는데요, 다른 소설에서도 꽤나 쓰인 클리셰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모던한 소재는 아니지만 아무리 같은 소재를 쓴다고 해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흥미도가 달라지는데 <시간의 지도>는 정말 잘 쓰인 소설입니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캐릭터에 상당한 강점을 가집니다. 앤드류와 톰, 그리고 웰즈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특히 톰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무 것도 아닌데 이루어지지도 않을 사랑을 꿈꾸는 아름다운 모습이란! 사기꾼에 찌질이긴 하지만. 그 말을 하고 길리엄은 작가를 1896년 11월 21일에 내버려둔 채 미래의 문을 닫고 사라졌다. 갑자기 웰스는 자신이 머레이 시간여행사의 비참한 뒷골목에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고양이 몇 마리가 쓰레기가 가득한 곳을 오가고 있었다. 2000년으로 떠난 여행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반사적인 충동으로 손을 재킷 주머니에 집어넣었으나 비어 있었다. 아무도 그곳에 꽃을 숨겨두지 않았다. (464쪽) 소설 <타임머신>에 대한 헌정소설이기도 해서 원작의 향기가 남아 있습니다. 중간중간 엘로이와 몰록, 동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타임머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기계도 그대로 묘사합니다. 특히 464쪽의 구절이 정말 기억에 남네요. 위나가 주머니에 넣어준 꽃. 언덕 위에 남은 의자에서 오래된 타임머신을 떠올린 건 우연은 아닐 겁니다. 하여간, 재밌는 책입니다. 손에 꼽을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요. 마치 변사처럼 서술하는 것도 요즘 소설과 달라 눈에 걸리긴 하지만 몰입도에 큰 영향은 없었던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소개하고 끝내렵니다. 혹시 당신은 과거를 후회하느라, 미래를 좇느라 현재를 내팽개치지 않았나요. 하지만 그녀에게 손금은 보지 않았는데, 항상 같은 변명을 댔다. 미래에 대해서 미리 알게 되면 호기심이 사라질 텐데, 그것이 자기가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일한 이유라는 것이다. (294쪽) |